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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 소비에 답이 있다(한돈미디어 24년 3월호)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2024년 1월 25일 대한한돈협회에서 한돈산업 위기 대응 기자간담회(위기의 한돈농가, 한돈 소비에 답이 있다)를 진행하였다. 위기의 한돈농가, 한돈 소비에 답이 있다. 필자가 늘 주장하는 내용이다. 설명자료의 시작이 “경기침체에 따라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위축되어 돼지고기 전 부위재고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돼지가격 하락기 진입까지 겹치면서 돈가 급락”이다.

 

필자가 ▲‘삼겹살의 시작’, ‘대한민국 돼지 이야기’, ‘대한민국 돼지 산업사’ 등의 책을 쓴 이유, ▲맛 칼럼니스트와 우리나라 삼겹살 유행의 이유에 대해서 설전을 벌였던 이유, ▲삼겹살 이야기 ‘삼겹살의 시작’을 쓰면서 책 제목을 삼겹살의 역사라고 하지 않고 삼겹살의 시작이라고 한 이유, ▲삼겹살을 불판에 아무 양념 없이 구워 먹는 건식 조리법은 40년 이상 지속되어 온 트렌드에 불과할 것으로 이건 언젠가는 시들해질 수 있다고 봐서이다. 1970년대 후반 1980년대부터 유행한 삼겹살 열풍은 오래 지속되어 왔다. 트렌드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삼겹살의 인기가 영원할 거라고 믿고 있다.

 

☞ 필자는 미트마케터로 고기(삼겹살)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삼겹살은 오롯이 우리 현대사를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보스턴 차 사건으로 영국처럼 차를 마시지 않고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커피 카페인의 힘으로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강의 기적, 압축성장의 한국 경제는 삼겹살의 기름 에너지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다큐 ‘삼겹살 랩소디’의 주제였다.

 

농업 공동체 사회였던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으로 급격히 이농이 이루어지고 도시화하면서 농업 공동체 사회인 게마인 샤프트가 붕괴하고, 빠른 속도로 이익 공동체인 게젤 샤프트가 되면서 사람의 정서적인 안정과 도시의 게마인 샤프트를 만들어 준 것이 회사 동료와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새로운 현대의 도시 공동체 사회를 형성할 수 있었다. 코로나와 MZ 세대의 성장으로 우리 사회는 급격히 개인화되고 공동체는 파괴되고 있다.

 

복합 유기 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를 우리의 전통 조리법인 삶거나 끓여 먹으면 지방이 적은 앞·뒷다리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마이야르 반응으로 복합적인 감칠맛을 더해 주고 조리 시간이 짧은 패스트푸드인 삼겹살 로스구이는 근내 지방이 잘 발달한 삼겹살만 찾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빨리빨리 문화, 압축 성장기에는 특정 부위만의 편애가 충분히 이해되었지만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는 고가의 한돈 삼겹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진다.

 

 

정부에서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서 보급했다. 법령은 아니지만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이 가져올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통념적으로 고기는 유통과정에서 반품이 없다. 공산품처럼 균일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없으니 품질 규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정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삼겹살 규격을 만들어 보급하니 이제 유통과정에서도 삼겹살의 규격이 인식되고 규격 미달품들의 반품이 인정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엄청난 문제가 양산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품질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고 생산성에만 집중했었다. 이제 품질에 갑자기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것도 공급 과잉인 시점에서 말이다.

 

☞ 예측 시나리오를 하나 써보자.

마트나 정육점 등 소매 단계에서 삼겹살을 팔기 위해 슬라이스 작업을 하는데, 과지방이 많은 삼겹살 박스육을 메이저 브랜드업체에서 구매했다. 과지방을 제거하기 위해 마트나 정육점에서 과하게 정선해야 하고 수율 로스가 많아지면 마트나 정육점에서는 반품이나 배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럼 육가공업체에서는 과지방 삼겹살을 생산하는 양돈농장을 추격하여 페널티를 먹이거나 거래를 중단하게 될 것이다. 과지방 삼겹살을 생산하는 농가는 출하처를 잃게 되거나 많은 금액을 변상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제 양돈농가는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삼겹살의 품질관리도 매우 중요하게 된다. 양돈농가는 필자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과지방이 없는 삼겹살을 생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필자는 지방도 화이트 미트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적당한 지방이 분포된 삼겹살이 맛있다. 정부가 보급한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앞서 생산하는 족족 팔리던 시대였다. 하지만 2020년부터 돼지고기는 공급 과잉인 측면이 있는데, 이런 공급 과잉 시기에 품질규제가 시작되면 사회적 반응이 클 것이다. 이건 이미 자급률 50%인 삼겹살 시장에서 수입 삼겹살의 수요가 더 늘어날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 외식업계 사정이 심각하다. 코로나 시대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

우리도 일본의 장기 불황기 같은 불황이 시작되었다. 일본의 장기 불황, 종종 ‘잃어버린 20년’ 또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1990년대 초부터 일본 경제가 경험한 장기적인 경제 침체기를 말한다. 이 시기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한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 이로 인한 금융 위기와 경제성장의 정체, 디플레이션, 인구 고령화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일본 경제는 장기간 회복하지 못했다. 일본의 장기 불황과 한국의 지금 경제 상황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장기 불황과 일정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 구조, 정책 대응,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등에서 중요한 차이점을 보인다. 이러한 차이점은 한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을 경험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은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혁신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장기 불황 같은 불황기에 접어들었다면 장기 불황기의 일본의 육류 소비의 변화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앞으로 육류 소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일본의 장기 불황기 동안 육류 소비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경제 침체와 소득 감소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는 육류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측면이 있다.

 

 

일본의 장기 불황기 동안 육류 소비의 변화는 복잡한 요인들의 상호작용 결과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에 고령화로 화우 소비가 감소해서 인바운드 관광객을 상대로 한 홍보와 수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양돈산업은 사육두수의 감소가 진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의 소비가 돼지고기 소비를 앞서고 있다. 일본 불황기의 외식산업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코로나 시대보다 지금 더 식당 영업이 안 되고 폐업이 늘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외식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이 불황기는 일본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었고, 소비자의 소비 패턴, 기업의 운영 전략, 그리고 전체 외식산업의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다음은 일본의 장기 불황이 외식산업에 미친 주요 영향들이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보다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다 먹는 중식* 이 성장세를 보인다. 한돈 소비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중식시장을 먼저 선점하기를 바란다.

* 일본의 중식(中食)은 외식(外食)과 내식(内食)의 중간 형태로 사람들이 가정에서 먹을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되거나 반조리된 식품을 말한다. 중식은 일본에서 일상적인 식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바쁜 생활 방식, 소규모 가구의 증가, 그리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성향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

 

☞ 한돈과 한우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공급 과잉이 문제라고 다들 판단하고 있다. 소고기는 비프 사이클이 있다. 돼지는 콘호그 사이클이 있다. 이번의 가격하락은 생산 측면의 비프사이클이나 콘호그 사이클보다는 우리 경제 회복이 언제 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다른 장기 가격침체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돈 자급률은 70% 선이다. 인기 있는 한돈 삼겹살의 자급률은 50%다. 일본의 양돈 자급률은 50%다. 인기 있는 등심의 자급률은 20%다. 일본의 등심 자급률 20%가 시사하는 건 어쩌면 우리 한돈 삼겹살의 자급률이 40% 미만으로 급격히 낮아질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한돈 삼겹살의 자급률이 급격히 낮아지면 한돈 생산자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2024년 1월 30일 MBC 뉴스에 삼겹살 ‘1인분 2만원 이라는데 축산농가는 울상’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아마 이런 류의 방송이나 기사는 1970년대 이후 산지 가격이 내려가면 늘 나오는 뉴스다. 과거에는 생산농가의 수가 많고 영세한 농민이어서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 한돈농가는 가난한 농민이 아니라 자본 투자를 한 자본가이다. 이제 한돈농가는 기업농이라 중소기업인이 되었다. 반면 한돈을 유통하는 정육점이나 식당은 이제 한돈농가 보다 수적으로도 많고 대부분 양돈농가보다 가난하다. 이런 류의 방송은 역 공세를 맞을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 일본 모쿠모쿠 농장*에 “식당까지가 농업이다”라는 슬로건이 있다.

* 모쿠모쿠농장(Mokumoku Farm)은 일본 미에현(三重県) 이가시(伊賀市)에 위치한 자연 친화적인 농업과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농장이다. 이곳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과 가축 제품을 사용하여 다양한 식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쿠모쿠 농장은 방문객에게 농장 체험, 식품 가공 체험,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양돈산업이 한돈산업으로 명칭을 변경한 건 필자의 해석으로는 단순히 돼지를 생산하는 농업을 넘어 도축, 가공, 유통, 식당까지 소비자의 입에 들어가기까지 전 분야를 한돈산업으로 포용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돈 삼겹살을 판매해 주는 식당에 감사해야 한다. 한돈을 열심히 팔고 있는 정육점 사장을 응원해야 한다. 한돈 삼겹살 1인분에 2만원 하는 걸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매도하지 말고, 한돈 삼겹살 1인분에 3만원 받을 수 있는 식당 홍보를 해야 할 때이다. 인바운드 관광객, 외국인이 한돈 삼겹살을 찾을 수 있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돈 삼겹살 홍보를 한돈 식당과 연계해서 진행해야 한다. 임대료가 비싸서 운영이 어려운 인천공항에 한돈 김치찌개 식당을 한돈 홍보를 위해 지원해야 하는 시대이다.

 

한돈 소비에 답이 있다고 진정 생각한다면 한돈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모든 사람과 연계해야 한다. 만약 삼겹살 식당이 수입 삼겹살로 원료를 대체 한다면, 정육점 사장이 한돈보다 수입 삼겹살이 안전·안심할 수 있는 좋은 고기라고 선전한다면, 한돈 삼겹살의 설 자리인 고기시장은 더 줄어든다. 지난 30년 동안 식육산업에 종사하고 미트마케터로 살면서 식당까지가 농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력서를 걸레로 만들고 1차 육가공회사, 2차 육가공인 햄소시지 회사, 식당까지 경험했다.

 

인디언의 기우제처럼 쉼 없이 생산성보다 더 맛있는 돼지고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품질을 강조해 오고 있다. 정말 공급자 주도의 시장이 공급 과잉의 시대가 되어 소비자 우선 시대가 되었다. 소비자는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을 들고 삼겹살의 품질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 대비해야 한다.

■ 필자의 유튜브(YouTube)『고기만』에서 다양한 고기 관련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3월호 100~107p 【원고는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