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지인의 소개로 ‘월간 한돈미디어’를 읽고 아이디어나 좋은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는 이야기에 2023년부터는 괜찮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문위원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 페이지를 맡게 될 줄이야…
필자 자신을 돌이켜볼 때 1987부터 생산 현장과 사료 영업 현장을 2007년부터 원료돈(생돈) 유통과 위탁 사육 현장을 누비며 현재까지 오다 보니 필자는 박사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30년 이상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보고 겪었던 이야기를 과학적인 근거는 고려하지 않고 “조제혁의 돼지 이모저모”라는 코너로 이야기를 한번 풀어 볼까 한다.
☞ 정말 좋은 돼지는 어떤 걸까요? 현장을 다니면서 자주 물어봅니다.
사료 영업을 할 때는 두당 생산비 절감을 최종 목적으로 모돈회전율, 사료요구율, PSY, MSY 등등 농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소비자와 직접 부딪히는 돈육 유통 현장을 경험하면서 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지금도 농장은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농장 위주의 돼지라고 할까?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위주의 돼지를 내보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사료 영업 현장에서 계속 있었다면 생각하지 않았을 상황들이다.
☞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느 판매장 돼지고기가 맛있다거나 어느 식당 돼지고기가 맛있다고 하면서 고기를 살 때나 먹을 때는 선별(?)해서 간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농장에서 생산하는 돼지들을 소비자가 선호하는 돼지들로 시작부터 만들어 내보내면 전국 고기 판매장이나 식당을 구별하지 않고 가도 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는 감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우시장을 보면 오래전부터 육종개량, 사료개발, 사육 환경 등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현재 한우시장이라는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다 보니 수입 쇠고기 시장과의 경쟁에도 밀리지 않는 특화된 한우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양돈시장은 모돈, 웅돈, 사료 원료 등 거의 100% 수입을 통해 돈육을 만들고 있으니 수입돈육과의 경쟁을 어떻게 이겨낼까? 고민이다.
또한 최근 대중 매체 등을 통해 자주 거론되는 대체육, 배양육, 특히 대체육은 수입돈육보다 더 강력한 경쟁 대상자가 아닐까 걱정된다. 돼지 1두를 유통 시장에 보내는 데 걸리는 기간이 모돈부터는 약 10개월, 포유자돈부터는 평균 6개월이다. 그러나 대체육은 1개월, 그리고 대중 매체들이 장점으로 이야기하는 사료 원료 절감, 기후 온난화 감소 등등 만약에 대체육을 대량 생산하여 생산비가 현저하게 낮아지고 소비자들이 거부감없이 현재 돈육과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면 휴~~(콩고기를 생각해봅시다) 생각만 해도 정신이 번쩍 드는 상황이 아닐까 한다.
사료 영업 현장을 누비는 후배들에게 수시로 이야기한다. 농장이 원하는 돼지를 생산하지 말고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를 만들어 달라고…
☞ 그래서 제안합니다.
첫 번째, 종돈장은 산자수가 많고 출하일령이 빠른 모돈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돈육을 만들어 내는 모돈 개량에 집중해야 한다.
두 번째, 일반 농장들은 필자가 생각할 때는 가능하면 비육돈 선별기를 반드시 설치하고 육가공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평균 출하체중이 115~117kg으로 통일시켜야 한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면 생산자단체에서 한목소리로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설치가 힘든 농장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출하체중 통일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참고로 필자는 비육돈 선별기 업체랑 전혀 관계없고 오래전부터 생각한 필자의 개인 의견이다).
세 번째, 도축장은 AI, 로봇 등을 다른 분야 이야기로 생각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면 무인 도축장 도입을 하루라도 빨리 도입해서 조금 더 빠른 도축 과정을 통해 위생적이고 통일화된 돈육을 만든다. 끝으로 육가공업체들은 상등육 판매는 문제없겠지만 하등육 판매 활성화를 위해서 고기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이 삼겹살, 목삼겹살, 돼지갈비 등에만 집중하지 않게 해야 한다.
☞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한 정말 좋은 돼지는 어떤 걸까요?
결론적으로 농장에서 도축장(공장)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육가공업체 및 고기판매장(시장)으로 유통되는 과정 중 농장에서 건강하게 태어나서 “병치레 한번 없이 농장에서 키운 돼지”가 소비자 가정 및 식당에서도 환영받는 가장 맛있는 좋은 돼지가 아닐까 한다. 우리 모두가 소비자들이 꼭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미래 대체육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좋은 돼지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겠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04~107p 【원고는 ☞ jjhpak0420@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