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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중국인은 고기하면 돼지고기인데, 우리 민족은 고기하면 소고기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소고기를 좋아하고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일까? 1인당 육류 소비량 통계를 집계하던 1957년부터 돼지고기는 지금까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에도 육류 소비량의 48%가 돼지고기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닭고기 소비가 돼지고기 소비량을 앞서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걸 어떻게 해설할지 모르겠다.

 

부여, 고구려의 후예라 돼지고기를 원래 좋아하는 민족이기 때문일까? 정부의 정책상 돼지고기 소비를 지속해서 장려해서일까? 1982년 조선일보 사설 ‘보리밥과 돼지고기’에서 우리가 돼지고기를 입으로는 좋아하면서 돼지고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지 알 수 있다.

 

 

 

정부는 1980년대까지 돼지고기 소비를 의도적으로 장려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냄새가 나서, 한의학에서 부정적이라, 비계가 많아서 등 여러 이유로 돼지고기를 기피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우리 민족이 돼지고기를 잘 안 먹었다는 건 양반계급, 한양의 소비문화였다. 유교 국가의 배청사상 영향이었다고 한다. 농민이 90% 이상이던 조선의 농촌에서는 비료 생산을 위해 돼지를 키우고 돼지고기를 자급자족했다.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는 압축성장을 통해 소득이 높아지면서 육식 소비가 늘어난다. 값싼 노동력만이 유일한 자원이던 나라에서 노동자들의 값싼 인건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값싼 식료품을 공급하는 길밖에 없었다. 외화가 없던 시절이니 농촌, 농민, 농업을 쥐어짜서라도 값싼 농축산물을 생산해 내야 했다. 이런 정책이 지금은 농촌 소멸 현상을 만든 것이다.

 

 

삼겹살 구이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고려대학교 사회학 교수가 쓴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에너지였다라는 나의 주장을 사회학계에서도 동의하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 신문기사를 보면 돼지고기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기사들이 넘쳐난다. 돼지고기 요리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도 상당히 지속되어 왔다. 그 결과 코로나 기간 중 가정 내에서의 한돈 소비량이 늘어나 산지 가격의 하락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가격 폭증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과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완전 해제 등 사적 모임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이 모두 해제되면서 육류 소비가 급증하여 육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민생안정 방안으로 소고기와 닭고기, 돼지고기, 분유, 커피 원두 등 7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제는 국내에서 값싼 식료품을 생산 공급하던 1970~80년대와는 달리 값싼 외국의 식료품을 수입해서 국내 물가를 잡아 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국립 축산과학원에서 2020년 조사한 2019 한국인의 돼지고기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주부들은 국산 돼지고기로 수입 돼지고기보다 2배 이상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반 브랜드 돈육으로 런칭하면서 냉장육은 좋은 돼지고기, 냉동육은 품질이 나쁜 돼지고기라는 브랜드 돈육업체들의 마케팅 결과물이다.

 

(사)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통계 자료를 참고하면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수입 돼지고기의 201,387톤 중 냉동육은 191,241톤, 냉장육은 10,146톤으로 냉동육이 전체 수입 돼지고기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냉동으로 유통되는 수입육은 품질면에서 냉장 한돈을 못 이긴다고 인식하고 있다. 삼겹살 가격은 이마트몰 2022년 7월 29일 기준으로 수입 냉동 삼겹살은 100g당 1,169원 국내산 삼겹살은 100g당 2,310원으로 두 배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트에서는 한돈 냉장 삼겹살이 수입 냉동 삼겹살보다 더 잘 팔렸다.

 

저렴한 수입 냉동 삼겹살의 소비 촉진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은 현행 금지된 냉동육의 해동 유통의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이다. 이에 일반 식당 등의 해동육 유통의 규제 완화와 마트 등 식육 판매처에서의 해동육 유통의 규제 완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가 수입 해동육을 직접 소비할 기회가 생기면 할당관세 인하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눈으로 고기를 먹는 나라이다. 눈으로 보는 마블링으로 소고기 맛을 판단한다. 눈으로 본 냉장육은 맛있는 고기, 냉동육은 맛없는 고기라고 마음속으로 이미 정답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1990년대 초반 하이포크 브랜드 육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 하이포크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외쳤다. 이는 냉동 삼겹살 시장이 주류였던 당시의 재래 식육 시장과의 경쟁에서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이후 수입 돼지고기와의 경쟁에서 그의 유일한 무기가 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동육 유통이 금지된 나라이다.

냉동 수입육이 해동되어 국내산으로 둔갑 판매되는 걸 막기 위해서이다. 해동육 유통의 금지는 수입 냉동육의 유통에 치명적인 한계가 되어 와서 국내산 고기들에게 아주 유리한 점이 많았지만 물가 안정이 축산농가의 보호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해동육 유통을 허가할지도 모른다.

 

이에 한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 한돈만으로는 전 세계의 돼지고기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걸 명심하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제는 값싼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시대가 아니라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해야 하는 시대이다. 한우는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맛이 있으니 수입육과는 차별화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한돈은 냉장육이라는 물성의 차이와 해동육 유통의 금지라는 규제로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9월호 104~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