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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현장에서 백신의 역할과 미래

김 인 송 이사 / 바이오포아

2019년 말부터 시작되어 전 지구를 휩쓴 전염병은 이제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기억하는 사건이 되었다. 이걸 모르면 지구인이 아니다. COVID-19로 인해 모든 사람이 백신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고 반강제적으로 학습까지 했다. 완성에 10년 걸린다는 백신을 1년 만에 뚝딱 만들어 내서 지구 전체가 1번 이상은 접종했다. 여러 종류의 백신들이 나오면서 개념조차 이해가 안 되는 백신중에서 mRNA를 이용한 백신을 가장 많이 접종했다. 아이들도 어른도 mRNA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다 아는 단어가 되었다.

 

양돈 현장에서는 PRRS가 이와 비슷한 말이 아닐까 한다. 정확히는 서로 누가 맞다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다 알고 있는 말이다. 백신이 나와 있기는 하나 그래도 질병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백신이 문제인 걸까? 이번 기회에 백신에 대해 기본 지식을 쌓고 양돈 현장에서의 백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1. 동물에 쓰는 백신은 사람이 쓰는 백신과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

 

특히 경제적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에 쓰는 백신의 경우에 더 부각된다. 크게 2가지 면에서 다르다. 우선 ▲백신 비용이 생산 이익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감염원이 농장에 이미 들어온 상태에서 접종한다는 것이다.

 

동물용 백신도 사람용 백신과 개발하는 과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질병을 예방하는 목적 그 자체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만드는 것에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돈 1마리 접종하는 데에 1만원을 써야 한다면 그 백신이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제품 설명하다가 뺨 맞지 않는 게 다행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지불 가능한 비용의 한계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백신의 여러 덕목 중 필수적인 것으로 타협을 보게 된다. 백신으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을 것과 면역을 자극하여 감염을 차단하거나 증상을 경감시킬 것. 그 외 나머지는 백신 비용의 한계로 인해 포기하는 것이다.

 

 

써코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상용 백신으로써 매우 완성도가 높은 백신이다. 사독백신이기 때문에 백신으로 인한 질병의 발생 우려는 없고 질병의 감염을 막거나 증상을 경감시키는 데에 효과가 확실하게 체감된다. 그러나 모든 백신이 써코 백신처럼 높은 완성도를 갖는 것은 진짜 매우! 무척! 어렵다.

 

2. 백신의 구성

 

백신은 백신주와 부형제로 구성된다. 백신 효과의 핵심은 항원으로 작용하는 미생물(바이러스, 세균 등)인 백신주이다. 기존 백신의 개발과정은 필드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을 살아있는 채로 잡아 병원성이 사라질 때까지 실험실 내에서 키우고 선별하는 기약 없는 과정을 거쳐 약독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쉽게 표현하자면 포도주하고 맹물을 반반씩 섞고 그 섞은 물을 다시 맹물과 반반씩 섞는 과정을 반복해서 필요로 하는 투명도가 나올 때까지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감의 색을 병원성의 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면서 원래 포도주의 맛도 살아있어야 한다. 이 맛의 강도가 면역자극의 정도라고 이해하자. 그러니 포도주 맛이 나면서 적당히 맑은 물을 만들려면 얼마나 큰 운이 따라야 하는가!

 

 

최종적으로 해당 미생물의 병원성이 사라지고 면역 반응을 충분히 자극할 만하다고 확인되면 이 미생물은 백신주 후보군에 들어가고 상용 백신으로 완성해 생산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이 전체의 과정에 동물 백신이라 하더라도 빨라야 5년은 족히 걸린다. 운이 좋으면 말이다.

 

그러니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백신들은 어려운 확률로 그나마 질병을 대처하는 데 쓸 수 있다고 검증된 백신들이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백신이 없는 상황을 돌이켜 보자. 안 걸린 사람들은 외부 출입을 강제력으로 막고 걸린 사람들은 중환자실에서 대증요법으로 생사를 다투지 않았나? 물 백신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개발한 백신들도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보였다. 중증으로 가서 속수무책으로 산소통만 붙들고 누워 있어야 하는 상황은 면했다.

 

3. 양돈장의 백신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일단 백신 그 자체로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농장에 질병이 들어온 이후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니 생백신의 경우에는 야외바이러스와 백신바이러스가 서로 만날 기회를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제공하는 셈이다.

 

 

특히 COVID-19처럼 유전정보를 RNA 형태를 가진 바이러스들은 변이가 쉬우므로 야외바이러스와 백신바이러스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소수이기는 하나 PRRS 백신바이러스가 저병원성으로 질병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었다.

 

질병을 통제하는 방법에는 ▲돼지 자체가 가진 항병력을 높이는 것과 ▲돼지 주변에 질병의 감염 압력을 줄이는 2가지 방향이 있다. 백신은 돼지의 항병력, 다시 말하면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아무리 방파제를 높인다 한들 밀려오는 쓰나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사람이야 마스크를 쓰거나 손을 자주 씻고 밀집된 공간을 피하는 식으로 감염원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질 수 있다. 돼지는 불가능하다. 밥그릇도 물그릇도 같이 쓴다. 환기라도 좋으면 괜찮은데 이마저 불량하면 더 힘들다. 밀폐된 공간에서 약한 놈은 먼저 눕고 그 상태에서 계속 바이러스는 뿜어져 나온다. 얼마 안 되는 모체이행항체로 버티는 게 용하다. 질병에 따라 다르겠지만 PRRS의 경우 백신만으로 감염을 막을 수 없다. 반드시 감염 압력을 낮춰 주는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안의 면역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병원성 바이러스가 이 돼지에서 저 돼지로 옮겨가고 있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그 변이 속도를 고전적인 백신주 개발 방식으로는 따라잡기 힘들다. 물론 변이가 많이 된 바이러스라고 해서 병원성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변이가 일어나는 횟수가 증가할 뿐이다. 다만 돼지와 우리에게 운 나쁘게 병원성이 강해지는 변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백신주는 접종 후 체외로 배출되는 것이 제한되어야 한다.

 

고전적인 백신주의 개발 방식으로는 현장의 병원성 미생물의 변이를 따라잡는 데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상용 백신으로 완성하기 위해 검증하는 시간도 있다. 양산의 벽도 넘어야 한다.

 

4. 백신주 개발에 바이오 기술 접목

 

COVID-19로 인해 백신주를 개발하는 데에 바이오 기술이 집약되기 시작했고 이는 동물용 백신에도 영향을 끼쳤다. 역 유전학(reverse genetics) 기술을 이용하면 고전적인 백신주의 개발과정과 달리 완성된 백신에 요구되는 특성을 가진 백신주를 유전적으로 조립, 생성해 낼 수 있다. 이미 상용화된 백신도 출시되어 기술의 완성도는 입증이 되었다.

 

 

해당 역 유전학을 이용한 바이러스 편집기술(reverse genetic engineering)은 백신주의 개발과정에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보다 예측 가능한 품질을 가진 백신주를 보다 빨리 만들어서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백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그 효과를 향상할 수 있다.

 

물론 가축 사육 환경의 현실이 백신에만 의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합적인 질병 통제 전략이 요구된다. 동시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백신의 개발이 때에 맞춰서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늘 아쉬운 부분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안전성을 확보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백신 솔루션을 국내 시장에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업계 관계자들의 동업자 정신을 기대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8월호 97~101p 【원고는 ☞ iskim@biopoa.co.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