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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미디어 24년 1월호, 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위한 돈사시설 및 환경관리 점검

박 종 대 대표 / 케이이피씨(KEPC)

1. 들어가며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대기업과 소농 중심에서 전업농 중심으로 재편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전업농화는 김영삼 대통령 시기 UR 협상에 따른 세계화, 국제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농어촌구조개선사업자금을 대규모로 공급하면서 시작되었다. 양돈분야에도 규모화,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약 10조원의 자금이 집행되었다. 그 결과 영농조합법인 명의의 대규모 양돈단지들이 형성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양돈 규모는 400만두에서 800만두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 시기 대부분의 돈사시설은 철제파이프 트러스 골조에 슬레이트로 지붕을 올리고 윈치커튼을 설치한 개방형 돈사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주간관리나 올인 올 아웃 개념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낮은 생산성으로 고생하였다. 극히 일부의 농장만이 무창돈사, 주간관리라는 개념이 도입된 돈사를 지었고 높은 생산성을 나타내었다. 결과적으로 낮은 생산성의 농장은 대부분 주인이 바뀌게 되었고 높은 생산성의 농장은 대규모로 성장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많은 농가가 2세대 경영을 시작하고 있다. 전업농 1세대의 경험과 교훈이 농장별로 특색있게 2세대에 전수되었고 또 전수되고 있다. 개개인이 겪은 작은 경험의 전수도 필요하지만 작은 경험을 모아서 큰 경험을 전수할 필요도 있다. 미래인 2세대를 위하여 과거인 1세대의 기쁨과 희망은 전달하고 고통과 절망은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돈산업이 전업농 위주로 개편된 지 아직 한 세대인 3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 기간은 양돈선진국이 쌓아온 200년의 경험을 압축하여 경험한 소중한 시기일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의 경험을 지속 가능한 미래 양돈을 위해 살펴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2. 지난 25년 동안의 몇 가지 교훈들

 

(1) 첫째, 창고건물에서 돼지를 키우지 말고 돈사에서 돼지를 키워야 한다.

자금은 부족하고 마음은 급하다 보니 돈사를 짓지 않고 창고를 짓고, 뚝딱뚝딱 내부시설을 갖춰 양적성장에 주력하면서 돼지를 키워왔던 것이 1세대일 것이다. 이로부터 환기에 대한 고민, 방역에 대한 고민, 사양관리에 대한 해결책은 얻을 수 없었다. 애초에 건물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창고를 헐고 돈사를 짓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돈사를 짓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올인 올 아웃 배치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배치시스템은 그룹관리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일 뿐만 아니라 농장의 사양관리, 질병관리, 환기관리를 쉽게 만들어준다. 다음으로 한쪽 방향 흐름의 효율적인 동선이 필요하다. 많은 농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농장을 증축하다 보니 교배사, 임신사, 자돈사, 육성사, 비육사가 뒤죽박죽 얽혀 있어서 동선이 미로인 농장들도 있다. 돼지농장이 돼지를 키우는 것인지 돼지와 씨름을 하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인 경우도 많다.

 

 

(그림 1)의 이동 동선을 보라. 어미돼지는 번식사의 교배 임신사와 분만사에서 일생을 보내고 태어난 자돈은 분만사→인큐베이터→자돈사→육성사→비육사를 거쳐 출하대로 간다. 한 방향 흐름으로 동선이 짧아서 이동이 간편하다. 더 많은 시간을 생산적인 활동에 투여할 수 있으려면 동선이 좋아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돈사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둘째, 썩지 않는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철과 관련한 소재는 돈사에서 발생하는 습기와 부식성 가스에 남아나지 않는다. 아연용융 도금을 해도 수명이 약간 늘어날 뿐 결과는 같다. 직접적으로 물이 닿지 않는다면 철재보다 오히려 목재의 수명이 길다. 사실 대부분 농장에서는 사양관리 다음으로 용접일이 많다. 돼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식되어 떨어진 것을 수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인지 돼지농장은 공업사에 따르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돈사 내부에서 대체로 썩지 않는 소재는 콘크리트,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목재 등이 있다. 이 네 가지 소재로만 돈사를 짓는다면 개보수로 시간을 허투루 쓰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사진 1)에는 스테인리스 임신스톨, 스테인리스 사료라인, 스테인리스 지붕틀이 설치되어 있다. 더 이상 부식으로 인한 시설의 개보수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는 알칼리성으로 사료에 첨가된 유기산에 쉽게 녹아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급이기 주변은 콘슬라트가 녹아나서 분뇨구멍이 커져 돼지 발이 빠지고 사료통이 넘어지고, 결국에는 콘슬라트가 부러져서 주저앉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급이기 주변은 (사진 2)와 같이 콘슬라트룰 설치하지 않고 플라스틱 베드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사진 3)과 같이 콘크리트 슬래브 방식으로 돈사를 짓는다면 부식에 더욱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트러스 형태로 짓는다면 (사진 1)과 같이 스테인리스 지붕틀에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다. 지붕 소재는 샌드위치 패널의 효율성을 능가하는 소재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부식에 강한 불소수지 강판으로 제작된 샌드위치 패널을 주문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내부는 난연 우레탄 또는 스톤 재질을 도포하여 부식을 차단하고 있다.

 

(3) 셋째, 악취 없는 농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농장 만들기보다 중요한 것은 악취 없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여 악취라는 비용을 사회가 감당하던 시대가 지나고 수익자인 농장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분뇨 순환방식은 악취를 구수한 냄새로 바꾸는 효과가 있다. 돈사에서 배출되는 공기를 물로 씻는 방식은 악취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최종적으로 오존처리까지 한다면 악취 유발 물질은 완벽히 제거될 것이다. 그리고 배출되는 공기를 하늘로 불어낸다면 악취 없는 농장이 완성된다.

 

 

(그림 2)는 악취제거 기술이 종합적으로 적용된 돈사의 설계 사례로 그림에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차적인 악취제거는 분뇨 순환방식을 적용하여 해결하고 있다. 완전히 숙성된 액비를 지속해서 돈사로 순환하는 분뇨 순환방식은 악취의 근원인 분뇨를 신속하게 호기성 발효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으로 대략 50% 정도의 악취를 저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뇨 순환방식은 냄새제거의 효과가 이미 검증된 것으로 이 방식을 적용한 다수의 농장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효율적으로 분뇨 순환방식을 운영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진 4)와 같은 충분한 크기의 발효조를 만들고 충분한 폭기용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1일 분뇨발생량 25톤인 농장에서 1일 100톤을 돈사로 순환하여 배출량 125톤을 15일 이상 장기 폭기하여 돈사로 순환하기 위해서는 약 2,000톤의 저장 및 폭기시설이 있어야 한다. 돈사에서 악취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핵심은 충분한 폭기용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림 2)는 2층 돈사 2동의 사이 공간을 냄새제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천장 위로 배기터널을 만들어 중앙배기 방식을 적용하면서 고가의 컨테이너 형태의 냄새제거시설을 설치하는 유럽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한다면 돈사와 돈사 사이 공간은 큰 컨테이너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서 효율적인 냄새제거시설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림 2)는 3단계를 거쳐 냄새를 제거하거나 저감하는 공정을 거치게 된다. 첫 번째 단계는 물을 분무하는 공기세정(air washer) 공정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방식으로 냄새를 제거한다. 분무하는 물에는 광합성 미생물과 바실러스균을 투입하여 물에 녹아든 먼지와 냄새물질이 분해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바닥에는 마사 또는 모래를 두껍게 깔아서 미생물의 서식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 방식은 배출된 공기가 충분히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서 작은 컨테이너보다 훨씬 더 악취 유발물질의 제거효율이 높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우드칩 필터를 통과하는 것이다. 우드칩 필터는 물방울과 먼지를 걸러서 냄새유발물질이 물방울과 함께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고 동시에 미생물의 서식공간도 된다. 우드칩 필터는 공기흐름에 방해되는 것으로 환기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림에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돈사의 환기휀과 동일한 규격의 휀이 비가림 바이오 커튼 부분에 굴뚝휀 형식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 단계는 우드칩 필터 상단의 침전공간에 오존을 산포하여 화학적 방식으로 냄새 유발물질을 분해하는 것이다. 오존은 강력한 산화제로 냄새 입자를 분해하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도 사멸시킬 뿐만 아니라 철제품도 쉽게 부식시키기 때문에 이 공간에는 부식되지 않는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콘크리트 소재로 짓는 것이 중요하다. 더는 냄새 민원으로 고민하지 않고 행복한 농장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 넷째, 분뇨처리 고민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뇨처리와 관련하여 필자는 정화방류 또는 정화 후 재사용을 권장한다. 정화처리 기술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발전되어 음용수를 생산하는 농장도 있다. 또한 설치비용이나 운전비용이 상당히 낮아진 상태로 가성비가 높은 축에 들어간다.

 

(그림 3)은 분뇨 순환방식과 음용수를 만드는 정화처리시설이 동시에 적용된 가축분뇨 정화처리장의 도면이다. 저장용량 3,000톤으로 1일 분뇨 30톤을 처리하여 약 21톤의 맑은 물과 3톤의 세척수, 6톤의 액비, 그리고 3톤의 퇴비를 생산한다. 월 900톤의 분뇨를 톤당 3만원으로 반출할 경우 2,700만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액비화 및 정화처리 방식을 적용하면 운전비용 900만원과 액비반출 180톤 540만원, 퇴비반출 비용 180톤 180만원으로 합계 1,62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어 월 1,08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표 1)에는 정화처리 공정별 수질이 표시되어 있다. 정화방류가 가능한 지역에서는 UF 처리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음용수가 부족하거나 정화방류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음용수 수준까지 정화 처리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액비 반출보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발효된 분뇨를 최종적으로 음용수 수준으로 정화처리 하기 위한 장치는 (사진 5)와 같은 NF시스템과 RO시스템이다. 역삼투압 방식으로 맑은 물을 뽑아내는 장치로 시간당 10톤을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화방식을 적용하면 분뇨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는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3. 마치며

 

생산성 높은 농장, 100년은 개보수 없이 거뜬한 농장, 냄새 없는 아름다운 농장, 분뇨처리 고민이 없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 지난 25년 동안의 경험이 준 교훈일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1월호 106~111p 【원고는 ☞ kepc@hanmail.net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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