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올해 여름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였고 내륙지방에서는 연이은 폭우로 인하여 고온 다습한 여름이 이어졌다. 8월 말인 지금까지도 높은 기온이 유지되고 있어 축산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그림 1, 2)와 같이 우리나라의 여름은 매년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서 발표한 폭염으로 인한 양돈농가 피해 금액은 2013년 20억원 대비 2018년도에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인하여 903억원으로 무려 44배 증가하였으며, 현재까지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과 여러 축산뉴스를 통하여 난산 징후가 나타났을 때 효과적인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손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난산 발생요인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겠다.
2. 분만시간을 지연시키는 유전적 요인
산자수가 증가하면 분만시간이 지연되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산성 모돈의 도입으로 산자수가 증가하여 분만시간이 증가하였으며, 해외에서도 평균적으로 250분 이상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그림 4).
(그림 5)와 같이 산자수와 더불어 모돈의 산차가 증가할수록 분만시간은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모돈의 산차는 초유 대사산물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자돈의 생시체중과 폐사율을 포함한 모돈의 번식성적과 관련이 있다. 또한 산차가 높아질수록 산자수는 증가하지만, 분만 후 질병 발병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여러 번의 분만 후 자궁이 노화되어 분만 중 근육 수축 능력이 약화함으로써 분만시간이 지연된다. 이를 바탕으로 산차와 산자수를 고려하였을 때, 1~4산차 모돈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3. 분만시간을 지연시키는 영양학적 요인
(그림 6)은 모돈의 등지방 두께와 분만시간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모돈의 등지방 두께 평균이 14.5mm이다. 이 중 평균 등지방 두께가 17mm 이상인 모돈의 평균 분만기간은 385분이지만, 평균 등지방 두께가 17mm 미만인 모돈의 평균 분만기간은 230분으로 등지방 두께에 따른 차이가 2시간 30분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준의 지방은 지용성 스테로이드, 특히 프로게스테론:에스트로겐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옥시토신 수용체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분만 과정 중 문제를 일으킨다. 분만 2~3일 전부터 프로게스테론은 감소하면서 에스트로겐 수준이 동시에 증가해야 하는데,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감소하지 않는 것은 분만시간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농가에서 분만 전후 모돈의 변비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림 7)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변비 증상이 심할수록 분만기간이 지연되는 것으로 알 수 있다(변비 지수가 낮을수록 변비 증상이 심각한 것이다). 이렇듯 분만 전후에 모돈의 변비 증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낮은 사료 섭취량, 낮은 섬유소 섭취량, 급격한 포유돈 사료 전환 등이 알려져 있다.
모돈이 변비 증상이 심할 경우, 분만과정에서 난산이 발생하기 쉽고, 딱딱한 변이 장관에 걸려 있어 태아에게 영양 또는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압박하여 영양 공급이 제한됨으로써 사산율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변비와 관련된 불편함과 통증은 분만에 관여하는 옥시토신의 발현을 억제한다. 따라서 장기간 변비로 인한 통증은 옥시토신 수치를 감소시켜 자궁의 수축 운동에 덜 효과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돈이 일정한 간격으로 분만하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분만간격이 현저하게 지연되는 경우를 봤을 것이다. 대부분 사료 섭취 후 에너지는 식후 4~6시간 동안 위장관에서 포도당 형태로 흡수되는데, 자동급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돈이 분만 전 마지막 사료 섭취가 7~8시간 전일 수 있고, 사료 섭취 후 2~3시간 만에 분만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또한 옥수수와 같은 전분 기반 사료는 식후 빠르게 증가했던 혈당 수치가 지속해서 유지되지 않고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분만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져 분만기간이 지연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그림 8). 또한 분만기간이 지연될 경우, 초유 섭취가 부족하여 자돈의 활력이 감소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모돈에게 에너지를 급여할 수 있는 발효 가능한 탄수화물이 포함된 섬유소를 급여하고 사료 급여회수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4. 마치며
원종돈을 생산하는 GGP 농가에 방문하였을 당시 특히, 두록이 다른 종에 비해 난산 빈도가 높고 분만 중 폐사가 많다는 고충을 들은 적이 있다. 임신기간 동안 모돈 개체관리를 했어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두록은 유전적으로 복당 산자수가 10두 내외이다. 간혹 10두를 훌쩍 넘는 것도 봤지만 필자의 경험상 대부분 10두 정도였으며, 심하게는 5두를 분만한 개체도 있다. 이처럼 모돈의 등지방 두께와 체중을 고려하여 사료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임신진단 시 산자수를 고려하는 것도 이젠 필수적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난산 처치 방법을 알아보기 전에 임신사, 교배사에서부터 정확한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농장에서 다산성 모돈을 도입하면서 산자수는 증가하였지만 생시체중 감소, 분만기간 지연, 사산율 증가, 폐사율 증가, 포유자돈의 성장률 감소, 대리모 필요 등 많은 위험 요소가 공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적절한 모돈 사양관리는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10월호 84~88p 【원고는 ☞ ssamgoon@korea.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