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8 (목)

  • 맑음동두천 -8.7℃
  • 맑음강릉 -5.4℃
  • 맑음서울 -7.3℃
  • 맑음대전 -6.9℃
  • 맑음대구 -4.3℃
  • 맑음울산 -4.2℃
  • 맑음광주 -2.7℃
  • 맑음부산 -2.5℃
  • 흐림고창 -2.5℃
  • 흐림제주 5.1℃
  • 맑음강화 -8.3℃
  • 맑음보은 -7.3℃
  • 맑음금산 -8.0℃
  • 맑음강진군 -1.1℃
  • 맑음경주시 -4.6℃
  • 맑음거제 -1.3℃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2026년 한돈시장의 불안감은 무엇일까? / 김태경 박사

 

 

(1) 프롤로그 : 숫자의 착시와 현장의 비명

2025년 한돈산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불안한 균형 위에서 춤춘 한 해’였다. 축산 통계 지표상으로 농가 수취 가격은 꽤 준수했다. 연평균 돈가는 농가의 손익분기점을 상회했고, 표면적으로는 큰 위기 없이 지나간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숫자를 들고 육가공 현장이나 식당, 정육점을 찾아가면 전혀 다른 온도의 비명이 들려온다.

 

“고기가 안 팔린다” 이것은 2024년부터 이어진 만성적인 저성장의 그늘이다. 소비가 안 되는데 가격이 좋다? 경제학 원론의 수요-공급 곡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스태그플레이션형 고돈가 ’ 현상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했는가. 2025년 시장을 지탱한 것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믿어왔던 ‘삼겹살 신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후지(뒷다리살)’의 반란, 그리고 수입육 시장의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2) 삼겹살의 몰락과 육가공 업체의 생존 방정식

지난 30년간 한국 양돈산업을 지탱해 온 것은 단연 삼겹살이었다. ‘한 마리를 잡으면 삼겹살로 원가를 뽑고, 나머지 부위로 이익을 남긴다’는 것이 육가공 업체의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2025년 이 공식은 처참하게 깨졌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는 외식시장을 직격했다. 1인분에 2만원을 훌쩍 넘긴 삼겹살 식당에서 회식은 사라졌고, 가정 내 소비 역시 위축됐다. 대형마트의 삼겹살 할인 행사할 때만 반짝 소비가 일어날 뿐 상시 소비 기반은 무너졌다. 육가공 업체 냉동 창고에는 팔리지 않은 재고 삼겹살이 쌓여갔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삼겹살 가격 폭락으로 인해 지육 가격(돈가)이 곤두박질쳤어야 했다.

 

하지만 육가공 업체들은 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경영 수지를 맞췄다. 삼겹살에서 까먹은 이익을 엉뚱한 곳 바로 ‘뒷다리살’에서 메웠기 때문이다. 2025년 한돈 뒷다리 도매가격은 전례 없는 강세를 보였다. 이것이 2025년 한돈시장을 해석하는 핵심 키워드다. 소비자가 선호 부위(삼겹살)를 외면할 때 시장은 비선호 부위(뒷다리, 등심)의 가치를 재평가하며 전체 지육의 가치(Total Carcass Value)를 방어해 낸 것이다.

 

 

(3) 왜 ‘뒷다리’였는가 : 불황형 소비와 대체재의 링크

그렇다면 왜 하필 뒷다리였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거시적 요인이 작용했다.

①첫째, ‘초저가 단백질’에 대한 갈망이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은 비싼 구이용 고기 대신 저렴한 불고기감, 찌개용 고기를 찾았다. HMR(가정간편식) 시장과 밀키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여기에 들어가는 원료육 수요가 급증했다. 학교 급식과 단체 급식에서도 예산 제약 때문에 비싼 부위를 쓸 수 없었다. 이 모든 수요가 한돈 뒷다리로 쏠렸다. 다시 말하면 비자발적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②둘째, ‘미국산 목전지’와의 가격 동조화(Coupling) 현상이다.

이것이 2025년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한국 육가공 시장, 특히 양념육과 식자재 시장에서 한돈 뒷다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미국산 목전지(Boston Butt + Picnic)다. 통상적으로 미국산 목전지가 저렴하게 깔리면 한돈 뒷다리 가격은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나 2025년에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의 인건비 상승, 물류비 증가, 그리고 미국 내수 소비 변화 등으로 인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목전지 오퍼(Offer)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했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가 겹치며 수입 원가가 치솟았다.

 

“수입 목전지를 쓰느니 차라리 신선한 한돈 뒷다리를 쓰겠다” 식자재 마트와 가공 업체들의 판단이 바뀌었다. 수입산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자 수요가 국산 저지방 부위로 급선회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2025년 한돈 뒷다리 가격의 상승은 한돈 자체의 마케팅 승리라기보다는 경쟁재인 미국산 목전지의 가격 상승이 만들어낸 ‘반사이익’이었다.

 

(4) 2025년의 결산 : 외발자전거를 탄 호황

결국 2025년의 한돈산업은 삼겹살이라는 한쪽 바퀴가 빠진 채 뒷다리라는 다른 바퀴로 위태롭게 굴러간 ‘외발자전거’와 같았다. 육가공 업체들은 삼겹살 가격을 낮춰서라도 재고를 털어냈지만, 높아진 뒷다리 가격 덕분에 마리당 정산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이는 농가 수취 가격의 지지로 이어졌다. 농가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나 산업 전체로 보면 이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다. ‘선호 부위가 이익을 주도하는 시장’에서 ‘비선호 부위가 손실을 방어하는 시장’으로의 전환 이것은 시장이 그만큼 척박해졌음을 의미한다.

 

2025년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돈산업의 운명이 이제는 미국산 수입육, 그중에서도 목전지의 가격 변동성에 종속될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다. 우리는 뒷다리가격의 상승을 ‘한돈 저지방 부위의 재발견’이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환율과 국제 시세라는 외부 방파제가 우리를 지켜준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제 2026년 그 방파제에 거대한 균열이 예고된다.

 

 

(1) 시나리오의 전환

2025년이 ‘운이 좋았던 해’라면 2026년은 ‘실력이 드러나는 해’가 될 것이다. 앞에서 분석했듯 지난 1년 한돈 가격을 지탱한 핵심축은 ‘미국산 목전지의 고단가’에 따른 ‘한돈 뒷다리의 가격 방어’였다. 그러나 2026년 전망 기상도는 곳곳이 먹구름이다. 가장 큰 위협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불어오고 있다. 미국 돈육 수출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목전지 덤핑’에 가까운 물량 공세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미국의 움직임 : “한국 시장을 탈환하라”

미국 축산업계의 2026년 전략은 명확하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멕시코 등 기존 주요 수출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시점에서,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현금인출기(Cash Cow)’다. 특히 2025년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점유율이 가격 저항으로 인해 주춤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주요 메이저 패커(Packer)들 간의 출혈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감지되는 신호들이 있다. 시카고 선물 시장의 움직임과 미국 현지 도축두수의 증가세는 수출 압력을 높이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외식 물가 상승과 소비 침체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는 지금 싼 고기를 원한다” 이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은 목전지 수출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환율이 다소 안정화되거나 혹은 환율 부담을 상쇄할 만큼 오퍼 가격을 낮춰서라도 물량을 밀어낼 것이다.

 

 

(3) 나비효과 : 목전지의 하락이 가져올 재앙

만약 2026년에 미국산 목전지 가격이 2025년 대비 10~15% 하락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것은 단순한 수입육 가격 하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돈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도미노 게임의 시작이다.

①단계 1 : 한돈 뒷다리 수요의 이탈

2025년 한돈 뒷다리를 썼던 식자재 업체, 급식 업체, 육가공 공장들이 다시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다. “미국산이 다시 싸졌네? 그럼 갈아타야지” 냉정한 자본의 논리다. 뒷다리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2025년 kg당 4,000~5,000원대를 호가하며 육가공 수지를 맞춰주었던 뒷다리 가격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②단계 2 : 육가공 업체의 적자 전환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다. 2026년에도 한돈 소비, 특히 삼겹살 구이 소비는 획기적으로 늘어날 기미가 없다. 다시 말하면 삼겹살 가격은 여전히 약세일 것이다. 그런데 믿었던 뒷다리 가격마저 무너진다면? 육가공 업체가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얻을 수 있는 총매출(Total Sales)이 돼지를 사 오는 생돈 원가(Cost)보다 낮아지는 ‘역마진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③단계 3 : 작업 물량 축소와 돈가 하락

적자를 보면서 돼지를 잡을 육가공 업체는 없다. 그들은 경영 방어를 위해 작업두수를 줄일 것이다(Slaughter Reduction). 농가는 돼지를 출하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육가공이 줄어드는 병목 현상을 겪게 된다. 도매시장에 잉여 물량이 쏟아지거나, 농가에서 출하가 지연되어 과체중돈(떡지방)이 발생한다. 이는 결국 도매시장 경락 가격(돈가)의 급락으로 이어진다.

 

(4) 최악의 시나리오 : 시장 점유율의 구조적 하락

더 무서운 것은 가격 하락 그 자체가 아니다.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의 영구적 상실’이다. 육가공 업체가 경영난으로 가동률을 줄이면, 시중에 유통되는 한돈의 총량(Q)이 줄어든다. 비어버린 그 자리는 누가 채우는가? 저렴한 수입육이 채운다. 한번 수입육으로 돌아선 급식처나 식당이 다시 한돈으로 돌아오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다시 말하면 2026년의 위기는 단순한 사이클상의 저점이 아니라, 한돈의 식량 자급률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구조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 에필로그 :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불길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시장은 희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2026년 한돈산업이 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①첫째,‘ 삼겹살 마케팅’에서 ‘저지방 숙성육 마케팅’으로의 전환이다.

뒷다리가격이 수입 목전지에 휘둘리지 않도록, 한돈 뒷다리만의 독자적인 프리미엄 시장(고급 햄, 하몽, 숙성 불고기 등)을 구축하여 가격 탄력성을 낮춰야 한다. 싼 가격 때문에 먹는 고기가 아니라, 맛있어서 먹는 고기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②둘째, 육가공 업체와의 상생 모델 재구축이다.

농가 수취 가격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파트너인 육가공 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적정 마진을 보장하는 가격 결정 구조(지급률 조정 등)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육가공이 무너지면 농가의 돼지를 받아줄 곳은 없다.

 

2025년은 ‘뒷다리’가 우리를 구했다. 하지만 2026년 미국산 목전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한돈 뒷다리는 더 이상 방패가 되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운이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한돈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6년 1월호 96~100p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