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원고를 쓰고 있는 8월 초는 장마가 지나가고 견디기 힘든 폭염속에 갑작스러운 비라는 비정상적인 날씨 소식을 언론 매체에서는 너도나도 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는 폭염으로 이어지던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덥지는 않지만, 습기가 많아서인지 후덥지근하다. 이러한 날씨에 카페에 앉아 시원한 커피 한잔이랑 밖을 쳐다보면 굉장히 잘 어울릴 듯하다. 그렇지만 후덥지근한 날씨든 찐~하게 더운 날씨든 상관없이 땀 흘리면서 일하고 있는 양돈인들을 생각하면 미안할 정도로 큰 사치이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축산업계에 근무하는 모든 분은 스스로 건강 잘 챙기고 불가피하게 농장 방문이 있을 시에는 이왕이면 아이스크림 아니면 시~원한 수박, 캔 커피, 캔 맥주 등을 위로 차 준비해 간다면 더욱 환영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도 경험해 봤지만 농장들은 특히 이런 날씨를 정말 싫어한다. 과거 대비 최근 농장 시설들이 정말 좋아졌지만, 그래도 돼지들은 힘들어하면서 사료 섭취도 감소하고 심하게는 폐사도 발생한다. 또한 습도가 높아 평상시에는 적게(?) 나던 냄새가 멀리 흘러가므로 불편한 전화가 올까 봐 마음을 조아리게 된다.
이러한 예측하기 힘든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돈가의 폭은 정말 크다. 여름에는 출하두수 부족으로 돈가가 높아 농장들이 좋아한다면 겨울에는 출하두수가 증가하면서 돈가가 낮아 육가공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좋아한다. 그리고 봄과 가을은 모두가 그럭저럭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그러면 향후 기후 온난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20~30년 후에는 농장들이 더 좋아할까?(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한쪽이 일방적인 것은 없으므로 상생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할 것으로 예측한다.)
농장과 육가공업체가 공통된 목표가 있다면 각자가 다른 목표도 가지고 있다. 최종 소비자들의 식탁에 안전한 먹거리로 올라가기 위한 과정을 농장과 육가공업체는 상호 나누어 그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공통된 목표이지만, 그 과정을 관리하는 데는 목표가 다른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농장은 양돈 관련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컨설팅업체, 사료회사, 그리고 약품업체 같은 전문 기관에서 관리해 주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생산비 절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반면에 육가공업체는 자신들의 이익이 최대한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돼지고기를 가공할 수 있을지(지육률, 정육률, 선별 출하, 이상육 유무, 등지방 두께, 육색, 식감 등)에 초점을 두는 관계로 최근 사자성어(?)로 “겉바&속촉”으로 농장과 육가공업체는 정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해제로 외식 문화가 점점 정상화되어 가고 있었지만, 7월부터 초·중·고 방학이 시작되었고 장마 기간에 발생한 수해로 인한 이재민이 발생하고 “이번 휴가는 바다로”라는 TV 속의 홍보가 계속 방송되는 가운데 물가 안정을 위해 무관세로 들어온 수입돈육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라가면서 국내산 돼지고기는 출하두수가 엄청 부족한데도 소비가 감소하여 재고는 계속 쌓이고 돈가는 정체되어 농장도 육가공업체도 지금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매년 연말 혹은 당해 연초에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돈가는 이제는 ‘참조용’이지 얼마 가지 않아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나 많은 세계적인 그리고 환경적인 변수로 인해 돈가 예측 전문가들도 이제 돈가 예측이 맞으면 좋고 맞지 않으면 이유를 찾기 바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몰라도 된다. 단지 돼지고기가 국내산이든 수입육이든 오직 맛만 있으면 되니까….
■ 최근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의 내용 중 장사와 사업의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주변이나 가까운 곳에 제품을 팔면 장사이고 장사가 잘되어 인터넷 판매 등 국내 혹은 외국에까지 판매하면 사업이라고 간단히 설명을 할 수가 있겠다.
몇 달 전 있었던 실제 구매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의 아내는 고기의 냄새 때문에 고기를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고기를 구매할 때 상당히 신경을 써서 구매한다. 인터넷 검색에서 열심히 찾다 보니 몇십 년 동안 장사로써 아주 유명한 갈비집이 장사 아니 사업확장을 위해 자기들만의 특급 레시피로 만든 소스를 첨가한 양념 돼지 갈비를 인터넷에서 자신 있게 판매하고 있었다.
정작 믿고 구매하여 먹으려고 하니 고기의 냄새와 많은 지방 때문에 필자의 아내는 먹지 못하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댓글에다가 불편한 이유를 작성하여 올렸더니 며칠 후에 그 유명한 갈비집에서 전화가 와서 환불을 해주고 댓글을 내려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실제 환불이 진행되고 댓글은 삭제되었다.
이게 뭐지? 계속 인터넷 판매를 통한 국내를 넘어 외국(?)으로도 진행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인 듯하지만, 필자의 아내는 더 이상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필자의 생각으로 유추해볼 때 분명한 것은 특급 레시피로 만든 소스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농장과 육가공업체가 만든 돼지고기의 문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 그래서 한 명의 소비자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농장과 육가공업체와의 온도(생각) 차이를 상호 협력을 통해 극복해 보려고 다음과 같이 생각을 정리하여 동의를 구하려고 한다.
첫째, 농장은 소비자들의 소비 시대의 흐름을 전문 기관을 통해서 확인하면서 종돈업체와 협의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맛있는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목표를 추가로 포함했으면 한다. 먹거리가 풍부해졌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생산비 절감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가 찾아서 먹을 수 있도록 함께 “겉바속촉” 돼지를 생산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155일령 혹은 161일령 출하가 당연히 농장 입장에서는 생산비 절감으로 좋겠다. 돼지고기 맛이 함께 따라주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비육 후기 처리를 진행하여 출하일령을 늦추든지 농장을 지원해주는 전문업체와 상의하여 맛있는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보완을 해야 한다. 준비가 완료된 후에는 현재 돼지고기를 생산한 농장주 이름만 돈육박스에 표시된 것을 이제는 생산 농장, 농장주, 농장주 얼굴을 스티커로 제작하여 당당하게 제시하자. 그리고 맛있게 먹은 소비자가 재구매 시 고기 판매장이나 식당에서 00농장 000사장 돼지고기를 주문할 수 있도록 진행하였으면 한다.
둘째, 육가공업체는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고기와 원하지 않는 돼지고기에 대한 가격 차이를 정확하게 반영해주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친환경 돼지라서 복지농장 돼지라서 돼지고기 가격을 높게 지급하듯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돼지고기를 열심히 생산하는 농장들에는 정말 고가격으로 구매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선호도가 먼 농장들은 문제점을 정확하게 피드백해 줘서 나중에 개선이 완료되면 당연히 똑같이 고가격으로 구매를 해 주는 것이다(육가공업체는 양돈산업 발전을 위해 정말 솔직해야 함은 당연하다).
셋째, 소비자는 돼지고기를 구매하는 판매장이나 외식하는 식당에서 맛있다고 인정하는 돼지고기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반복해서 소비를 시켜주고, 맛이 부족한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판매장이나 식당에서는 냉정하게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 필자는 장담한다.
언젠가는 농장, 육가공업체가 “겉바속촉” 맛있는 돼지고기 생산만을 위해 같은 마음으로 농장, 육가공업체가 손을 잡지 않을까 싶다. 고민은 딱 10분만 하자. 그리고 앞으로 무관세로 계속 들어올 수입 돼지고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농장, 육가공업체가 상호 협력을 통해 소비자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먼 훗날까지 같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살아남을 그때까지 맛있는 돼지고기를 찾아 먹고 나서 후식으로 오늘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다. 그때는 땀 흘리면서 일하는 양돈인들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9월호 92~95p 【원고는 ☞ jjhpak0420@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