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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혁의 돼지 이모저모. 규격돈 출하체중을 135kg으로 늘리자(한돈미디어 23년 11월호)

조 제 혁 자문위원

필자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글을 쓰는 것이 참 “어렵다”는 단어가 자주 떠오른다. 최근에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작가는 “잠”에 대하여 어떤 작가는 “쇼핑”에 대하여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생활을 바탕으로 에세이를 쓰고 그것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내는 “내공”은 정말 가히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필자는 “돼지”에 대하여 쓸려면 제목 정하기부터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까지 정말 고난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토닥거리면서 세월이 흐르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열심히 글을 쓰려고 한다.

 

올해는 “입추” ”말복” ”처서”가 단계적으로 지나가도 정말 유난히 더웠다. 제2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조금은 가을의 시원함을 느껴야 하는데도 아침만 지나가면 더워도 이렇게 더울 수가 없다. 얼음물을 연신 마셔도 얼굴에 흐르는 땀을 이겨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카페나 에어컨을 옆에 끼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그런데 땀구멍도 없는 돼지는 어떨까? 돈사 밖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은 환기만 시킬 뿐 더위를 식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기 다가 지내는 방이 작으면 다른 친구(?)들이랑 몸을 부딪쳐야 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방 옆 화장실(?)에서 뒹굴어야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까 싶어 오물을 덮어쓰고 있는 돼지를 생각만 해도 와우(WOW) 덥다.

 

더우니 밥도 잘 먹지를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밑에서 올라오는 후배(?)들 때문에 정상적인 출하체중이 아닌 데도 불가피하게 방을 비워주기 위해 육가공업체들의 불만을 들으면서도 농장은 출하해야 한다. 더위를 이겨내려는 돼지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점점 더 이러한 예측하기 힘든 기후 온난화 계절 영향으로 인해 빙하가 녹고 따뜻해져 추운 지역의 식물 생장률은 증가하여 곡물 생산량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일부는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이 온도로는 식물들이 더 잘 자랄 수 있다.

 

하지만 가뭄과 사막화 같은 현상으로 곡물 생산량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을 생각하고 기후 온난화 속도를 유지 혹은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동참해야 한다. 이렇게 노력을 해도 기후 온난화로 인해 매년 세계 곡물의 수확량은 감소할 것이고, 곡물 재고 현황도 계속 부족해지면 가축들에게 공급되는 곡물 가격은 조금씩이라도 상승할 것이다. 얼마까지 곡물 가격이 올라갈까?

 

돼지를 키우는 사양관리 기술은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곡물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생산비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따라서 올라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회식할 때 가장 선호하는 메뉴가 돼지고기인데 계속 가격이 올라가야 하고, 소비자가 용납하고 허용할 수 있는 “지불용의 가격”(네*버 지식백과 :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고 가격)을 넘어서면 그때는 어떡해야 하나? 돼지고기를 팽개치고 닭고기로 회식을 해야 한다고? 그나마 다행이다. 축산을 전공한 필자로서 닭으로라도 소비를 한다니까….

 

전에도 필자는 이야기했다. 미래에 가장 무서운 경쟁자가 수입 돈육이 아니라 AI 등 과학의 힘을 빌려 돼지고기의 식감과 성분 등을 완벽하게 재현한 “대체육”이 대량화로 생산되면 “지불용의 가격”을 넘어서는 순간 회식의 메뉴로 대체될까 봐 정말 무섭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축산 관련, 특히 돼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큰 그림을 그리면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필자도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을 글로 옮겨볼까 한다. 나중에 전문가들이 세밀한 그림을 그릴 때 참조가 되었으면 한다.

 

■ 규격돈 출하체중을 135kg으로 늘리자.

옛날 옛적에 우리나라 규격돈 출하체중은 90kg일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100kg, 110kg, 115kg으로 현재 육가공업체가 선호하는 출하체중으로 출하되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의 출하체중으로 되었지만, 어느 정도 외부 조건만 준비되면 135kg 출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출하하면 지육 중량은 15kg(지육률 77% 기준)이 증가하고 정육량은 8kg(정육률 53% 기준)이 증가한다. 숫자상으로만 계산하면 연간 1,800만두 도축한다고 할 때 144,000톤의 돼지고기가 더 생산된다.

 

그러면 증가한 8kg가 모두 삼겹살, 목살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인기 부위는 아니겠지만 소비자의 “지불용의 가격”은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돼지고기 소비가 계속 유지되기 위한 몇 가지 사항을 신속하게 제안해 보겠다.

 

 

첫째, 우리나라 종돈장은 후기 성장이 우수한 종돈을 이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비육후기 일당 증체량이 평균 700g에서 평균 1~1.5kg 이상 증체하고 등지방 두께 및 지육률도 감안한 종돈으로 육종을 개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출하체중을 늘림에 따라 돼지 도체 등급판정 기준도 개정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등지방 두께 기준을 좀 더 많이 반영하였으면 한다(현재 1등급, 1+등급 기준의 등지방 두께 15~17mm는 너무 얇다).

 

셋째, 사료회사는 135kg 출하에 맞는 사료 급여프로그램을 만들고 단계별 권장 사료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떡지방이 발생하지 않게 그리고 등지방 두께는 소비자가 원하는 정도로 전문가들이 많으니까 가능할 것이다.

 

넷째, 농장은 출하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돈사 시설을 증축, 위탁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폐율, 용적률, 그리고 환경적인 부분을 관공서와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 및 지방 자치단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필자보다 더 전문가이니까 원만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넘어간다.

 

다섯째, 도축장 시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150kg 이상 돼지도 출하 시 자동 작업이 가능하도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여 단백질 생산량을 늘리는데 차질이 없게 해야 한다.

 

여섯째, 육가공업체의 지육 운송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농장에서도 지금처럼 출하두수를 실을 수 없으므로 크게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문제가 된다면 실제 진행될 시 고려하면 된다.

 

일곱째, 부분육 포장 박스는 지금보다 크게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가공업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박스를 제작하고,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일부 박스 자금을 관련 기관에서 지원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덟째, 비인기 부위 소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메뉴 개발이 필요하다. 백종원 대표 등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삼겹살, 목살 등에 의존하는 식문화 개선이 필요하다.

 

 

끝으로, 한돈고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고기 판매장이나 식당들 숫자를 계속 늘려 나가야 한다. 지금보다 더 협업을 통해 수입 돈육과 경쟁에 있어서 차별화되는 좋은 돼지만 취급할 수 있게 중·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면 금전적 지원 방법도 찾아 진행해야 한다.

 

◇…◇…◇…◇

 

필자는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돼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미래 돼지고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먹지 못할 것을 걱정하여 필자의 생각을 오지랖 넓게 정리하여 보았다. 규격돈 출하체중을 늘리는 데 있어서 좀 더 분야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준비를 할 때 필자가 두서없이 제안한 것이 기억이 나고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필자는 만족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0월호 92~95p 【원고는 ☞ jjhpak0420@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