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수입 돈육의 수입량이 근 10여년 중 가장 폭증한 한 해가 될 듯하다.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로 인한 증가로 판단되는데, 한돈업계 종사자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다가올 수입 돈육과의 경쟁우위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수립할 적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 한돈과 수입 돈육은 근본부터 다르다. 근본적으로 수입 돼지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는 유전형질과 육종 방향이 다르다. 유럽과 미국의 식문화, 특히 돼지고기 식문화는 적육을 갈아서 햄과 소시지를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적육량이 많이 나오도록 육종되어 왔다. 물론 미국의 베이컨도 있지만, 베이컨은 적육량을 늘리고 지방량을 줄이는 육종을 하더라도 나올 수밖에 없는 삼겹살의 근간지방을 햄·소시지가 아닌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돼지 한 마리의 가치를 CL(chemical Lean)이라는 지표를 사용하였다. 말 그대로 살코기 비율로 살코기 비율이 높을수록 높은 가치로 평가되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구이문화로 인해 삼겹살과 목살, 특수부위의 가치가 높게 인정받고 적육량이 많은 뒷다리살, 앞다리살, 등심 등은
2020년 코로나로 학교 급식, 단체급식에서 뒷다리 수요가 없으니 한돈 뒷다리 재고가 적체되고 가격이 내려가서 업계가 긴장했다. 다들 원인을 코로나라고 이야기했는데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져서 구제역 때처럼 돼지를 살처분하면 돼지고기가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너무 많은 물량이 수입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군 이래 처음으로 돼지고기 공급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 1978년 통일벼의 보급으로 쌀을 자급자족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쌀이 남아서 고민을 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보릿고개가 있었던 배고팠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50년 사이에 세상이 급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돼지고기는 생산만 하면 무조건 팔렸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장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미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 삼겹살 시장이 수상하다. 1998년 돼지고기 수입자유화 이후 수입 실적은 (표 1)과 같다. 2000년대 초반 돼지고기 전체 수입 물량의 70% 이상이던 삼겹살 비중이 점차 줄어들어 2021년에는 33% 수준이고 2022년에는 약 39% 선으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한돈 도축 실적과 정육 공급량 및 삼겹살 공급량을 추정해 보면 한돈은 2021년 연간 1천8백만두
2020년 코로나 초기에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직원들과 함께 일본 고급 돼지고기 시장, 돼지고기 외식업에 대한 시장조사를 마지막으로 해외 시장조사를 코로나 때문에 가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22년 9월 5일부터 8일까지 ‘2022 싱가포르 국제식품박람회’가 개최되어 코로나 이후 세계 식품산업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출장을 갔다. 싱가포르 국제식품박람회 출장에 여러 목적이 있었다. 앞에서 말한 ‘2022 싱가포르 국제식품박람회’ 견학도 중요한 목적이었지만 동남아의 치킨 소비문화에 대해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의 닭고기는 치킨으로 많이 소비된다. 치킨은 야식이고 간식이다. 치킨을 삼시세끼 식사로 잘 먹지 않는다. 반면 동남아의 여러 국가는 닭고기를 삼시세끼 식사로 먹는다. 밥과 함께 치킨을 먹고 있다. 치킨 전문식당에 rice box라는 밥과 함께 먹는 치킨 메뉴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닭고기가 삼시세끼 소비가 되면 돼지고기 소비 패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자가 요즘 닭고기 시장에 관심을 가지니 갑자기 다들 왜? 닭고기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가 하고 묻는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체육의 인기를 얻기 전에 닭고기 소
전 세계적으로 돼지의 품종은 100여 종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중 양돈산업에 활용되는 것은 3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흰색계통의 랜드레이스종, 요크셔종과 유색계통의 두록종, 버크셔종이 주로 사육되고 있다. 위의 품종들은 돼지고기 생산이 다른 품종보다 경제적이기 때문에 국내 양돈산업에서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를 떠나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품종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고유품종인 재래돼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고유 유전자원인 재래돼지의 역사와 보존 및 육종연구 현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재래돼지의 역사 우리나라의 재래돼지는 예로부터 사람들과 동고동락해왔다. 집안의 부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여겼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큰일을 앞두고 성공과 평안을 기원하기 위한 고사상에는 돼지머리를 올렸다. 또 꿈에 돼지라도 나타나는 날에는 재물이 들어오는 길몽으로 여겨졌다. 돼지고기는 또 어떤가? 돼지고기는 제사, 잔치를 포함하여 우리의 경조사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이러한 재래돼지는 대체로 소, 말과 함께 북방으로부터 고구려 시대에 유입되어 남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래돼지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 조건에 잘 적응하여
중국인은 고기하면 돼지고기인데, 우리 민족은 고기하면 소고기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소고기를 좋아하고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일까? 1인당 육류 소비량 통계를 집계하던 1957년부터 돼지고기는 지금까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에도 육류 소비량의 48%가 돼지고기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닭고기 소비가 돼지고기 소비량을 앞서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걸 어떻게 해설할지 모르겠다. 부여, 고구려의 후예라 돼지고기를 원래 좋아하는 민족이기 때문일까? 정부의 정책상 돼지고기 소비를 지속해서 장려해서일까? 1982년 조선일보 사설 ‘보리밥과 돼지고기’에서 우리가 돼지고기를 입으로는 좋아하면서 돼지고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지 알 수 있다. 정부는 1980년대까지 돼지고기 소비를 의도적으로 장려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냄새가 나서, 한의학에서 부정적이라, 비계가 많아서 등 여러 이유로 돼지고기를 기피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우리 민족이 돼지고기를 잘 안 먹었다는 건 양반계급, 한양의 소비문화였다. 유교 국가의 배청사상 영향이었다고 한다. 농민이 90
소비패턴 변화와 돼지고기 품질 코로나19가 유행병에서 풍토병으로 상황이 바뀌는 중이며, 2년 넘게 지속되던 코로나19가 돼지고기 유통과 소비시장에 많은 변화를 준 것은 축산이나 식육업계에 종사하는 분이면 누구나 아는 상황이다. 반면 소비자는 지난 2년 동안 편리성과 접근성으로 돼지고기 구매를 하였을 것이며, 내식 소비가 많이 이루어지는 동안 돼지고기 품질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곡물가격, 원·부재료, 환율, 물류비용, 유류비, 인건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인상되었기 때문에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생산비 증가로 인하여 큰 위기일지 모르지만, 소비자는 직접 가정경제에 미치는 요인이 아니면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사료가격이 상승하든 돼지 경락단가가 상승하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돼지고기를 항상 구매하기를 원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하여 소비자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돼지고기를 구매하였을 것인데, 생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온라인 주문도 해보았을 것이고, 젊은 친구들이 운영하는 로드샵 정육점을 방문하여 직접 사기도 하고 주문도 하였을 것이고, 다양한 브랜드들이 진열된쇼케이스를 보면서 대형마
우리는 일상에서 패션(유행), 트렌드,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패션, 트렌드, 패러다임이 비슷한 뜻이면서도 시간적인 의미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아주 다른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패션이 가장 짧고, 트렌드는 패션보다는 길고, 패러다임보다는 짧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매해 말 내년의 트렌드에 관한 책과 강연으로 인기몰이해서인지 트렌드를 일년 정도의 유행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트렌드는 10년이 넘는 기간일 수도 있다. 패션, 트렌드, 패러다임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잠깐 유행했던 미니스커트나 장발은 패션이다.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삼겹살 로스구이는 일종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1908년 포드의 검정색 T-1 자동차로부터 지금까지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서서히 전기 자동차로 변화하고 있는 건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올드노멀이니 뉴노멀이니 하는 건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봐야 한다. 트렌드는 같은 선상 위에 있다. 1950년대 돼지갈비가 외식시장에 등장했을 때 습식 조리 중심이던 돼지고기 외식시장의 큰 변화가 시작되었고, 이게 아마 돼지고기 외식 소비의 패러다임 변화였는지도 모른다. 19
2022년 올 한해도 반환점을 돌아섰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양돈시장에 대해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이야기들을 많이 해왔었다. 올해 상반기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올해 상반기는 예측했던 방향성은 맞았지만 결과값이 예측치 이상의 수치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세계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식탁 물가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사료회사 및 농장의 손익분기점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전체적인 물가 인상을 감안하면 돼지고기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이면 될 일이겠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왔던 시장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생각을 해볼 필요성도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올해 상반기 시장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하반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서 고민을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 1. 2022년 상반기 돼지고기 유통시장 상황 (1) 사료가격 상승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은 사료가격의 상승이 아닐까 생각한다. (표 1)을 보면 올해 사료가격은 최근 10년여 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료가격 인상에 따라 지육가가 손익분기에 미치지 않을 경우, 농가들의 경영난 및 사육의지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1948년 3월 5일 경향 신문의 기사 내용을 보면 일할 소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것을 염려해서 전국의 돼지들을 수집해서 경기도 일원에서 사육해 서울에 소고기 대체재로 돼지고기를 공급한다는 기사가 있다. 1980년대 축산대학을 다닌 필자는 축산물 유통 시간에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대체재의 관계에 있다고 배웠다. 소고기 가격이 높아지면 돼지고기를 사 먹는다? 돼지고기 가격이 높아져서 소고기를 사 먹게 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교차탄력성은 매우 민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대체재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시장의 너무나 복잡해졌다. 그런데도 아직도 사람들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대체재라고 생각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이제 상호 대체재의 역할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선택하는 독립재가 되어 가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육이라 하면 돼지고기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육이라고 하면 소고기를 의미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소고기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중국 사람들 이외에 전 세계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육이라고 하면
한돈 고급화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려다 필자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실제 한돈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돈 고급화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돈 고급화라는 용어는 어디서 왔고 누가 사용하며 실체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한돈 고급화가 어떤 개념인지 현장에서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30년 넘게 육가공과 도매 유통업을 하는 중견업체 대표에게 한돈 고급화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 대표의 의견으로는 한돈 고급화는 생산자가 만들어낸 개념 같다는 것이었다. 도매유통시장에서는 규격돈을 이야기하고 소비자는 국산 돼지고기 신선도와 맛, 안전에 대한 요구는 있지만, 고급화를 이야기하는 요구나 수요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무항생제나 HACCP도 식품 안전에 관한 것으로 고급화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1. 차별화의 결과가 고급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우 고급화와 비슷한 개념으로 만들어낸 용어가 아닐까 한다. 한우의 경우에는 수입소와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을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급 이미지를 입게 된 경우이다. 고급화 추구 전략이 우선되어 고급화라는 결과를 낸 것이 아니다. 등급과 맛의 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