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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세균성 호흡기 질병의 발생 경향과 원인 분석(한돈미디어 23년 10월호)

강 상 철 수의사/수의학박사
㈜옵티팜

일년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고루 지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기후를 24등분한 표준적인 절기(節氣)를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다. 특히 각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은 각기 양력으로 2월, 5월, 8월, 11월에 해당하는데, 최근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과거만큼 계절의 변화와 절기의 일치율은 떨어진다고 하나 그래도 입추를 기점으로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24절기의 기준에서 10월은 완연한 가을의 기운이 주를 이루면서 차차 겨울을 대비하는 시기이다. 다시 말하면 가을철 환절기의 정점에 이르는 10월은 사람이나 돼지 모두 다양한 질병의 감수성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진단 실험실에서도 가장 바쁜 시기는 9월부터 12월 사이로 특히 호흡기 질병 병원체의 의뢰건이 상당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가을철 환절기의 정점에서 농장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호흡기 질병의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질병에 따른 농장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가을철 기후 특징과 양돈 호흡기 질병과의 연관성

 

매년 가을이 오면 강수량이 줄어 맑고 청명한 하늘을 마주하기 쉬워진다. 이때 우리나라 주변에 위치하는 기단의 성질에 따라 가을에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가을에는 공기 중 수증기 함량이 줄어들어 낮에 형성된 열기의 보존이 어려우므로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일교차도 점차 커지게 된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면 온도에 민감한 어린 개체들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특히 돈사 내 유입되는 샛바람은 환절기 자돈의 호흡기 질병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건조하고 불결한 공기는 호흡기 건강에 직접적인 해가 될 수 있다. 이때 상부 기도부터 존재하는 방어기전이 최종적으로 폐에 도달하는 공기를 적절하게 여과하고 조절하여 호흡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공기에 포함된 유해 입자는 상피세포 표층에 있는 섬모와 내강으로 분비된 점액, 물리적인 기침 등에 의하여 배출된다. 또한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는 비강을 통과하면서 습윤하고 따뜻한 공기로 전환된다.

 

이러한 기전은 호흡기 질병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으며, 또 다른 병원체의 중복감염으로 이어져 질병이 만성화되는 문제를 만들게 된다. 만성적인 호흡기 질병은 자돈의 사료효율 감소와 성장 지연에 직접적인 연관 고리를 맺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돼지 흉막폐렴과 같이 세포 독성이 있는 독소를 분비하는 병원체의 감염은 급성 폐렴으로 경과하여 폐사에 이르기도 한다.

 

2. 국내 계절별 호흡기 세균 병원체의 검출 추이

 

㈜옵티팜에서 진행한 2021년 가을철부터 2022년 겨울철까지 계절별 주요 호흡기 병원체에 대한 검출 추이를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 해당 기간에 가장 빈번하게 검출된 병원체는 최근 명칭이 변경된 글라세렐라 파라수이스(구, 헤모필러스 파라수이스)였다. 그다음으로는 파스튜렐라 멀토시다, 마이코플라즈마 하이오뉴모니애, 액티노바실러스 플루로뉴모니애(돼지흉막폐렴균) 순으로 검출되었다.

 

 

24절기에 따라 사계절을 구분하여 병원체의 검출 정도를 비교해 보면, 대부분 여름철에 호흡기 병원체의 검출 빈도가 최저로 감소하고 가을철과 겨울철에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돼지흉막폐렴균은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검출 빈도가 증가하여 2021년의 경우에는 봄철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여름에 접어들면서 급감하는 양상을 보였다. 유행성폐렴의 주 원인체인 마이코플라즈마 하이오뉴모니애는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가장 높게 검출되고 겨울을 지나 봄철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었다.

 

글라세렐라 파라수이스는 여름철을 제외하면 모두 60건 이상으로 검출되어 다른 호흡기 세균보다 계절과 관계없이 가장 빈번하게 검출되는 병원체로 확인되었다. 글라세셀라 파라수이스는 가을철부터 검출 빈도가 증가하면서 겨울철에 가장 높았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검출이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 파스튜렐라 멀토시다 또한 가을철에 검출이 증가하였고 2021년은 겨울철과 봄철까지 유사한 검출 추이를 나타내었다. 이처럼 국내에서 대표적인 4종의 호흡기 세균의 계절별 검출 추이를 통하여 가을철 환절기에 호흡기 세균 감염에 의한 문제가 주요 질병 이슈 중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가을철 환절기 돼지 호흡기 병변의 확인

 

부검을 통해 자돈의 호흡기 병변을 확인할 경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중복된 병원체 감염 여부를 육안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돈의 호흡기 병원체 중복감염상을 일컬어 돼지 호흡기 질병 복합체(porcine respiratory disease complex, PRDC)라 하며, 이는 국내 이유 후 자돈의 가장 대표적인 전염성 호흡기 질병 유형이다.

 

 

(그림 2)와 같이 좌측의 그래프를 보면 폐 조직 내 1차 바이러스 감염이 진행되고 이에 따라 큰포식세포의 반응이 증가하며, 이후 2차 호흡기 세균이 이어 감염되면 호중구의 증가로 화농성 염증이 혼재되는 특성을 보인다. (그림 2)의 A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간질성폐렴을 나타내며, B는 2차 세균 감염이 진행되어 폐 앞부분(전복측엽)에 자적색의 경화소가 형성된 모습이다. 바이러스 단독 감염의 간질성폐렴 소견은 폐 전반에 걸쳐 선홍색조의 발적과 퇴축불량이 특징으로 고무와 같은 탄력성이 있는 경도를 가진다.

 

병변이 심한 경우 A와 같이 소엽간 결합조직이 두드러지게 확장되기도 하는데, 이는 염증에 의한 소엽간 결합조직의 부종성 변화를 의미한다. 반면 B와 같이 전복측엽에 보다 단단하고 붉어진 경계 명료한 경화소가 형성되면 기관지폐렴을 의미하는 소견이 된다. 이러한 경화소는 단면을 자르면 기관지 내 삼출물이 차 있어 해당 삼출물에서 세균배양을 진행할 수 있다.

 

공기를 통해 폐에 직접 감염되는 대부분의 2차 호흡기 세균과 마이코플라즈마 감염 시 이러한 병변을 형성한다. 호흡기 바이러스 중에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이러한 형태의 육안 소견을 보이므로 지금과 같은 가을철 환절기에는 반드시 감별진단을 진행해야 한다.

 

4. 환절기 돼지 호흡기 질병의 증가 원인 분석

 

자돈 호흡기 질병의 증가는 근본적으로 개체의 면역력 저하가 바탕이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을철 환절기에는 낮과 밤의 일교차에 따라 돈사의 환기 수준이 변화되고, 이로 인해 체내 들어오는 공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돼지 생식기 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PRRSV)나 돼지 써코바이러스2형(PCV2)과 같은 전신성 바이러스 감염과 맞물려 체내 면역반응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면역학적 반응은 기도의 방어기전을 무너뜨리고 폐 조직 내 면역세포의 반응 또한 감소시켜 2차 세균 감염을 용이하게 만든다. 또한 개체 면역력의 감소는 외부에서 유입된 세균뿐 아니라 상부 기도에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특정 세균총의 증식을 유발하여 기회감염 가능성을 증가시키게 된다(그림 3).

 

글래서씨병의 원인체인 글라세렐라 파라수이스도 정상 개체의 상부 기도에 존재하는 세균 중 하나이다. 만일 실험적으로 PRRSV를 감염시키게 되면 개체의 면역 저하 수준에 따라 상재하던 균체가 증식하여 부검 시 PRRSV 병변뿐 아니라 세균에 의한 장막염 유착 소견도 관찰할 수 있다. 호흡기 감염에 의한 면역반응은 (그림 3)에서와 같이 장내 세균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자돈의 전반적인 성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농장에서 2차 호흡기 세균 감염의 증가가 확인되면 호흡기 질병이 복잡하게 전개됨과 동시에 자돈의 체내 면역상태가 저하되었음을 의미할 수 있으므로 세균에 대한 원인 치료와 개체의 면역력을 향상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초기 호흡기 감염이 기도에 국한된 경우와 시간이 경과하여 폐에서 기관지폐렴을 형성하고 다량의 세균이 폐 조직에 존재하는 경우는 서로 다른 약제 선택을 필요로 할 수 있으므로 부검을 통하여 호흡기 감염상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겠다.

 

■ 참고문헌

1. Hanada S, Pirzadeh M, Carver KY, Deng JC. Front Immunol. 2018, 9:2640.

2. Improving Sick Pig Management. 2014,

https://www.nationalhogfarmer.com/hog-health/improving-sick-pig-management.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0월호 72~76p 【원고는 ☞ vetksc@optipharm.co.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