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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양돈시장 전망 및 한돈인으로서의 부탁(한돈미디어 23년 9월호)

최 병 식 부장 / 카길애그리퓨리나 전략유통사업본부

1. 들어가며

 

올해 여름은 예년보다 더 덥게만 느껴진다. 열대야라는 말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고,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그리 쉽게 떠 오르지 않는다. 한 20여년 전 여름철 성수기 대목으로 휴가도 없이 생산된 제품(삼겹살)을 할당하여 판매하던 때를 생각하면 그런 바쁨과 즐거움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현재 시장은 연중 휴가 개념으로 여름 휴가철 성수기라는 말이 사라졌고,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증가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여름 특수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전통적으로 해 오던 바캉스 세일을 역마진으로 진행하며 가뜩이나 힘든 한돈 가공업체의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도 지속되어야 하는 사업이기에 2023년 남은 기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현재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양돈시장 현황을 잠깐 짚어보고 남은 기간 전망을 조심스럽게 알아보려고 한다.

 

2. 코로나 시기와 다른 한돈 유통시장 현황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 많은 사람이 시장 침체와 소비 부진으로 한돈산업의 몰락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가정 내 소비 증가와 수입 돈육의 수급 불안으로 반대 상황이 한돈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2019년 하반기 잠깐의 양돈시세 하락과 햄/소시지 원료육 재고 증가로 사양가와 육가공업체가 조금은 어려웠지만 그 시기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규시장의 출현(온라인시장 확대), 수입육 유통 감소는 한돈 유통 종사자와 사양가에게 한동안 웃음을 짓게 했다. 사료비와 생산원가가 올랐지만 사양가는 지속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며, 항상 하부위(뒷다리, 등심 등) 판매로 고생을 했던 육가공업체도 하부위의 안정적인 가격과 원활한 수요로 나쁘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가면서 한돈 유통시장은 현 상황(코로나 시기의 유통 상황)이 내심 지속되기를 기대했으나 시장은 그렇게 유지되지 않았다. 하부위 상황은 큰 가격 폭락이 없이 유지는 되었으나 B2C 주요 상품인 삼겹, 목살의 경우에는 2023년 상반기 업체마다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5,000원/kg 이상의 시세로 삼겹살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25,000원/kg이 넘다 보니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손이 가는 제품의 목록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대형마트는 수입산 냉장 삼겹살을 전략적으로 판매하면서(실제 수입 냉장육 가격도 15,000원/kg 수준 임) 소비자들에게 한돈과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완벽한 대체재가 되었다. 이렇다 보니 대형 육가공업체의 삼겹 재고는 심각하게 쌓여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은 하반기 양돈시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7월 말 8월 초 전통적인 한돈 특수는 없었지만, 대형마트의 바캉스 행사로 어느 정도 냉장삼겹의 수요는 늘었다. 하지만 육가공업체의 수익적 부담은 커졌다. 현재의 재고상황과 시장 침체로 양돈시세는 전년 대비 96% 수준(표 1의 7월 참고)이나, 삼겹살의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80% 수준으로 많은 육가공업체가 하반기 시장 불안감을 서서히 느끼고 있다.

 

3. 하반기 유통시장 전망

 

현재 유통시장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하반기 한돈 유통시장의 전망은 화창하지 않다. 그렇다고 암흑기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추석이 예년보다 늦어 한돈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큰 폭의 수요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삼겹살의 도매 판가는 추석 전까지 13,000원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명절 갈비 수요 준비로 갈비 가격은 어느 정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원료육인 뒷다리도 현재 수입육 수급과 가격을 볼 때 현 수준 유지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겹살, 목살의 판가는 전년보다 어느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한돈 유통측면의 큰 이슈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료돈 공급물량의 증가로 돈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손익측면에도 큰 이슈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생산(공급) 측면은 많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성장지연으로 8월 말부터 출하물량이 증가하며 10월 중순쯤 피크(Pick)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5,000두/일 수준의 도축물량이 1.4배 수준인 80,000두/일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양돈시세 하락이 예견된다.

 

수요 증가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물량 증가는 시세 하락뿐만 아니라 추석 이후의 시장 상황, 그리고 2024년 양돈 시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나마 다행히 글로벌시장의 이슈로 수입 물량의 감소가 위안이 되는 상황이다. 추석 이후의 전망은 12월 송년회 시즌 전까지는 소비의 급감으로 인한 시장의 침체, 공급량 증가로 인한 양돈시세의 하락 이중고가 예상되며, 육가공업체의 가공물량 축소로 출하가 이슈되는 상황도 조심스럽게 예상되는 상황이다.

 

4. 하반기를 맞이하는 한돈인으로서의 부탁

 

오랫동안 산업에 종사하면서 사양가와 육가공업체의 중간지점에서 시장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전망을 지속해 왔다. 그런데 유독 올해는 하반기 시장과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한 큰 불안함이 밀려온다. 여느 때와 다른 위기감이 밀려온다. 가장 큰 이유는 올여름을 나면서 시장 상황과 소비자의 반응 때문인 것 같다.

 

올여름은 특히 더웠고 긴 장마로 고온 다습한 시간이 길었다. 그렇다 보니 성장지연으로 인한 출하체중 저하가 예년보다 유독 심했다. 평균 체중 110kg을 초과하는 출하를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한돈 부위별 품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삼겹판 형성이 안 된 삼겹살이 대부분이었으며, 목살의 마블링은 볼 수 없었고, 등심의 작은 단면적과 드림(Drip) 현상은 유독 심했다.

 

이 틈을 타서 ‘보리 먹인 돼지’라는 이름의 캐나다산 냉장돈육은 육안으로는 한돈보다 우수해 보이는 품질로 우리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그저 값싼 수입 돼지고기가 아닌 한돈과 경쟁하는 제품이 되었다. 판매가격이 한돈의 80% 수준에도 판매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런 이유가 여느 때와 다른 위기감을 필자에게 준 것 같다. 이제 소비자들은 ‘왜 한돈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한우처럼 우리 한돈도 수입육보다 좋다는 막연한 인식에서 조금씩 차이 없음을 인지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이대로 가면 올해 하반기, 내년에는 우리 땅에서 열심히 키운 우리 한돈의 우수성은 없어질 것만 같다. 그러면 이대로 있어야 하는가? 그래서 사양가에게, 유통업계 종사자에게, 한돈인으로서 부탁하려고 한다.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출하 지연을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일부는 사양가의 노력으로 해소될 부분이 있다. 고돈가 시기에 맞춘 분만복수를 늘리는 것은 지양하기를 부탁한다. 분만두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밀사 되고, 여름철 성장지연 부분과 맞물리면 120% 이상의 밀사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오히려 하절기 밀사 방지를 위하여 분만복수를 조금 줄이면 정상 출하두수가 늘어 수익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평균 체중 110kg 이하의 돼지는 수입육과 경쟁할 수 없다. 사양가의 적은 노력이 한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육가공업체를 향한 부탁은 현재 출하하고 있는 사양가의 돼지를 저 체중이라는 이유로 싸게 구입하려고만 하지 말고, 출하농가와 협의하여 6월 전부터 예상 물량보다 더 초과하여 출하를 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 적은 체중을 10일에서 15일 당겨 출하하면 매년 반복되는 하절기 저체중 출하를 일부 방지할 수 있다. 대부분 농장이 출하물량이 정해져 있어서 5~6월에는 최대한 등급 출현율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럴 때 페널티를 부과하지 말고 육가공에서 자발적으로 빠른 출하를 유도하면 일부라도 하절기 저체중을 해소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올여름 하반기를 맞이하는 한돈인의 작은 부탁이다.

 

5. 맺으며

 

정말 많이 불안하다. 그러나 우리 한돈 사양가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구제역 때도, FTA 때도, 코로나 때도 극복했다. 현재 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항상 부탁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한 한돈을 생산하는 것이다. 육가공업체에도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한 한돈 유통을 부탁하면서 글을 맺으려 한다. 양돈산업이 불안하다고 생각이 되는 때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 동안 산업에 종사하면서 생산과 수요 중간지점에서 시장 상황을 보고 또 전망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60~63p 【원고는 ☞ Byungsik_Choi@cargill.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