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2024년 여름은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사람이나 돼지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나왔다. 행정안전부는 6월 11일부터 8월 14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돼지 폐사두수는 약 51,000여두라고 알리면서, PED에 의한 폐사두수 26,427두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필자가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처서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낮 기온이 35℃로 2024년 여름은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사람이나 돼지나 더워서 살지 못할 지경인데 이 더위가 8월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번식과 성장 시기에 알맞은 계절인 가을이 돌아오면, 날씨가 선선해졌으니 돼지가 잘 크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고온에 노출되어 오랜 시간 동안 고온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대사활동이 약해져 체력적으로 매우 지치고, 영양학적으로도 결핍되어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면역력의 감소는 질병 발생 및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절기는 사람과 돼지 모두에게 면역력이 도전받는 시기이다. 환절기는 온도와 습도 편차가 증가하고, 계절적으로 특정 질병이 유행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본 지면을 통해 환절기의 온도 편차가 면역력을 감소시키는 근본적인 원인과 이에 대한 영양적 대응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환절기 열 손실 증가
겨울철 환기는 습기 제거를 목적으로 최소 환기가 운영되고, 여름철에는 상대습도와 체감온도 관리를 위한 최대 환기가 운영된다. 이에 반해 환절기는 과도기적인 계절로, 평균 온도는 온화하나 극심한 온도 편차로 인해 낮과 밤으로 겨울철에 버금가는 기온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돈사 내부도 외부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일교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기를 통한 온도관리가 필요하다. (표 1)에서는 미국 MWPS(MidWest Plan Service)에서 제시하는 표준 환기량을 계절별로 구분하여 요약하고 있다.
열 손실은 돈사 내부 및 외부의 온도 차이와 적용되는 환기량에 의해 결정되며, (표 2)에 육성돈 기준으로 계절별 열 손실량이 계산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겨울철에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환기가 적용되는 것이며, 여름철에는 열 손실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 환기를 적용하나 실제 열 손실은 매우 낮으므로 돈사 내부 온도 하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환절기의 경우 14℃에 달하는 일교차로 인해 돈사 내부 열 손실이 오히려 겨울철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난방기 등의 도움 없이 환절기 열 손실을 돼지가 감당하는 상황이라면, 돼지는 생각보다 큰 에너지 손실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체지방 감소에 의한 면역력 저하
체내 영양소는 ‘탄수화물 → 지방 → 단백질’ 순서로 에너지원으로 동원된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탄수화물은 소량이기 때문에 돼지는 열 손실 대부분을 지방으로 충당한다.
면역 반응은 상당한 영양소를 소모하는 과정이며, 면역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히 단백질과 지방의 소모가 가장 크다(그림 3). 단백질은 면역 세포 및 여러 필요 물질을 합성하기 위한 원료로 사용되며 지방은 합성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열 손실로 체지방이 감소하게 되면 면역 반응 활성을 위한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지방을 구성하는 세포는 면역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면역은 수많은 세포 및 기관의 유기적인 협조하에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이며, 각 요소 사이에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무수히 많은 신호 전달 물질들이 필요하다. (그림 4)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 일컫는 이러한 신호 전달 물질들을 지방 세포가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4. 환절기 극복을 위한 영양학적 접근
환절기는 큰 일교차로 인한 호흡기 질환 발생, 면역력 감소 및 영양 결핍이 일어나기 쉬운 시기인 만큼 면역력 극복을 위해 영양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1) 에너지 대사와 온도 변화
앞서 이야기했듯이 돼지의 에너지 대사는 외부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돼지는 온도 변화에 따라 기초대사율(Basal Metabolic Rate, BMR)이 변하며, 이를 통해 체온을 조절한다. 환절기에는 외부 기온이 점차 낮아지면서 돼지의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온도가 저하될수록 돼지는 열 생산을 위해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는 사료의 에너지 함량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환절기에는 사료 내 에너지 함량을 높여 돼지가 충분한 에너지를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농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방의 별도 첨가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2) 단백질 대사와 아미노산 요구량
돼지의 단백질 요구량은 성장 단계와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환절기의 큰 일교차는 돼지의 단백질 대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단백질 대사는 열 발생(thermogenesis)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돼지가 낮은 온도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 메치오닌, 트레오닌 등의 요구량이 증가할 수 있어서 단백질의 추가 공급도 필요하다.
(3) 비타민 및 미네랄 보충
비타민과 미네랄은 돼지의 면역체계 유지 및 강화에 필수적인 영양소 중 하나이다. 가을에는 큰 일교차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비타민 및 미네랄의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 그중 비타민E와 셀레늄은 대표적인 항산화제로써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 손상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비타민E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고도불포화지방산이 자유기에 의해 산화, 파괴되는 것을 예방함으로써 세포막의 산화적 손상을 예방한다. 유리라디칼(또는 자유기 : Free radical)은 매우 반응성이 높아 세포에 심한 손상을 끼칠 수 있고, 고도불포화지방산 자체도 산화되기 시작하면 유리라디칼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세포막 안에 비타민E가 충분하게 존재하면 자유기를 불활성화시킴으로써 고도 불포화지방산의 파괴를 막고, 결국 세포의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비타민E는 면역 기능, 특히 T 림프구 기능의 정상화에도 필요한 영양소이다.
셀레늄(selenium, Se)은 필수적인 미량 무기질이며 항산화 물질이다. 셀레늄은 강력한 항산화력으로 세포막 손상을 일으키는 과산화수소와 같은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신체 조직의 노화와 변성을 막아 주거나 그 속도를 지연시킨다. 다시 말하면 셀레늄은 신체 내에서 생성된 과산화수소를 분해하여 과산화수소에 의한 손상을 방지하는 효소인 글루타치온 페록시데이스(glutathione peroxidase)의 성분으로 존재한다.
아연(Zinc, Zn)은 면역체계와 같이 세포 교체가 빠른 많은 조직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아연 수치가 낮을 때 T-세포 감소, 흉선호르몬 저하 및 백혈구의 기능이 감소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아연 결핍은 감염에 대한 초기반응 단계뿐만 아니라 복잡한 세포성과 체액성 면역 과정을 저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연은 DNA 및 RNA의 합성, 단백질 대사, 체내 성장과 발달 및 항산화 등에 영향을 준다. 또한 세포분열과 증식에 영향을 주는 효소 체계에 필수적이고, 이러한 효소 체계를 통하여 DNA 합성 조절 및 세포분열 시 호르몬 조절을 통하여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단백질 합성과 세포 성장에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항산화제로는 비타민A, 비타민C, 퀘르세틴(Quercetin) 및 플라보노이드(flavonoid) 등이 있다.
(4) 환경관리와 스트레스 감소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돼지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시기로서 이로 인한 스트레스 유발, 사료 섭취량 감소 및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돈사 내부 온도 유지, 섬세한 환기 조절, 문틈이나 창문틈, 슬러리 등을 통해 샛바람이 들어오는 곳은 없는지 등 돈사 내부 점검을 통해 공기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수분 균형 유지와 대사 건강
돼지는 물 섭취가 부족할 경우 여러 대사적 문제를 겪을 수 있는데 이는 소화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가을철은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돼지의 물 섭취량이 줄어들 수 있는 시기로 수분 섭취가 줄어들게 되면 변비 유발 및 영양소 소화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5. 마치면서
환절기에는 극심한 일교차로 인해 돼지의 열 손실이 오히려 겨울철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돼지는 체지방을 연소하여 열 손실에 대응한다. 체지방이 감소하게 되면 면역에 할당되는 에너지가 감소하고, 지방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면역체계 시그널이 약화하여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면역력이 감소하는 것을 예방함으로써 돼지의 성장 및 번식에 좋은 계절인 가을에 최대의 생산성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환절기에는 하루에도 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낮과 밤에 돈사 관리를 철저히 하여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돼지의 면역력을 높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10월호 58~63p 【원고는 ☞ jjihong0309@hanmail.net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