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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로 인해 냉동육의 시대가 오고 있다(한돈미디어 23년 8월호).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경제학과 겸임교수

1985년 들국화의 행진이 대학가에서 대단한 인기였다.

1985년쯤 서울 변두리 대학가에도 삼겹살집이 생겼다. 1970년대 후반 우후죽순처럼 광화문 무교동에서 유행하던 삼겹살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냉동 삼겹살은 압축성장의 경제 발전 속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최적화된 한국형 패스트푸드였다. 2023년 지금까지 어언 40년 넘게 우리가 최애하는 고기였다.

 

스페인의 양돈산업이 과거 하몽을 만들기 위한 돼지 생산에 맞추어져 있다면(최근 스페인은 돼지고기 수출에 전념하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수출용 돼지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돈산업은 삼겹살 로스구이에 최적화된 삼겹살을 생산하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삼겹살에 적당한 지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다리, 뒷다리, 등심 등에 지방이 상대적으로 적어야 한다. 사람들이 다이어트 때 어느 특정 부위의 살만 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돈 삼겹살의 세계 최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부위들이 많이 희생하고 있다. 난축맛돈이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새로운 품종의 돼지 등심, 앞다리, 심지어 뒷다리까지 마블링이 좋아 구워 먹기 좋다고 극찬을 하지만 난축맛돈 삼겹살의 가치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레트로한(복고풍의) 냉동 삼겹살집이 유행이다.

몇몇 식당들은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대박집이 되었다. 행진이라는 상호의 냉동 삼겹살집도 인기가 높다. 냉장육은 좋은 고기, 냉동육은 나쁜 고기라는 믿음은 우리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빨간 옷을 입고 있다고 믿는 믿음만큼 우리의 마음속에 믿음이 되어 있지만, 냉동 삼겹살집은 냉동육은 나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아마 1990년대 초반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 하이포크를 시작으로 브랜드 돼지고기와 일반 돼지고기를 차별화하는 새로운 포지셔닝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어서 우리나라의 브랜드 돼지고기 업체들은 연간 수천억원을 매출을 올리는 메이저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당연히 냉장육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냉장육, 냉동육, 그리고 해동육에 대해서 가치를 차별화하고 유통을 규제하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나라가 냉장육, 냉동육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규제하는 것은 육류 보급이 되면서 우리는 고기의 품질 구분을 눈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등급판정사도 아닌 일반인도 한우의 등급을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국민은 우리나라 사람들 뿐인 것은 아닐까? 생고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테이블에서 구워 먹는 문화도 우리나라가 원조이다.

 

2022년 172,449톤의 삼겹살이 수입되었다.

2022년 수입된 삼겹살 중 90%인 155,236톤이 냉동육이다. 우리나라의 삼겹살 자급률은 50%대이다. 그럼 우리가 먹는 삼겹살의 40~50%가 냉동 삼겹살이다. 그런데 많은 식당에서는 해동해서 테이블에 서비스되니 우리가 냉동육을 먹고 있는지 냉장육을 먹고 있는지 별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사)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홈페이지의 국내산 돈육 재고 현황을 살펴보면 삼겹살 재고는 전년 대비 190%로 늘어났다. 전체 재고의 24%이다. 이것도 요즘 뒷다리가 다시 적체되어서이지 뒷다리 다음으로 재고량이 많다. 인기 부위인 삼겹살이 이렇게 재고가 많은 건 유례없는 일이다. 삼겹살 과잉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삼겹살 재고 12,641톤은 돼지 한 마리에 11kg 정도의 삼겹살이 생산된다면 1,149,182두분이다. 2022년 기준 월평균 도축두수가 1,546,351두이다.

 

 

그럼 2023년 4월 재고는 22일 정도의 물량이다. 도축 후 22일 된 삼겹살이 재고로 남아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삼겹살이 지금 냉동 재고로 쌓이고 있다.

 

코로나 이후 외식 경기의 침체는 무섭다.

코로나로 영업시간 제한을 했던 때 보다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 이미 한우 가격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아니 양극화된 사회를 대변하듯 1++ 고급육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수 십만원하는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는 성업 중이지만 2, 3등급 등심, 채끝 등의 가격 하락은 무섭다. 1++ 한우 목심이 삼겹살 가격보다 싸다.

 

삼겹살은 식당 영업이 안되는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내려갔다. 예전 같으면 육가공장이 작업두수를 줄이는데 이제 육가공장이 메이저가 되고 자금 능력이 있어서인지 삼겹살을 냉동 비축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으면 후쿠시만 오염수 방류가 해산물 소비의 불안감이 조성되면 생선 단백질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니 큰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한돈의 마케팅 전략은 한돈은 냉장육, 수입육은 냉동육, 혹 냉장 수입육은 과숙성이 되어서 맛있는 시기가 지난 것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했었다. 이제 시장에서 한돈도 냉동육, 수입육도 냉동육 같은 포지셔닝 같은 조건에서 한판 대결을 내야 한다. 어떻게 싸워서 이길 건가 하는 건 조금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아니 다음 호에 써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이번 8월호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기후 위기 속에서 냉동식품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는 메탄가스를 발생해서 기후 위기의 가해자로 지목받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돼지는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돼지이야기가 나온다. 땀샘이 없는 돼지는 더위에 약하다.

 

 

냉장육이 대세가 된 1990년대 이후 ‘돼지는 여름철에 잘 먹어야 본전’이라던 옛말이 냉장, 냉동 기술의 발전하고 개고기의 소비가 둔화하면서 여름철 돼지고기의 소비는 증가했다. 반면 여름철 돼지 도축두수는 가을이나 겨울, 봄보다 적다.

 

 

 

(표 2)의 1998년부터 2000년 3년간 월별 도축두수 계절지수, (표 3)의 2020년부터 2022년 월별 도축두수 계절지수를 보면 여름철의 도축두수는 다른 월에 비해서 점점 더 낮아진다. 경제학에서 가격은 수요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결정되어왔으니 지금까지 여름철 돼지가격이 좋았던 이유는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줄어서였다. 그런데 이제 삼겹살 가격이 높아지면 삼겹살 식당의 원가가 높아져서 식당들이 감당할 수 없는 원가 부담을 해야 한다.

 

삼겹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삼겹살은 산업화 시대 농촌 공동체의 해체 이후 정체성을 상실한 우리에게 새로운 도시공동체 직장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최고의 매개체였다. 개같이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편했던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위로되고 위안이 되어 주었다. 반면 고양이 같은 MZ 세대는 혼자 놀고 혼술을 즐기는데 삼겹살이 요즘 인기 있는 도수 낮은 술과는 페어링이 잘 안 되니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

 

미지근한 솥 속의 개구리는 차차 온도가 올라가면 익어서 죽지만 뜨거운 물에 던져지는 개구리는 놀라서 팔짝 뛰어서 도망가는 것처럼 지금 삼겹살 시장은 서서히 더워지는 미지근한 물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삼겹살 식당을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필자는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린다. “삼겹살 식당을 하겠다는 건 요리를 할 줄 모르는데 식당을 해서 먹고 살아 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삼겹살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데 삼겹살 식당을 하는 것은 무리이다” 삼겹살 식당이 지난 40년 동안 성업할 수 있었던 건 삼겹살 식당이 서서히 진화하고 변화했기 때문이다.

 

십여년 전 하남돼지가 구워주는 서비스를 유행시키지 못했다면 아마 삼겹살의 인기는 더 빨리 식었을지도 모른다. MZ 세대들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예전처럼 회식 때 막내가 삼겹살을 구웠다면 삼겹살은 MZ 세대에게 혐오 식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한돈산업은 삼겹살 중심에 냉장육 중심 포지셔닝을 유지하는데, 냉동육이 늘어나고 삼겹살은 인기가 점점 식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이나 유럽처럼 돼지고기의 70% 이상을 햄·소시지로 먹는 문화를 만들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서서히 준비해 가야 할 일이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햄·소시지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파리바케트 등 빵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SPC 그룹이 육가공장을 인수해서 빵에 필요한 햄·소시지를 직접 생산하는 걸 보면 햄·소시지의 소비가 김밥용이나 도시락 반찬의 용도 이외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냉동육이다. 사실 1990년대 초반 냉장육은 좋은 고기 냉동육은 나쁜 고기로 브랜드 돼지고기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할 때는 냉장, 냉동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른 엄청난 기술의 진보와 연구가 이루어졌다.

 

냉동할 때 세포의 파괴가 없이 세포가 살아 있는 CELL ALIVE SYSTEM이 2006년 일본에서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수많은 급랭 기술들이 발전하고 드립 없이 해동하는 기술도 상당히 진보해 있다. 이미 수입 냉동 삼겹살 프랜차이즈들은 나름의 고도화된 해동법을 찾아내서 드립 없이 상당히 품질이 좋은 해동육을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다.

 

냉동육을 해동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가정에서는 냉동육을 냉장실에 하루 전에 넣어두면 된다는 건 일반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요즘은 한 단계 더 진보해서 얼음물 속에 고기를 넣어서 냉장실에서 해동하는 저온 해동법이 유튜브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저온 해동법이 그냥 냉장고 해동법보다는 드립이 훨씬 적은 걸 증명하는 유튜버들이 많다.

 

해동에 관한 논문을 검색해 보면 빙온대에서 유수 해동을 하면 거의 드립이 발생하지 않는 최상의 해동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일반 수돗물은 계절에 차이가 있지만 10~20℃의 수온이다. 그래서 일반 흐르는 수돗물에서 해동하면 빨리 해동이 되지만 상당량의 드립이 발생하고 효소가 작용하게 된다. 또한 흐르는 수돗물 해동은 물을 낭비하게 된다.

 

비아그라는 이제 발기 부전제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건 처음 협심증약으로 개발되었다.

비아그라처럼 우리 주변에 완벽한 저온 유수 해동기가 이미 많이 보급되어 있다. 그건 냉수 침지 숙성용 흔히 워터에이징용으로 많은 식당에 보급된 수조이다. 냉수 침지 숙성용 수조의 원리는 물을 계속 콤프레셔로 돌려서 온도를 0℃ 내외로 유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유수가 되고 온도도 빙온대를 유지할 수 있다.

 

다들 냉장육을 숙성하는 용도로 냉수 침지 숙성용 수조를 활용하고 있으니 저온 유수 해동에 최적화되어 있는지 모르고 있겠지만, 이미 냉동 수입 삼겹살을 수조에서 냉수 침조 해동 숙성을 시키는 식당들은 숙성의 혜택보다 드립 없는 육즙 가득한 해동육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입 냉동 삼겹살과 한돈 냉동 삼겹살이 경쟁에서 이기는 법은 그동안 냉장육 판매에 주력한다고 관심이 없었던 냉동 해동 기술에 대해서 하루빨리 공부하는 것이다. 고가의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것도 이미 메이저급은 브랜드 돼지고기 업체들은 가능한 일이다. 냉동육을 취급할 식당들에 손쉬운 유수 해동법을 교육 보급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

 

기후 위기는 식량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근대에 들어 냉동식품이 개발되었지만 품질에서 신선, 냉장식품과는 큰 격차가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고도의 냉동, 해동 기술이 보급되고 품질을 유지하면서 장기 보관을 하는 법이 이미 많이 대중화되고 있다. 한돈산업도 이제 냉동육의 가치를 새롭게 높여가는 뉴노멀한 생각을 가져야 할 때이다.

 

식당은 연중 균일 가격으로 품질이 안정된 한돈 삼겹살을 공급받기를 원한다. 연중 가격 안정화는 냉동육에 대한 새로운 의식 전환으로 가능하다. 이게 한돈산업의 뉴노멀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8월호 102~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