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변화는 21세기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최대한 줄이고, 동시에 남은 배출량을 흡수하거나 상쇄하여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요구하며, 국내 축산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2023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676.6백만톤 CO2eq에 이르렀으며, 이 가운데 농업분야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21.4백만톤 CO2eq으로 전체 총발생량의 3.2%를 차지하였다. 농업분야 내에서는 축산분야가 10.3백만톤 CO2eq(장내 발효 4.9백만톤 CO2eq, 가축분뇨 처리부분 5.4백만톤 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농업분야 중 48.1%(전체 발생량의 1.5%)를 차지하였다. 비록 이는 국가 총배출량의 약 1.5%에 불과한 미비한 양이지만 국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발맞추어 축산분야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여야 한다.
축산분야에서 가축분뇨 처리는 축산업의 지속적인 영위를 위해 반드시 신경 써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가축분뇨의 처리 과정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와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를 방출할 뿐만 아니라, 부적절하게 관리될 때 수질오염, 토양오염, 악취 등 다양한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축분뇨의 효과적인 관리와 처리가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축산업 전반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축분뇨와 같은 유기물로부터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혐기소화(Anaerobic digestion) 기술은 유기성 폐기물의 처리와 동시에 에너지로 활용될 수 있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기 때문에 화석연료 대체재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효율적인 가축분뇨 처리와 더불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가축분뇨 활용 바이오가스 생산의 중요성과 그 활용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2. 가축분뇨 발생 및 처리현황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환경관리원과 함께 발간한 2023년 축산환경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가축분뇨 발생량은 총 5천87만1천톤/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중 돼지분뇨가 1천967만9천톤(39%), 한·육우가 1천751만1천톤(34%)으로 이들 축종이 전체 발생량의 73%를 차지하였다. 나머지는 닭 876만1천톤(17%), 젖소 392만3천톤(8%), 오리 99만7천톤(2%)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가축분뇨 5천87만1천톤 중 84.6%가 퇴비화나 액비화 방법에 의해 자원화 처리되었고, 15.1%는 정화처리로 처리되었다.
이외에도 혐기소화에 의한 바이오가스화 방법이나 고체연료화 방법 등에 의해 에너지 자원화하는 방법도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퇴비화나 액비화, 그리고 정화방법과 같은 타 방법보다 적용 비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2024년 1월에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축산부문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성장 전략’에 따르면 탄소중립과 연계한 온실가스 감축정책과 관련하여 가축분뇨 퇴액비화 위주의 자원화 비중을 줄이고, 정화처리, 바이오차, 에너지화 등 축종별 가축분뇨 처리방식을 다양화하는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어 정책변화에 따른 처리방식의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3. 바이오가스 생산 기술의 원리
바이오가스 생산은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등과 같은 유기성 자원물질이 산소가 결핍된 혐기성 소화조라고 불리는 반응조에서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바이오가스의 주성분은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이고, 그 외 소량의 기타 가스로 이루어져 있다.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을 혐기성 소화(Anaerobic Digestion)과정이라 말하며,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쳐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첫 번째 단계는 가축분뇨 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고분자 유기물로부터 당류, 아미노산, 지방산 등의 저분자 유기물로 분해되는 가수분해 미생물에 의한 가수분해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혐기성 산생성미생물에 의해 저분자 유기물로부터 휘발성지방산, 젖산, 에탄올 등을 생산하는 산 생성과정을 거쳐 아세트산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메탄 생성균에 의해 아세트산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4. 혐기소화에 의해 생산된 바이오가스 이용
유기성 자원으로부터 혐기소화에 의해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 바이오가스의 활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전기 및 열 생산
바이오가스를 전기와 열로 활용하는 방식은 국내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사용하여 열병합 발전(Combined Heat and Power, CHP)을 하게 되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생산된 전기와 열은 농가와 인근 지역에 전기와 난방을 제공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전력망에 남는 전기를 판매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 자급 시스템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독일의 윤데마을을 들 수 있다.
(2) 가정용 및 수송용 연료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인 바이오가스를 고질화 과정으로 정제한 바이오가스는 주성분이 메탄가스이며, 이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성분이 유사하므로 도시가스에 혼합하여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고질화하여 정제된 바이오가스는 난방이나 가스레인지 등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또한 천연가스 차량의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버스, 트럭 등 대형 차량의 연료로서 잠재력이 크며 실제로 스웨덴의 경우 정제된 바이오가스인 바이오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버스 운행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메탄 차량은 기존의 디젤이나 가솔린 차량이 이용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환경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3) 수소에너지 원료
최근 들어 바이오가스의 개질화를 통해 수소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었으며, 생산된 수소 가스를 수소차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충주에 설치된 바이오수소융복합충전소는 가축분뇨로부터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아니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로부터 혐기소화과정(바이오가스화)을 통해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이용하여 수소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차량용 연료로 사용하는 사례는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수소에너지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바이오가스화를 통해 발생하는 소화액은 액비화 과정을 거치게 되면 비료로 활용되므로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고, 토양의 유기물 및 비료 성분을 공급하여 농작물 생장 및 토양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주로 생산하는 화학비료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탄소중립에 기여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5. 맺음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오가스 생산과 활용에는 다양한 이점이 있다. 적절한 가축분뇨 처리를 통한 환경보호, 생산된 바이오가스의 에너지 활용으로 에너지 자급률 향상에 대한 기여, 바이오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화액의 비료 활용을 통한 화학비료 사용 감소와 농업 순환경제 촉진 등은 지속 가능한 축산업 실천을 지원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및 활용은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다. 이를 통해 농업 및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경제적 이익에 이바지함으로써 친환경 축산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여 앞으로도 축산업에 대한 밝은 미래가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9월호 86~90p 【원고는 kjk9207@korea.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