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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동물약품산업 주요 이슈 및 결산(한돈미디어 23년 12월호)

김 영 길 기자 / 축산신문

1. 포스트 코로나19 기대 컸지만, 내수 ‘정체’ 수출 ‘침체’

… 원료 부진에 수출 30% 하락 … 백신 등 완제품 ‘고부가가치 실속’

 

지난 십여 년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동물약품산업은 수출이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수시장은 정체 또는 소폭 성장에 머물렀지만, 동물약품 수출은 매년 5%가량 급속 성장해왔다. 수출은 성장동력이 됐다.

 

지난해(2022년)도 그랬다. 지난해 동물약품 수출액은 3억6천700만불(한화 4천752억원)로 한화로는 전년(2021년) 대비 12% 늘었다. 업계는 올해(2023년)에도 충분히 그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믿었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이 걷히면서 더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4억불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수출 확대 정책 역시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보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까지 ‘수출 6억불 달성, 수출 비중 60%’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리고 ▲수출품목 다변화 기반 마련 및 지원 강화, ▲해외 수출시장 개척, ▲산업육성 인프라 구축, ▲관리제도 선진화 등 추진전략을 알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세계적 경기 침체 속 경쟁이 심화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 상반기까지 동물약품 수출액은 1억3천만불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30% 이상 떨어졌다. 원료 특히, 라이신 수출 감소 영향이 컸다. 라이신은 동물약품 수출 중 40% 비중이나 된다. 올 상반기 라이신 수출액은 2천500만불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가까이 빠졌다.

 

라이신 수출이 이렇게 급감한 데는 우선 중국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봉쇄를 풀고 저가라는 무기로 우리 수출영토를 야금야금 치고 들어왔다. 러시아에서는 자체 라이신 공장을 설립하며 우리나라로부터 라이신 수입을 줄여갔다.

 

그렇다고 올해 동물약품 수출이 아주 많이 고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실속은 더 챙겼다. 부가가치가 높은 백신, 의료기기 등은 성장했다. 올 상반기 동물용 백신 수출액은 1천700만불로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의료기기는 2천700만불을 수출해 30% 증가했다.

 

무엇보다 올 동물약품 수출 중 가장 큰 성과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첫 한국산 동물용 백신이 탄생했다는 데 있다. 중앙백신연구소는 지난 10월 23일 중국 농업농촌부로부터 써코 백신 ‘수이샷 써코원’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았다. 중국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국내 동물약품 업체들은 가까우면서도 거대시장인 중국 시장 수출에 부단히 노력해 왔다. 10년가량 계속 노크했지만, 까다로운 규정 등에 따라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중도 포기도 속출했다.

 

이번 중국 품목허가는 그 틀을 깼다는 의미가 크다. 아울러 새 영토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물약품 수출 전선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전체 동물약품 수출실적을 개선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이다.

 

2. 상반기 구제역, 하반기 럼피스킨 ‘관련 제품 성장’

 

내수시장은 상반기까지 축산물 경기 등에 따라 조용히 흘러갔다. 전반적으로는 불황이었다. 올 상반기 내수시장 규모는 4천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7.9%가량 움츠러들었다. 사료첨가용이 470억원으로 10.3%, 동물투여용이 3천690억원으로 7.7%, 원료가 86억원으로 2.8% 각각 감소했다. 이 수치는 업체 보고인 만큼 다소 향후 정확한 집계에서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5월 이후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질병이라는 변수가 터졌기 때문이다. 먼저 구제역이다. 지난 5월 10일 충북 청주에 있는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양성판정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구제역은 확산일로까지는 몰고 가지 않았다. 다행히 5월에만 11건 발생으로 막아냈다. 그래도 그 충격은 컸다. 무엇보다 그렇게 공들였던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이 무산되고 말았다. 더욱이 그달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총회에서 최종 의결만 남겨놓았던 상황이었기에 이번 구제역 발생은 더 뼈아팠다.

 

 

하반기에는 소 럼피스킨이 축산현장을 휩쓸었다. 당시만 해도 축산인에게 생소했던 럼피스킨(LSD)이다. 이 해외 가축 질병이 지난 10월 19일 충남 서산 한우농장에서 처음 발생 보고됐다. 게다가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 11월 13일 기준으로 8개 시도, 29개 시군에서 총 92건이나 나왔다.

 

동물약품 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비축해놨던 긴급 백신을 공급했다. 또한 외국으로부터 서둘러 백신 공급망을 확보했다. 한편에서는 럼피스킨 소독제 효력시험 절차에 들어갔다. 럼피스킨 매개체로 알려진 진드기 등을 구제할 살충제 시장도 큰 관심을 받았다.

 

3. 새 유행주 저병원성 AI 백신 상용화 … 방역제품 개발 ‘속도’

 

연구개발은 활기를 띠었다. 특히 백신 개발이 속도를 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내 분리 균주인 O형 보은주, A형 연천주를 갖고 국산 구제역 백신 상용화에 힘썼다. 올해는 제조공정 기술개량과 품질 고도화, 그리고 피내 접종용 구제역 백신 개발에 매진했다. 이와는 별개로 한 업체에서는 BSL2(일반 GMP) 시설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기술 구제역 백신 개발에 나섰다. 국산화 구제역 백신은 2026년경 축산현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은 큰 진척이 없었다. 업체마다 성공적인 실험실 결과를 알려왔다. 그러나 야외 실험 등에서는 각종 규제에 막혀 많이 나아가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밑에서는 기존 약독화 생백신 외 서브유닛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다양한 형태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실질적으로 개발 성과가 축산현장에 접목된 것은 새 유행주 저병원성 AI 백신이다. 지난 2020년 Y280 AI 바이러스가 국내 유입됐고 급격히 퍼져나갔다. 기존 Y439 저병원성 AI 백신으로는 방어에 한계가 부딪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내 유행주를 분리해 백신을 개발했고 이를 국내 동물용 백신 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그 백신이 속속 시장에 나왔다. 업체들은 이 새로운 저병원성 AI 백신이 양계농가 질병 고민을 덜어내고 생산성을 끌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반려동물용 약품 개발에 나서는 동물약품 업체들이 여럿 보였다. 시장경쟁도 치열했다.

 

써코 백신 시장에서는 후발주자 추격이 거셌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PCV2d형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써코 백신으로 선발업체(다국적기업)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PRRS 백신 시장에서는 강 병원성 PRRS에 대한 해법이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로 떠올랐다. PED 백신 시장에서는 새 유행주 생백신, 돼지열병(CSF) 백신 시장에서는 생마커 백신이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

 

4. 이제 소독제 효력실험 국내서 … 인체약품, 동물약품 시장 진출 규제 풀어

 

하반기에는 반가운 뉴스가 하나 날라왔다. 이제 외국에서 나가지 않고서도 국내에서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제 효력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간 이 실험의 경우, BSL3급 차폐시설이 필요했기에 국내 실험이 불가능했다. 업체마다 수천만원, 수억원씩 외국 실험에 써야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본부 내 BSL3 실험실을 민간에 개방키로 했고 실제 한 실험실을 ‘민간 전용’으로 개방했다. 호서대학교는 지난 8~9월 처음으로 여기에 입주해 2~3개 품목에 대해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소독제 효력을 실험했다. 해당 업체는 이 결과를 토대로 소독제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제도면에서는 인체약품 제조시설에서 동물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규제 완화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정부 규제심판부는 지난 3월 인체의약품 제조회사가 기존 제조시설을 활용해 반려동물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권고했다. 인체약품 회사로서는 기존 인체약품 제조시설 외에 동물약품 제조시설을 따로 둬야 하는 등 중복투자 부담(수십억~수백억원 소요)이 컸다.

 

정부는 그 불만을 해소해주기로 했다. 다만, 신약(국내에서 인체용으로 제조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 성분으로서 아직 동물용으로는 허가받지 않은 성분을 유효성분), 인체용·동물용으로 모두 허가받은 성분 중 기존 업계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22개 성분 의약품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PLS(Positive List System) 제도도 자주 언급됐다. PLS는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된 동물용의약품은 해당 기준으로 관리하고, 그 외 동물용의약품은 불검출 수준(0.01mg/kg)을 적용해 관리하는 제도이다. 업체들은 이에 대비하여 새 휴약기간 설정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

 

수의사처방제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동물용 항생·항균제로 대상 품목이 확대됐다. 여기에 일부 반려동물용 백신,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이 포함됐다. 처방대상 확대는 올해 본격적인 길을 걸었다. 그 사이 불법유통에 대한 자정 운동이 일어났다. 특히 수의사들은 불법 처방전을 발급하는 수의사, 사무장 동물병원, 그리고 그 소유주 동물병원 도매상 등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경찰에 고발하는 등 불법 동물약품 유통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밖에 수의사 부족, 동물용의료기기 GMP 도입론, 농식품부 동물약품 관련 조직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이 올 한해 동물약품산업을 휘저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2월호 68~72p 【원고는 ☞ kimy2908@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