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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미디어 2024년 5월호, 새로운 PRRS, 공포보다는 과학적 대응이 필요하다.

고 성 식 수의사 /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주)

강독성 PRRS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 임신돈 번식피해와 육성비육돈 호흡기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PRRS 때문인지, 그리고 그 PRRS가 최근에 유행하는 강독성 PRRS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정도까지 강독성 PRRS가 퍼져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 어디까지 왔는지, 얼마나 강한지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해 농장들의 소문만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공포가 커지는 것 같다.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지고 질병에 대해 대비를 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겠지만, 공포가 너무 크면 비논리적·비이성적인 선택으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양돈업계의 많은 사람으로부터 강독성 PRRS와 백신을 통한 방어에 대해 교육/세미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진행해 왔다. 이 지면을 빌어 그간 세미나를 해 오며 많이 받았던 관련 질문에 대해 질의 응답하는 형식으로 여러 궁금증과 논쟁점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질문1 : 리니지1 PRRS가 무엇인가요?

리니지1 PRRS(Lineage 1 또는 L1 PRRS)는 일단 새로운 PRRS가 아니다. 최근 모돈 폐사까지 일으키는 강독성 PRRS를 “리니지1 PRRS”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충남에서 처음 강독성 리니지1 PRRS에 의한 피해가 나타난 것이 2022년도 하반기이다. 하지만 (그림 1 / 참고문헌 1)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리니지1은 2018년부터 이미 꾸준히 검출되어왔다.

 

 

리니지5가 대부분 백신주임을 감안하면, 2019년부터 리니지1이 북미형 PRRS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차지해왔음을 알 수 있다. 많은 농장이 혈액검사 후 유전자 검사를 해서 리니지1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당황하고 혼란을 느끼지만, 리니지1 자체는 옛날부터 존재했다. 강독성이 아닐 확률이 더 높으므로 단순히 검출된 것만으로는 당황할 필요가 없다.

 

■ 질문2 : 그러면, 실제 문제가 되는 PRRS는 무엇인가요?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리니지1에 속하는 모든 PRRS가 아니라 리니지1 중에 일부 PRRS가 높은 병원성을 나타내는데, 대표적으로 NADC34-like에 속하는 특정 PRRS이다. 국내에서는 2022년에 처음 발견되어 아주 새로운 바이러스처럼 느껴지지만 미국에서는 2014년, 중국에서는 2017년에 출현하여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여러 대응 방법들이 논의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미국과 중국에서도 이렇다 할 뚜렷한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기존의 PRRS와 마찬가지로 내외부 차단방역, 환경개선, 돈군의 건강도 개선, 백신을 이용한 면역동기화 등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 질문3 : ‘강독성’ 리니지1의 병원성(독성)은 얼마나 강한가요?

사실 NADC34-like처럼 우리가 편하게 이름을 붙여서 부르지만, 그 안에도 조금씩 다른 수많은 PRRS가 존재하고 그 각각의 PRRS마다 병원성이 다르므로 정확히 얼마만큼 병원성이 강하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번식돈에서 10~30%의 유산, 자돈에서 10~80%의 폐사율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참고문헌 2). 리니지1에 속하는 여러 종류의 PRRS간에도 상당히 병원성의 차이가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PRRS의 경우 돈군의 PRRS에 대한 면역수준, 다른 호흡기 질병의 상태(SIV, 연쇄상구균, 글래서, 흉막폐렴 등)에 따라 같은 PRRS에 노출되더라도 피해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실제 농장에서 나타나는 병원성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다른 PRRS보다 병원성이 더 강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 질문4 : 강독성 리니지1 PRRS를 백신으로 막을 수 없나요?

막을 수 없다, 막을 수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백신의 효과에 대한 개념 중 “부분적 방어(Partial protection)”라는 것이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백신의 효과가 완벽에 가깝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2020년도부터 COVID-19 사태를 겪으며 몸으로 느꼈듯이, 백신의 효과라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해서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분리한 강독성 리니지1에 대한 국내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백신의 효능을 평가한 자료가 있다. (그림 2 / 참고문헌 3)의 오른쪽 Control에 해당하는 폐 현미경 사진을 보면 폐의 공기주머니가 손상되지 않아 깨끗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왼쪽 그림을 보면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강독성 리니지1에 감염되면 폐가 손상되어 숨을 쉴 수 있는 폐포 공간이 빽빽히 막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중앙의 그림은 백신을 접종한 후 감염이 일어난 경우로 정상 폐(Control)보다는 상당히 손상되긴 했지만, 백신을 하지 않았을 때 비하면 훨씬 폐의 상태가 양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질문5 : 그럼 백신을 맞았는데도 심한 폐사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질문 3에서 이야기한 강독성 리니지1의 병원성과 질문 4의 백신의 부분적 방어에 관한 이야기를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된다. 일부 병원성이 매우 높은 리니지1의 경우, 자돈 폐사가 80%까지 심지어 상당한 모돈 폐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질문 4에서 소개한 연구자료를 보면(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많은 연구자료를 보면) 강독성 리니지1에 대해서도 백신은 여전히 ‘부분적’ 효능을 발휘한다. 모돈이 폐사하는 정도의 임상적 피해를 겪게 되면 당연히 백신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 피해도 백신에 의해 약화한 피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이다.

 

■ 질문6 : 강독성 리니지1이 문제가 된다면, 리니지1로 만든 백신을 맞으면 되지 않나요?

국내에 아직 리니지1 PRRS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백신이 시판되고 있지 않아 직접 경험해본 사람은 아직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리니지1 백신들이 출시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RRS 전문가들은 백신보다는 차단방역과 환경, 전반적인 건강도의 중요성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바꿔서 말하면 리니지1 기반 백신이라고 하더라도 강독성 리니지1에 의한 피해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표 1 / 참고문헌 4)은 미국에서 상용화된 백신의 리니지1 바이러스와의 ORF5 상동성(유전적 동일성)을 비교한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검출되는 리니지1C, 리니지1J(L1C, L1J)과 백신의 상동성을 보면, 리니지1 기반 백신들을 포함하여 모두 80~90% 사이로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리니지1 기반 백신이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백신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강독성 리니지1과 더 ‘잘 맞을’ 가능성은 유전적 상동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매우 낮다.

 

■ 질문7 : 그렇다면 백신 선택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일부 백신 판매사에서는 자사의 백신이 ‘고병원성 PRRS’를 기반으로 했으므로 강독성 리니지1에 잘 들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우리 백신이 가장 최신 개발된 백신이니까 잘 들을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팩트는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백신은 리니지5, 7, 8을 기반으로 한 백신뿐이다. 질문 6에서 이야기했듯 리니지1 기반 백신조차도 강독성 리니지1과 비교했을 때 상동성이 높지 않다.

 

공포심리를 틈타 너무나 많은 메시지가 난무하고 있어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들려오는 소문(어떤 것이 좋다더라)이나, 논문이나, 연구자료가 동반되지 않은 광고를 믿고 백신을 바꾸는 것 보다 질문 4의 답변에 첨부한 실험자료처럼, 신빙성 있는 자료를 통해 ‘부분적 방어’가 입증된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먼저 겪고 있는 나라의 사례와 과학적 데이터를 봤을 때 ‘완벽한 방어’ 같은 이야기를 하는 백신일수록 더 멀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질문8 : 백신 프로그램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은가요?

일단 PRRS 백신에서 중요한 것은 “면역동기화”이다. 강독성 PRRS는 병원성이 특별히 강할 뿐, PRRS 면역의 원리는 같으므로 여전히 일괄 백신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고민해야 할 것은 일괄 백신의 간격을 몇 개월로 하느냐이다. 기존의 PRRS에 대해서는 3개월마다 일괄접종을 진행해도 충분히 높은 면역수준이 유지된다고 보았으나, 강독성 PRRS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경험적인 의견이 있다.

 

PRRS 중화항체는 백신 접종 후 1~2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을 찍고 하락하는 패턴을 가지기 때문에 접종 간격을 1~2개월로 좁히면 더 높은 중화항체 역가를 연중 유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강독성 주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백신 접종 비용이 증가하게 되지만 위험도가 높은 지역이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PRRS 자돈 백신이다. 사실 미국, 동남아 등, 북미형 PRRS가 문제되는 지역에서 PRRS 백신은 모돈 백신이 아니라 오히려 자돈 백신으로 인식된다. 미국의 경우, PRRS로 인해 자돈 폐사율이 높은 경우 백신을 접종할지 말지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자돈 2회 접종이 1회 접종보다 효과가 좋다”(참고문헌 5)는 내용이 연구될 정도로 자돈 백신의 임상증상, 폐사율 개선 효과는 상식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흉막, 글래서, 연쇄상구균 등 여러 세균성 2차 병원체의 창궐로 인해 호흡기 질병은 항생제로 컨트롤하는 것이 일반화되어있었다. 하지만 PRRS 단일로도 자돈을 폐사에 이르게 하는 강독성 PRRS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돈 접종을 심각히 고려해봐야 할 시기이다.

 

짧은 글을 통해 새로 유행하는 PRRS에 대해 다루기에는 부족했을 거라 생각되지만, 사실 기존의 PRRS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대응이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다. 기존에 해왔던 부분을 더욱 강하고 철저하게 실행하는 것만이 강독성 PRRS에 대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주요 바이러스성 질병인 PED와 PRRS에 의한 피해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강독성 PRRS로 인한 피해를 먼저 겪었던 미국과 중국의 사례를 봤을 때 계절적으로는 다소간 안심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점점 더 질병이 퍼져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무쪼록 더 큰 공포가 아닌 더 큰 경각심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한돈산업이 되었으면 하며 글을 마친다.

 

■ 참고문헌

1. PRRSV in South Korea, 이향심, 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 2023

2. Emergence and spread of NADC34-like PRRSV in China, Hongyan Bao 외, Transboundary and Emerging Diseases, 2021

3. Molecular Characteristics and Pathogenicity of a Novel Recombinant Porcine Reproductive and Respiratory Syndrome Virus Strain from NADC30-, NADC34-, and JXA1-Like Strains That Emerged in China, Jiankui Lui 외, Microbiology Spectrum, 2022

4. Refining PRRSV-2 genetic classification based on global ORF5 sequences and investigation of their geographic distributions and temporal changes, Wannarat Yim-im 외,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2023

5. Comparison of virus detection, productivity, and economic performance between lots of growing pigs vaccinated with two doses or one dose of PRRS MLV vaccine, under field conditions, Cesar A.A. Moura 외, Preventive Veterinary Medicine, 2022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5월호 93~98p 【원고는 redishadol@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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