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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위한 소소한 일들…

권 성 균 원장 / 애플벳 동물병원

예전에 필자가 덴마크에서 양돈연수교육을 받을 때 양돈 선진국인 덴마크에서도 양돈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필자는 덴마크 양돈의 높은 생산성의 비밀을 알려고 갔는데, 첫 시간 강의는 대부분 양돈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교육이었다. 첫 시간에 교육한 내용은 덴마크에서 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인 비용을 고려하여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만족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 종돈, 방역, 돈군 위생, 영양, 시설. 교육 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필자는 여기에 100% 동의한다. 그리고 우리의 양돈업이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도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인 책임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양돈업이 지속하려면? 한돈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들 알 것이다. 생산성, 돈육품질, 환경관리, 인력관리, 해외 악성 질병 등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현장 컨설턴트로서 위 내용 중에서 돈육 품질과 관련한 항생제 사용과 이상육 발생·엉덩이 주사, 농장의 방역에 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1 항생제 사용량

 

가축에 대한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2013년 8월부터 항생제 수의사 처방제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그림 1)을 보면 양돈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2018년에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여 연간 500톤 이상이 사용되고 있다.

 

 

양돈장에서 항생제 사용이 매년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돼지 유래 항생제 내성률도 증가하고 있다. 2021년도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동물, 축산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돼지 분변 유래 대장균 내성률은 2020년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하였으나 2012~2014년에 비해서는 증가하였다. 항생제별로는 ampicillin(55.8→76.6%)과 chloramphenicol(61.9→71.9%)이 약 10% 이상 증가하였다. 그 외 중요항생제인 ciprofloxacin(12.9→18.0%)과 ceftiofur(2.0→10.2%)의 내성률도 증가하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 중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는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암에 의한 연간 사망자 820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이다. 사람의 항생제 내성균 발생 원인 중 하나는 축산물에 사용하는 항생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양돈장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 안전한 돈육 생산을 위해 항생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농장 현실상 쉽지는 않다. 당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항생제는 필수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항생제 사용보다는 사양관리와 위생관리를 개선하고 항생제 대체재들을 사용했으면 한다.

 

2. 이상육 발생과 엉덩이 주사

 

몇 년 전 한 TV 방송에서 고름 돼지고기의 진실이라는 내용이 나온 적이 있다. 돼지고기 목살에서 고름(화농)이 나왔다는 얘기였다. 이 방송 이후 한동안은 돼지고기 수요가 많이 감소하였다. 필자가 아는 지인은 지금도 돼지고기 목살은 먹지 않는다. 돼지고기 이상육은 2011년 구제역 백신 접종 이후 많이 증가하였다. 한돈협회 자료에 따르면 목심 이상육 발생비율은 구제역 백신 접종 이전에는 평균 4% 수준이었는데, 구제역 백신 접종 이후에는 1회 접종 시 평균 46.5%, 2회 접종 시 73.7%가 발생했다고 한다.

 

구제역 백신의 특성상 부형제가 오일 형태여서 다른 백신에 비해서 접종 후 체내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이상육(육아종)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농장에서는 근육 접종 대신 피내 접종을 하든지 아니면 값비싼 목심인 목 부위에 대신 값싼 후지인 엉덩이 부위에 주사를 접종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내 접종은 효과는 검증되었으나, 아직 제대로 된 피내 접종 제품과 접종 기구가 허가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고 엉덩이 주사와 관련하여 필자는 우선은 엉덩이 주사는 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사실 필자가 회사에 근무할 때는 엉덩이 주사를 권장했었다. 대신 전제 조건은 뒷다리 가공단계에서 이상육과 주사침을 사전에 100% 검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 달 시행한 결과 사전에 100% 검출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 가공단계에서 이상육과 주사침 검출과 관련하여 뒷다리보다는 목 부위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리고 이상육이나 주사침 잔류 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위협은 목 부위보다는 뒷다리가 훨씬 더 크다.

 

 

다들 아시다시피 뒷다리는 대부분 햄, 소시지를 만든다. 그런데 햄, 소시지에 이상육이나 주사바늘이 존재한다면, 이것은 몇 년 전에 발생한 고름 돼지고기보다도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농가에서는 제발 눈앞의 이익보다는 안전한 식품 공급과 양돈업의 지속성을 위하여 좀 더 앞을 내다보고 주사는 엉덩이보다는 목 부위에 접종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상육의 문제를 일으키는 구제역 백신중에도 단순하게 방어력과 상관없이 항체가가 잘 나오는 제품보다는 이상육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하는 백신의 점도가 낮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자.

 

3. 방역 의식 고취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과 관련하여 지난해부터 농장에는 8대 방역시설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8대 방역시설 설치로 농장에서의 방역은 예전보다 훨씬 잘 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 2)를 보면 8대 방역시설 설치 후에 농장의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발생수는 늘어난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서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농장의 차단방역 시설은 잘되어 있으나, 농장에서 시설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거나 지금까지 방역의식 수준은 조금 낮은 것 같다. 양돈장의 생산성이 시설 자체보다는 시설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달린 것처럼 차단방역 또한 시설보다는 이러한 시설을 어떻게 운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리고 방역시설의 운영과 더불어 농장주와 관리자들의 방역 의식도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방역의 수학 공식은 “100-1=0”이라고. 매일 잘하다가, 피곤한 날, 바쁜 날, 한 번쯤이야 하고 무심코 지나간 날이 문제가 되는 날인 것이다. PED, FMD 더 나아가 ASF 같은 악성 전염병은 한 농장의 잘못으로 다른 농장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질병이다. 모든 양돈장은 내 농장을 지키는 것이 한돈산업 전체를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좀 더 철저한 방역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항생제 사용, 엉덩이 주사, 100-1=0 등은 어떻게 보면 양돈산업에서 소탐대실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에는 모든 농장주와 관리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만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양돈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도록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다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1월호 88~91p 【원고는 ☞applevet@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