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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이제 고관여 제품이 되어간다.(한돈미디어 23년 7월호)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경제학과 겸임교수

강남의 한 식당에서 삼겹살, 목살 130g에 2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장사가 잘된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삼겹살+목살+어깨 갈빗살 580g에 6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130g에 29,000원이면 kg당 223,000원이다. 580g에 69,000원이면 kg당 118,900원이다. 이제 삼겹살에 소주 한잔 서민의 가벼운 주머니에 잘 어울리는 회식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날의 회식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 지난 6월 초 가평 한우식당의 1+ 한우 불고기가 170g에 18,000원이다. kg당 106,000원이다. 아무리 한우 목심으로 만든 불고기라고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한우 가격보다 높게 정해진 식당 메뉴들이 많아졌다.

 

1. 1980년대 이전 아니 1990년대만 해도 돼지고기는 소고기의 대체재였다.

 

가격이 비싼 소고기를 대체해서 가격이 싸서 먹기 시작했던 돼지고기는 옛말이 되었다. 이제 돼지고기는 맛있어서 먹는 독립재*다. 저관여 제품인 줄 알았던 돼지고기 삼겹살이 고관여 제품**으로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소비 측면에서 서로 관련이 없이 독자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재화.

**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제품. 가격이 비싸거나, 본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제품 등이 해당된다(네이버 국어사전).

 

삼겹살이 값싼 저관여 제품일 때는 브랜드 같은 걸 염두에 잘 두지 않는다. 그냥 마트에서 할인하는 삼겹살을 구매한다. 삼겹살이 값비싼 고관여 제품이 되면 사람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생겨나고 내가 먹는 삼겹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매할 때 사람들은 가격, 디자인, 기능, 색상, 무게, 스타일 등을 고려하여 구매 의사 결정을 한다.

 

지금까지 200개 이상이나 되는 우리나라 돼지고기 브랜드가 있지만 별다른 차별점도 없고 맛도 비슷비슷했다. 맛있는 돼지를 키운다는 사육에 대한 개념이 없는지도 모른다. 맛있는 돼지를 키웠다고 육가공업체에서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니 생산자 관점에서 생산비를 더 들여 맛있는 돼지를 키울 이유가 없었다.

 

2. 적어도 지금까지는 국내산 돼지고기는 생산만 하면 무조건 팔려나가는 시대였다.

 

아마 1978년 쌀이 자급되기 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2020년 뒷다리 재고가 증가하고 가격이 폭락한 것이 우리나라도 이제 돼지고기의 공급과잉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전조였는지도 모른다. 다들 코로나로 학교 급식 단체 급식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지만, 코로나 이전 2019년 가을부터 뒷다리의 재고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3년 3월까지 지속해서 돼지고기 재고가 늘고 있다. 2023년 3월 53,072톤의 돼지고기 재고 중 뒷다리가 16,054톤으로 전체 돼지고기 재고의 30%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삼겹살이 12,174톤으로 전체 돼지고기 재고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뒷다리는 냉장과 냉동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많은 재고가 육가공업체에 별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겹살은 냉장과 냉동 가격 차도 크고 단가도 높아서 육가공업체의 자금 운용에 큰 영향을 미쳐서 과거에는 삼겹살 재고가 많았지만, 육가공업체는 작업두수를 줄여왔다. 2020년 이후 메이저화된 브랜드 돼지고기 업체들은 삼겹살 재고 적체에도 작업두수에 별 변동이 없는 새로운 현상을 보인다. 그 덕분에 산지의 돼지가격이 급락하는 일은 없었다.

 

생산 농가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돼지고기 식당에서는 장사도 되지 않는데 식재료 가격은 계속 올라가니 식당 운영이 점점 어려워진다. 코로나 이후 한돈 돼지고기 식당의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아니 잘 되는 식당만 잘되고 거의 모든 식당이 심각한 실정이다.

 

3. 이런 시장에 값싼 박리다매의 수입 삼겹살 식당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명륜진사갈비는 이제 본격적으로 삼겹살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설마 명륜진사갈비가 한돈 삼겹살을 팔지 않겠지’. 명륜진사갈비에서 수입 삼겹살을 무한 리필로 판매하는 건 단순히 어느 프랜차이즈업체의 매장에서 수입육을 취급하는 것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명륜진사갈비는 이번에 새로 리뉴얼하면서 과거 돼지고기가 직장 회식 중심이었다면 리뉴얼한 명륜진사갈비는 가족 회식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했다. 이런 거대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돈은 아직 가족 회식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한 규모 있는 프랜차이즈가 없다. 하남돼지가 패밀리 레스토랑이란 슬로건을 썼지만 인테리어나 메뉴가 직장 회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4. 이제 외식 식당에서 수입 삼겹살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코로나로 가정 내 한돈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났지만 가정 내 돼지고기 소비는 급감하고 있다. 1971년 돼지고기 수입을 자유화했던 일본의 경우 그동안은 가정용에서 그래도 일본산이 우세였는데, 최근 들어 해외에서 고품질 돼지고기가 수입되면서 가정 소비의 수입육 비중이 서서히 늘고 있다. 우리도 이번 코로나에서는 한돈이 수혜자였지만 이런 수혜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다.

 

또한 양돈산업이 기후 위기의 최대 피해 산업 중 하나일 것이다. 높아지는 사료가격, 환경 부담금 등 생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더워지는 여름에 생산성은 더 떨어져서 돼지고기 성수기에는 한돈보다 수입육 소비가 더 많아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우리 모두 고민을 해야 한다.

 

이제 한돈이 고관여 제품이 되었다. 한돈이 한우보다 비싸도 된다. 한돈은 맛있어서 먹는 것이다.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충분한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우보다 맛있는 한돈을 생산하면 된다. 이제 한돈은 더 이상 소고기의 대체재도 아니다. 이제 한돈은 서민의 고기가 아니다. 이제 한돈은 맛있어서 찾아 먹는 돼지고기이다. 양적 성장을 자랑하지 말고 질적 성장에 관심을 좀 가져 주었으면 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7월호 105~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