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겹살, 구이의 한계를 만나다. 한국인은 삼겹살을 사랑한다. 특별한 날에도,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하루에도, 삼겹살은 늘 우리 식탁의 주인공이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말이 익숙할 만큼 삼겹살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외식업계에서도 삼겹살 전문점은 급격히 늘어났고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삼겹살은 불티나게 팔렸다. ‘삼겹살 데이(3월 3일)’ 같은 소비 촉진 이벤트까지 생기며 삼겹살은 한돈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소비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오랜 신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삼겹살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삼겹살만 내놓으면 무조건 팔린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최근 한돈시장에서는 삼겹살 부위의 적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삼겹살 재고가 늘어나면서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도매시장에서도 삼겹살 물량이 소화되지 않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생산자들은 ‘삼겹살이 팔리지 않는다’는 체감 위기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충분히 분석되지 않은 채 막연히 ‘소비가 줄었나 보다’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겹살 적체 문제
올해도 어김없이 4월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항상 이 시기엔 올라가는 돈가를 부분육 판매가격이 따라가지 못해 많은 육가공업체가 고생한다. 특히 올해는 탄핵정국, 산불 이슈, 꽃샘추위와 트럼프 이슈까지 맞물려 여느 때보다 힘든 것 같다. 불안정한 시대를 반영하듯 소비 심리는 최악이다. 아예 움직임이 없다. 이렇다 보니 한돈 육가공사업을 지탱했던 삼겹 가격이 무너진 지 오래되었고, 그나마 대체 부위인 앞다리살, 원료육인 뒷다리살이 사업을 지탱해 주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얼마 전 중견 육가공업체로 자리를 옮겨서 현재의 어려움을 더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든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돈 육가공사업의 중심에서 한돈 소비의 확대, 한돈산업의 성장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한돈 사양가에게 바라는 마음, 육가공이 해야 할 것들, 정부에 대한 바람을 써 보려고 한다. 1. 한돈의 소비 코로나 이후 많은 기고에서 한돈 소비에 대한 글을 쓴 것 같다. 매번 반복되는 것들이고 교과서적인 것들을 적었고 현재 많은 전문 잡지에서 비슷한 글들을 본다. 이 글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한돈 소비를 바라보려고 한
농장에서 키워서 출하된 돼지는 사람들이 바로 먹을 수 없는 중간재다. 도축해서 지육으로 지육을 발골해서 부분육으로 부분육을 다시 요리가 가능한 정육으로 유통과정에서 변화를 보이는 특성이 있다. 1차 산업인 양돈산업과 2차 산업이 도축·가공산업 3차 산업이 유통과 외식산업 등 진정한 의미의 6차 연계 산업이다. 그래서 그걸 양돈산업이라고 하지 않고 한돈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으로 명명한 것이다. 사람마다 한돈산업의 의미가 다르지만, 필자는 한돈농장에서 생산된 근육을 고기로 그걸 다시 메뉴로 만드는 모든 과정의 협력을 단순히 돼지를 키우는 양돈이란 의미를 넘어 한돈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두었다고 생각한다. 한우 관계자들이 한돈이 단순히 한우를 따라한 짝퉁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한돈의 새로운 의미는 해방 이후 값싼 축산물의 공급이 국가사업이었던 시대를 넘어 품질과 맛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마음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1. 2024년 한돈농장의 수익은 높았다고 한다. 육가공회사들도 선방했다고 한다. 삼겹살 식당들은 곡소리가 났다. 12월 3일 계엄 이후 곡소리를 넘어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2024년 대한민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30.0kg으
최근 식품 소비 시장은 단순한 가격이나 품질의 문제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 경험까지 함께 소비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취향소비’와 ‘신뢰소비’가 확산하며, 국산 먹거리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돈자조금은 2025년에도 국산 돼지고기 ‘한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올해 한돈자조금은 ‘한계 없는 능력, 국산 돼지고기 한돈’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돈이 가진 다섯 가지 핵심 장점을 담은 TV CF 캠페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한돈의 핵심 우수성을 ‘맛, 영양, 신선도, 안정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제작된 영상은 한돈이 왜 ‘대한민국 돼지고기’의 기준이 되는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고, 국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을 감각적인 메시지로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K리그 흥행의 중심에 있는 FC서울과 3년 연속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스포츠 마케팅도 본격화했다. 경기장 내외에서는 ‘돈맥(한돈+맥주)’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한 신개념 먹거리 경험 마케
‘월간 한돈미디어 5월호’가 나올 때쯤이면 돈가는 우상향 곡선으로 인해 농장 사장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을 애써 참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러면 영업하는 분들은 농장 방문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서로 나눌 이야기도 많을 듯하다. 이때는 밥을 먹어도 좋고 술자리도 한결 부드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농장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육가공업체는 생산 원가가 높아 부위별 재고를 소비시키는 데 정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5월호에서는 육가공업체 관련 일을 하는 분들에게 필자가 약간의 ‘좋지 않은 말(?)’을 듣더라도 입바른 이야기를 쓸까 한다(글을 쓰면서도 약간은 긴장이 된다).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돈육을 공급하는 것은 생산자인 농장 사장님들도 큰 부분의 역할을 하겠지만, 도축장에서 도축한 지육을 부위별로 만들어 우리들의 식탁 위에 올라오게 하는 것은 육가공업체 사장님들의 역할이 큰 것은 필자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당연한 사실이다. 화제를 잠깐 바꾸어서 필자의 현역 시절로 돌아가서 ‘라떼는’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필자가 사료 회사에서 긴 교육을 받고 현장으로 나왔을 때 필자는 돼지고기를 정말 많이 먹었던 것으로 기
5월 본격적인 고돈가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만 되면 왜 어김없이 지육시세는 상승하는 걸까? 소비가 늘어나서일까? 필자는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돼지고기 소비도 소비이지만, 출하물량의 감소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 유통시장이 어떻게 흘러오고 있는지 동향을 살펴보고, 고돈가 시기에 접어드는 향후 시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소비측면을 떠나서 4~5월을 거치면서 출하물량의 감소가 나타나는데, (그림 1)을 통해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1)을 통해 최근 4년간(2021~2024년) 월별 평균 도축두수를 확인해 보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4~5월을 거치면서 도축두수가 감소하는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업계에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최근 4년간 도축두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월 대비 4~5월은 도축두수가 각각 6.8%, 8.0% 감소했고, 3월 대비 6월은 13.7%의 도축두수가 감소하였다. 그렇다면 일평균 도축두수도 비슷한 패턴일까? 2. 실제 작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도축두수 추세를 (그림 2)를 통해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앞서 (그림 1)에서 매월 도축두
▶ 돼지의 기원과 진화 : 멧돼지에서 현대 가축화된 돼지까지 돼지는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동물이다. 이들은 멧돼지과(Suidae)라는 그룹에 속하며, 약 2,300만 년에서 3,500만 년 전에 지구에 처음 출현했다고 한다. 돼지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아는 가축화된 돼지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조상인 멧돼지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현재 돼지는 약 14종에서 19종 사이가 알려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현대 가축화된 돼지의 조상인 ‘멧돼지(Sus scrofa)’이다. 멧돼지는 동남아시아에서 기원하여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졌고, 오늘날 거의 모든 대륙에 가축화된 돼지와 함께 존재한다. 인간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왔고,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가축화된 돼지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택적 번식을 통해 멧돼지의 특성이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멧돼지는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과일, 견과류, 풀, 뿌리, 구근, 땅벌레 등을 먹으며 물이 풍부하고 관목과 나무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 하지만 열대 섬부터 아한대 타이가, 초원, 산악 지역, 심지어 사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1. 돼지고기 등급제의 도입과 발전 돼지 등급판정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국내 돼지고기 생산 방식은 품질 구분 없이 생산량 위주의 사육이었으며, 규모 역시 현재의 한돈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여건 속에 198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으로 인해 수입산 축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이 가시화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품질 차별화를 꾀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내산 축산물의 품질향상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축산물 등급제 도입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돼지 등급제의 태동이 되었다. 1992년 최초의 돼지 등급 기준은 (표 1)과 같이 도체중과 등지방 두께 범위별 A, B, C, D로 4개 등급을 정하고, 균형도와 비육상태, 지방부착 상태, 육질 등을 검사하여 최종 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9차에 걸친 기준 개정이 이루어져 현재의 등급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 돼지 등급판정제도 시행으로 많은 부분에서 한돈산업의 발전에 기여했다. 첫째 돼지 도체의 도체중과 등지방 두께 범위를 제시하고, 성별을 구분함에 따라 도체중량은 증가, 등지방 두께의 규격화 및 거세돈의 출하 증가 등 전반적인 돼지고기 품질개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제국주의적 미국 우선주의로 우리나라의 2025년, 아니 앞으로 경제 환경이 일본의 장기 불황같이 우리나라도 장기 불황이 지속될 수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식량 자급도가 낮아 수입에 의존해서 엥겔지수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경기 불황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식생활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앞서 장기 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월호에는 일본의 지산지소를 이야기했다. 일본의 지산지소가 소멸하는 일본의 농업, 농촌, 농민의 전략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의 합리적인 소비 형태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늘 농축산물 물가가 오르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맹목적으로 몰아가는 유통 구조의 복잡성으로 산지 가격은 낮은데 도시의 물가는 비싸다. 이를 단순히 해결하는 방법은 지산지소이다. 일본 장기 불황 속 슬기로운 식생활 변화에 지산지소도 있지만 중식이란 분야의 성장도 있다. 1. 내식, 중식, 외식이란? 내식은 집에서 준비해서 먹는 식사를 의미한다. 가족이나 혼자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미리 준비해 놓은 음식을 먹는 형태다. 주로 가정에서의 식사를 말하며 집안에서 간편하게 해결할
“2025년 3월”이라고 하면 ‘새롭다’, ‘시작이다’ 등 무엇인가 신선하고 시작한다는 단어들이 필자의 머릿속에는 떠오른다. 2025년 1월이 벌써 시작되었지만 2월은 올해 2025년 목표를 설정·다짐하고 3월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1~2월에 약간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다시 마음을 잡고 시작하면 될 것이다. 2025년 파이팅! ■ 필자는 대학을 졸업 후 축산 관련 일을 하면서 가졌던 원초적인 아니 바보 같은 궁금한 사항이 몇 개가 있다. 이야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돼지고기가 갑자기 먹고 싶을 때 집 앞에 식당이 있으면 의심하지 않고 들어가면 되는데 “왜?” 소비자들은 “맛집”이라는 곳을 스마트 폰으로 검색해서 별점을 확인하고 재확인해서 찾아갈까? 둘째, 농장 사장님들이나 육가공업체 사장님들도 돼지고기가 먹고 싶을 때 당신 스스로가 사육, 생산, 가공한 식당만 찾아가서 먹을까? 셋째, 돼지고기만을 많이 먹고 싶은데 “왜?” 식당들은 돼지고기보다 곁가지 음식들이 많아 돼지고기 소비를 해치는 상황 즉 “가성비”를 낮출까? (1) 첫째 궁금 사항부터 추가 설명을 좀 더 하고 싶다. 농장에서 정말 땀 흘리면서 일하는 농장 사장님들의 이름을 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