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코로나’라는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생활이 제자리를 되찾고 우리의 모습도 따스한 봄 햇살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시작한다. 곳곳의 축제장과 관광지는 그간 느끼지 못한 자유를 누리려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많은 지자체는 다양한 행사로 화답하듯 우리를 맞이한다. 항상 먹거리가 넘쳤던 축제장은 다시 다양한 먹거리로 채워지고 주변 식당들은 오랜만에 봄나들이 손님을 맞이하며 활기를 찾고 있다. 한돈산업 사람들도 새로운 시작과 함께 한돈의 부흥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전년 같은 시기보다 돈가가 높다 하지만 사료 가격의 인상, 원재료비 상승을 감안하면 생산비를 충분히 보상받는 시세가 아니다. 작년 더위에 떨어진 수태율을 고려하면 족히 6,000원/kg을 넘어야 하는데 더 올라 주지 않는다. 4월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삼겹살 재고가 없어야 하는데 도축/가공업체의 삼겹 재고는 창고에 가득하다. 뒷다리 가격, 등심 가격의 지지로 간신히 적자는 면하고 있으나 5월부터 시작될 고돈가가 걱정이 된다. 코로나가 끝나고 새로운 시작이라 하지만 예년 같지 않다. 코로나가 끝나는 봄을 맞이했지만, 현재 한돈산업은 생산자/유통업체 모
■ 소설 속 삼겹살 소비 모습 조정래의 장편 소설 한강을 보면 독일에 광부로 파견되었던 이들이 삼겹살과 맥주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 중반쯤인데 소설을 잘 살펴보면 그 당시의 삼겹살 소비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의 한강에서 알 수 있는 건 1960년대 삼겹살은 지금처럼 소금에 찍어 먹는 시오야끼(소금구이) 스타일이 아니라 양념을 해서 구워 먹는 제육볶음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삼겹살 식당이라는 청주의 딸네집 만수네에서도 간장 양념을 하고 불판에 구웠다는 설이 있는데 초기 삼겹살 소비는 양념육 형태가 아니었을까 한다. ■ 시대 상황에 따른 돼지고기(삼겹살) 소비 1960년대만 해도 돼지고기는 비싼 식재료였다.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싸게 인식되고 서민의 기호식이 된 건 아마도 1970년대부터였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해본다. 1976년 경제성장으로 한우 소비가 급증해서 한우 가격 파동이 일어났다. 당시 최고의 외식은 한우 불고기와 로스구이였다. 한우 가격이 오르니 자연스럽게 식당에서는 한우를 대체하여 수출용 냉동 삼겹살을 구웠다. 1971년 일본이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가 되면서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1. 시작하며 어느덧 5월 가정의 달이 되었다. 3월 개학 시즌을 시작으로 5월이면 한돈의 최대 소비철로 접어드는 시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돈 소비철을 맞아 돼지고기 유통시장의 동향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려 한다. 앞서 한돈 소비철이라고 언급은 하였지만, 실제 한돈 소비철이 맞는지? 공급측면에 있어 생돈 공급량이 부족한 시기로 접어들면서 지육가격 상승이 되는 시기인지라 한돈 소비철이라고 불리는지? 고민을 한번 해 볼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2. 돼지고기 시장 소비 부분의 일반적인 패턴 돼지고기 시장의 소비 부분과 관련하여 큰 틀에서의 일반적인 패턴이 있다(소비의 일반적인 패턴일 뿐, 유통업체의 판매량이나 매출액을 감안한 소비패턴은 아님에 유의). 3. 한돈 소비철, 돼지고기 유통시장 동향 앞서 돼지고기 시장의 소비와 관련하여 일반적인 소비패턴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물론 필자가 생각하지 못한 소비측면의 이슈도 있을 것이고, 식생활의 변화, 경제상황,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부수적인 변화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돈은 1년 내내 꾸준한 소비철일지 모른다. 다만 계절마다 특정 부위의 소비가 다른 점과 계절별 공급량(도축량)의
1959년 홍콩에 생돈을 수출하면서 우리 양돈산업의 양돈 수출사는 시작한다. 이후 1960년대에는 냉동 지육을 수출하고 1971년 일본이 돼지고기 수입자유화가 되면서 1972년부터 부지런히 돼지고기 냉동 부분육을 수출한다. 일본이 자국의 양돈산업 보호를 위해서 돼지 한 마리 풀세트 정육을 수입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 전 세계 삼겹살의 거의 같은 모습으로 스펙이 정해졌을까? 양념 갈비 수요가 많아서 짝갈비 작업을 하던 것이 일본 수출을 하면서 베이컨 스펙으로 삼겹살을 작업했다. 1976년 한우 수요가 부족해서 한우 가격 파동이 일어나고 육류의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박정희 정부는 1978년부터 대일 돼지고기 수출을 중단한다. 다시 수출 시작한 건 1985년경이다. 이 시기에는 일본은 이미 덴마크 등에서 값싼 베이컨용 삼겹살을 수입했다. 국내 삼겹살 수요가 늘어서 국내 유통 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비싼 삼겹살은 내수용으로 생산하고 상대적으로 수출가격이 높은 등심, 안심, 뒷다리 중심으로 대일 수출이 다시 시작했다. 이런 수출이 1990년대 본격화되어 LPC가 건설되고 냉장 부분육을 대량 생산해서 수출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 구제역이 발생하고 대일 돼지
☞ 삼삼데이가 지났다. 대형마트에서 요즘 보기 드문 가격할인이다. 과거에 갑질할 때는 삼겹살을 생산 원가 이하로 세일을 자행했다. 요즘은 완전히 사라졌는지 줄 알았는데 100g에 1,140원에 50%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아마 과거와는 달리 공급업체와의 상호 합의에 따른 가격 책정이었을 것이다. 금천미트 사이트에 B2B 삼겹살 도매가격이 100g에 1,400원이 넘어가니 분명 원가 이하의 세일이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삼겹살이 팔려나간 것 같지 않다. 며칠 전 필자가 잘 아는 한돈전문지 기자가 전화를 해왔다. “육가공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지금 창고에 재고가 넘쳐서 이제는 이용한 창고 스페이스가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요?” “나(필자)도 모르지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육가공회사들이 자금 능력들이 있는 메이저들로 성장해서 창고가 넘치도록 삼겹살을 비축하고 가격의 폭락을 막아주고 있으니”, “봄에 일본 원전수 방류되면 단백질 파동이 일어날 거니 육류 가격 폭등할 거예요. 그걸 도박처럼 기대해야지요” 2020년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당시 한돈 뒷다리가격 하락 대책으로 ‘한돈 뒷다리살 소비촉진 방안 연구’ 용역을 수행할 때 사람들은 다들 코
설 이후 한돈과 한우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한우는 단군 이래 최대 사육두수를 기록하고 있으니 얼마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반면 한돈은 코로나 이후 보복적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서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가 수입되었다. 한돈 역시 사료값 인상에도 사육두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물가 상승 등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외식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설 지나면 소비는 늘 주춤했지’, ‘다시 오르겠지’ 등 긍정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돈 삼겹살 재고뿐 아니라 수입육 재고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2020년 한돈 뒷다리 재고 적체로 뒷다리가격이 폭락할 때 이제 돼지고기가 남아 돌아가는 시대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현실화하였다. 뒷다리는 냉장, 냉동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으니 냉동을 해도 육가공업체 손익에 큰 피해가 가지 않지만, 삼겹살은 냉장과 냉동 가격 차이가 있어서 삼겹살이 남아돌아서 냉동 비축을 하게 되면 육가공업체들이 작업두수를 줄여야 한다. 즉각적인 도매시장 지육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필자의 판단은 틀렸다. 이제 우리나라의 육가공업체들이 상당히 자금력을 확보한 건실
며칠 전 유명한 고기 유튜버를 만났다. 대화 중 그가 하는 말이 “ 박사님 참 이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고기를 좋아하고 맛을 즐기는데 반면 너무 고기를 모르는 것 같아요?” “나(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해요. 아마도 유교적 사회 분위기, 백정이라는 직업에 대한 천대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요?” “다른 측면에서는 고기를 깊이 접해 볼 역사적 시간이 없었거나”(물론 조선시대 양반 계급에서의 소고기 탐식문화는 소고기 세계사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다양한 소고기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그걸 우리는 지금 미국식 건식 조리법으로 망가트리고 있다). 답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우리가 너무 고기를 모르는 것은 사실이다. 유독 삼겹살만 좋아한다. 한우는 투뿔등심에 환장한다. 고기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고기의 정보란 고기의 부위에 따라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말한다), 남들이 좋아하는 부위에 다들 집착하는 것이다. 삼겹살 로스구이가 요리일까? 한우 생등심 구이가 요리일까? 그냥 고기 요리는 없이 생으로 구워 먹는다. 물론 구워지는 건 요리일 수도 있지만, 더욱 맛있게 변화를 가져오는 요리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지난 30여년간 참 많은 양돈농가 농장들을 만났다. 농장주
필자는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에 자문·섭외는 물론 출연으로 참여했었다. 2018년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방송작가나 유튜브 등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한돈 스토리텔링 자료집’ 용역을 의뢰받아서 한돈의 역사와 인문학적 자료들을 정리했다. 마침 다큐멘터리(삼겹살 랩소디) 제작에 참여하게 되어 ‘한돈 스토리텔링 자료집’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이어서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삼겹살의 시작’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돼지와 돼지고기의 역사와 인문학적인 책을 쓰게 됐다. 미트마케터로 활동했던 사람이 왜? 돼지와 돼지고기에 대한 역사와 인문학을 연구하고 삼겹살의 역사를 추적했을까? 필자가 삼겹살의 역사를 추적하게 된 것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때문이었다. 그는 방송에서 우리가 삼겹살을 좋아한 것이 삼겹살은 1970년대 일본에 등심과 안심을 수출하고 남는 값싼 부위여서 많이 접하게 되었다는 근거가 없는 소리를 했다. 심지어 우리의 양돈업이 전업화, 기업화된 것이 일본 자본에 의한 것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했다. 1970년대 삼겹살도 수출되었다는 걸 식육산업에 필자보다 먼저 종사했던 선배들에게 들었다. 일본 상사들이 대만에는 자본을 투자해서 대일 수출 양돈
양돈업계의 기존 패턴이 깨져 있는 상황 속에 2022년이 마무리되고,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띠 해”가 밝았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올 한해는 또 언제 시간이 가려나?” 생각하지만, 반대로 과거를 돌이켜보면 “시간 참 빠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23년 양돈시장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매년 축산 관련 각종 기관 및 동종업계에서 한해의 전망치를 내놓기 시작한다. 전망치가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마치 하나의 관례처럼 진행되어 오는 상황이다. 물론 필자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고 회사의 사업계획을 준비하면서 시장정보를 취합하고 나름대로 전망치를 생각한다. 하지만 생물을 움직이는 사업 특성상 여러 변수 요인이 작용하기에 그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들이 다소 답답한 면이 없지 않지만, 여러 전망자료(특히, 예상 지육가)로 사업 여부에 대해 전체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망자료를 토대로 일부 축산기업들의 경우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농장이나 육가공에서 사업 여부에 대한 모든 것을 전망치에 의존해서 결정 및 판단하는 사업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
2022년은 2020년부터 이어온 팬데믹(pandemic)에서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한해이다. 이제는 2022년의 변화를 하나씩 되짚어보고 2023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1. 2022년 한돈업계 주요 이슈 2022년 12월이 되어서 회고면 하자면 상기와 같다. 그런데 이는 이미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다음 내용은 필자가 2021년 12월에 타 전문지에 기고했던 내용이다. 2021년 12월 예상했던 것처럼 모든 물가는 치솟았고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 축소) 금리 인상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와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제불황 속 물가상승)이 시작되었던 2022년이었다. 원료돈은 공급량 증가가 예상되었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돼지유행성설사병(PED)으로 하절기 감소폭이 컸으나 10월이 되면서 출하두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엔데믹으로 사람들의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2022년 2/4분기 초기 보복적인 외식소비가 일어났었다. 각종 모임과 야외활동, 그리고 2년여간의 답답했던 마음을 보복적인 활동량 증대와 외식소비로 해소한 듯하다. 또한 끝없이 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