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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한돈 삼겹살 지키기 운동을 제안합니다.(한돈미디어 2024년 4월호)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그리스신화의 영웅 테세우스는 아버지를 찾아 아테나로 가면서 온갖 도둑을 물리친 다음에야 아테나에 이를 수 있었다. 테세우스가 물리친 악명 높은 도둑 중 한 명이 프로크루스테스이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가 지나가면 집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집에 있는 철로 만든 침대에 눕힌 후 나그네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길면 몸을 잘라서 죽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작으면 몸을 늘여서 죽였는데 여기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나왔다.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끼어 맞추려는 행위, 남에게 해가 되는 말던 자기 고집과 주장대로 횡포를 부리는 것을 의미한다. 왜 필자는 정부의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다는 생각이 들까?

 

■ 정부의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이 발표된 이유, 필자는 이 이슈가 소비자에게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지난달 칼럼에도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사태는 좀 심각해졌다. 모든 마트나 농협 매장에서 정부의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에 따라 1cm 미만의 삼겹살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곳에서 간담회, 토론회가 열리고 정부의 변명만 난무하는 등 농가나 육가공장은 큰 소리 내어 자신들의 주장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지금 시대에 기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부의 정책에 맞설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정희나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한돈농가도 이제 가난한 농민이 아니라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인이 되었으니 쉽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맛있는 한돈 삼겹살 지키기 운동’이라는 시민운동을 제안한다.

 

 

2024년 2월 6일 경향신문 비계 삼겹살 기사에 (사진 1) 삼겹살의 정부가 제시한 정상 삼겹살이고 이것보다 지방이 많은 삼겹살은 비정상 삼겹살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지난 30년간 미트마케터로 활동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돼지고기 마케팅을 전개해 본 필자 입장에서 삼겹살의 지방 규격을 겉 지방의 CM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 삼겹살의 지방을 규제하고 싶다면 ‘CL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조사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CL 50인 삼겹살은 싫어하는 걸로 나왔다. CL 50% 이상인 삼겹살을 불량 삼겹살로 규정하면 되지 않을까? 몇 해 전부터 강의할 때 미래의 삼겹살에 관해서 설명했다. 삼겹살은 부위별로 근육이 다르다. 잘라놓은 부위에 돼지 한 마리의 삼겹살 지방 함량이 다 다르다. 이걸 규제하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무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4만개 정도의 정육점이 있다.

 

 

이렇게 많은 정육점이 존재하는 건 고기 구매 시 우리가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에게 자신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여러 가지 옵션을 적용해서 주문하는 것과 같다. 고기를 구매하는 것도 자신의 기호를 반영해서 여러 가지 옵션을 적용해서 주문하고 모르는 부분은 정육점 판매자에게 자문해서 구매하기 때문이다.

 

​■ 이번에 문제가 된 건 비계 삼겹살 포장육이다.

대면 구매가 아니라 비대면 구매, 셀프 구매, 이커머스 구매를 하게 되면 이미 소포장 된 고기의 품질을 확인하지 않고 구매한 것이다. 우리나라 포장육 역사는 1978년 호주산 수입 소고기 포장육에서 시작됐다. 당시 냉동 지육을 수입해서 국내에서 소포장 작업을 했기 때문에 고기 자체의 품질이 매우 불량했다. 연세가 좀 있는 사람들은 포장육에 대한 불신감이 크다. 얼마나 불신감이 컸는지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인 대형마트 카르푸가 정육 대면 매대를 운영하지 않고 포장육만 팔다가 인기를 못 얻은 사례가 있다.

 

 

코로나 이후 이커머스 인터넷으로 육류 구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MZ 세대는 과거 1980년대 불량한 품질의 포장육에 대한 기억이 없으므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포장육 등 농축산물 포장의 문제는 밑장깔기다. 균일한 품질의 농축산물 생산은 쉬운 일이 아니니 당연히 좋은 건 눈에 보이게 앞에 놓고, 품질이 좀 떨어지는 건 아래에 깔아서 보이지 않게 만든다. 이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유통기한에 따라 우유를 배치하는 것과 같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우유를 진열대 앞에 놓는다. 소위 선입선출을 하는 방식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다 알아서 진열대 가장 뒤의 우유를 골라서 산다. ​딸기도 밑장깔기가 늘 문제라 한 줄 포장도 등장했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이번 밑장깔기를 한 비계 삼겹살의 논란은 음식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고기는 품질을 떠나 고기가 밥상 위에 있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았다. 고기 먹기 힘들었던 시대를 살았던 세대에게는 고기의 품질은 그렇게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냥 값싸게 많이 먹으면 행복했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배고팠던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최고의 고기였다. 수입육이 없던 시대에 비싸고 수급이 어려웠던 한우 공급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체재가 국내산 돼지고기였다. 아마 정부가 양돈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제 시대가 변하니 삼겹살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 것이다.

이건 단순히 삼겹살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한돈산업에 대한 탄압의 시작이다. 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공급이 과잉되고 맛있는 음식이 풍성해진 세대에게는 고기 선택은 매우 까다로워진다. 아마 이런 세대간 고기의 시각 차이가 이번 비계 삼겹살 밑장깔기 논쟁의 시작점일 것이다. 밑장깔기를 범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개고기 먹는 것이 범죄가 된 세상이니 아마 앞으로는 밑장깔기도 범죄로 취급받을 수 있다. 사회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걸 뉴노멀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육식에 관해서 이런 말도 있다. “지금 뉴욕에서 음주 운전은 범죄다”. 아마 20년 후에 뉴욕에서는 육식을 하는 것이 오늘 음주 운전 같은 범죄로 취급받을 수 있다. 사회의 상식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다. 이번 비계 삼겹살 논쟁은 우리 사회에서 고기를 생각하는 상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아니 개고기 이후 두 번째 타킷이다. 다음 타깃은 한우 지방일 것이다.

 

필자는 양돈산업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삼겹살의 시작’, ‘대한민국 돼지이야기’ 등 공저로 우리나라 양돈산업에 관한 책 3권을 썼다. 나름 이 분야의 전문가다. 물론 필자의 전문성에 대해서 반감이 있는 맛 칼럼니스트들도 있다. 그들이 주장해 오던 삼겹살 수출 잔여육을 완전히 뒤집었다. 맛 칼럼니스트의 시조 황교익을 비롯해 모든 맛 칼럼니스트들이 삼겹살은 1970년대 일본에 등심, 안심 부위를 수출하고 수출하지 못한 잔여육이 삼겹살이라는 주장을 해 왔는데, 그걸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라고 자료들을 찾아서 정리했다.

 

맛 칼럼니스트들이 주장하듯 삼겹살이 수출 잔여육으로 값싸게 유통되어서 우리가 좋아했던 것이라면 가격이 오르면 곧 큰 저항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 분명 삼겹살의 인기도 시들해질 때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럼 삼겹살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한돈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걸 염려해서 계속 연구해 왔다. 우리에게 삼겹살은 오롯이 우리의 현대사를 대변하는 소울푸드라 우리가 문화로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학술적 근거를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의 주제가 완성된 것이다. 삼겹살을 가만히 보면 이건 세계 공통의 스펙이다. 1970년대 돼지갈비의 전성기에 돼지도 지금의 한우 짝갈비처럼 갈비 전체를 살려야지 왜? 베이컨 원료육 스펙으로 5번 갈비에서 삼겹살을 따로 작업 했을까? 그건 일본이 원하는 수출 스펙이 삼겹살을 베이컨으로 만들기 위한 스펙이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맛 칼럼니스트의 삼겹살 유행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인 건 삼겹살이 우리 시대를 오롯이 말해 주는 중요한 음식이고, 삼겹살 유행의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앞으로 삼겹살의 미래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였다. 삼겹살의 역사를 다룬 ‘삼겹살의 시작’이 책 제목을 삼겹살의 역사였으면 더 많이 팔렸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이 책의 제목을 ‘삼겹살의 시작’이라고 한 이유는 삼겹살의 전성기가 끝나는 날도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시작점을 잘 분석해야 지속 가능한 삼겹살의 유행을 유지할 수 있다.

삼겹살 유행은 하나의 트렌드다.

농업공동체(게마인샤프트)인 농촌이 붕괴하고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농을 하게 된 사람들은 새로운 이익사회(게젤샤프트)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농촌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형 동생이었는데 갑자기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을 직장의 조직도로 과장님, 부장님, 계장님, 선배님 해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저녁 퇴근 후 삼겹살집에 모여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우리가 남이가' 건배를 외치면서 새로운 직장 공동체를 만들고 압축성장,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삼겹살은 하나의 음식을 넘어 한국 경제성장의 상징이 되었다. 새로운 도시 공동체를 만들어 준 것이 삼겹살이다.

 

​코로나 이후 아니 그 이전 미투(METOO)를 시작으로 회식 문화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지면 지난번 구제역처럼 수백 마리의 돼지를 매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무진장한 돼지고기가 수입되었다. 그런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그렇게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 그 여파로 뒷다리가 적체하기 시작했다. 다들 코로나로 학교 급식, 단체 급식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필자가 분석하기로는 돼지고기 과잉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뒷다리의 적체라 다행이지 삼겹살이 적체되면 산지 가격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필자의 예측은 반만 맞았다. 삼겹살 적체가 시작되었는데 산지 가격에 별 타격이 없었다. 우리나라 육가공업체가 규모가 커지고 자금력이 있어 삼겹살 비축을 하고 있어 산지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1950년 우리나라에 돼지는 156,000두밖에 없었다. 2023년 1,100만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농업 생산액으로는 최고의 거대산업으로 성장했다. 아마 박정희 정부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경제가 성장하면 경제성장의 속도만큼 육식의 욕구가 커지지만 1970년대는 고기를 수입할 만큼의 외화가 없었다. 한우는 일소였다. 그리고 한우 송아지가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되기까지는 최소 20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한우는 송아지 한 마리밖에는 출산하지 못한다. 반면 돼지는 6개월이면 고기를 먹을 수 있다. 한 번에 열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사료는 도시 식당의 음식물 찌꺼기나 식품회사의 부산물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1973년경부터 사료의 수입량이 급증하는 오판을 했지만 돼지고기는 베이비붐 세대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다. 그거에 높은 도수의 양반 술인 소주는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소주의 도수가 16도가 되고 혼밥, 혼술족이 생겨나고 공동체의 연대는 느슨해졌다. 삼겹살의 지속적인 인기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비계 삼겹살의 밑장깔기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경향신문 정유미 기자의 기사는 거의 범죄자에 대한 충고 같은 억양이다. 비계 삼겹살의 밑장깔기는 잘못한 것이다. 그 어떤 변명이 필요 없다. 우리 시대 소비자의 수준이 비계 삼겹살의 밑장깔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아마 곧 밑장깔기는 범죄가 될 것이다.

 

삼겹살을 형성하고 있는 근육을 살펴보면 16개의 근육이 있다. 요추 2번 이하부터는 근육 형성이 삼겹살의 다른 부위랑 많이 다르다. 요추 2번 이하의 삼겹살은 구이 삼겹살로는 품질이 떨어진다. 이제 삼겹살은 요추 2번 이상의 부위만 불판 위에 올려야 할 때다. 그럼 요추 2번의 삼겹살은 삼겹살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말인가? 아니다. 요추 2번 이후의 삼겹살은 뒷다리와 지방을 적당히 섞어서 CL 70 정도의 제육 볶음같은 메뉴를 만들면 된다.

 

 

 

HMR 제품이 늘어나는데 지방이 많은 삼겹살과 지방이 적어 인기가 없는 뒷다리를 적당히 혼합한 맛있는 메뉴 개발이 가능하다. 필자는 요추 2번 이하의 삼겹살을 베이컨으로 만들고, 이 베이컨을 적당량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데 혼합해서 베이컨 햄버거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그 감칠맛이 여타의 햄버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비계 삼겹살의 밑장깔기가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잘 생각하자. 새로운 삼겹살의 시대를 만들어 보자.

 

■ 삼겹살의 금전적 가치를 계산해 봤다.

경향신문의 기사가 얼마나 한돈농가에게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는지 금전적인 계산을 해 보았다. 업체마다 생산 수율이 다르고 도매가격이 다르다. 그래서 국립축산과학원의 2021년 수율표와 금천미트 도매 사이트의 도매가격을 참고로 계산해 봤다. 복합 유기 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가 정육이 되면 삼겹살을 12.34kg 정도 생산된다. 정육 대비 중량 수율로는 22.8%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복합 유기 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의 균형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삼겹살 등 특정 부위만을 선호해서 삼겹살 가격이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복합 유기 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의 도매 과정에서의 삼겹살 가치는 38.3% 전체의 40% 선이다. 소매 단계에서는 50%가 넘어간다. 따라서 이번에 삼겹살 품질 규격 메뉴얼을 만들어서 엉뚱한 기준으로 삼겹살의 품질을 규제하게 된다면 한돈 관련 산업 전체의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오게 된다. 특히 한돈 삼겹살의 자급률이 50%선이 지금의 수준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인기있는 등심 부위의 자급률은 전체 돼지고기 자급률 50%보다 낮은 20%대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삼겹살 품질관리 규격 메뉴얼 논란이 삼겹살 자급률을 50%에서 30% 이하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돼지고기의 전체 자급률은 70% 선이다.

 

​우리나라 돼지고기 시장에서 삼겹살이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큰가는 가격 차이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삼겹살 가격을 100이라고 하면 뒷다리는 33이다. 즉 삼겹살의 뒷다리보다 3배 비싸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 가서 정육점을 가봤다. 싱가포르에서는 등심과 삼겹살 가격이 같았다. 우리나라는 등심 가격은 삼겹살 가격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한돈 삼겹살 식당들이 고전하고 있다. 이유는 한돈 삼겹살 가격이 수입 삼겹살은 6,000~12,000원 사이인데, 한돈 삼겹살은 14,000~16,000원대이니 두 배 이상 비싸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요즘은 냉동육 해동기술도 좋아지고 외국의 수출업체들도 수출 전략이 달라져 가격보다 품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한돈 삼겹살의 품질이 떨어지면서 가격만 높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이제 더 맛있는 돼지를 키워야 하는 양돈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왔다.

강의와 기고를 통해 미친놈처럼 이야기해 왔다. 이제 품질의 시대가 오고 있다. 소비자들도 과거 경제 성장기에 배고픔을 이기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던 베이비붐세대의 삼겹살과는 다른 가치의 삼겹살을 원하고 있다. 그걸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품종의 돼지를 키우고 농장별 개성이 강한 차별화된 사육법을 찾아 지산지소 부티크 농장 브랜드를 개발해야 할 때이다. 이걸 정부나 언론에서 강제로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시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이동을 해야 피해가 적다.

 

​며칠 전 방송에서 난축맛돈이 토종돼지라고 해서 잘못된 것 같은데 하는 포스팅을 했다. 난축맛돈 삼겹살은 이번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에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지켜보겠다는 기자가 계속 기사를 쓰면 난축맛돈 삼겹살은 판매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지방이 많아 진한 맛의 삼겹살을 원하는 사람은 난축맛돈 삼겹살이나, 제주 흑돼지, 두록, 버크셔, YBD 같은 맛있는 삼겹살을 찾으면 된다. 반면에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은 피어트레인 같은 근육질 돼지품종의 삼겹살이나 저 중량으로 키운 슬림한 삼겹살을 사 먹으면 된다.

 

아니 좀 이해가 안 가는 건 지방이 싫으면 앞다리나 목심을 구워 먹으면 된다. 돼지 전체의 체지방률은 아마 18% 선이다. 사람보다 체지방이 적다. 우리가 유독 삼겹살을 좋아하는 건 30~40%의 지방맛이 좋아서 먹었다. 밑장깔기는 잘못된 것이다. 지방 함량이 50%나 60% 선에서 규제를 만들자. 아니 늘 주장하듯 요추 2번에서 잘라서 갈비 삼겹살, 미추리 삼겹살(찌게 삼겹살)로 삼겹살의 스펙을 이제 세분화해도 좋은 시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 규격은 전 세계 공동 스펙이다. 우리는 생고기 로스구이로 삼겹살을 먹지만, 우리의 삼겹살 스펙은 베이컨 원료육으로 삼겹살이 일본으로 수출되었던 1972년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5번 갈비 아래를 삼겹살이라고 했는데 삼겹살이 인기가 있으니 요즘은 4번 갈비 아래를 삼겹살이라고 한다. 이제 한국형 삼겹살 스펙을 만들어야 한다. 삼겹살은 위치마다 근육이 다르고 식감도 맛도 다르다. 이제 더 세분하게 돼지고기 나누어 먹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 정부의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이 미칠 금전적 손실을 계산해 봤다.

며칠 전 모 육가공업체 후배랑 정부의 삼겹살 품질관리 메뉴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실제 작업을 하니 두당 2kg 정도 로스(손실)가 더 생긴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대충 계산해 보니 도매단가로 약 5,400억원 정도 손실이 날 것 같다는 추정을 해 봤다. 축산신문의 기사 내용에는 삼겹살 수율 6% 하락 시 약 2,000억원의 손실이 난다는 구체적인 계산이 있다고 해서 직접 여러 안을 다 계산해 봤다. 우선 축산신문에서 이야기하는 삼겹살 수율 6%가 돼지 한 마리의 정육 대비인지 삼겹살에 대비해서인지 기준 설정이 상당히 커서 둘 다 계산해 봤다.

 

 

이런 계산을 할 때는 기준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과학은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기준에 따라 계산이 달라진다. 참고로 필자가 대기업 기획실 출신이라 우리나라에서 컴퓨터로 계산하기 시작한 최초의 백정이라 고기에 관한 산수는 나름 자신이 있다.

 

​처음 기준은 수율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준으로 하는 수율이 없다. 업체마다 다르다. 돼지의 정육 수율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조사한 대분할 부위별 생산수율을 기준으로 했다. 돼지 한 마리에서 정육이 54.04kg(100%)이 생산돼도 그중 삼겹살은 정육 기준으로 22.8%인 12.34kg 이 생산되는 걸 기준으로 잡았다. 도매단가는 금천미트 금천 한돈 2024년 2월 8일 도매단가를 기준으로 했다. 금천미트의 단가가 메이저 브랜드 돼지고기보다는 좀 싸고 일반 돼지고기보다는 좀 비싼 편이라고 알고 있다. 이 단가는 육가공업체 자신의 단가를 넣어서 계산해 보면 된다.

 

 

​우선 정부의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이 CL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겉지방 1cm라는 기준인데, 경향신문 정유미 기자가 ‘정부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 기준 정상 삼겹살. 농림축산식품부·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이라고 제시한 앞의 삼겹살 (사진 1)은 CL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즉 지방이 20% 이내인 삼겹살이다. 우리나라의 삼겹살은 보통 지방이 30~50% 선이다. 즉 CL 70~50% 선이다. 우선 CL 80을 정상 삼겹살이라고 이야기할 때 CL 50 지방 50%인 삼겹살은 두당 3.7kg의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 그럼 삼겹살 수율이 70%다. CL 70인 지방 30% 삼겹살도 두당 1.23kg의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

 

축산신문의 기사에서 삼겹살 수율 6%가 감소할 때 두당 3.24kg의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 CL 50일 때 3.7kg의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는 가설에 부합한다(요즘 A지방 가격이 1,700원 정도 하는 것 같은데 그것을 감안해서 계산했다).

 

 

 

2023년 도축두수가 18,767,479두였으니 7,485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축산신문의 삼겹살 수율 6%를 삼겹살 수율의 6%라고 가정하면 지방을 0.74kg 제거하면 된다. 이 수율은 CL 75로 지방 25% 정도의 수율이니 아주 양호한 삼겹살이다. 지방 0.74kg을 제거해도 손실금액은 1,701억원이다. 이게 축산신문에서 이야기하는 손실금 2,000억원 하고 가까운 수치지만 우리나라 평균 삼겹살의 지방 함량을 감안하면 손실금액을 너무 착하게 계산한 듯하다. 삼겹살 두당 2kg 정도의 지방을 추가로 제거해야 할 때의 계산이다. CL 60~70일 때니 가장 합리적인 추정치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간단히 5,400억원 정도 손실이 날 것 같다는 건 제거된 지방의 가치를 0원으로 계산했을 때의 이야기다. 지방을 1,700원에 판매해서 638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니 최종 추정 손실은 4,617억원이다. 이건 필자 기준의 계산이다. 더 정확한 기초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와의 협상 시 한돈산업 관계자들의 입장을 설명할 때는 이런 계산과 논리를 가져야 한다. 이 금액은 부분육 작업을 해서 박스 미트나 소분 작업을 하는 육가공 회사의 손실금액이다. 저지방 삼겹살을 생산하기 위해서 다른 부위의 지방 함량도 같이 떨어지는데 그럼 앞뒷다리는 더 맛없어진다. 그럼 복합 유기 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의 균형 소비는 더 어려워진다.

 

대분할 부위별 생산율표에서 삼겹살의 수율만 설명했지만 삼겹살의 가치는 전체 돼지 한 마리의 38%가 넘어간다. 삼겹살의 가치가 하락하면 한돈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삼겹살만 수입할 수 있는 현실에서 더욱더 수입 삼겹살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서 궁극적으로는 한돈산업의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장기 불황의 시작되어 외식산업에 타격이 커서 가성비 좋은 수입 삼겹살의 수요가 공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더욱더 어려운 경쟁 구조를 만들게 된다.

 

​우리나라에 삼겹살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돼지고기의 70% 이상의 햄·소시지 가공품으로 즐겨 먹는 나라들이다. 이들은 한국이 원하는 1cm 삼겹살을 만들고 잘라낸 지방도 끊어낸 미추리도 다 갈아서 맛있는 햄·소시지로 만들면 된다. 우리나라는 햄·소시지의 주원료인 뒷다리보다 3배 비싼 삼겹살로 햄·소시지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시민들 먹거리의 기호를 정부가 관여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이건 먹을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 자유를 외치는 정부가 시민의 먹을 자유를 크게 억압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까? 커피 믹스를 마실까? 이걸 정부가 참견하면 안 된다. 지방맛으로 삼겹살을 먹는 것이다. 지방이 싫은 사람은 목심이나 앞다리를 구워 먹으면 된다.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10년 전에 예측하고 앞다리, 등심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숙성문화를 만들었다. ​그때 앞다리를 구이용으로 도매단가 3,000원만 더 받아도 5,0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필자가 이야기했었다. 돼지고기를 숙성한다니 필자를 사기꾼이라고 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통념적으로 돼지고기는 안에서 썩어 나와서 숙성이 안 된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정부는 CL 기준으로 CL 70이나 60선에서 정품 삼겹살로 규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한돈 생산자들은 이제 규격돈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지방 없는 삼겹살을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생체중 80~90kg의 어린 돼지를 잡아서 공급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지방이 진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130kg 이상, 200일 이상 키운 돼지의 삼겹살도 시장에 나와야 한다. 이제 농장별 개성이 강하고 차별화된 부티크 돼지고기 브랜드들을 육성할 때이다.

 

필자는 자랑스럽게 지방이 많은 삼겹살, 미트러버들만 진짜 삼겹살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만 사가라고 할 수 있는 자신감과 마케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삼겹살 들고 반품하려고 오는 사람들도 고기 공부를 좀 하자. 소비자 단체도 자신들이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산업을 위해서 고기 공부를 좀 하자. 미트 리터러시(고기 정보이해력) 교육을 위한 한돈자조금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밑장깔기한 업체 불매 운동을 좀 하자. 아니 밑장깔기가 두려운 소비자는 동네 정육점에 가서 고기를 사면 된다. 이번 기회로 동네 정육점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렉카 유튜버처럼 밑장깔기한 업체는 SNS로 매장하면 된다. 식당들은 당당하게 지방은 화이트미트 또 다른 맛의 고기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면서 진한 지방맛을 찾는 필자와 결이 같은 손님들만 받아서 장사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이 고기에 대해서 무지한 사회의 단면이다.

고기를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미안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고기를 이야기해야겠다. ​미트 리터러시(고기 정보이해력)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번에 다시 한번 느낀다. 정부의 축산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고기를 잘 모르니 이런 발상을 하는 것이다. 아니 고기를 너무 잘 안다면 수입육을 밀어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럼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쫄지 말고 이제 고기는 전 국민이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사랑하는 미트러버들만 먹는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살아야 할 때이다. 소고기를 무진장 먹는 미국도 12%의 사람들이 50%의 소고기를 소비한다고 한다. 지방 많은 삼겹살은 전 국민의 20%만 열심히 먹어 주면 된다.

 

 

정부가 개고기를 불법화할 때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삼겹살 지방을 규제할 때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정부가 한우의 사육일령을 줄여서 한우의 지방 함량을 낮추려 할 것이다. 삼겹살 지방 함량이 줄면 맛없는 삼겹살이 되어서 결국은 가격으로 수입 삼겹살과의 경쟁해야 한다. 결과는 참패가 될 것이다. 한우도 지방 함량을 낮추기 위해 사육일령을 줄이면 미국의 프라임급 소고기나 호주의 와규와의 맛의 경쟁력 우위를 상실하게 되고 결국의 가격 경쟁에서 질 수밖에는 없다.

 

아마 이번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로 1cm 수입 삼겹살과 비교해 맛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수입 삼겹살의 점유율은 60%대 이상으로 늘어나서 우리나라 한돈산업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마 이번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이 한돈산업의 위축을 가속할 것이다. 이제 축산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정부와 싸워야 할 때다. 이에 시민운동으로 ‘맛있는 삼겹살 지키기 운동’을 제안한다.

☞ 필자의 유튜브 : 유튜브에서 『고기만』 또는 『meat10000』을 검색하면 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4월호 98~111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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