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불경기가 심각하게 나타나 국민이 가처분소득 감소 및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의 중단되었던 해외여행이 올해 엔데믹 첫해를 맞이하며 3년간에 대한 보복 소비로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여건으로 국내 소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좀처럼 생기지 않고 있다. 돼지고기 가공유통업계에서 20~30여 년간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조차 “올해와 같이 이렇게 힘든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1. 상반기 돼지고기 시장 동향
올 상반기 돼지 등급판정 마릿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1% 증가한 9,377.3천마리로 나타났다. 사육 마릿수가 ‘23.6월 기준 11,108천마리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 생산성 향상으로 출하는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출하가 증가했음에도 도매시장 경매 마릿수는 농가의 상장 기피로 오히려 전년 대비 약 7% 가까이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돼지 지육가격은 상반기 평균 5,056원/kg(제주도 및 등외 등급 제외)에 형성되며 전년 대비 1.6% 상승을 나타냈다(표 1).
소비측면에서 보면 상반기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제일 주요 품목인 삼겹살의 심각한 소비위축을 꼽을 수 있다. ‘22년에는 오미크론, 태풍폭우 피해, 이태원 10․29 참사 발생 등의 각종 사건·사고 발생과 불경기로 인하여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가장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삼겹살데이 및 가정의 달, 여름 휴가철, 송년회 등의 시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에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더욱 악화함에 따라 소비는 한층 위축되며, 불경기 시대에 나타나는 특성인 고가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저가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에서도 제일 고가품으로 취급되고 있는 삼겹살 소비가 부진해짐에 따라 재고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소비 상황으로 인해 지육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삼겹살 도매유통가격은 오히려 전년 대비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소매가격은 인건비 및 고정비 상승 등의 이유로 여전히 강세를 보여 삼겹살 소비에 더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이외에는 후지 판매만 조금 문제가 되고 있고, 전지 및 등심은 삼겹살 대체 수요 및 돈가스 수요로 인해 크게 적체되지 않고 대부분 문제없이 판매되고 있다.
돼지고기 수입은 상반기에 226.3천톤이 수입되며 전년 대비 약 4.3% 감소하였다(표 2). 주 수입품목인 삼겹살이 92.4천톤, 앞다리가 82.5천톤이 수입되며 전년 대비 각각 1.1%, 3.8% 감소하였고 나머지 품목들도 대부분 감소를 나타냈다. 수입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주 수입국 가운데 가장 많이 수입되고 있는 미국에서 81.1천톤이 수입되며 전년 대비 25.9% 많이 증가하였지만, EU로부터 95.8천톤이 수입되며 전년 대비 29.8% 큰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EU 현지 돼지가격이 모돈 감축 및 사료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함에 따라 오퍼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고, 국내 소비도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 재고가 과다해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측면에서 냉장육은 대형마트의 일부 가정수요 이외에는 구이식당 외식수요가 불경기로 인하여 많이 감소해 유통기한 임박 물량들이 시중에 덤핑으로 많이 풀리고 있다. 아울러 냉동 삼겹살은 국내 창고 재고가 많은 가운데 수요 대비 과다한 공급이 계속됨에 따라 어려운 시장 상황을 보인다.
한편 식자재 및 간편식(HMR, 밀키트) 등에서 많이 이용되는 목전지도 불경기로 수요가 위축되며, 미국에서의 높은 오퍼가격에도 불구하고 도매유통 시세를 인상하지 못해 수입원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2. 하반기 돼지고기 시장 전망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듯이 코로나 시대의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으로 발생한 고(高)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21년 7월까지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를 1년 6개월 만에 3.5%까지 인상했다. 이와 같은 급격한 긴축은 경제성장에 있어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그에 대응한 비상 경영체제를 선언하며 투자를 축소하고 있고 일반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인다.
‘23년 1월 이후에 기준금리는 추가 인상 없이 유지되었고, 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더 이상의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 연준(FED)에서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 추가 인상함에 따라 5.5%에 도달하였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차가 2.0%로 벌어지며 역대 최대 금리 차이를 보였는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곧(빠르면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약 0.25%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영향으로 최근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어 하반기 국내 경기는 상반기 보다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올해 돼지 평균 사육 마릿수가 전년도 러·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경영악화로 인한 모돈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전년 및 평년보다 감소한 1,180만마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돈 사육 마릿수도 평년 대비 감소한 97만마리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하반기 도축 마릿수는 917만마리로 전년 동기간 대비 1.1% 감소하고 평년 동기간 대비 0.9% 증가할 것으로 보여 2023년 연간 돼지 총 도축 마릿수는 1,830~1,850만 마리로 전년 대비 감소하고 평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소비측면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경기가 심화하며 외식 및 가정소비, 급식 식자재 및 2차 육가공 등에서의 수요가 상반기 보다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돼지고기 수입은 냉동 삼겹살과 앞다리 원료육이 대부분 수입되고 있는 EU의 현지 돼지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에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오퍼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극히 작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돈 강국인 독일로부터의 수입이 수년 만에 재개되었지만, 마찬가지로 독일 현지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수출 여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EU에서의 수입량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목전지가 주로 수입되고 있는 미국의 현지 가격은 최근 성수기를 맞이하여 상승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EU와 같이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EU의 오퍼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으므로 미국에서의 오퍼가격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입육 시장은 냉동 재고가 많은 가운데 수요 대비 공급이 과다하여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수입량은 상반기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어 올해 총수입량은 전년보다 감소한 38~42만톤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한돈가격은 국내 생산 및 수입량이 전년 대비 감소가 예상되지만, 그보다 중요한 소비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여 전년 하반기 평균 가격인 5,487원/kg보다는 소폭 하락한 5,200~5,400원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9월호 55~59p 【원고는 ☞ drhan70@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