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샛바람과 큰 기온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가을과 겨울철에는 항상 질병이 찾아온다. 또한 최근에는 북부지역에서 ASF 확진으로 추가 발생이 우려되고 있으며, 경북 영주에서도 야생멧돼지 폐사축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남부지방도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최근 2018년 이후 수입 돈육 재고량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수입 돈육의 증가가 없었다면 돈육 공급이 부족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9월 출하두수 하락의 영향으로 돈가가 5,500원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되며, 9월 중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출하두수가 10월 돈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현재 사료값과 환율의 상승으로 매우 힘든 시기이지만 가을 겨울철 증가하는 폐사축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며, 가장 기본 중에서 기본인 모돈 관리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
1. 섬유소를 이용한 연구 시작
2000년대 초반부터 단위 가축인 돼지에게도 섬유소를 이용한 연구가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섬유소는 체내에서 내인성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다당류 탄수화물로서,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결장에서 발효되어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효과로는 변비 예방, 분만시간 단축, 포만감을 통한 스트레스 완화 등 복지를 향상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섬유소 관련 연구는 주로 포유모돈이 대부분이므로 임신돈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필자가 연구했던 임신말기 사료 내 섬유소 공급원(소맥피, 팜박, 비트펄프)과 첨가 수준(4.5, 6%)이 모돈의 번식성적과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임신 90일령부터 분만 직전까지 실험사료, 포유기간에는 일반사료를 급여하였다.
2. 섬유소가 임신돈에게 미치는 영향
(표 1)에서 보면 섬유소 수준이 높을수록, 수용성 섬유소 함량이 많을수록(비트펄프) 급여하였을 때 유의적으로 모돈의 포유기간 동안 사료 섭취량과 변비 지수가 개선되었으며, 분만시간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시간이 지연될 경우, 자돈의 초유 섭취량이 감소하며 이에 따라 사산율이 증가하고 자돈 폐사율이 증가할 수 있다.
섬유소의 경우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장관의 길이를 길어지게 하고, 장내 대사 효소의 분비를 증가시켜 섬유소 이용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하면 모돈의 장내 대사 용적이 증가하고 대사 기능이 더욱 활발해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포유 구간에서는 약 0.5~1kg 이상의 섭취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돈이 변비가 있는 경우 분만 과정에서 난산이 발생하기 쉽고, 딱딱한 변이 장관에 걸려 있어 태아에게 영양 또는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압박해 사산돈을 만들거나 영양 공급에 제한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변비와 관련된 불편함과 통증은 분만에 관여하는 옥시토신의 발현을 억제한다. 따라서 장기간 변비로 인한 통증은 옥시토신 수치를 감소시켜 자궁의 수축 운동에 덜 효과적일 수 있다. 섬유소는 주변의 수분을 흡수하여 분변의 부피를 크게 함으로써 장내 통과속도를 증가시키고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섬유소 수준이 높을수록, 수용성 섬유소가 많을수록 혈당이 사료 섭취 후 느리게 천천히 최고점에 도달한 뒤 적정 수준을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돈의 혈당은 분만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분만사에 자동급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개체에 따라서 마지막 사료 섭취 후 7~8시간 뒤 분만을 시작할 수 있다.
옥수수와 같은 전분 위주의 사료를 급여하면 섭취 직후 빠르게 혈당 수치가 증가하였다가 다시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분만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 분만시간이 지연되며, 사산율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섬유소는 섭취 후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결장까지 이동하여 장내 발효를 통해서 에너지를 공급해줌으로써 혈당을 지속해서 유지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 2)는 모돈의 행동 특성에 대한 결과로서 섬유소 수준이 증가할수록, 수용성 섬유소가 높을수록 눕기 행동의 비중이 증가하고 서 있기 행동 비중이 감소하였다. 또한 정형행동으로 잘 알려진 헛씹기의 빈도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기간에 제한된 사료 급이는 스톨에서 모돈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형행동과 비정상적인 신체활동은 가축의 안전성과 복지를 반영하는 지표이다. 모돈이 사료 섭취 후 계속 일어서서 사료급이기를 코로 치는 행동, 스톨을 물어뜯는 행동, 바닥을 계속 핥는 행동, 물장난, 헛씹기 등 비정상적인 신체활동을 많이 목격했을 것이다. 섬유소를 섭취함으로써 혈당이 지속해서 유지되어 섭식동기가 감소하고 포만감을 느끼면서 휴식시간이 증가할 수 있다.
다음은 혈중 코티졸 수치에 대한 결과이다. 코티졸은 행동 특성과 더불어 대표적인 스트레스 지표로 알려져 있다. 코티졸은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여 혈당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혈당과 인슐린 수치의 불균형은 부신에서 항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작용하는 코티졸 생산을 증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생성된 코티졸은 면역 반응을 억제하여 혈중 코티졸 농도가 높아지면 면역 저하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포유류는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반적으로 혈중 코티졸 수치가 높아지는데, 특히 임신한 동물은 태아 발달과 성장, 호르몬 변화, 신진대사, 면역 등 여러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코티졸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유소 수준이 증가할수록 혈당이 지속해서 높게 유지되어 모돈의 포만감이 유지됨으로써 사료 섭취 동기가 감소하고 휴식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혈중 코티졸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말기 사료 내 섬유소 첨가가 분 특성에 미치는 영향은 (표 3)과 같다. 수용성 섬유소 함량이 높을수록 아세트산과 총 단쇄지방산 수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소는 내인성 효소에 의해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결장에서 부분적 또는 완전히 발효되며, 이때 체내 흡수되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휘발성지방산을 생성한다.
단쇄지방산(SCFA)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탄수화물 항상성, 지질 대사, 면역 체계 및 위장 건강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SCFA 생산량을 결정하는 데에는 환경, 식단, 장내 미생물총을 포함한 여러 요인이 있으며, 장의 말단 부분에서 SCFA 생산의 주요 기질인 높은 섬유소 함량과 발효성 탄수화물로 인하여 단쇄지방산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소가 과연 모체로부터 자돈에게 원활하게 영양소를 공급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돈의 태반에서 글루코스 수송체와 HSP의 유전자 발현을 조사하였다(그림 3). 글루코스 수송체는 혈중 글루코스를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섬유소 수준이 증가할수록 글루코스 수송체 중 2가지의 발현량이 증가하였으며, 대표적인 스트레스 단백질로 다른 단백질을 보호하거나 안정시키는 HSP 70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돈이 태어나서 초유 섭취 전까지 글루코스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체내 축적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태어났을 때 체내 축적 에너지는 자돈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섬유소의 섭취가 태반의 글루코스 대사 수준을 향상함으로써 자돈에게 에너지 전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 마치며
분만사는 양돈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농장의 수익은 모돈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기껏 열심히 종부하고 115일 동안 잘 관리했는데 분만할 때 사산이 증가하거나, 분만 도중 모돈이 폐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분만 후 포유기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모돈의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여 유량과 체중이 급격하게 저하되면 연산성과 생산성 모든 측면에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모돈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복지를 향상할 방안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며, 그중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임신말기 모돈 사료 내 섬유소 첨가는 모돈의 번식능력에 대한 다중 효과를 통하여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분만 전후 동안 새로운 사료 급여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11월호 80~85p 【원고는 ☞ ssamgoon@korea.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