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지인의 소개로 ‘월간 한돈미디어’를 읽고 아이디어나 좋은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는 이야기에 2023년부터는 괜찮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문위원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 페이지를 맡게 될 줄이야… 필자 자신을 돌이켜볼 때 1987부터 생산 현장과 사료 영업 현장을 2007년부터 원료돈(생돈) 유통과 위탁 사육 현장을 누비며 현재까지 오다 보니 필자는 박사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30년 이상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보고 겪었던 이야기를 과학적인 근거는 고려하지 않고 “조제혁의 돼지 이모저모”라는 코너로 이야기를 한번 풀어 볼까 한다. ☞ 정말 좋은 돼지는 어떤 걸까요? 현장을 다니면서 자주 물어봅니다. 사료 영업을 할 때는 두당 생산비 절감을 최종 목적으로 모돈회전율, 사료요구율, PSY, MSY 등등 농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소비자와 직접 부딪히는 돈육 유통 현장을 경험하면서 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지금도 농장은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농장 위주의 돼지라고 할까?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위주의 돼지를 내보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사료 영업 현장에서 계속 있었다면 생각하지 않았을 상황
축산물품질평가원 조사자료에 따르면 2021년 1회 평균 한돈 구매중량이 705g에서 729g으로 소폭 증가(3.4%)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엔데믹 영향으로 집밥 수요가 감소해 구매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과 다소 다른 결과이다. 이는 외식물가와 배달비 상승으로 집밥용 한돈 구매 시 1회당 구입량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평균 구매 중량 증가분보다 평균 구매금액은 상대적으로 줄었는데 이는 하락한 한돈 가격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통계청 발표에 따른 주요 품목 물가상승률에 따르면, 전체 외식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4%가 상승했는데 돈가스는 10%, 삼겹살은 8.6%의 상승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한돈 생산비 향상, 각종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결과로 전문가들은 외식 경기 전망을 중장기적으로 어둡게 보고 있다. 이른바 고깃값 상승으로 인한 프로틴플레이션(프로틴+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외식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소비자 한돈 구매패턴 분석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과 이후 한돈 구매 시 고려사항에 대해 유의미한 변동은 없었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품
1. 시작하며 1999년 입사 초 돼지고기는 그 누구보다 맛있게 먹었지만, 양돈은 깜깜부지였던 조무래기 시절 당시 주임이었던 한 선배가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발생 기사를 보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양돈산업은 위기야, 위기’ 그래서 곧 거센 파도와 같은 위기가 닥칠 줄만 알았다. 그리고 24년이 흐른 2023년 돼지고기는 농업생산액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쌀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오르며 가장 사랑받는 육류로 자리 잡았다. 1597년 명량 대첩에서 불리한 전력으로 일본에 맞서 싸울 때 이순신 장군이 있어 승리했던 것처럼 ‘어쩌면 한돈산업 위기의 순간순간에 우리도 모를 위인들이 있어 현재에 이르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돈산업은 위기였고 지금도 우리는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입 축산물은 사실상 무관세나 다름없고 환경(냄새) 규제가 강화되며 산업의 목을 조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더해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대체육과 세포 배양육 시장의 확대, 인구절벽, 양돈농가 감소, 질병 등 나열하기도 힘든 악재가 우리가 가는 길목에 도사리고 있다. 2. 가치(Value)란 무엇인가! 가치(Value)란 단어를 많이들 사용한다. 가치소비
1. 들어가며 ‘코로나’라는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생활이 제자리를 되찾고 우리의 모습도 따스한 봄 햇살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시작한다. 곳곳의 축제장과 관광지는 그간 느끼지 못한 자유를 누리려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많은 지자체는 다양한 행사로 화답하듯 우리를 맞이한다. 항상 먹거리가 넘쳤던 축제장은 다시 다양한 먹거리로 채워지고 주변 식당들은 오랜만에 봄나들이 손님을 맞이하며 활기를 찾고 있다. 한돈산업 사람들도 새로운 시작과 함께 한돈의 부흥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전년 같은 시기보다 돈가가 높다 하지만 사료 가격의 인상, 원재료비 상승을 감안하면 생산비를 충분히 보상받는 시세가 아니다. 작년 더위에 떨어진 수태율을 고려하면 족히 6,000원/kg을 넘어야 하는데 더 올라 주지 않는다. 4월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삼겹살 재고가 없어야 하는데 도축/가공업체의 삼겹 재고는 창고에 가득하다. 뒷다리 가격, 등심 가격의 지지로 간신히 적자는 면하고 있으나 5월부터 시작될 고돈가가 걱정이 된다. 코로나가 끝나고 새로운 시작이라 하지만 예년 같지 않다. 코로나가 끝나는 봄을 맞이했지만, 현재 한돈산업은 생산자/유통업체 모
■ 소설 속 삼겹살 소비 모습 조정래의 장편 소설 한강을 보면 독일에 광부로 파견되었던 이들이 삼겹살과 맥주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 중반쯤인데 소설을 잘 살펴보면 그 당시의 삼겹살 소비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의 한강에서 알 수 있는 건 1960년대 삼겹살은 지금처럼 소금에 찍어 먹는 시오야끼(소금구이) 스타일이 아니라 양념을 해서 구워 먹는 제육볶음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삼겹살 식당이라는 청주의 딸네집 만수네에서도 간장 양념을 하고 불판에 구웠다는 설이 있는데 초기 삼겹살 소비는 양념육 형태가 아니었을까 한다. ■ 시대 상황에 따른 돼지고기(삼겹살) 소비 1960년대만 해도 돼지고기는 비싼 식재료였다.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싸게 인식되고 서민의 기호식이 된 건 아마도 1970년대부터였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해본다. 1976년 경제성장으로 한우 소비가 급증해서 한우 가격 파동이 일어났다. 당시 최고의 외식은 한우 불고기와 로스구이였다. 한우 가격이 오르니 자연스럽게 식당에서는 한우를 대체하여 수출용 냉동 삼겹살을 구웠다. 1971년 일본이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가 되면서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1. 시작하며 어느덧 5월 가정의 달이 되었다. 3월 개학 시즌을 시작으로 5월이면 한돈의 최대 소비철로 접어드는 시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돈 소비철을 맞아 돼지고기 유통시장의 동향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려 한다. 앞서 한돈 소비철이라고 언급은 하였지만, 실제 한돈 소비철이 맞는지? 공급측면에 있어 생돈 공급량이 부족한 시기로 접어들면서 지육가격 상승이 되는 시기인지라 한돈 소비철이라고 불리는지? 고민을 한번 해 볼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2. 돼지고기 시장 소비 부분의 일반적인 패턴 돼지고기 시장의 소비 부분과 관련하여 큰 틀에서의 일반적인 패턴이 있다(소비의 일반적인 패턴일 뿐, 유통업체의 판매량이나 매출액을 감안한 소비패턴은 아님에 유의). 3. 한돈 소비철, 돼지고기 유통시장 동향 앞서 돼지고기 시장의 소비와 관련하여 일반적인 소비패턴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물론 필자가 생각하지 못한 소비측면의 이슈도 있을 것이고, 식생활의 변화, 경제상황,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부수적인 변화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돈은 1년 내내 꾸준한 소비철일지 모른다. 다만 계절마다 특정 부위의 소비가 다른 점과 계절별 공급량(도축량)의
1959년 홍콩에 생돈을 수출하면서 우리 양돈산업의 양돈 수출사는 시작한다. 이후 1960년대에는 냉동 지육을 수출하고 1971년 일본이 돼지고기 수입자유화가 되면서 1972년부터 부지런히 돼지고기 냉동 부분육을 수출한다. 일본이 자국의 양돈산업 보호를 위해서 돼지 한 마리 풀세트 정육을 수입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 전 세계 삼겹살의 거의 같은 모습으로 스펙이 정해졌을까? 양념 갈비 수요가 많아서 짝갈비 작업을 하던 것이 일본 수출을 하면서 베이컨 스펙으로 삼겹살을 작업했다. 1976년 한우 수요가 부족해서 한우 가격 파동이 일어나고 육류의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박정희 정부는 1978년부터 대일 돼지고기 수출을 중단한다. 다시 수출 시작한 건 1985년경이다. 이 시기에는 일본은 이미 덴마크 등에서 값싼 베이컨용 삼겹살을 수입했다. 국내 삼겹살 수요가 늘어서 국내 유통 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비싼 삼겹살은 내수용으로 생산하고 상대적으로 수출가격이 높은 등심, 안심, 뒷다리 중심으로 대일 수출이 다시 시작했다. 이런 수출이 1990년대 본격화되어 LPC가 건설되고 냉장 부분육을 대량 생산해서 수출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 구제역이 발생하고 대일 돼지
☞ 삼삼데이가 지났다. 대형마트에서 요즘 보기 드문 가격할인이다. 과거에 갑질할 때는 삼겹살을 생산 원가 이하로 세일을 자행했다. 요즘은 완전히 사라졌는지 줄 알았는데 100g에 1,140원에 50%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아마 과거와는 달리 공급업체와의 상호 합의에 따른 가격 책정이었을 것이다. 금천미트 사이트에 B2B 삼겹살 도매가격이 100g에 1,400원이 넘어가니 분명 원가 이하의 세일이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삼겹살이 팔려나간 것 같지 않다. 며칠 전 필자가 잘 아는 한돈전문지 기자가 전화를 해왔다. “육가공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지금 창고에 재고가 넘쳐서 이제는 이용한 창고 스페이스가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요?” “나(필자)도 모르지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육가공회사들이 자금 능력들이 있는 메이저들로 성장해서 창고가 넘치도록 삼겹살을 비축하고 가격의 폭락을 막아주고 있으니”, “봄에 일본 원전수 방류되면 단백질 파동이 일어날 거니 육류 가격 폭등할 거예요. 그걸 도박처럼 기대해야지요” 2020년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당시 한돈 뒷다리가격 하락 대책으로 ‘한돈 뒷다리살 소비촉진 방안 연구’ 용역을 수행할 때 사람들은 다들 코
설 이후 한돈과 한우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한우는 단군 이래 최대 사육두수를 기록하고 있으니 얼마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반면 한돈은 코로나 이후 보복적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서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가 수입되었다. 한돈 역시 사료값 인상에도 사육두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물가 상승 등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외식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설 지나면 소비는 늘 주춤했지’, ‘다시 오르겠지’ 등 긍정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돈 삼겹살 재고뿐 아니라 수입육 재고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2020년 한돈 뒷다리 재고 적체로 뒷다리가격이 폭락할 때 이제 돼지고기가 남아 돌아가는 시대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현실화하였다. 뒷다리는 냉장, 냉동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으니 냉동을 해도 육가공업체 손익에 큰 피해가 가지 않지만, 삼겹살은 냉장과 냉동 가격 차이가 있어서 삼겹살이 남아돌아서 냉동 비축을 하게 되면 육가공업체들이 작업두수를 줄여야 한다. 즉각적인 도매시장 지육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필자의 판단은 틀렸다. 이제 우리나라의 육가공업체들이 상당히 자금력을 확보한 건실
며칠 전 유명한 고기 유튜버를 만났다. 대화 중 그가 하는 말이 “ 박사님 참 이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고기를 좋아하고 맛을 즐기는데 반면 너무 고기를 모르는 것 같아요?” “나(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해요. 아마도 유교적 사회 분위기, 백정이라는 직업에 대한 천대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요?” “다른 측면에서는 고기를 깊이 접해 볼 역사적 시간이 없었거나”(물론 조선시대 양반 계급에서의 소고기 탐식문화는 소고기 세계사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다양한 소고기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그걸 우리는 지금 미국식 건식 조리법으로 망가트리고 있다). 답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우리가 너무 고기를 모르는 것은 사실이다. 유독 삼겹살만 좋아한다. 한우는 투뿔등심에 환장한다. 고기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고기의 정보란 고기의 부위에 따라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말한다), 남들이 좋아하는 부위에 다들 집착하는 것이다. 삼겹살 로스구이가 요리일까? 한우 생등심 구이가 요리일까? 그냥 고기 요리는 없이 생으로 구워 먹는다. 물론 구워지는 건 요리일 수도 있지만, 더욱 맛있게 변화를 가져오는 요리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지난 30여년간 참 많은 양돈농가 농장들을 만났다. 농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