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계절이다. 사람도 힘든 계절이지만, 농장의 하루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간다. 한국의 양돈산업은 시간을 거듭하면서 계속 발전하고 있어, 최신 시설들이 갖추어진 농장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농장의 시설이 좋아지고 환절기도 너끈히 감당해내는 농장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환절기도 잘 넘기는 농장에서 여름만큼은 성적하락을 피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여름이 녹록하지 않은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1. 여름철 폐사 원인 중 ‘위궤양’
더위가 찾아오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번식에 문제를 주게 되게 된다. 여름철 고온이 가져다주는 스트레스는 직접적으로 돼지를 힘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모돈의 시상하부나 부신피질에 영향을 주어 성욕 감퇴, 배란 억제, 발정 주기의 불규칙과 같은 교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생긴다. 더불어 태아 성장 지연, 성 성숙 지연, 짧은 발정과 같은 문제도 발병하게 된다.
고온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료 섭취량이 감소함은 물론이고 그 섭취 습관도 매우 불규칙해진다. 그리하여 감소한 등지방은 당연히 번식성적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처럼 모돈의 성적에 부정적인 요소가 가득한데 여름철에는 폐사도 많이 발생한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모돈의 폐사는 주로 위궤양, 클로스트리디움 노비의 감염(Infection of Clostridium novyi), 방광염 또는 신우신염 등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러한 폐사 중에서 최근에 그 발생빈도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은 위궤양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2. 위궤양의 임상증상
거의 모든 돈군에서 발병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로 고열에 민감한 모돈과 육성/비육돈(3~6개월령)에서 많이 관찰되는 특징을 보인다. 전날까지 멀쩡해 보이지만, 갑작스럽게 폐사가 일어나는 위궤양은 폐사 이외의 임상증상을 관찰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간혹 발견되는 것은 증상이 있는 돈방 바닥에 흑색 연변 내지는 설사가 관찰되기도 하며 정상 분변이지만, 어두운 암갈색의 분변이 관찰되기도 한다.
본래 혈액의 혼입이 일어나게 되면, 내장기관 중에 출혈 부위에 따라 분변이 색이 변하는데, 위장에서 발생한 출혈의 경우에는 장 내용물과 소화액과 혼합되면서 분변이 어두운 색깔을 띠게 된다. 간혹 구토하는 개체가 관찰되기도 하는데 이는 주로 모돈에서 보이는 증상이다. 구토는 일반적으로 사료가 섞인 내용물을 보이나 혈액이 섞여 있는 경우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구토가 발생하여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위궤양이 발생한 개체의 경우에는 혈액의 손실로 인하여 체온이 떨어지게 되는데, 농장에서 오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체온이 정상보다 내려갔으니 열 스트레스는 그다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유의할 필요성이 있다.
위궤양 발생으로 내부 출혈이 발생하게 되면 돼지는 다량의 혈액 손실이 일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피부가 창백하거나 털이 서 있고 기력이 없으며 모로 누워있는 개체들이 다수 발견되기도 한다. 이러한 빈혈증세는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면서 발생하게 된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개체들이 발견되는 한편, 급작스럽게 위궤양이 진행된다면 복부 통증과 쇼크로 인하여 괴성과 함께 온몸을 떠는 진전증, 다량의 침과 이 갈기, 등이 활처럼 구부러지는 등의 증상도 동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궤양의 진행 속도에 따라 아급성, 급성, 만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제일 문제가 되는 급성 형태의 경우 주로 폐사로 발견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아급성과 만성의 형태는 지속해서 성장에 영향을 미쳐 돈방 내의 층아리 증가, 위축, 성장 지연 등의 문제가 일어난다.
3. 위궤양의 발생 원인
돼지는 비교적 위궤양 발생이 흔한 동물이다. 모든 동물 중에서 비교적 발생이 많은 편에 속하는데 그 이유는 돼지 위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이다. 돼지에서 위궤양은 주로 분문부(식도와 위의 연결부위)와 식도 일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는 기본적으로 위산이나, 소화효소로부터 위를 보호하기 위해 위의 점막에서 점액성 물질이 분비되어 위에 손상이 일어나지 않고 소화작용이 일어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분문부 부위에는 이 점액성 물질이 분비되지 않아서 위산이나 다른 소화효소로 인한 피해가 잦은 부위가 된다. 따라서 위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물질(위산, 펩신 등)이 분문부를 자극했을 때 위궤양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하지만 어떠한 원인으로든 사료 섭취를 하지 못했을 경우, 위가 비워지면서 앞서 말한 분문부의 손상이 발생해 위궤양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분문부가 위산 등에 공격을 받으려면 위가 비워진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 돼지는 위가 비워지면 위궤양이 빠르게 발생하는 동물인데 문헌에 따르면 사료를 먹지 못하든지, 24시간 내로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질병으로 인한 사료섭취 감소나 아예 절식하는 경우가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더운 여름에는 자연스레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고 더운 한낮에는 아예 사료를 먹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여름철 위궤양의 발생이 많으며 그로 인한 폐사도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여름철에 주어지는 고온 스트레스는 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을 통해서 스트레스 호르몬(Cortisol) 분비를 촉진한다. 이는 위를 과다하게 자극하여 소화 속도를 높이는 한편, 위산과 담즙산의 역류를 발생시켜 분문부를 자극하게 된다. 사료 섭취가 떨어지는 부분도 이러한 소화액의 역류를 더욱 강하게 발생시킨다.
호흡기 질병 등으로 인하여 많이 아픈 경우에도 사료를 거의 먹지 못하는 식불 증세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식불 증세를 불러일으키는 질병들의 경우에는 위궤양의 발생을 촉진하게 한다. 이런 경우에는 여러 질병 자체로 인한 피해도 있지만 식불로 이어져 돼지를 폐사에 이르게 하는 것이 위궤양이 되기도 한다.
4. 위궤양의 치료 및 예방
여름철 위궤양의 다발로 인해, 모돈과 육성/비육돈의 피해를 본 농장이라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냉방 장치이다. 이러한 냉방시설이 최근에는 그 성능이 우수하여 시설비가 다소 들지만, 여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주로 에어컨, 쿨링패드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러한 냉방 장치가 불가능하다면 돈방 내부에 중계휀을 설치하여 돈방 내부의 공기를 순환시켜 주고, 유속을 통하여 더위를 다소나마 경감시켜주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냉방을 통하여 돼지가 받는 열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는 것이 여름철 위궤양 관리의 핵심이 되며 근본적인 대처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냉방 장치 중에서 쿨링패드의 경우에는 돈방 내부의 습도 상승에 영향을 준다. 습도가 올라갈 때는 온도가 떨어져도 돼지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더 상승하는 경우도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여 설치 및 운용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사료의 경우에 한꺼번에 많은 사료를 받는 것보다는 소량을 자주 받는 것이 유리하며, 펠릿과 크럼블 사료처럼 잘 부스러져 가루가 되는 사료보다는 입자가 큰 사료를 추천한다. 또한 시원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음수 탱크 및 라인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음수량을 충분히 확보해 주는 것이 위궤양 관리에 유리하다. 항산화 작용이 있는 비타민 E(토코페롤)와 셀레늄의 사료 첨가는 위궤양 발생과 폐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특히 비타민 E의 경우에는 열에 약한 비타민으로 여름철 사료빈 내 고온으로 인하여 파괴되는 경우가 존재하여 결핍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도 비테인 제제와 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는 첨가제를 활용하여 돼지가 느끼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도 유용하며, 부족할 수 있는 기타 미네랄의 첨가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위궤양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에 대한 배제도 필요하다. 유기산 또는 약산성을 띄는 첨가제(비타민 C 등)의 첨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아스피린 계통의 해열제 또한 첨가를 피하는 것이 좋다. 당연하지만 다양한 질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식불을 피하는 것 또한 위궤양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8월호 86~91p 【원고는 ☞ atrapos@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