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 1 : 코로나로 인한 육류유통 구조의 변화
코로나 상황은 벌써 3년차를 접어들었다. 여느 외생변수와 같이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의 수요 공급 변화와 이후 다시 안정된 수요 공급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예상되었던 코로나는 이제 3년째 육류의 수요와 공급곡선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또한 유통경로의 구조도 바꾸어 가고 있는 듯하다.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시장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산품에 비해 온라인 시장이 상대적으로 비활성 상태였던 온라인 육류소매 시장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3.5배 성장하여 국내산 돈육의 M/S(시장점유율) 6%로 추정되고 있다. 가격 비교에만 치중되었던 온라인 육류 소매시장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다양한 고객층마다 니즈(요구)를 반영하여 극강의 편의성을 제공하면서 고객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표 1) 채널별 돈육 취급 점유율 추이
오프라인 시장은 외식 경로의 급감과 젊어진 정육점으로 축약할 수 있겠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외식 시간 규제는 외식 업소의 고객 회전이 2.5 이상의 회전에서 1.5 이하 회전으로 단축되는 현상을 낳았고, 이는 말 그대로 기존 대비 40% 감소(고객수, 매출액)를 불러왔다. 또한 정부에서 지급한 재난 지원금은 일반 소비자들이 지역 내 정육점을 방문케 했고,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조금 냄새나고 깔끔하지는 않았던 정육점이 아닌 깔끔한 인테리어에 다양한 고객 니즈에 맞춤 서비스를 할 줄 아는 젊은 점주의 정육점을 경험하게 되었다. 정육점은 젊어지고 있고 좀 더 미세한 고객 니즈를 맞춰가는 방향으로 변신하고 있는 듯하다.
■ 변화 2 : 주요 소비층의 변화와 지방의 재해석
육류 외식의 주요 소비층, 다시 말하면 식당을 선택하는 의사 결정권자는 누구인가? 이전 세대에서는 가족 외식은 부모님, 회사 회식이면 부장님 정도였을까? 지금은 SNS에서 유명해진 식당, 포털 사이트에서 영수증 리뷰가 많은 순, 또는 네비게이션 앱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이 그 식당을 찍고 간 횟수이지 않을까?
그렇다. 좀 더 많은 사람의 의견과 취향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그러한 의견들이 식당을 선택하는 의사 결정권을 좀 더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30세대가 SNS에 사진 찍어 올리기 좋은 인테리어와 불판위의 고기 비주얼(?)이 있어야 하고 다시 회자하고 자랑할만한 맛을 가진 식당이 뜨는 시대이다. 결국 식당을 선택하는 의사결정은 온라인 소통 활동에 적극적인 2030세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2030세대, 소위 MZ세대는 말 그대로 밀레니엄 전후세대로 2000년 전후 태생이다. 그들이 성장하여 식육을 취식할 쯤인 2010년은 식육의 브랜드화가 20여년 지난 품질이 성숙하는 시점이고, 소득수준은 3만 달러 수준으로 높아졌다. 또한 대형마트는 고도 성장기를 지나 품질경쟁을 하는 시점으로 육류생태계 관점에서는 상당한 성장과 품질이 보증된 시대였다.
육류 소비량을 보면 1980년 10kg이었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매 10년 단위로 10kg씩 증가하여 2020년 기준 55kg에 육박한다. 세계 평균이 35kg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육류 소비 대국이고, 또 이는 더욱더 맛과 품질경쟁이 치열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들은 적육과 지방에 대한 인식이 현재 4050세대와는 다르다. 적육과 지방의 적절한 조화보다는 지방이 좀 더 많아야 맛이 더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실제 맛이 그렇고, 최근 급성장한 돈육 외식 트렌드가 그렇다. 유럽과 미국은 적육량으로 돈육의 가치를 설정하지만 삼겹살 구이문화가 발달한 대한민국은 지방 맛이 돈육 맛을 결정하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참고로 첨언하자면 마블링 높은 쇠고기 선호 또한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이다.
■ 변화 3 : 인플레이션과 준거가격의 상승
모든 비용의 상승 중에서도 핵심은 인건비이다. 사료가가 인상된 것은 곡물가가 인상된 것에 기인하고, 곡물가는 경작인력의 부족과 운송비 및 상하차 인건비 상승이 핵심이다. 양돈 생산비가 상승하는 것도 많은 요소 중 생산인력이 부족하여 인건비용이 상승하고 관리인원이 부족하여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육가공산업도 마찬가지이다. 도축비, 가공비, 물류비, 판촉비 등 모든 것의 근원은 인건비 상승에 기인한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시장변화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인건비보다 싼 로봇이 있다면 기계화와 자동화가 되는 공정이 늘어나고 있는 점, 최종 소비자의 육류에 대한 준거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육류에 대한 준거가격이 상승한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모든 것의 물가가 오르는데 왜 삼겹살 한 근의 준거가격만 10,000원이어야 하는가? 왜 삼겹살 1인분의 가격만 13,000원이 넘으면 비싸다고 생각하는가? 대형마트의 삼겹살 한 근의 가격은 15,000원을 넘어 20,000원을 향해가고 있고 식당의 삼겹살 1인분의 가격은 15,000원을 넘어서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단위가 바뀌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육류를 한 근 단위로 생각하는 것이 100g 단위로 거의 바뀌고 있고, 식당의 육류 1인분의 단위 또한 200g에서 100~150g으로 변경되어 가고 있다. 이에 더해서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고 세계 경제 10위권의 풍요로운 시대가 되면서 이전보다는 가격에 덜 민감하고 품질과 맛과 멋에 좀 더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 한돈산업의 발전을 위한 대응 전략
시장의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 우리는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새로운 한돈산업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상기 3가지 시장변화에서 관통하는 고객 니즈의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내식의 소비 채널이 정육점에서 마트로 이동하다가 이제는 정육점, 마트, 온라인으로 3분화 되어가고 있다. 지방에 대한 선호도 또한 기존의 지방 기피족과 적육과 지방의 적절한 조화 선호족, 지방의 맛을 음미하는 미식족 등으로 분화되어 가고 있다. 소비경로와 지방에 대한 선호의 다양성에 있어서 선택의 기준은 가격보다는 육류와 서비스의 품질로 급격히 변화하는 추세이다.
그 근간에 흐르는 것은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육류 구이문화가 숨어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삼겹살 문화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외식이 줄고 내식이 늘어나면서 삼겹살 이외의 앞다리살, 등심살, 안심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삼겹살은 돼지 한 마리 가치의 45% 정도를 차지한다. 중량으로는 정육의 20%에 불과한데도 물론 등심살, 안심살, 뒷다릿살의 가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삼겹살 구이문화를 계승 발전시키지 않으면 한돈시장의 밝은 미래는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잘 만들어진 삼겹살 구이문화는 가만히 두면 계속 잘 이어져 갈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에 집중해야 하고, 더 가치가 높아져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문화로 만들어가야 하겠다.
양돈업체는 육종 방향을 좀 더 삼겹살 맛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생돈 평균 체중과 표준편차 또한 적정한 적육과 지방 조화가 이뤄지는 중심점의 평균 체중으로 표준편차가 집중되어야 한다. 물론 다산성, 생산성을 무시할 순 없다. 생산성 극대화와 삼겹살 맛의 극대화 점을 찾아내고 그 적정선을 타겟으로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하겠다.
다양해진 니즈에 맞춰 육가공업체는 삼겹살 부위의 지방 정도와 품질 정도에 따른 분류체계를 심화해야 한다. 그리고 편의성과 조리방법에 따른 포장, 식육 커팅, 부재료 등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고도화하려고 노력해야 하겠다. 또한 최근에 삼겹살 구이집에서는 뼈가 붙은 통삼겹살 구이집, 등심과 갈비뼈가 붙은 돈마호크 구이집, 적육보다 지방이 더 많은 미식 삼겹집 등 다양한 형태의 삼겹살 스펙을 만들어 내는 것에 발맞춰 지방 정도 이외에 고객의 다양해진 니즈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삼겹살과 구이 부위를 만들어가야 하겠다.
국민의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을 저렴한 돼지고기로 설정한 당시 정부는 1978년 국내산 돼지 수출을 금지하기 시작하면서 삼겹살 구이문화는 태동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때 희석식 소주 방식이 보편화되고 국내 소주병의 규격통일령도 내려지면서 퇴근길 삼겹살의 소주 문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소통문화, 캠핑문화, 바비큐 문화로 발전하였다.
2022년 시점에서 볼 때 대체 단백질(대체육), 인조고기(배양육)는 기존의 경쟁자였던 수입 돈육보다 더 거세게 한돈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들의 침범을 막기 위해서는 한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경쟁보다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돈산업을 경쟁력을 강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잘 만들어진 구이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3월호 【원고는 ☞ jblee@sj.co.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