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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을 어떻게 볼 것인가?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2020년 코로나 초기에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직원들과 함께 일본 고급 돼지고기 시장, 돼지고기 외식업에 대한 시장조사를 마지막으로 해외 시장조사를 코로나 때문에 가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22년 9월 5일부터 8일까지 ‘2022 싱가포르 국제식품박람회’가 개최되어 코로나 이후 세계 식품산업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출장을 갔다.

 

 

싱가포르 국제식품박람회 출장에 여러 목적이 있었다.

앞에서 말한 ‘2022 싱가포르 국제식품박람회’ 견학도 중요한 목적이었지만 동남아의 치킨 소비문화에 대해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의 닭고기는 치킨으로 많이 소비된다. 치킨은 야식이고 간식이다. 치킨을 삼시세끼 식사로 잘 먹지 않는다.

 

반면 동남아의 여러 국가는 닭고기를 삼시세끼 식사로 먹는다. 밥과 함께 치킨을 먹고 있다. 치킨 전문식당에 rice box라는 밥과 함께 먹는 치킨 메뉴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닭고기가 삼시세끼 소비가 되면 돼지고기 소비 패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자가 요즘 닭고기 시장에 관심을 가지니 갑자기 다들 왜? 닭고기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가 하고 묻는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체육의 인기를 얻기 전에 닭고기 소비 붐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우리나라 닭고기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 미국, 일본 등의 나라에서 돼지고기 소비보다 닭고기 소비가 많다.

 

닭고기 소비가 많은 나라에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 같은 패턴이 되면 우리나라는 대체육의 위협보다 닭고기가 한돈산업에 더 위협적인 경쟁상대가 곧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양계산업이 계열화업체에 과점화되면서 이들 계열화 주체들이 닭고기 소비의 다양성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전략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닭고기 소비 확대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돈산업 입장에서는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식육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의 경쟁이 아니라 대체육 또 다른 대체 단백질과도 경쟁해야 한다.

 

현대 축산은 옥수수 등 사료 가격에 의해서 산업이 좌우된다.

사료 가격이 올랐다고 계속해서 고기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 이유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단백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료 효율이 좋은 닭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사료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소고기는 목초 방목을 한 마블링 적은 소고기 사육이 가능하니 사료 가격의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건 양돈산업이다. 미국에서 돼지 사육두수가 감소하는 것이 옥수수가격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양돈산업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화학 비료를 이용해 옥수수의 수확량이 급격히 늘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기후 위기 등의 환경적인 문제에 가장 취약한 축종이 돼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양돈산업은 맛있는 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로 지속할 수 있다.

 

돼지가 소보다는 사육일령이 적어서 회전율이 높아서 값싸게 공급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그건 우리나라의 한돈산업의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이면에는 값싼 수입 사료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기후 위기가 사료작물 생산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대체육에 관심을 가지는지 모른다.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 위기에서 가축 생산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서 대체육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국제식품박람회 등 전시회는 시장의 트렌드를 가장 잘 알 수 있다.

이번 ‘2022 싱가포르 국제식품박람회’에서도 alternative protein asia(대체 단백질 아시아) 라는 구간을 만들어 다양한 대체 단백질을 전시하고 있었다. 대체육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이 있어서 2020년 1월 뉴욕에서 미국의 대체육 시장을 체험해 봤다.

 

당시의 미국 대체육 수준이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짜장면 만들 때 쓰는 콩고기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이번 ‘2022 싱가포르 국제식품박람회’에서 만난 대체육들 맛 수준은 놀랍게 변하고 있었다. 직접 먹어본 경험으로는 햄버거 패티나 만두소로 사용하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다만 이런 대체육들이 아직은 돼지고기 잡육에 비해서 비싸다는 한계가 있었다.

 

사료 가격이 계속 상승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로 대체육 생산 기술이 발전해서 생산비가 절감되면 가격 측면에서도 대체육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의 식육 관련 인문 서적들을 읽어 보면 돼지고기는 서양이나 동양에서 과거에서 지금까지 노동자, 농민 등 가난한 사람들의 값싼 고기,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비약적인 발전도 돼지고기가 한우보다 값이 싼 것이 첫 번째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국내 양돈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해석을 한다.

우리 민족 중 북방계 부여나 고구려 계열 사람들은 원래 돼지고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아직도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더 맛있어서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고기하면 소고기이다. 이는 조선의 양반계급의 반청 사상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육류 소비가 가격에 민감하다. 값싼 닭고기보다 비싼 돼지고기 소비가 두 배인 우리나라이다. 수입 소고기가 무제한 수입되고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소고기 소비량이 돼지고기 소비에 반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이다. 수입 삼겹살이 한돈 삼겹살 가격은 반값도 안 되는데 아직도 자급률이 70%대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이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이다.

우리 한돈이 맛있으면 대체육과의 경쟁에서 얼마든 살아남을 수 있다. 전쟁의 시작은 적을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력을 정확히 아는 데에서 시작한다. 대체육에 대한 고민보다는 우리 한돈 맛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하고 우리 스스로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늘 하는 말이지만 필자는 참 많은 한돈 생산자들을 만나 봤지만 자기 돼지고기 맛이 2등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한돈 생산자들은 다 자기 돼지고기가 1등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1등 돼지고기는 어느 농장에서 생산하는 돼지고기일까? 그 돼지고기는 세계의 여러 돼지고기와 경쟁에서 맛으로 몇 등이나 할까? 대체육의 도전보다 먼저 닭고기와의 전쟁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10월호 104~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