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돼지고기 등급제의 도입과 발전
돼지 등급판정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국내 돼지고기 생산 방식은 품질 구분 없이 생산량 위주의 사육이었으며, 규모 역시 현재의 한돈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여건 속에 198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으로 인해 수입산 축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이 가시화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의 품질 차별화를 꾀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내산 축산물의 품질향상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축산물 등급제 도입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돼지 등급제의 태동이 되었다. 1992년 최초의 돼지 등급 기준은 (표 1)과 같이 도체중과 등지방 두께 범위별 A, B, C, D로 4개 등급을 정하고, 균형도와 비육상태, 지방부착 상태, 육질 등을 검사하여 최종 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9차에 걸친 기준 개정이 이루어져 현재의 등급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 돼지 등급판정제도 시행으로 많은 부분에서 한돈산업의 발전에 기여했다. 첫째 돼지 도체의 도체중과 등지방 두께 범위를 제시하고, 성별을 구분함에 따라 도체중량은 증가, 등지방 두께의 규격화 및 거세돈의 출하 증가 등 전반적인 돼지고기 품질개선에 기여하였다.
* 도체중 증가 : (’98) 79.5㎏ → (’10) 86.5㎏ → (’15) 87.6㎏ → (’24) 87.8㎏
* 거세돈 출하 : (’98) 59.8% → (’05) 96.8% → (’15) 98.8% → (’24) 99.7%
둘째 농가와 유통업체간의 정산에 활용함에 따라 투명한 가격 정산이 이루어져 공정거래의 기준이 되었다. 현재 가격 정산에 등급판정 결과가 직·간접적으로 80% 이상 활용되고 있으며, 도매시장 경락가격의 등급별 차별화는 농가의 사양기술 발전을 유도해왔다.
셋째 등급판정 통계자료는 정부의 중장기 가축개량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되어 한돈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현 등급판정 제도는 다각적인 연계 노력에도 불구하고 육가공 이후 소매단계까지의 정보 연계가 미흡했으며,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추가적인 정보제공 등의 요구가 지속되어오고 있음도 사실이다.
2. 한돈산업의 소비 트렌드 변화
최근 돼지고기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트렌드 또한 다양화되고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다.
(1)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지고 있다.
돼지고기 수입량을 보면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수입량은 45만톤으로 역대 2번째로 많은 양의 돼지고기가 수입되었다. 과거와 달리 대형마트 등 일반 소매점에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돼지고기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보리먹인 돼지(캐나다산)’, 옥수수로 키운 돼지(미국산) 등 마케팅 활동으로 40대 이하의 젊은 세대에서 저변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 40대 이하가 돼지고기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 국내산과 수입 돼지고기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소비자의 돼지고기 육질에 대한 요구사항이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수입되었을 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육질이 우수한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많은 이베리코 돼지고기 전문 식당이 생겼다. 또한 캠핑문화 확대 등 여러 요인으로 삼겹살 이외 돈마호크(돼지 등심+갈비) 부위와 같은 새로운 마케팅 용어도 생겨났다. 이는 소비자가 삼겹살 부위 이외에 한우처럼 차별화된 육질의 돼지고기에 대한 니즈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일반 돼지(삼원교잡) 이외에 가고시마 흑돈, 아구 흑돈 등 육질 중심의 자국 품종의 돼지고기가 소비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재 돼지고기의 98% 이상 일반 돼지고기(삼원교잡)로 획일화되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3) 소비자는 ‘돼지고기는 삼겹살’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지만, 삼겹살 선호 형태는 더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 주부층은 지방에 예민하여 지방이 적은 담백한 삼겹살을 선호하고 40대 이상 남성들은 적당히 지방이 있어 풍미가 좋은 삼겹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삼겹살의 형태와 부위별 선호 형태가 다양한 만큼 소비자의 니즈에 맞은 추가적인 정보제공 등이 필요하다.
3. 한돈산업 제2의 도약을 맞이하기 위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정보 기반의 돼지고기 차별화 및 다양화를 통한 한돈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돼지 등급판정제도의 개선(안)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주요 개선 방향 내용으로는 ‘등급판정 기계화 전환’을 통한 다양한 분석정보 피드백, ‘생산단계 품질관리 인증제’, ‘삼겹살 품질 정보제공’ 등이다.
(1) 현재 인력(품질평가사) 판정 체계를 기계화 판정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기계판정으로 전환 후 도체중, 등지방 두께 등 판정 데이터와 삼겹 중량, 삼겹 지방함량, 정육량, 정육률 등 다양한 분석정보 데이터의 수집하여 농가, 육가공업체 등에 개방할 계획이다. 제공된 데이터는 품질개량, 사육기술 개선 및 분리 가공 등 선별시스템에 활용되어 한돈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해본다.
현재 돼지판정 장비(VCS2000)가 설치된 ◯◯◯도축장에서는 기계판정 분석자료 활용하여 성별 특성을 고려한 전용 사료 개발하고, 맞춤형 구분가공을 통한 유통을 하는 좋은 사례가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는 2024년 한국형 돼지판정 장비를 개발하여 올해 현장시험 고도화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2)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육질이 차별화된 돼지고기에 대한 ‘생산단계 품질관리 인증제’를 시범 추진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제주 흑돼지 등 일부 유색돈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품질 인증 체계 부재로 돼지 껍질에 흑모를 남겨 흑돼지를 증명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흑모 이외에 품종 및 사양관리 체계가 표준화되어 있지는 않아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사례를 보면 생산자단체와 정부가 협력하여 특수한 품종의 돼지고기를 생산부터 유통까지 별도의 관리 체계를 구축하였다. 일본 정부는 ‘가고시마 흑돈’ 차별화를 위해 사육지역을 가고시마로 제한하며, 품종·사양 방법(고구마 사료 급여)을 규정하여 생산하고 있다. 또한 유통과정에서 혼입을 예방하기 위해 인증서 발급 등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스페인의 이베리코 돼지는 법령에 따라 관리되며 품종과 사양 방식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현재 국내 한돈업계에서도 '버크셔K', '난축맛돈' 등 민간에서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여 생산하는 한편, 양돈조합에서도 두록(종돈) 검증 등 개량을 통해 고품질의 종돈 생산에 힘쓰고 있다. 정부에서도 한돈 육질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통해 후보돈의 육질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개량에 활용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꾸준히 축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한돈농가, 정부, 관련 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고품질의 돼지고기 품종 및 생산체계 인증 방안을 마련, 유통단계의 관리 기준 마련, 소매단계에서 육질과 관련된 품질 정보 제공방안 마련 등을 포함한 ‘생산단계 품질관리인증제’를 추진해 볼 예정이다.
(3) 삼겹살의 품질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소매단계 정보제공 확대 추진 예정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고유의 구이 식문화와 연계하여 돼지고기 중 최선호 부위로 삼겹살을 꼽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가장 많은 불만이 표출되는 것 또한 삼겹살로 나타난다. 한편 위에서 언급했듯이 삼겹살 수입이 지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수입 삼겹살에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삼겹살 생산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공·판매단계에서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활용하여 과지방 삼겹살을 자체 관리하고, 표장 용기(트레이)를 소비자가 눈으로 지방량을 쉽게 확인한 후 선택구매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업소에 대한 민간(소비자단체 등) 모니터링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소매단계에서 삼겹살 지방함량, 삼겹살 부위별 정보 표시 등을 통해 소비자가 기호에 맞는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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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돈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은 생산·유통단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에 결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더 깊이 감사해야 할 대상은 그동안 우리 한돈을 신뢰하고 소비한 소비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한돈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품질 고급화를 이루고, 제대로 알려질 때 한돈산업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한돈산업의 발전을 위해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도 한돈산업 종사자와 협력하여 제도 개선, 품질 정보제공 등을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일 계획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5년 4월호 69~75p 【원고는 ☞ yijsky@ekape.or.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