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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베트남 양돈산업을 문화인류학적으로 보면 우리 한돈산업이 무엇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보통 자연인류학과 대치되는 용어로서 넓은 뜻으로는 선사적 고고학(先史的考古學), 인류학적언어학, 민족학(民族學)·민속학·민족지(民族誌) 등 여러 분야가 포함되지만, 좁은 뜻으로는 사회인류학과 민족학의 두 분야를 가리킨다. 인류가 걸어온 역사와 현존의 인류에 의한 각종 소산(所産)을 대상으로 문화를 관찰·분석하고 그것을 종합하여 문화의 법칙성 또는 규칙성과 변이(變異)를 탐구하는 과학이다. 문화 인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미국의 경우이며, 영국에서는 그와 같은 내용을 사회인류학, 독일·오스트리아그 밖의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민족학이라고 부른다.

 

방법론으로는 문화진화론·문화전파론·문화사론·문화영역론·문화통합형태론·문화기능론 ·문화와 인격론·문화구조론 등이 있다. 문화 인류학의 학문적 맹아(萌芽)는 이미 18세기 후반의 프랑스계몽사상중에 나타나며, 19세기에는 그 이론의 기초가 세워졌다. 연구대상은 주로 미개한 문화와 그것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근대사회의 복잡·고도한 문화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다루고 있으며, 역사적인 문화와 현재의 모든 문화가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연구 방법으로는 미개한 문화에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문헌 기록에 따르지 않고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현지 조사, 즉 유적과 유물들의 발굴 등이 불가결하며, 필연적으로 갖가지 이질적(異質的) 문화를 취급해야 하므로 비교연구가 매우 중요시된다.

 

■ 지난 8월 베트남에 숙성육 프로젝트가 있어서 매주 베트남 호치민에 갔다.

다른 숙성육 전문가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난 숙성을 하기 위한 고기 원물을 찾는 일을 숙성에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소고기 시장은 현지 품종보다는 호주나 미국 소고기가 외식시장에 주를 이루고 사용하고 있으며 냉장육이 항공으로 수입되고 있다. 호주산 냉장 와규의 수입량이 많고 항공운송 거리가 짧아서 우리나라보다 경쟁력이 있다.

 

돼지고기는 현지의 돼지고기로 숙성을 해야 해서 시장조사를 좀 했다. 우선 호치민에서 유명한 한국식 삼겹살 식당을 찾아서 시식해 보고 식육 유통업체들을 만나서 미팅을 했다. 베트남에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삼겹살집은 다 진출한 것 같다. 아니 일부는 짝퉁이다. CJ, 선진 등 국내의 사료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왕성히 활동하고 있었다.

 

2019년 베트남 양돈산업의 85% 정도가 과거 우리나라 1970년대 이전 부업농, 잔반 사료에 의존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부업농은 줄고 기업농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새로 늘어나고 있는 베트남 양돈은 우리나라의 양돈과 매우 흡사했다. 품종은 삼원교잡 YLD, 출하일령 180일 내외, 출하체중 110kg대, 사료 배합비도 우리나라랑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베트남 돼지고기 맛이 없어지고 있다.

 

몇 년 전 베트남에 갔을 때 베트남 돼지고기를 먹어 봤다. 필자의 상식으로는 따뜻한 나라의 돼지고기가 맛없을 것 같았는데 베트남 현지에서 먹어 본 삼겹살은 아주 맛있었다. 필자의 입맛이 좀 달라서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물어봤는데, 돼지고기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베트남 고기가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왜? 맛있는지는 다들 궁금해했다.

 

지난 8월 호치민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삼겹살 식당을 다 다녀보고 유통업체의 돼지고기를 숙성해서 시식해 봤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돼지고기의 맛이 예전만 못했다. 삼겹살 지방 역시 예전 1990년대 중반 일본에 수출할 때 일본 바이어들이 우리나라 삼겹살이 탄력이 없이 축 처진다고 그걸 개선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했는데 베트남 삼겹살 지방이 좀 우리나라와는 다른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삼원교잡 돼지가 도입된 것이 1970년대 초반 용인 자연농장 시절부터였던 것 같은데 1970년대 초등학교에 다녀서 1970년대 초의 버크셔, 요크셔, 두록, 랜드레이스 단일 품종의 돼지고기 맛을 기억하지 못한다. 요즘 들어 다시 버크셔, 두록이 유통되어 먹어 보면 삼원교잡의 돼지고기는 싱겁고 버크셔, 두록 등 싱글 오리진 돼지들은 육향이 강하고 감칠맛이 좋았다.

 

 

문화인류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2024년의 베트남 양돈산업이 우리나라 1970년대 부업농에서 전업농과 기업농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지금 베트남에 일어나고 있는 베트남 양돈의 문제점이 우리 양돈산업의 첫 단추가 어떻게 잘못 키워진 것인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맛있는 재래돼지가 많은 베트남, 자신들의 기후 조건 테루아에 적합하게 키워왔던 전통적인 양돈업이 산업화하여 가는 과정에서 맛보다는 생산성 중심의 전환되면서 돼지고기 맛없어지고 있다. 지금 베트남의 육류 소비는 돼지고기 70%, 닭고기 20%, 소고기 10%인데 아마도 돼지고기가 공장식 축산으로 산업화하면서 맛이 없어진다면 소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 식육 강의를 하면서 1인당 육류 소비량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1인당 육류 소비량 통계가 집계되었던 1957년에 돼지고기 소비는 전체 육류 소비의 65.7%, 지금 베트남의 돼지고기 소비 구성비와 비슷했는데 이게 점점 줄여 지금 약 50%대로 추락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필자가 베트남의 식육 경영, 경제학자라면 한국의 육류 소비 변화를 보면서 베트남 역시 앞으로 소고기와 닭고기의 소비가 늘어나고, 돼지고기 소비는 구성면에서 줄어들 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양돈산업은 자랑할 만한 양적 성장을 했다. 압축성장의 산업화에 이농으로 농촌의 인력들이 도시로 몰려와서 산업 노동자가 되고 그들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박정희 정부의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그 역사적 사명을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 우리 양돈산업이었다. 1950년 156,000두의 돼지 사육두수가 오늘날 1,100만두로 늘어났다. 쌀보다 양돈산업의 생산액이 더 커진 것이 지금까지 양돈산업이 잘해왔다는 걸 입증해 준다.

 

■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의 미래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우리나라의 공장식 축산업의 시작점이 미국의 잉여 농산물인 옥수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기후 위기에 미국은 물 부족이 심각하고 과거와 달리 바이오 연료로 옥수수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수요처가 생겨서 옥수수가격이 예전처럼 국제 옥수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을 수도 있다. 기후 위기의 미국 옥수수 농업 문제는 우리 축산업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사료비가 너무 올라서 우리 양돈산업은 과거 신발산업이나 봉제산업 같은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의 인구감소는 더 이상 소비시장을 키우지 못한다. 아니 역으로 시장이 줄어들 것이다. 돼지고기의 외식 소비가 늘어나고 HMR 제품 소비가 늘어나고 테이블 미트(가정 소비)가 줄어들면 국내산 한돈 소비는 늘어나지 않고 만약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나도 값싼 수입육의 소비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한돈 삼겹살 과지방 문제는 단순히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서민의 고기라고 포지셔닝 되었던 한돈 삼겹살 가격이 너무 높아져서 생긴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실질 소득, 가처분 소득의 감소는 비싼 육류의 소비를 둔화시킨다. 우리도 이미 일본의 30년 장기 불황 같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이미 비싼 한우의 소비 둔화는 심각하다. 한돈은 가격 측면에서는 좀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한돈 삼겹살은 이미 고가의 육류다. 돼지 한 마리의 40%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돈 삼겹살의 소비 둔화가 예측된다.

 

이런 문제들은 여러 번 이야기하고 다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럼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채널 A의 예능 프로그램 고기서 만나 프로그램을 초기에 자문했다. 거기서 삼겹살 제3의 물결론을 이야기했다. 제1의 물결은 1976년 한우 파동으로 한우가격이 상승해서 당시 인기 있던 한우 로스구이의 고기가 한우에서 냉동 삼겹살로 대체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삼겹살 식당 붐이 제1의 물결이다.

 

 

 

삼겹살 제2의 물결은 하남 돼지의 구워주는 서비스, 스테이크형 삼겹살 시대다. 삼겹살 제3의 물결은 숙성도를 시작으로 한 숙성 삼겹살 붐이다. 그리고 지금 삼겹살 제4의 물결이 시작되었다. 삼겹살 제4의 물결은 우리흑돈, 난축맛돈, 제주 흑돼지, 두록, 버크셔의 전쟁이다. 삼겹살 제1, 제2의 물결은 가격과 효율성의 물결이었다면 삼겹살 제3의 물결, 삼겹살 제4의 물결은 맛의 전쟁이다.

 

 

아쉽게도 국내산 두록을 서울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식당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이들 유색 돼지고기를 맛보면 우리가 압축성장의 산업화 속에서 맛을 잊고 살았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돈산업의 미래는 전 세계에서 대다수 키우는 생산성 중심의 삼원교잡도 키워야 하겠지만 우리의 식생활과 테루아에 맞는 돼지 품종을 개발하고 사육하여 전 세계와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필자 유튜브 :『고기만』 또는『meat1000』을 검색하면 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10월호 101~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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