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역정책을 보고 현장에서 느끼는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장 전문가로서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고자 한다.
■ 현장 전문가의 방역정책 개선사항
⓵ 첫 번째는 한국은 생돈육이나 돼지를 수출하는 국가인가? 라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조금 더 풀어서 질문하면 생돈육이나 돼지 수출 비중이 높아서 ‘수출’을 하지 못한다면, 한돈산업이 위기가 찾아오는가? 이다. 가축법정전염병이 발생하면 수출이 중단되므로 돼지고기가 쌓여서 돈가가 폭락하고 위기가 찾아오는가? 로도 질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생돈육이나 돼지를 수출하는 국가인 유럽이나 북미와 남미 또는 호주와 같은 국가들은 수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축전염병 발생 시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살처분을 고려할 수 있다. 살처분의 이유가 있는 나라들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살처분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적용하는가를 결정하는 기준은 ‘수출’ 여부라고 판단된다.
호주 정부가 한국의 구제역 방역(2010~2021년)을 평가한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정부가 백신을 사용하는 경우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다시 얻기 더 어렵다고 판단해서 백신 접종이 늦었다고 한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는 ‘수출’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명백한 수입국으로 수출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생축과 관련 제품 수출액은 연간 2백만불(약 25억원 내외) 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해당 구제역 발생으로 소요된 비용은 기타 자료로 살펴보면 2조7,383억원으로 연간 수출액의 1,000배가 넘게 사용되었다.
말하자면 1,000년은 수출해야 수출액으로 방역비용이 상쇄된다. 당시 구제역 백신 접종을 미루던 결정을 했던 전문가들은 누구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앞으로도 엉뚱한 결정으로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 호주가 아니라면 살처분이 능사가 아니다.
따라서 유효한 백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농가를 지키고 시민들에게 먹일 돼지고기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가축법정전염병을 통제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특히 유효한 백신이 있는 질병은 예를 들어 돼지열병(CSF)이나 구제역(FMD)을 방역조치할 때는 살처분은 발생 초기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돼지열병은 백신 접종률이 높으므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자돈 구간만 살처분하면 통제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자돈 구간(1일령~)의 일괄 백신 접종을 위험지역에 실시하면 좋을 것이다.
구제역은 유효한 백신(감염되어도 증상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 수준)을 접종하면, 사실 살처분이 필요한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과거 구제역 유행 시 임상축만 살처분했는데도 지금은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수준이지 않은가? 유효한 백신을 공급하고, 접종하는 것이 구제역 방역의 최선으로 판단된다.
ASF는 유효한 백신이 없으므로 발생 농가를 살처분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공기 전파가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시군단위의 광범위 살처분은 전혀 납득가지 않는다. 어떤 전문가들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앞으로도 엉뚱한 결정으로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⓶ 두 번째는 가축법정전염병 백신을 포함한 백신 뚜껑의 단순화이다.
현재는 제조회사별로 뚜껑 색깔이 통일되어 있다. 국내 중소기업과 농업 및 축산업을 포함하여 외국인 인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한데 백신병이 유사하니 외국인 인력이 엉뚱한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별로 뚜껑색을 결정하지 말고, 질병별로 뚜껑색을 결정하면 농가에서 실수 없이 접종할 수 있다.
(표 1) 양돈용 백신 개선방향(예) (관납 - 주요 백신)
(표 2) 모돈 백신 접종 프로그램(예)
⓷ 세 번째는 방역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행정규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기존의 시설에 방역시설을 덧붙이더라도 매끄러운 방역흐름을 만들기가 어려운 농장들이 많다. 예산이 아니라 행정조치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방역시설은 건축물이 아니라 방역에 관련된 시설을 부착하는 것으로 취급하여 위반 건축물이나 건축면적(가축사육면적-가축분뇨배출시설허가증)에 포함하지 않는 예외 조항으로 두는 것이다(방역시설 : 방역실, 전실, 복도, 출하대, 물품반입창고 등).
돈사 개축 시 현재 건축물은 두고 별도로 신축하여 준공 후 현재의 건축물은 멸실이 가능하도록 전국에 일괄 적용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는 현재 건물을 멸실한 뒤에나 신축이 가능하게 하여 돼지 없이 1년 이상 쉬게 되어 이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져 시설개선을 엄두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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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장에서 방역정책 개선이 필요한 사항 세 가지를 살펴보았다. 다시 말하면 ⓵살처분이 능사가 아니다, ⓶백신 뚜껑색을 질병별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하자, ⓷행정규제를 보완하자 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세 가지 사항이 개선되면 조금 더 나은 방역환경에서 돼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1월호 【원고는 leevet@hanmail.net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