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조제혁의 돼지 이모저모, 농장에서 언제나 믿고 찾는 지역(영업) 부장으로 거듭나자(1)(한돈미디어 24년 3월호)

조 제 혁 자문위원

신학기, 신입생, 신입사원 등 2024년의 새로운 시작을 활짝 알리는 봄인 3월이다. 이번 호부터는 유통 관련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필자는 갓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역(영업) 부장이나 현재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지역(영업) 부장에게는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라떼”에 했던 농장 방문 활동을 몇 회에 걸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나름대로 교육을 통해 완벽한 지역(영업) 부장으로 무장한 채 현장에 나오겠지만, 가끔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을 때는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글로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다.

 

 

코로나19가 지나고 최근에는 구제역, PED, ASF 등 질병 예방으로 인해 농장 방문이 쉽지 않다. 하지만 농장주는 자기 농장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도움을 준 지역(영업) 부장에게는 흔쾌히 방문을 허락할 것이다. 필자 또한 다른 지역(영업) 부장과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고, 또한 약속한 부분은 꼭 지키려고 했다.

 

필자가 신입사원일 때는 교육을 자그마치 13개월을 받았다. 농장 및 사료공장 내 생산 현장에서 실습은 물론 사무실에서 컴퓨터도 없이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고 틀린 것은 지워가며 교육도 받으면서, 지역(영업) 부장의 자질을 갖추는 데 있어서 정말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특히 회사에는 입사해서 활동을 통한 이익도 주지 않고 교육을 통한 투자만 받다 보니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드디어 나름대로 실력(?)과 정신 무장(?)을 한 상태에서 현장에 배치되었다. 그런데 웬걸(?)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혀보니 자신 있게 준비했던 것들이 생각나질 않고 자신감 또한 낮아졌다. 농장에 가서 말을 하는 순간(돈과 직결) 회사에서 대표로 이야기하는 거라 입에서 말이 쉽게 나오지 않고 고개만 끄덕거리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방법으로 한 것이 수의사나 양돈PM, 혹은 양돈R&D를 동행하여 방문하는 것이었다. 일단 방패가 있다고 생각하니 농장 방문이 쉬웠다. 농장에서 문제점도 경험이 많은 동행자 덕분에 쉽게 해결했다.

 

그런데 오잉!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떤 문제인가 하면 농장이 필자를 찾지 않았다. 필자가 간과한 부분이었다. 동행하여 방문한 농장은 필자를 찾지 않고 수의사, 양돈PM 혹은 양돈R&D를 찾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필자를 지속해서 찾는 핵심 농장으로서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필자는 이 이후에는 다시는 동행하는 것을 꺼렸고 동행을 하더라도 “얼굴마담(라떼는 이렇게 표현했다)”만 해 주기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농장에 말을 전달하더라도 다음번에 방문 시 전달할 내용을 정리해서 충분히 공부하고 숙지한 상태에서 필자가 직접 전달하였다(텐션을 높이고 자신 있게). 이렇게 함으로써 처음에 멋모르고 동행자와 수월하게 방문한 농장도 필자를 신뢰하고 차츰 우선 찾게 되었다. 3년 혹은 5년이 지나면서는 농장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웬만한 농장은 혼자 방문하여 컨설팅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분도 3년 혹은 5년을 스스로가 현장에서 경험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농장에서 계속 찾는 지역(영업) 부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한 번 해보길 바란다(강추!!!).

 

 

지금부터는 필자가 농장 방문 시 절차이다. 필자보다 더 잘하는 지역(영업) 부장이 많이 있겠지만 이러한 지역(영업) 부장은 필자가 어떻게 했나? 라고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기만 바란다. 지금은 방역상 농장 방문이 상당히 까다롭지만 필자가 활동 시에는 지금보다 농장 방문이 약간 수월했다. 신입 지역(영업) 부장일 때는 거짓말이 아니라 13개월간의 교육도 받았지만, 자신감 결여 때문에 자동차 트렁크에는 축산 관련 책과 교육 시 받았던 교재(?)를 당분간 항상 가지고 방문했다(지금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농장 출입구 앞에서 오늘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대화를 나눌까? 생각하며 트렁크에서 갖고 있는 책과 교재를 통해 다시 한번 숙지를 한다. 그러고 나서 방역복과 비닐 장화로 방역 상황을 철저히 준비한다. 방역복을 입을 때는 겨울에도 가능하면 오감으로 돈사 내 온도를 느껴보려고 속옷 차림에 그 위에 방역복을 착용한다. 수첩과 필기도구를 지참하고 끝으로 농장 점검 시 필요한 키트 가방(칼, 연막 가스키트, 주사기, 피를 뽑는 도구들, 돈사 내 먼지를 포집하는 기구(용어가 잘 ^^), 수질 검사를 위한 도구, 가검물을 수집하는 키트, 용수철저울 등(하여튼 많았음) 세월이 오래 지나 나머지는 패스!!!)을 지참하고 농장 방문을 시작한다.

 

관리사에서 농장장 혹은 관리 직원과 최근 상황을 간단히 이야기 나눈 후 농장 기록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이후 분만사를 시작으로 자돈사, 임신사, 육성사, 비육사 순으로 방문한다. 돈사별로 세부 사항 점검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계속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이번 호에서는 개론적인 이야기로 돈사를 방문할 때는 기본적으로 온도, 습도, 환기를 필자의 오감 및 기구를 통해 체크한다. 돈사를 방문하면서 분변 상태, 누워있는 상태, 기침 정도, 눈곱 상태, 현황판을 참조로 모돈의 BCS 상태, 밀사, 피모 상태 등을 체크한다. 육성돈사부터는 현황판과 현재의 성장 정도가 정상인지 목측으로 체크하고 분변자리, 사료 허실, 음수 정도 등을 점검한다. 솔직히 돈사별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지면이 허락하지 않아 다음 호에서 다시 한번 각론으로 이야기해가겠다(글을 쓰다 보니 할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는 것 같다. 희한하다. 잊어버린 기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떠오르다니… 몸으로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체험한 결과인가 보다).

 

 

이렇게 농장 전체를 방문하고 나서 농장에 이야기해줄 사항을 관리사에 들어와서 방역복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고 수첩에 기록한 것들을 확인하고 나서 점검 시 문제점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한다. 대책 및 개선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먼저 이야기를 하고 좀 더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수집한 가검물 등을 분석하고 결과물을 가지고 다음 방문을 위한 여지로 남겨 놓는다.

 

다음 방문 시에는 오늘 문제점과 대책 사항, 그리고 수집한 가검물을 분석한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서면으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다음 방문 시 개선 여부를 확인 및 또 다른 부분을 점검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농장을 나오면 또 농장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 다음 방문 시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돈사별로 디테일한 체크를 다시 시작한다. 점검할 내용이 많아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주 1회 방문이면 약 8주 혹은 10주간 돈사를 점검할 수 있다.

 

그러면 농장은 지속해서 방문을 허용할 것이고 다음 방문 시에도 농장도 기대하는 바가 생길 것이고 지역(영업) 부장은 필자가 정말! 제일! 싫어하는 인사말 “사장님이 생각나서 “지나가다가” 들렀습니다”고 이야기를 안 해도 되고 농장은 @요일은 OOO 지역(영업) 부장 방문하는 날로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농장은 믿음을 가지고 농장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 사항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면서 개선점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장과 지역(영업) 부장은 차별화된 관계로 믿음 속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점검 전과 점검 후 농장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이다. 꼭 챙겨야 한다. 돈사별로 점검할 이야기는 지면상 불가피하게 다음 호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96~99p 【원고는 ☞ jjhpak0420@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