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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돈산업의 해결 과제와 발전방안

김 유 용 교수 / 서울대학교

연초부터 국제 곡물시세의 상승이 시작되더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배합사료의 원료사료 중 약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해외 곡물가격의 인상은 바로 국내 배합사료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져 축산농가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배합사료 생산량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양돈사료만 하여도 양돈농가의 돼지 생산비 중 사료비의 비중은 60% 내외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사료비는 이미 40% 이상 인상된 실정이며, 앞으로도 계속 국제 곡물시세가 인상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축산물가격은 사료비의 인상에 따라 즉시 가격을 인상할 수 없는 실정이므로 중간에 끼어있는 축산농가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져 간다.

 

이같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양돈농가들은 생산비의 절감을 위해 어떤 방법이 있는지 대안을 마련해 달라며, 정부와 생산자단체인 한돈협회에게 다양한 요구사항이 나오고 있다. 우선 사료비가 상승하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사료안정기금의 설치를 위한 조속한 제도의 도입이다.

 

실제 사료안정기금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의 양론이 많은 것이 사료안정기금을 도입하려면 우선 정부와 지자체, 농협뿐만 아니라 생산자들도 기금의 조성에 힘을 합쳐야 하는데, 지금처럼 사료가격이 급격히 인상하는 상황에서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사료안정기금은 국내 사료비가 저렴하고, 국내 축산물가격이 높게 유지되어 농가들의 수익성이 좋을 때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금하면서 정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해외 곡물시세가 급등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우선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므로 사료안정기금을 논할 적절한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축산업계의 어려움이 나타났던 가장 최근의 일은 아마도 2013년이 될 것이다. FMD 발생으로 사육두수가 줄어 외국산 수입육의 점유율이 높았었지만, 국내 양돈농가들이 후보돈의 입식이 어려워지자 F2까지 입식하면서 과도하게 모돈 사육두수가 늘어났다.

 

그 결과로 2013년 상반기에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생산비 이하로 폭락하여 많은 양돈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한돈협회를 중심으로 주도되었던 운동이 ‘모돈 10% 감축’ 운동이었다. 정부도 농가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보조를 맟추어 모돈 감축에 동의하여 참여한 농가들에게만 정부의 정책자금지원을 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였다.

 

2013년 하반기부터 정상을 되찾았던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양돈농가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정부의 지원을 우선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정부에게 요청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8년 9월 16일 우리나라 DMZ 주변에서 발생하였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의한 대책의 일환으로 경기 북부, 강원 북부의 농가들에게 공급되는 사료는 반드시 지역 내에서 운영되는 사료운반차에 환적하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이 아직도 운용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 같은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미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충북 보온, 경북 상주에서 발견되고 있는 현실에서 경기 북부, 강원 북부지역만 사료를 환적하도록 하여 사료비용이 kg당 35원이 더 소요된다면, 지금처럼 국내 사료가격이 급등하는 시점에서는 권역 내에서 운용되는 사료차량에 한해서 방역시설이 잘 갖추어진 양돈장에 한해서 사료를 환적하는 대신에 권역 내 사료공장에서 직접 공급하는 방안도 정부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매년 생산원가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들에게 정부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을 통하여 사료구매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해외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인하여 급격한 사료비의 상승으로 농가들이 어려울 때는 사료구매자금 지원의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

 

물론 현재 Covid19로 인해 정부에서도 재난지원금의 형태로 많은 국가 예산을 활용한 상태라 많은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사료구매자금의 지원은 무이자가 아닌 예년과 같이 융자를 통하여 한시적으로 지원하면 국가재정에 미치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축산농가들의 입장에서 국내 사료가격의 급등에 대한 대책으로 적절한 방안이 무엇일까? 이미 정해져 있는 생산비 항목 중에서 절약이 가능한 항목들을 점검하여 절약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우선 사료비가 생산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60%가 되므로 농장에서 사료가 허실 되는 비율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장에서 허실 되는 사료의 비율은 10~20%까지 보지만, 평균 15%로 생각하고 이를 절반으로 줄이게 된다면 전체 생산비가 약 4.5%가 줄어들 수 있다. 농장에서 사료의 허실은 사료비의 증가뿐만 아니라 분뇨처리 시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므로 세심한 사료 급여 및 사료 급여 방법의 변화를 통하여 충분히 실천 가능한 방법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농장의 방역치료비를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미 권역별 8대 방역시설을 의무사항으로 요구하겠다고 하는데, 농장별로 출입자들의 샤워장의 설치 및 효과적인 운영을 통하여 외부에서 유입되는 질병원을 차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방역치료비를 절감하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종돈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하여 종돈 구입비를 절감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양돈장들의 모돈 도태율은 연간 약 40%를 넘고 있는데, 이는 종돈 구입비를 고려할 때 매우 큰 비용이 될 수 있다. 양돈장에서 종돈관리를 잘하여 종돈의 도태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움을 겪을 때 항상 언급되는 말이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말이란 것을 명심하고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노력하여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6월호 74~76p 【원고는 ☞ yooykim@snu.ac.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