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식품으로 인정받으며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품 중 하나인 국산 우유.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멸균유의 수입량 급증 등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료 수급 여건 불안정, 취약한 노동조건 등으로 낙농가의 목장 경영의 어려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2023 낙농경영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목장 경영에 있어 어려운 점으로는, ①부채 문제(45.6%), ②환경문제(23.1%), ③건강 문제(16.8%), ④여가시간 부족(7.4%), ⑤후계자 문제(4.6%) 등으로 나타나, 예년과 같이 ‘부채’와 ‘환경문제’가 목장 경영 압박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농가 호당 평균 부채액은 681백만원으로 2022년 대비 95백만원(33%p) 증가했다. 특히 4억원 이상 고액 부채비율은 약 76.0%로 2022년 대비 26.5%p 증가했다. 부채 발생 원인으로는 ①시설투자(33.5%), ②사료구입(24.9%), ③쿼터매입(19.0%) 순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화와 청년 부족 문제가 나날이 가중돼 낙농산업에서도 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낙농정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후계자 유무 및 향후 육성계획과 관련하여 32.9%만이 후계자가 있으며 44.9%의 응답자가 후계자를 비롯해 육성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실제 23년 낙농가의 경영주 연령은 40대(18.5%), 50대(21.2%), 60대(44%)로 고령화를 나타내고 있어 낙농산업의 미래에 심각한 빨간불이 켜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국내 낙농가들은 품질 좋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365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세균질병과가 수행한 '2023년 원유 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집유 된 원유의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이 69.13%로 전년도 대비 4.25%포인트 증가했다.
국내 원유 등급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편으로, 특히 젖소 개체별 사양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더위에 취약한 소의 특성을 고려해 지붕에 차광막을 설치하거나 안개 분무를 사용하는 등 환경 개선에도 힘쓴다. 국내 원유 등급 체계는 다른 국가들보다 더욱 엄격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국산 우유의 최고 품질 등급은 1A 등급으로, 원유 1㎖당 체세포수가 20만개 미만, 세균수가 3만개 미만일 때 부여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인 덴마크와 같은 수준이다.
한편 우유와 유제품 소비량은 육류, 쌀 소비량에 비해 높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원유 자급률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또 2026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우유와 유제품이 무관세로 수입되기 시작하면 현재 45.8%에 불과한 자급률이 더욱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품의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산 원유 자급률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우유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국제 식량 위기와 기후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나타났을 때 필요한 만큼의 원하는 물량을 적정한 가격으로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산 원유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의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