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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미디어 2024년 5월호, 냄새저감을 위한 종합적인 축산환경 관리

- 현장 진단을 통한 합리적 시설 구축과 지속 운영
허 용 준 대표 / 세티

봄이 오면 늘 냄새에 대한 긴장이 시작되는 듯하다. 좋은 날씨에 사람들은 집을 떠나고 바깥 공기를 들이고자 창문을 연다. 양돈 현장에서는 겨울나기 방역에 닫아둔 빗장을 열고 겨우내 준비한 퇴액비의 시비도 시작한다. 축산인으로서 마냥 설레지만은 않는 봄맞이이다.

 

 

매년 반복되는 냄새 고민이 조금은 나아지길 바라며 이 자리를 빌려 그간의 노력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논해보고자 한다. 우선 지금까지의 활동을 성과, 한계, 오류로 평가해보고 그에 바탕을 둔 대안을 제안한다.

 

1. 성과(成果) : 이루어 낸 결실

 

현장의 냄새를 줄이기 위한 오랜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우리 상황에 맞는 해법에 다가갔으며, 그 결과가 지난 2022년 6월 개정된 축산법의 ‘악취저감 장비·시설’에 담겼다고 본다. 가축사육시설의 무창화부터 안개분무, 바이오커튼, 그리고 액비순환까지 이제는 익숙한 여러 방법은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어낸 성과품이다.

 

 

2. 한계(限界) : 사물이나 능력, 책임 따위가 실제 작용할 수 있는 범위

 

우리나라 냄새 관리의 난이도는 외국보다 유독 상당한데 그 원인을 가축분뇨와 날씨에서 찾고 싶다. 우리나라는 가축분뇨를 정화하여 수계로 방류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처리 대부분을 차지하는 퇴·액비 자원화는 땅이 얼고 비가 오면 시비가 제한되며, 지속적인 농경지 면적 감소로 갈 곳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분뇨 처리가 어려워지고 더디어지는 만큼 분뇨에서 기인한 냄새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는 가축을 키우기엔 그다지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온습도의 연교차와 일교차가 모두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양가들은 축사 단열부터 첨단 환기시설, 심지어 냉난방기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날씨는 가축분뇨의 처리는 물론 냄새저감시설을 설계하고 운영하는데도 어려움을 유발한다.

 

3. 오류(誤謬) : 그릇되어 이치에 맞지 않는 일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가 처한 많은 한계를 극복해왔으나 그만큼 오류도 제법 있었다. 가장 큰 오류는 분뇨 처리와 냄새저감의 불균형이라고 본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냄새는 분뇨에서 기인한다. 오늘 발생한 분뇨가 내일 농장을 떠날 수 있다면 냄새는 지금처럼 짙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원활한 분뇨처리를 구현하지 못한 채 냄새저감을 준비한 경우가 많다. 냄새저감의 첫 단추는 분뇨의 적정 처리를 구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축사의 환기를 고려하지 않은 냄새저감시설로 인해 고충을 겪는 일도 있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양돈은 높은 환기량을 요구하며, 온습도의 일교차와 연교차가 큰 만큼 가동범위의 조절폭도 넓다. 타 산업시설은 시간당 환기횟수가 15회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인 것에 비해 양돈은 50회에 달하는 경우도 흔하다. 환기를 고려하지 않은 냄새저감시설은 환기량의 과부족을 일으켜 양돈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효과가 높지 않은 냄새저감 활동을 관성적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게 볼 수 있었다.

 

4. 대안(對案) : 어떤 일에 대처할 방안

 

우리나라가 아무리 작다지만 지역마다 기후조건의 차이도 크고 그만큼 가지각색의 축사 형태가 존재한다. 축사의 모습이 다른 만큼 냄새저감을 위한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냄새저감을 위한 해답을 제시하기엔 필자의 역량이 부족한 관계로 해답을 찾기 위한 방향성을 공간 차단, 발현 억제, 그리고 악취 제거로 정리해보았다.

 

 

(1) 공간 차단

공간 차단은 냄새의 외부 노출을 차단하여 계획되지 않은 확산을 방지하거나 외부 노출 지점을 특정하여 형성함으로써 배출원 관리를 쉽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양돈 현장의 시설은 크게 가축사육시설과 가축분뇨 처리시설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가축사육시설의 밀폐는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가축분뇨 처리시설은 개방된 경우가 많다. 가축분뇨 처리시설에서 냄새 발생이 집중되는 구간은 분뇨 원수 저장조와 고액분리·탈수시설이다. 이러한 구간은 가축사육시설과 유사한 밀폐 구조물이나 바이오커튼 설치를 통해 냄새를 관리할 수 있다.

 

 

공간을 차단하는 데 있어서 유념을 바라는 것은 환기이다. 가축사육시설은 물론 가축분뇨 처리시설 또한 적절한 환기횟수는 필수적이다. 부적절한 환기는 가축사육시설에서는 사육공간의 쾌적성을 저해하며 부식으로 인한 내부 시설물의 손상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작업환경도 열악해진다. 이러한 부작용은 가축분뇨 처리시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간 차단에 있어서는 충분한 환기가 가능한 공기의 입출을 고려하고, 환기량에 비례하여 희석된 공기를 법적 기준치나 민원 유발 수치 이하로 배출할 수 있도록 저감시설을 갖춰야 한다.

 

(2) 발현 억제

발현 억제는 발생원의 최초 발생부터 최종 처리까지의 전 과정에서 냄새 발현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관·이송·처리기술을 적용하여 발산원을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축산시설의 냄새 원인의 중심에는 가축분뇨가 있으며, 이를 어떻게 보관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냄새 발현의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 가축분뇨 역시 대부분 폐수나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호기성 조건에서 관리될 때 냄새 발현이 적다. 이러한 원리에 기반하여 등장한 기술이 액비순환이다.

 

슬러리 돈사의 피트 속 분뇨는 적게는 보름에서 많게는 두어 달 이상도 저장되며, 피트 속 혐기 조건으로 인해 냄새가 이상 발현된다. 이를 방지하고자 축사 외부 가축분뇨 처리시설(호기성 액비화 또는 정화방류시설)의 부숙된 액비를 피트 속 분뇨와 주기적으로 교체해주는 것이 액비순환이다. 충분한 액비 부숙을 위한 고액분리 및 폭기시설, 그리고 피트 내 침전물이 쌓이지 않도록 적정 유속만 구현한다면 안정적으로 냄새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톱밥 돈사(깔짚 돈사)의 경우는 수분조절재를 충분히 교체하고 교반함으로써 위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톱밥은 수분조절재 중 가성비가 가장 좋은 원료이나 시기적인 수급 불량과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코코피트, 커피허스크 등과 같은 다양한 수분조절재가 연구되고 있다. 깔짚의 교반은 분뇨와 섞인 수분조절재의 통기성은 물론 수분의 침투성도 향상해 호기 조건의 유도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정작 돼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작업하기가 쉽지 않으며, 대부분의 축사가 교반 작업을 전제하지 않고 지어져 구조적인 제약이 크다. 낙농에서 시작된 가축분뇨 수거·교반 목적의 자동화 연구가 다른 축종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양돈에서도 좋은 솔루션이 소개되길 기대해본다.

 

(3) 냄새 제거

냄새 제거는 배출원에서 외부로 노출되는 냄새에 탈취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최종 처리된 냄새 농도를 법정 기준 및 민원 예방 수준 이하로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최종적으로 배출되는 냄새를 탈취하기 위한 시설은 가축사육시설의 배출구의 위치와 환기 사양을 고려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기계환기 축사는 다수의 측면·굴뚝 배기구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아주 간혹 중앙배기 방식을 볼 수 있다.

 

중앙배기는 배출구가 일원화되어 냄새저감시설을 설계하기가 용이하나, 다수의 배출구로 구성된 보편적인 기계환기에서는 설계가 쉽지 않다. 이를 반영하여 등장한 기술이 바이오커튼인데 우리나라 돈사 구조에서는 굉장히 합리적인 기술이라 본다. 하지만 잘못된 설계와 시공, 그리고 운영으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게 사실이다. 혹서기 불가피한 커튼 개방, 안개분무 용량 부족과 같은 문제는 돈사 환기를 충분히 고려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대형 산업 현장에서나 볼법한 복잡한 탈취시설부터 강력한 탈취와 소취 효과를 주장하는 약품까지 다양한 솔루션이 현장에 늘 소개되고, 또 그만큼 사라진다. 사라지는 대부분은 미신에 가까운 비과학적 제품들이었으나, 간혹 타 산업에서 충분히 검증된 기술임에도 양돈에 와서는 맥을 못 추는 일도 있었다. 양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쌓여가는 민원에 마음이 급해지면 실수가 늘기 쉽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잠시 멈추어 내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살펴보고, 냄새 대응을 위한 공간 차단과 발현 억제, 그리고 악취제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길 바란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5월호 64~69p 【원고는 ☞ yjheo@sj.co.kr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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