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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미디어 23년 10월호, PRRSV를 중심으로 생각해본 환절기 자돈 호흡기 질병 대비

고 성 식 수의사 /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주)

1. 시작하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며, 우리나라의 계절을 표현할 때 이제는 ‘4계절’이 아니라 ‘2계절’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은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순식간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 동안 자연스럽게 호흡기 피해가 잦아들었던 양돈장도 다시 돼지의 기침 소리에 긴장해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본고를 통해 춥고 건조해지는 환절기 호흡기 질환이 심해지는 여러 가지 이유, 특히 그중에서도 PRRSV(돼지 생식기 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고 어떤 접근을 통해 그러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을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PRRSV가 농장에 한번 새로 들어오게 되면 음성화를 하는 것은 물론, 안정화를 통해 컨트롤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가 PRRSV에 대해 흔히 잘못 생각하는 내용이 있는데 바로, PRRSV를 죽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오해이다. 하지만 사실 PRRSV는 돼지에 감염되지 못하고 외부 환경에 존재할 때는 굉장히 쉽게 파괴된다.

 

 

(그림 1)을 보자. 습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5~30℃ 환경에서 PRRSV의 반감기는 30분 미만이다. 예를 들어 100개의 PRRSV가 20분이 지나면 50개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20분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3시간만 지나도 99.8%의 이상의 바이러스가 사멸된다. 하지만 5~10℃ 환경에서는 반감기가 2~3시간으로 길어진다. 생존 시간이 5~10배 이상 길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철에 PRRS가 농장에서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우리는 그에 대응하여 더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2. 농장 내 전염병(PRRS 등) 컨트롤을 위한 4가지 측면 점검·강화

 

PRRS를 포함한 양돈장 내의 전염병을 컨트롤하기 위해 우리는 네 가지 측면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하는데, 바로 ①외부 차단방역, ②내부 차단방역, ③사양 및 환경, ④면역이다. 각각을 살펴보며 각 측면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PRRS의 피해를 예방하고 낮출 수 있는지 알아보자.

 

(1) 외부 차단방역=새로운 유입 방지

외부 차단방역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간 ASF 사태로 농장의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느낀다. 특히 시설/제도적인 면에서 강화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겨울철 PRRSV의 생존 가능성은 10배 이상 강해지기 때문에 환절기부터는 평소보다 몇 배 더 외부 차단방역의 운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일부 농장에서 잘못 생각하는 부분을 짚어보고자 한다. “내 농장이 이미 PRRS 양성인데 굳이 비싼 음성 후보돈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저렴한 PRRS 양성 후보돈을 사용하거나, PRRS 상태가 확실치 않은 출처의 후보돈을 도입하는 농장이 있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PRRSV의 양성·음성 여부뿐만 아니라, 농장 내 몇 개 주(Strain)의 PRRSV가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농장 내 3가지 이상의 PRRSV가 있는 경우 2가지 이하만 있을 때보다 거의 1.7배 이상의 자돈 폐사가 나타났다. 따라서 후보돈은 항상 PRRS 음성이 확인된 것을 구입하거나, 자체 선발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외부 차단방역에서 매우 중요하다(그림 2).

 

(2) 내부 차단방역=돈사간, 돈군간 질병순환 끊기

농장의 내부 차단방역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외부 차단방역과 달리 내 농장에 이미 들어와 있는(들어와 있을지도 모를) 병원체들이 농장 내 한 돈군에서 다른 돈군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사실 모든 양돈장은 내부 차단방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늘 수행하고 있다.

 

바로 배치관리이다. 우리는 배치관리를 통해 배치간 접촉을 최소화하여 1주차 분만복에 있는 질병이 2주차 분만복으로 옮겨가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양자수 최소화’, ‘올인 올 아웃’ 같은 개념을 적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돼지 섞기를 최소화하고, 올인 올 아웃까지는 못하더라도 수세-소독-건조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작업자의 몸과 옷에 질병을 묻혀서 옮기고 다니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구간별 작업 인원과 동선을 완벽히 분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럴 수 없을 것이므로 돈사간 장화 갈아신기와 작업 순서 및 동선 최적화가 필수적이다. 임신·분만사를 들어가기 전 비육사를 먼저 들른다면 기침하고 있는 비육돈이 가진 질병을 고스란히 젖먹이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다.

 

(3) 사양 및 환경=같은 질병에도 훨씬 작은 피해

다음은 사양 및 환경측면이다. 돈사를 일교차가 크지 않도록 유지하고, 습도를 맞추고, 바람을 맞지 않도록 해주는 사양 및 환경이 물론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위생도’ 측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PRRSV 음성으로 유지되던 몇몇 신축 돈사 및 초고위생 농장에 PRRSV가 새로 유입된 사례를 겪은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매우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저런 농장에서 PRRSV는 마치 별거 아닌 질병인 것처럼 지나간다. 꽤 많은 유산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자돈사에서는 호흡기 증상으로 인한 폐사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PRRSV에 따른 이차적인 호흡기 병원체의 감염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앞서 말한 외부·내부 차단방역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차단방역이 잘 수행되면 PRRSV 뿐만 아니라 타 질병의 농장 내 농도 및 압력을 상당 수준 낮출 수 있다. 특히 그런 상황에서는 PRRSV가 발생한다고 해도 가볍게 넘어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사양 및 환경에서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는 부분이 사육밀도이다.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필자의 경험상 밀사가 심한 상황에서는 어떤 백신과 약도 효과가 없고, 아무리 온습도, 공기흐름을 잘 맞춰준다고 해도 질병이 끊이지 않는다. ‘캐파’의 1.5배 이상 모돈을 사육하는 농장에서는 검증된 백신만 정확히 접종하면 쉽게 예방할 수 있는 PCVAD 같은 질병도 어떤 방법으로도 쉽사리 컨트롤 할 수가 없었다(사진 1).

 

 

사육밀도를 낮추려면 사육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모돈수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사료값은 더 비싸질 것이고 후기에 자돈이 폐사하면 그 사료값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밀사로 인해 폐사율이 매우 높은 농장이라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

 

(4) 면역=이익을 볼 확률이 매우 높은 보험

마지막으로 면역이다. PRRSV 백신의 경우, 대부분 농장에서 번식돈군에 연 4회 분기에 백신을 잘 접종하고 있지만, 자돈 PRRSV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는 아직도 많지 않다. PRRSV 자돈 백신을 적용하고도 호흡기 증상으로 폐사하는 자돈을 보게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백신은 만능이 아니다. 우리가 COVID-19 사태를 통해서도 알게 되었듯 백신을 접종했어도 질병에 걸리면 여전히 열이 나고 기침을 한다. 하지만 백신은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기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돼지도 마찬가지이다. 백신을 접종해도 돼지는 아프고, 폐사하지만 그 심각도를 낮춰주는 것이 백신으로 특히 PRRSV 백신의 목적이다.

 

우리가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보면 알 수 있듯, 아무리 건강한 아이라도 면역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집단생활을 하게 되면 전염병을 앓고 넘어가게 된다. 양돈산업은 효율성을 위해 좁은 공간에 많은 숫자의 개체를 사육할 수밖에 없다. 백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이다.

 

3. 농장 내 유입된 PRRSV, 백신 접종으로 폐사율 감소

- PRRSV 동반한 글래서병으로 증체 지연

 

 

앞에서 PRRSV의 피해를 막기 위해 외부·내부 차단방역을 강조했지만, 사실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PRRSV는 농장 내부로 들어온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쉽게 공기를 통한 전파가 이루어지는 질병이기 때문이다(그림 3).

 

만약 1~2년 이내에 아프게 될 것이 분명하다면 누구나 보험에 그것도 최고액으로 가입하려고 할 것이다. 농장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환경에서 PRRS가 내 농장에 들어올 확률은 너무나 높다. 백신은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아주 큰 보험이다.

 

 

이유~비육자돈을 굉장히 밀집된 지역에서 사육하는 미국의 경우 PRRS로 인한 피해가 굉장히 심각해서 자돈에 PRRS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또한 보강하여 2회 접종하는 것의 효과에 관한 연구까지 이루어졌다. (그림 4)를 보면 폐사율이 20% 정도로 매우 높은 농장의 경우에는 자돈 PRRSV 백신 2회 접종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5% 정도의 폐사율을 감소시켰음을 볼 수 있다.

 

더위가 끝나고 가을이 오면서 사람은 살기 좀 편해졌지만, 양돈장의 경우 긴장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왔다. 특히 작년, 재작년 매번 추워지는 시기가 올 때마다 호흡기 질병으로 인해 피해를 봐왔던 농장의 경우에는 더욱 두려운 시기일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높아진 생산비 때문이다. (사진 2)의 글래서병과 같은 PRRSV에 동반되는 여러 가지 호흡기 질병은 폐사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폐사보다도 더 무서운 ‘증체 지연’을 일으킨다.

 

 

폐사가 10두 나왔다면 그것의 수 배에 달하는 숫자만큼의 돼지 증체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더 무서운 것이다. 고사료가 시대에서 출하일령 지연은 어쩌면 폐사보다 더 걱정해야 할 문제로 우리는 환절기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4. 마치며

 

작년, 재작년과 달라지려면 농장이 달라지고 작업자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기초적으로 해오던 작업을 더욱 철저히 진행하고, 이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잘 실행하지 못했던 관리들을 새로이 시작함으로써 PRRSV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환절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모두 더 큰 노력과 약간의 행운이 함께하여 무사히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0월호 60~65p 【원고는 ☞ redishadol@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