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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미디어 24년 1월호, 불황기 한돈 회식 메뉴보다 집밥 메뉴로 활로 모색해야

남 정 윤 대표 / 미트리뷰

1. 고기 회식 흐림, 고기 밥집 맑음

 

외식 경기가 너무 안 좋다.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한 물가 상승은 심리적으로 소비지출을 망설이게 한다. 고금리 기조는 1인당 부채가 9천만원에 달하는 국내 가계 사정은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돈산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문화일보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 기준 국내에서 흔히 소비되는 주요 외식품목들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물가 움직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지수화한 지표로, 기준이 되는 때(2020년 연평균)를 100으로 놓고 비교 시점의 물가 수준이 얼마나 되는가를 상대적인 크기로 표시한 것이다. 예컨대 특정 시점 물가지수가 120이라면 이는 기준 시점보다 물가 수준이 20% 높은 것을 의미한다. 주요 외식품목 중 지난달 삼겹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02로 전년 동월(115.24) 대비 2.4% 올랐다(출처 : 문화일보 2023.12.14 ).

 

주변의 육가공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들을 만나보면 식당에 나가는 고기 물량이 체감상 30% 정도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하여 미래를 위한 신규 투자를 진행한 업체의 경우는 갑절 이상 늘어난 이자 부담과 매출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삼겹살 프랜차이즈 A사의 작년 올해 매출을 보자. (그림 1) 위쪽은 오피스상권의 매출이고 아래쪽은 주거상권 및 대학상권이다. 오피스상권의 경우 2022년 4/4분기 정점을 기준으로 하면 계절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2023년 9월의 경우 30% 안팎의 매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연말에는 어느 정도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겹살 아이템은 연중 꾸준한 소비를 보이는 메뉴이므로 전반적인 외식 경기 하락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봐도 큰 오류는 아닐 것이다.

 

 

(그림 1) 아래쪽은 대학상권 및 주거상권의(추정) 매출이다. 주거상권의 경우 연중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는 추세를 보인다. 주거상권에서 매출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부침이 심한 회식 수요보다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은 필수 서비스재로서 탄탄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지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최근 리뉴얼을 마친 B사의 무한리필 수입 돼지갈비 프랜차이즈 매장을 살펴보자. 주로 주거상권에서 부침이 심하지 않은 가족 식사 매장으로 안정적 매출 추세를 보인다. 반면 주류 판매가 위주인 오피스상권에서는 매출이 소폭 줄고 있다고 한다. 고깃집이 회식 아이템에서 식사 위주의 가족 아이템으로 진화하며 성장하고 있다. 고기가 술보다는 밥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불황에도 계절별로 큰 부침이 없이 성장하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고기는 주식인 밥과의 거리가 가까워져야 지속적인 소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있다.

 

 

이제 소비자는 수입육에 대해서도 큰 거부감이 없어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파른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해 수입육 수요가 집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돈의 틈을 비집고 수입 돼지고기가 서서히 가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대형마트에서도 수입 돼지고기 행사에 사람들이 몰린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캐나다에서 수입한 보리 먹은 돼지는 홈플러스에서 탄탄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산지 대신 사료인 보리를 강조함으로써 수입육이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한 전략을 쓰고 있다. 불황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이제 원산지와 신선도를 강점으로 하는 한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외식도 집밥도 수입육이 소비기반을 넓히고 있다.

 

2. 반찬가게 맑음, 구내식당 맑음

 

외식물가 상승과 식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요즘은 반찬가게 전성시대가 열렸다. HMR 반조리 식품은 마트나 반찬가게에서 구매한다. 반찬가게 매장수를 보면 진이찬방 106개, 수퍼키친 84, 국선생 73, 국사랑 57, 손찬 49, 도시곳간 45, 마마쿡 38, 서민반찬 17개 외에도 독립 브랜드 파워로 무장한 로컬 매장이 성업 중이다. 특히 소량의 고기반찬을 편하게 쇼핑할 수 있어서 재료비와 조리 시간을 아껴준다. 고기 요리에 따른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편한 한 끼가 가능해져서 외식을 일부 대체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외식물가로 인해 구내식당 등 단체급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붐비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5,74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0.1% 증가한 283억원, 당기순이익은 34% 증가한 220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사인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도 매출이 증가했다. 또한 비상장사인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 또한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약 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7%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9세 이상 가구주 중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 먼저 줄일 지출항목(복수 응답)에 대해 66.1%가 외식비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단체급식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급식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출처 : 브릿지경제 2023.11.14).

 

3. 한돈, 누가 얼마나 덜 먹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소비량을 더 늘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 대신 관점을 조금 바꿔보았다. ‘한돈, 누가 덜 먹고 있는가?’ 살펴보자. 이미 적정량을 섭취하고 있는 소비층에서 더 많은 소비를 권장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시장은 어디인가?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한 기혼가정의 10대 자녀가 있는 집에서 냉장 한돈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자녀와 같이 살지 않는 1~2인 가구의 고령 가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소비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가구는 적극 수요층이 아니라 소극 수요층이라서 자발적 구매동기가 약하다.

 

연령별 소비현황을 보면 40~49세는 38.2%로 가장 높은 소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50~59세는 29.8%로 소비율이 다소 감소하며 60~69세는 4.2%로 다시 감소함을 볼 수 있다. 직업별 소비현황으로는 기타(무직)에서는 3.3%로 소비율이 낮고 직업 없음(학생/은퇴/무직)의 경우에도 0.5%로 매우 낮다. 결국은 구매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소비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가구원수별 소비현황을 보면 1인 가구는 5.1%로 가장 낮고, 2인 가구의 소비율은 13.5%를 보여서 1~2인 가구의 소비가 매우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소득별 소비현황을 보면 200~400만원 소득 구간은 23.3%로 중간 수준의 소비율을 보이는 반면 800~1,000만원 소득 구간은 21.2%로 소비율이 감소한다. 돼지고기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가 줄어드는 열등재의 특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1,000만원 이상 소득 구간은 9.3%로 더 낮아진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돼지고기 소비가 특정 연령대, 직업군, 가구원 수, 소득 구간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준다. 가장 높은 소비율을 보이는 그룹은 40~49세 연령대, 직장인(회사원/공무원), 4인 가구, 그리고 400~600만원 소득 구간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65세 이상 1~2인 가구는 육단백질이 부족한 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노인은 고기를 잘 안 먹는 경향이 있다. 채소 위주 식사가 좋다고들 믿는다. 또 나이 들면서 치아가 망가지고 소화 기능이 떨어져 육류를 꺼린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5)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단백질을 권장량보다 덜 먹고 있다“(출처 : 중앙일보 2017.5.3.). 단백질 섭취량이 권장량의 75% 미만인 노인의 경우 사망위험은 1.24배, 심혈관계질환 사망위험은 1.61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2015년 나온 바 있다.

 

4. 매월 6일, 고기 선물하는 날(육데이)이 있으면 어떨까?

 

고기의 영양학적 이로움을 정보로 전달하여 소비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시도가 실제로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별로 없다. 다만 긍정적인 결과가 있으리라고 믿을 뿐이다.

 

 

문안시선(問安視膳))이라는 옛말이 있다. 웃어른께 안부를 여쭙고 반찬의 맛을 살핀다는 말이다. 안부와 식사는 그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그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인 것 같다. 선(膳)자는 반찬이라는 의미와 선물이라는 의미로 사전에 풀이되어 있다. 추정해보면 옛날부터 좋은 고기를 타인에게 드리는 것을 일컬어 선물이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고기육(⺼)자와 착할(좋을) 선(善)자를 합쳐서 선물(반찬) 선(膳)자로 쓰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설, 추석, 생일을 제외하면 타인에게 선물을 하는 기회나 계기가 많지 않다. 매월 6일 고기를 어르신께 선물하는 이벤트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기존의 메인 소비층이 아닌 어르신들이 고기를 섭취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 어떨까 한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1~2인 가구 65세 이상의 자녀와 같이 살지 않는 어르신의 경우 직접 고기를 사는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고기를 보내 드리는 이벤트는 이타적인 소비를 권장하는 좋은 의미를 담는다.

 

요즘 고기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여 섭취량을 줄이는 어르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의외로 어르신들이 필요 섭취량에 미달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단국대학교 문현경 교수의 연구(2015)를 보더라도 60세 이상 어르신의 고기 섭취는 생각보다 기준에 못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 1만7,460명(남성 7,355명, 여성 1만105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만2,682명(72.6%)이 육류를 하루 섭취권장량보다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하루 육류 섭취권장량(51.4g) 이상 섭취하는 비율이 8.8%에 불과했고 65세 이상 남성도 10명 중 7명 이상이 육류를 섭취권장량보다 덜 먹는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고기 섭취량이 점점 줄어드는 세대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마케팅은 적극 소비층의 소비량을 늘리는 데 주력해왔었다. 관점을 조금 바꾸어서 소극적 소비층의 식생활에 변화를 주는 방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행동을 바꾸려면 계기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차원의 소비증대보다는 사회적인 리추얼(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로 고기 선물하는 날을 만들어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매월 6일은 고기 선물하는 날, 육데이”

 

삼삼데이는 돼지고기 소비와 관련해 가장 잘 알려진 사회적 리추얼이 되었다. 고기 선물하는 날을 사회적 리추얼로 만들어 정착된다면 최소 1% 이상의 소비 증가는 일어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거의 모든 분야의 성장률 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시점에 1%의 증가는 상당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또한 자신을 위한 소비가 아닌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소비이므로 뿌듯함도 있지 않을까? 아울러 변하는 인구구조와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게 고기 마케팅도 바뀌어야 할 때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1월호 93~99p 【원고는☞ jyna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