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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는 더 이상 한우고기의 대체재가 아니다.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1948년 3월 5일 경향 신문의 기사 내용을 보면 일할 소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것을 염려해서 전국의 돼지들을 수집해서 경기도 일원에서 사육해 서울에 소고기 대체재로 돼지고기를 공급한다는 기사가 있다.

 

 

1980년대 축산대학을 다닌 필자는 축산물 유통 시간에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대체재의 관계에 있다고 배웠다.

 

소고기 가격이 높아지면 돼지고기를 사 먹는다?

돼지고기 가격이 높아져서 소고기를 사 먹게 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교차탄력성은 매우 민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대체재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시장의 너무나 복잡해졌다. 그런데도 아직도 사람들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대체재라고 생각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이제 상호 대체재의 역할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선택하는 독립재가 되어 가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육이라 하면 돼지고기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육이라고 하면 소고기를 의미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소고기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중국 사람들 이외에 전 세계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육이라고 하면 소고기를 의미하고 있지 않을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소고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1970년대 경제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소고기 소비가 폭증한다.

1973년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2kg이었다. 당시는 수입 소고기가 없었으니 약간의 육우를 제외하면 소고기 소비량 2kg은 100% 한우고기였다. 생산주기가 긴 소고기는 1976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그래서 1970년대 한우 로스구이 외식이 유행했었는데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삼겹살이 차지하기 시작한다.

 

1970년 130만두인 한우 사육두수는 1980년 152만두, 1990년 162만두, 2020년 336만두로 이제 겨우 1970년도의 두 배 조금 늘어났다. 2018년 12.6kg의 소고기 소비량 중 한우고기의 소비량의 4kg 정도다. 1970년대에 두 배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반면 돼지고기는 1970년 1인당 소비량 2.6kg에서 2018년 25.2kg으로 10배로 늘어났으며 사육두수 역시 1970년 112만두에서 2020년 1,100만두로 약 10배 증가했다.

 

이런 물량적인 증가세는 단순히 소고기의 대체재로 돼지고기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돼지고기에 대한 애착이 깊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 민족이 유난히 돼지고기에 대한 애착이 큰 것이 중국의 영향과 고구려, 부여 등 북방계 민족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수입 소고기가 수입되어서 소비하는 만큼 소고기의 공급이 가능해졌지만, 소고기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았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소비 균형이 1:2:1을 유지하고 있는 건 우리 민족이 유독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해석하면 건식 조리법인 로스구이가 1970년대 이후 육류 소비의 트렌드가 되면서 단순히 불판에 고기를 굽고 소금 후추에 찍어서 고기를 먹는 건 제일이 한우 투플등심이고 다음의 한돈 삼겹살이다. 수입 소고기들보다도 한돈 삼겹살 로스구이를 우리가 더 좋아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금까지 육류 소비의 강력한 트렌드가 되어 오고 있다. 만약 양념육이 최근 육류 소비의 트렌드였다면 수입 소고기의 소비가 지금보다 많았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이 소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이건 사실이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박사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소고기를 가장 많은 부위로 나누어 먹는 민족이 되었다. 어떤 이들의 해석처럼 너무 먹을 것이 없어서 고기 한 점 한점을 찾아 먹은 것이 아니다. 먹을 것이 없을 때 고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먹는 건 삶아 먹으면 된다. 조선시대 권력층 양반계급은 소고기를 미식으로 즐겼다. 우리 조상들이 돼지는 삶아 먹어서 1990년대까지도 부위별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농촌 공동체 사회였던 조선에서 돼지고기는 농가 여인네들의 부업으로 자급자족하는 식품이었다. 쉽게 상하는 돼지고기는 관혼상제나 마을 잔치 때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삶고 끓이고 해서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는 고기였다. 반면 1250년 몽골의 간섭기에 개성에 온 몽골 사람들이 소를 잡아먹기 시작했는데 이걸 보고 고려의 권력자들이 소고기를 즐겼고 성리학 국가인 조선 건국 후 양반들의 소고기 미식은 그들만의 호화로운 미식 생활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소고기를 가장 먼저 미식으로 즐겼던 민족이 되었다. 우리 민족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보유한 것처럼 우리 민족이 세계 최초의 소고기 미식을 즐겼다. 인류사에서 가장 소고기를 좋아하는 영국도 1400년경에는 소고기를 요리를 잘 즐기지 않았으면 산업혁명기인 1750년경에 들어서야 육우를 개량하여 소고기를 맛으로 먹기 시작했다. 14세기 유럽 사회에서는 소가 살아 있는 일꾼이나 우유 배달원의 역할보다 요리 냄비 역할을 덜 했다.

 

과거 고기는 권력자들의 몫이었다.

민중은 잔치나 관혼상제 같은 특별한 날에 겨우 고기 맛을 볼 수 있었다. 소고기를 맛을 평생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흔한 것이 고기가 되었다. 소비가 보편화된 돼지고기는 물가 안정의 핵심이 되어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가격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을 살펴보면 2005년까지는 돼지고기의 소비량은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3종의 육류 소비량의 50%가 넘었다. 그러나 2018년에는 48.6% 선으로 50% 선이 무너졌다. 2020년에는 전체 육류 소비량이 53.7kg인데 돼지고기 소비량은 26.00kg으로 48.4%다. 점점 육류 소비에서 돼지고기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0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소고기 13.00kg, 돼지고기 26.00kg, 닭고기 14.7kg이다. 저성장 고령화 사회가 된 우리나라에서 전체 인구는 감소할 것이다. 육류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돼지고기의 소비량도 줄기 시작한다면 지금 규모의 한돈산업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까지 돼지고기는 소고기의 대체재로 가격을 민감하게 생각했다. 지금도 물가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수입육 관세부터 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보면 역시 돼지고기는 값싼 육류의 공급이 산업의 목적이었던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생각은 올드노멀한 생각이다. 이제 돼지고기는 돼지고기만의 맛으로 승부하는 미식의 고기다. 더 맛있는 돼지고기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생산비를 투여해도 좋다. 지금까지 양돈산업은 돼지 한 마리를 30~40만원 생산비를 투입해서 생산해서 40~50만원 받고 판매하면 행복한 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돈산업은 돼지 한 마리를 100만원 들여서 키워서 200만원 받아야 하는 시대를살고 있다. 이걸 기억해야 우리 한돈산업의 미래가 있다. 양적 성장의 시대가 아니라 질적 만족의 시대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7월호 104~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