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한돈미디어 22년 11월호, 한돈의 우월성 스토리화로 고객에게 다양성을 제공하다.

이 준 범 영업부문장 / 선진 식육유통BU

2022년은 수입 돈육의 수입량이 근 10여년 중 가장 폭증한 한 해가 될 듯하다.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로 인한 증가로 판단되는데, 한돈업계 종사자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다가올 수입 돈육과의 경쟁우위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수립할 적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 한돈과 수입 돈육은 근본부터 다르다.

 

근본적으로 수입 돼지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는 유전형질과 육종 방향이 다르다. 유럽과 미국의 식문화, 특히 돼지고기 식문화는 적육을 갈아서 햄과 소시지를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적육량이 많이 나오도록 육종되어 왔다. 물론 미국의 베이컨도 있지만, 베이컨은 적육량을 늘리고 지방량을 줄이는 육종을 하더라도 나올 수밖에 없는 삼겹살의 근간지방을 햄·소시지가 아닌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돼지 한 마리의 가치를 CL(chemical Lean)이라는 지표를 사용하였다. 말 그대로 살코기 비율로 살코기 비율이 높을수록 높은 가치로 평가되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구이문화로 인해 삼겹살과 목살, 특수부위의 가치가 높게 인정받고 적육량이 많은 뒷다리살, 앞다리살, 등심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일본에 야끼니꾸가 있다고는 하나 7세기부터 메이지유신 때까지 1,200년을 육식 금지했던 일본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고기 같지 않은 고기로 국민들의 체력증진을 노렸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식문화가 바로 돈까스와 스키야키 정도이다.

 

2. 왜 구이문화가 발생했을까?

 

주제에서 벗어나 좀 더 첨언하자면 상기와 같이 유럽의 햄·소시지 문화와 우리나라의 독특한 구이문화와 같이 나뉜 원인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필자의 추정으로는 아마도 희소성과 저장기술이 아닐까 싶다. 유럽은 우리나라보다는 돼지고기의 희소성이 적었고 그래서 저장하기 위해 소금으로 처리를 했는데, 보관하면서 특유의 냄새를 잡기 위해 후추를 사용했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후추는 유럽의 근대사에 상당히 중요한 향신료가 되었고 향신료를 직접 조달하고자 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육로의 중간상을 거치지 않은 해상로를 개발하면서 근대사가 형성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고기는 돼지고기가 아닌 소고기가 주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소는 역용으로도 쓰이고 들판의 목초가 먹이였는데, 사람 먹을 음식도 부족했던 시대에 잡식성 돼지는 그야말로 일부러 키우기는 어려운 축종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희소한 돼지고기는 다양한 조리문화가 발달하기보다는 도축하자마자 부패하기 전에 먹어서 소진해야 했고, 도축 즉시 소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절단하여 구워 취식하는 것이었으리라 추정해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수입 돼지고기와 한돈은 육질이나 유전형질적으로 다른 목적으로 육종되어왔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으로는 전혀 다른 식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같은 제품군으로 취급되고 비교되고 대체되고 있는 것일까? 돼지고기가 다 똑같은 돼지고기지…, 삼겹살이 다 똑같은 삼겹살이지…. 이런 개념과 시각 때문이 아닐까 추론해본다.

 

 

수입 돼지고기와 한돈은 다른 돼지고기이고 한돈 중에서도 정성들인 돼지고기와 최소비용으로 만든 돼지고기는 고객이 취식할 때 느낌과 식감, 신선도, 가치가 다른데, 다 똑같은 돼지고기 취급해왔기 때문에 이제와서는 수입육에 한돈의 위상을 뺏길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3. 수입 돼지고기와 한돈은 무엇이 다를까?

 

이제부터라도 논점을 바꿔야 한다. 수입 돈육은 살코기 목적으로 육종되어왔고 한돈은 구이 목적으로 종돈 개량, 육종해왔는데 이러한 차이점을 인식화 하기 위해선 ‘품종’ 논리로 이끌어 가야 하겠다. 같은 한돈도 품종이 다양하다. 3원 교잡, 5원 교잡 등 다양하지만 육질 품질을 위해서 교잡하는 품종에 대한 차별성을 논점화 해야 하겠다. 그리고 스페인산 이베리코 돈육의 성공사례와 같이 품종과 사양관리, 사료 급이 프로그램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돈의 다양한 교잡품종을 각각 품종과 사양과 사료 급이 프로그램을 스토리로 풀어나가고 또 그것을 일반 고객들에게 인지시켜 나갈 때 비로소 한돈과 수입 돈육이 다르다는 인식이 생성될 것이다. 한돈은 맛있는 구이 부위를 만들기 위해 어떤 품종을 교잡했고 또 살코기와 지방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서 또는 지방 풍미를 좋게 하려면 어떠한 과정의 사양관리와 사료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브랜드육마다의 고유의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인지시켜야 한다.

 

4. 생산성 극대화를 가치생산성 극대화로 바꿔보자.

 

생산성은 모든 산업이 극대화해야 하는 기본적인 지표이다. 양돈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생산성 극대화가 지상과제이다. 다산성 품종, 일당증체량, MSY 등 생산성을 위해 다양한 지표로 개선관리를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한돈산업 종사자들도 돼지가 다 똑같은 돼지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든다. 빨리 많이 키워서 규격돈이면 되지….

 

 

이 문장 속에는 다 똑같은 돼지라는 인식이 기저에 있지 않은가? 그래서 브랜드육 업체에서도 최종소비자가 선호하는 품종, 지육 중량, 등지방 두께, 지방 풍미, 살코기와 지방의 조화 등 관점에서 좀 더 가치 있는 기준을 설정하고 더 높은 지급률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양돈농가에서 더 높은 지급률을 받을 수 있는, 즉 최종 소비자가 더 가치를 지불하는 돼지를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하겠다.

 

45만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돼지 100마리를 출하하는 것보다 48만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돼지 95마리를 키우는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도매가 기준 구이 부위 2,000원/kg을 더 가치 있게 판매하면 두당 35,000원이 된다. 당사 기준 냉장 삼겹살의 품질에 따라 kg당 3,000~4,000원은 도매가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가 합심하여 한돈의 고품질화를 결의하고 실행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5. 한돈은 실패가 없어

 

돼지고기를 먹고 탈이 나거나 냄새 때문에 문제 되었던 기억이 있는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한번 탈이 나거나 냄새로 문제가 되면 돼지고기, 특히 한돈에 대한 의심 또는 거부감이 생긴다. 돼지고기 취식 시 실패라면 냄새와 떡 지방일 것이다.

 

냄새는 주로 도축 시 탕박방식과 청결도, 지육예냉 시 심부 온도관리, 도축장 외부 가공장, 제품화된 식육의 유통과정에서의 심부 온도관리 등이다. 물론 사육과정에서의 이취요소도 있지만 대부분 도축 이후의 과정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도축 가공공정의 전반적인 위생 기준을 높이고 강도 높게 관리하고 관리 수준에 따른 그레이딩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다들 Cold Chain System이라고 하는데 정작 제품의 심부 온도관리가 아닌 외기온도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이 맹점이다. 식육의 온도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니만큼 본질적인 목적에 맞는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한편 떡 지방은 주로 사육과정에서 발생한다. 일당증체량 극대화를 위해서 돼지의 성장단계별 맞춤 사양보다는 체중을 늘리는데 집중할 때 주로 발생하는 것이다.

 

상기한 가치생산성 극대화 측면에서 최고의 일당 증체보다는 성장구간별 최적의 증체로 관리기준이 바뀌어야 하겠다. 이러한 실패의 요인을 최소화하는데 한돈산업 관련자들이 같은 방향성(가치생산성 극대화)을 공감할 때 ‘한돈은 실패가 없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6. 진실성 있는 공감대부터 시작이다.

 

상기한 여러 가지 수입 돈육 대비 차별우위 요소들은 비단 몇몇 사람 몇몇 업체만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빠르면 우리들의 세대에 다소 지연된다면 다음 세대에 ‘한돈과 수입 돈육은 다른 제품’이라는 인식과 수입 돈육의 낮은 가격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돈의 포지셔닝을 위해서는 양돈농가, 종돈업체, 사료회사, 육가공회사가 같은 방향성을 공감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생산성 극대화가 아닌 가치생산성 극대화가 정답일 것이다.

 

7.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가치란?

 

와인산업을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와인인데 한 병에 5천원부터 기백만원까지 참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와인은 바디감, 당도, 풍미, 포도 원산지, 빈티지 등도 다양하지만 와인잔도 와인병도 다양하다. 한껏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뽐내는 수만 가지 와인을 볼 때 와인 제조사 각자 자기만의 스토리와 생산기법으로 자기만의 가치를 만들어내 자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중에는 가격이 차별점인 곳도 있을 것이다.

 

 

핵심은 각자가 자기만의 스토리와 특징을 진실성 있게 만들어 갈 때 고객에게는 수만 가지의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고, 그러한 선택지는 와인문화 전체를 조금씩 대중화하고 재미있게 하고 독특한 문화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것이다. 우리의 한돈도 와인의 수만 가지 선택지와 같이 각자의 가치생산성 극대화 노력과 고유의 유니크한 스토리를 만들어갈 때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한돈만의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11월호 74~79p 【원고는 ☞ jblee@sj.co.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