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후폭풍 농가·사료업체 ‘지갑 지퍼 꽁꽁’
- 내수 부진 … 고환율 속 원가 상승 ‘마진율 하락’
2022년 들어서도 코로나19 여파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한창 확산하던 2021년보다 더 셌다. 2021년만 해도 버틸 만했다. 2022년은 달랐다. 주요 동물약품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축산농가, 사료업체 등이 지갑 지퍼를 꽁꽁 걸어 채웠다.
한국동물약품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까지 동물약품 판매액은 총 4천3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천388억원과 비교해 1.7% 감소했다. 원료와 사료첨가제는 각각 887억원, 511억원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46.6%, 8.9% 늘었다. 하지만 규모가 큰 동물투여용은 3천712억원으로 3.8% 내리막길을 탔다. 수치상으로는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체감은 상당했다. 공급가격 인상분을 감안해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마진율도 많이 감소했다.
원료가격은 수년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무려 10배 이상 오른 원료가격도 있다. 원료 물류비는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상승했다. 유리병, 박스, 부형제 등 각종 부자재 가격도 다 올랐다. 국내 인건비, 배송비 상승도 뒤따랐다.
결국 동물약품 업체들은 최소화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2022년 초부터 10~30%가량 공급가격을 인상해야 했다. 이는 다시 판매액에 발목을 잡았다. 축산농가들은 사료값 등 치솟는 생산비를 줄이려고 동물약품을 줄이거나 뺐다. 사료업체들은 곡물가격 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나며 동물약품 사용을 더욱 주저했다. 동물약품 업체로서는 판매 부진, 원가 상승, 가격 인상 등 불황 고리에서 헤맸다.
■ 수출은 선전 … 목표 4억불 달성은 ‘글쎄’
2022년 고환율은 동물약품 업계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대다수 동물약품 원료는 해외에서 들어온다.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고환율은 원가 상승 압박으로 다가왔다. 업체마다 매일매일 환율을 체크하느라 바빴다. 환율에 따라 원료를 주문하는 환테크에 힘썼다. 다만 내수시장에서 고전했던 것과 달리 수출은 선전을 이어갔다.
고환율이 수출에서는 가격경쟁력으로 작용했다. 2022년 3분기까지 동물약품 수출액은 총 3천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737억원보다 무려 24.4% 늘었다. 원료와 완제 수출은 각각 1천691억원, 1천714억원으로 전년 동기 1천175억원, 1천562억원과 비교해 43.9%, 9.7% 뛰어넘었다. 완제 중 화학제제 954억원(전년 대비 12.0%↑), 사료첨가제 60억원(전년 대비 172.7%↑), 의약외품 76억원(전년 대비 660.0%↑) 등이 성장곡선을 그렸다. 생물학적제제 259억원(전년 대비 1.9%↓), 의료기기 365억원(전년 대비 11.8%↓) 등은 다소 주춤했다. 다만 추이를 봤을 때 올해 수출 목표 4억불(한화 약 5천723억원) 달성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대체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고환율에 따른 손실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
■ ASF·AI 지속 발생 … 관련 제품 개발 열기
2022년 역시 동물약품산업은 가축 질병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22년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대 관심사였다. 잠깐 내려놓을 만하면 ASF 발생 소식이 전해졌다. 9월 19·20일과 28일 각각 강원 춘천, 경기 김포·파주 양돈장에서 ASF 발생이 확인됐다. 10월 말 기준으로 2022년에만 벌써 6개 양돈장에서 ASF가 터졌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2019년 9월 첫 발생 이후 27개 양돈장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도 ASF 의심축 신고, 발생 등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ASF 백신을 쓰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신 소독제 시장이 꿈틀댔다. 대다수 업체는 이미 해외 실험 등을 통해 ASF 소독 효력 인정을 받았지만 2022년에도 그 과정은 계속됐다.
물밑에서는 ASF 백신 개발이 속도를 냈다. 관련 기관과 업체들은 ASF 생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해당 업체들은 안전성·유효성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험 백신 생산, 야외 임상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폐시설 실험실 공유 확대, 제조시설 가이드라인 마련 등 개발을 지원해달라는 업계 요구도 제기됐다.
하반기 들어서는 AI에 잔뜩 긴장했다. 오리농장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저병원성 AI에서는 백신 업그레이드가 한창 진행됐다. 백신 제조업체들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분양한 백신 후보주(H9N2형 Y280 계열)를 갖고 새 저병원성 AI 백신 개발에 나섰다. 대다수는 이미 실험실 테스트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일부 업체는 품목허가 마무리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야외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빠른 업체의 경우 2022년 연말 전에 새 저병원성 AI 백신에 대해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구제역 백신 국산화 속도 … 피내 접종 백신 ‘몸값 상승’
제품과 관련해서는 구제역 백신이 2022년 이슈 중심에 섰다. 우선 국내 최대 판매량을 보이는 아르헨티나산 구제역 백신 공급 업체가 바뀌었다. 그간 아르헨티나산 구제역 백신은 케어사이드가 국내에 공급해 왔다. 2022년 9월부터는 에프브이씨(FVC)로 옮겨졌다.
에프브이씨는 아르헨티나 구제역 백신 제조사와 수입·판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품목허가권을 변경했다. 아울러 전국 영업망을 구축하고, 수의 기술지원팀을 꾸리는 등 구제역 백신 공급에 나섰다. 에프브이씨는 구제역 백신 제조시설 국산화 사업자로 2023년 제조시설 완공, 2024년 상업화 백신 출시라는 플랜을 제시했다.
구제역 백신 국산화 과정에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아르헨티나산 구제역 백신 제조업체와 협력한다. 특히 검역본부는 O형 보은주, A형 연천주 등 국내 분리 백신주를 활용한 구제역 백신 개발 마무리에 박차를 가했다. 피내 접종 백신, 어쥬번트 등 구제역 백신 고도화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향후 국내산 구제역 백신 활약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2022년 동물약품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는 피내 접종이다. 피내 접종 백신은 수년 전부터 선보였지만, 2022년에는 본격적으로 상승곡선을 탔다. 시중에서는 기존 PRRS 백신 외에 피내 접종 마이코백신과 써코백신 등이 한껏 몸값을 끌어올렸다. 피내 접종 주사기 시장도 조금씩 확대됐다. 아울러 병리진단에 스마트 기술이 접목되는 등 첨단화를 향해 내달렸다. 정부 방역정책 강화 속에 방역실, 소독실 등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밖에 동물약품 업체들은 반려동물 시장,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 등으로 영토를 넓혀갔다.
■ 규제혁신 ‘손톱 밑 가시’ 뽑기 … 그러나 여전히 ‘미흡’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동물약품산업에서도 규제혁신 바람이 불었다. 동물약품 업체들은 산업발전을 저해해 오던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예를 들어 ‘협회 신고대상 품목’에 대해 효능·효과 기재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구제역·ASF 소독제 효력시험을 BL3 시설·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해야 한다며, 대표 바이러스 국내 실험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여전히 최대 ‘손톱 밑 가시’로 꼽히고 있는 관리자 자격을 두고, 기존 약사(한약사)뿐 아니라 수의학, 화학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자로 넓혀달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 중 일부는 개선작업이 속도를 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연구용역 결과, 구제역·ASF 효력실험을 대체할 대표 바이러스로 ‘백신니아’를 선정했다. 이 내용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빠르면 2023년 상반기 ‘소독제 효력시험 지침’ 고시 개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표 바이러스로 실험 대체는 무산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면허대여, 사무장 동물병원, 그리고 진료 없이 처방전 발급 등 불법 동물약품 유통과 관련하여 홍역을 앓았다. 특히 대한수의사회는 농장 동물진료권 쟁취특별위원회를 통해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
■ 처방대상 확대·PLS 시행 대비 ‘업계 분주’
제도적으로는 지난 11월 13일부터 모든 동물용 항생·항균제가 처방대상에 들어갔다. 2020년 11월 1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에 항생·항균제 전부, 일부 반려동물용 백신,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을 포함했다. 2년 유예기간이 종료된 것이다.
2024년 1월부터는 축산물 PLS(축산물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Positive List System) 제도가 시행된다. PLS는 잔류물질허용기준(MRL)이 설정되면 해당 기준으로 관리하고, 없다면 일률기준(0.01mg/kg)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0.01mg/kg은 사실상 불검출 수준이다. 정부는 MRL, 휴약기간, 대상동물 등을 설정하는 잔류성 시험분석을 동물약품 업체들은 새 기준에 맞추어 동물약품 휴약기간 등을 재설정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벌써 2021년 한해가 마무리돼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다사다난 굴곡이 참 많았다. 2023년 새해 역시 위기와 기회가 상존할 것이다. 시장 흐름을 발 빠르게 읽고, 능동대처한다면 분명 성공 가도를 달릴 것이다. 새해 더욱 성장하는 동물약품산업을 기대해 본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12월호 74~78p 【원고는 ☞ kimy2908@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