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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

양돈산업 VS 한돈산업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국산 돼지고기의 새로운 이름인 ‘한돈’

많은 사람이 한돈산업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아니 한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다들 한우를 따라 한 것이다’ ‘한우야 우리 토종이니 한우라고 하지만 돼지는 다 수입품종인데 왜? 한돈이라고 했는지’ 의문을 가진다. 한돈이란 말이 처음 쓰기 시작한 해가 2008년인지 2012년인지 정리되어 있지 않다. 1978년 (사)대한양돈협회로 출발해서 2012년 4월 2일부터 명칭을 대한양돈협회에서 대한한돈협회로 변경했다.

 

대한한돈협회 홈페이지에는 “대한한돈협회라는 새로운 명칭은 협회가 조직되고 회원들이 참여하면서 한돈산업은 급속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한돈 생산자뿐만 아니라 가공, 유통, 광고, 마케팅, 학계 등 국내 돈육산업과 관련된 모두가 국산 돼지고기의 새로운 이름인 ‘한돈’이라는 명칭 속에 하나가 되어 발전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정리되어 있다.

 

2007년 고 박영인 박사의 글을 보면 “양돈산업(養豚産業, hog industry)이란 글자 그대로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업종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농장 돼지를 공장에서 도축, 가공하고 시장에서 유통해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잘 먹게 하는 돈육산업(豚肉産業, pork industry), 다시 말하면 삼장통합산업(三場統合産業)의 체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돼지를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도 잘 다루어야 하는 고도산업의 위치에 놓인 것이다.

 

양돈산업을 넘어 돈육산업의 개념 도입 필요성

양돈산업과 마찬가지로 돈육산업도 그 주인은 당연히 농민이어야 한다. 양돈농민은 어느 경우이든 돼지·돼지고기를 떠날 수 없으나, 양돈 관련 도축, 가공, 유통, 요식업자들은 돼지가 아닌 다른 품목을 취급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돈인은 돈육산업의 최초이자 최후의 수호자이다. 단순히 돼지를 키우는 산업인 양돈산업을 넘어 도축, 가공, 유통까지 삼장통합산업의 체제 구축을 해야 한다. 필자 역시 1993년 ‘우리나라 식육산업 발전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식육산업 즉, meat industry라는 새로운 산업을 정의하면서 생산에서 도축, 가공, 유통, 외식까지 1차산업, 2차산업, 3차산업을 통합한 6차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산업의 특징은 생산물이 농가에서 소비자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체가 정육이 되는 복잡한 과정을 진행한다. 이런 축산업의 특징을 다 통합하는 개념으로 식육산업, 돈육산업이라는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양돈협회는 돈육산업이라는 개념을 한돈이라는 이름으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워낙 한우에 대한 사랑이 커서인지 한돈이라는 용어 사용에 부정적이다. 한우는 이제 세계 최고의 에르메스급 소고기라 더 높은 포지셔닝을 추구해야 한다. 단순히 한국의 토종소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소고기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토종이라는 개념은 한우가 한돈에게 물려 주어도 될 만큼 한우산업은 세계 최고의 품질 개선을 단시간 내에 달성했다. 이제 일본의 화우와 세계를 무대로 경쟁을 해야 할 때이다.

 

토종과 재래종의 의미

한돈은 품종도 외국에서 가져다가 사료도 수입해서 먹이고 심지어 일하는 사람들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데 왜? 한돈이어야 하는가 하는 반감이 있다. 이런 반감은 아마 전부터 사용했던 양돈(養豚)이라는 말이 기를 양(養)이 아니라 洋豚 다시 말하면 바다 양(洋)을 써서 서양 돼지라는 의미로 인식하고 있었던 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우는 토종인데 한돈은 토종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토종의 의미, 재래종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얼마 전 토종닭 연구를 위해 토종과 재래종에 대한 정리를 좀 찾아보았는데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한돈은 토종닭의 정의에 비추어 보면 토종돼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토종연구회에서 내린 ‘토종의 정의’는 “토종은 일정한 장소에서 순계로 장기간 그 지방 풍토에 적응된 그 지방 특유의 생물(種)로 자생종과 재래종을 포함하는 의미로서 한국토종연구회에서는 ‘토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토종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하여 대대로 사양 또는 재배되고 선발되어 내려와 한국의 기후 풍토에 잘 적응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이다. '대대로'라는 말을 풀어보면 최소한 사람 기준으로 1세대는 넘어야 하므로 최소한 30년 이상은 유지되었어야 할 것이다. 북미지역의 'heirloom seed(가족으로부터 물려받는 종자)'의 개념을 보면 약 40년 이상 가족 내에서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사양, 재배, 이용, 선발'이란 말은 농민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육종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외형으로 나타나는 유전적 특징(phenotype)은 농가에서도 충분히 구분되기 때문에 농경지의 재배과정에서 순도가 높은 고정종을 선발 유지할 수도 있다. ‘기후 풍토에 잘 적응된'이란 우량품종과 의미가 중복될 수 있으나 반드시 현재 기준으로 잘 적응된 것만을 말하기는 어렵고, 수치화하기도 어려운 개념이다.

 

 

 

우리가 당연히 우리의 토종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먹고 있는 배추김치도 김치용 결구배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은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로 추측되고 고추가 들어온 것도 임진왜란 이후이니 우리가 먹고 배추김치도 100년 조금 넘은 우리 음식이다. 배추의 품종도 중국에서 들어왔다. 고추도 우리의 재래종이 아니다. 그런데도 김치는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지금 우리가 키우고 있는 한돈이 재래돼지는 아니지만 서양종 돼지가 도입되어 7세대 이상 우리 풍토에서 잘 자라주었다면 우리 토종돼지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부터라고 전라도 토종돼지, 경상도 토종돼지, 제주도 토종돼지, 홍성 토종돼지 등 지역특화의 토종 돼지품종을 만들어 가야 할 때다.

 

한돈산업의 식육산업으로 확대

진정한 의미의 통합 연계 산업인 식육산업으로의 한돈산업이 되려면 단순히 생산성 좋은 돼지 생산자 입장이 아니라 좋은 고기를 만들어야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한돈 돼지고기 식당까지 한돈산업이다’라는 인식하에 최종 소비자와 만나는 한돈산업의 최전방인 한돈식당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과거 양돈인은 돼지를 생산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의 한돈인들은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고기의 맛이나 품질에 의한 정산 방식이 아닌 중량만으로 돼지를 정산하니 많은 한돈농가가 양돈농가의 한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한돈은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8년 한돈이라는 명칭이 처음 논의되던 시기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 위기 때였다. 세상에 뉴노멀이라는 가치소비의 개념이 처음으로 회자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우리 한돈인들이 그 시기에 양돈산업을 한돈산업이라 다시 명명한 건 올드노멀한 생각과 행동을 버리고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뉴노멀한 산업으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2022년은 한돈협회로 명칭을 변경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진정한 한돈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을 한돈인 모두 함께 공유해야 할 때이다. 2022년이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의 한돈산업으로의 첫해가 되었으면 한다. 마침 한돈협회의 회장단도 새로 시작하는 해니 참 기회가 좋다. 한돈이 토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인 학술적 논의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우리가 지역이나 농장별 토종 품종을 개발 육성할 수 있는 좋은 시대가 되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3월호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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