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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내 자돈 호흡기 질병 및 모돈 번식 장애의 숨은 복병 :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강 상 철 수의학박사 / ㈜옵티팜 평가센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인류의 급성 호흡기 전염병은 2년여 기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세가 약화하기는커녕 바이러스 변이를 통하여 인류 역사에 장기간 깊숙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하여 알려진 것처럼 바이러스는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감염 숙주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비록 다양한 예방 및 치료 대책이 연구되고 있지만, 이 영리한 바이러스의 진화를 따라잡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유난히 더웠던 폭염이 물러가면서 농장에서도 서서히 호흡기 질병이 고개를 드는 가을 환절기가 돌아오고 있다. 호흡기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 중에서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PRRSV)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다양한 변이를 유발하여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치료나 예방대책을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환절기를 맞이하여 자돈의 호흡기 증상과 모돈의 번식 장애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하여 알아보고 환절기 돼지 호흡기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 수립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돼지에서의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르토믹소바이러스과(Orthomyxoviridae)에 속하며 단일 가닥의 RNA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는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병으로 해당 바이러스는 조류와 포유류에 감수성이 있다.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두 종의 대표 표면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다아제(NA)의 다양한 조합에 따라 서로 다른 혈청형(serotype)으로 구분된다. 돼지에서는 일반적으로 H1 또는 H3를 가진 바이러스(H1N1, H3N2 및 H1N2)가 감염되어 급성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표 1).

 

(표 1) 돼지를 비롯한 다른 동물종간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HA) 아형(subtype) 분포

 

돼지의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호흡기도 상피세포에 감수성이 있으며, 감염 후 폐에서 주로 증식한다(그림 1). 이러한 기전에 따라 바이러스 전파 또한 호흡기를 통하여 이루어지며, 배출된 바이러스는 직접 접촉 또는 공기를 통하여 전파가 가능하다.

 

양돈 호흡기 바이러스 중에서도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매우 높아 한번 발생한 농장에서는 거의 100%의 이환율을 보일 수 있다. 반면, 감염에 의한 폐사율은 높지 않아 단독 감염의 경우, 5% 미만의 수준으로 나타난다.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치고 빠지는 능력이 뛰어난 바이러스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감염은 급성의 경과를 취하는데, (그림 2)처럼 감염된 바이러스는 호흡기 내에서 신속하게 증식하고 배출되어 대략 일주일 전후 기간이면 내부 장기에서 바이러스가 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돼지 인플루엔자의 진단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감염증상이 나타나고 일주일 이후에 비강이나 구강에서 바이러스 항원 검출을 시도하게 되면 음성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실제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어 폐가 아닌 스왑(swab) 가검물로 검사를 해 보면 대다수 사례에서 항원이 검출되지 않는다. 정확한 돼지 인플루엔자 진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급성으로 발현되는 증상을 초기에 바로 포착할 수 있는 꾸준하고 예리한 상태 관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주로 호흡기에 직접 감염되어 증식하므로 바이러스혈증(viremia)은 통상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일부 고병원성 바이러스 감염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된 바 있다. 비록 잠시나마 바이러스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지만, 농장에서 채취한 검사 혈청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하기는 거의 불가하다. 따라서 혈청은 감염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형성되는 항체의 수준을 점검하는 목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2.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의한 자돈의 호흡기 질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이 경증 수준이면 감염에 따른 증상을 미처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돈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임상증상은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41~42℃)과 호흡기 감염에 의한 마른기침이 증가하며, 기력저하, 노력성 호흡 등이 있다. 국내에서 가을철 환절기에 나타나는 호흡기 질병은 여러 병원체의 중복감염에 의한 호흡기질병복합체(porcine respiratory disease complex, PRDC) 양상이 일반적이므로 오히려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호흡기 증상 확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부검을 통하여 내부 장기 소견을 살펴보면 주요 육안 병변은 폐에 국한된다.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와는 달리 공기를 통하여 바로 폐에 도달하므로 마이코플라즈마를 비롯한 호흡기 세균과 유사한 패턴으로 병변을 형성할 수 있다. 폐렴 병변은 주로 첨엽(apical lobe, 앞쪽엽)과 심엽(cardiac lobe, 중간엽)에서 전복측엽 경화소(cranioventral consolidation)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그림 3)과 같이 호흡기 바이러스 또는 세균의 중복감염으로 경화소의 구분이 불분명하거나 한 폐엽에 두 가지 이상의 병변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보다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실험실 진단이 필요하다(그림3).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진단에서 병리조직학적 검사는 감염된 바이러스의 특성을 반영한 항원 검사 위음성 결과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폐 조직 내 기도를 감싸고 있는 기관지 및 세기관지 상피세포는 체내 유입된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증식을 위한 표적세포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피세포는 섬모소실, 변성 및 괴사가 진행되어 세포가 납작하게 변형되거나 없어져 기도의 내강이 확장되거나 불규칙하게 변하게 된다. 병리조직학적으로 상기 소견은 괴사성 기관지염 또는 세기관지염(necrotizing bronchitis or bronchiolitis)이라 하며,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의 특징적인 소견으로 비록 조직 내 바이러스 항원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감염에 의한 병변으로 해석될 수 있다(그림4).

 

3.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의한 모돈의 번식 장애

 

바이러스가 임신 모돈에 감염되면 유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겪을 수 있다. 농장에서 가을 환절기를 앞두고 유산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유자돈 구간에서 호흡기 증상이 심화한다면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러면 우선 모돈의 초기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기력 또는 사료섭취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바이러스혈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주로 호흡기에 국한된 질병을 유발하므로 바이러스의 태반감염을 통한 유산 사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통상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번식 장애는 모돈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 고열 등 다양한 임상증상의 발현으로 인해 임신유지가 불가능하여 속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신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에 따른 위험성을 연구한 최근 보고를 살펴보면 감염된 바이러스의 병원성, 임신에 따른 생리적 또는 내분비적 변화(심박수, 1회 심박출량, 산소소모량 증가 및 폐 용적 감소 등), 세포성 및 체액성 면역반응의 변화 등이 임신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였다.

 

아울러 Littauer 등(2017)은 임신한 마우스에 실험적으로 H1N1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를 접종한 결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분비 감소와 조직학적 변화를 동반한 태반 상태 저하를 확인하였다. 웅돈이 감염되면 정액의 품질 저하에 따른 수태율 저하 가능성이 있다.

 

유산 발생 시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유산태만으로는 검사가 어렵다. 따라서 감염이 의심되는 모돈의 비강 또는 구강스왑을 통한 항원 검사와 혈청을 이용한 항체 검사 등을 추가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Kwit 등(2012)은 임신돈에 H1N2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를 실험적으로 접종하여 혈액학적 분석을 한 결과, 감염 4일 및 7일차에서 혈액 내 림프구 감소를 확인하였고 혈청 내 급성염증성 단백질 중 하나인 haptoglobin의 유의적인 증가를 확인하였다.

 

이러한 혈액학적 분석은 특정 바이러스의 감별에는 제한적이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은 급성 감염성 질병에 대한 간접 모니터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참고문헌

1. Detmer S, Gramer M, Goyal S, et al. Curr Top Microbiol Immunol. 2013, 370:85-112.

2. Kwit K, Pomorska-Mól M, Markowska-Daniel I. BMC Vet Res. 2014, 10:123.

3. Littauer EQ, Esser ES, Antao OQ, et al. PLoS Pathog. 2017, 13:e1006757.

4. MacLachlan NJ, Dubovi EJ. Fenner’s Veterinary Virology. 5th ed. 2017. ACADEMIC PRESS.

5. Mancera Gradia JC, Pearce DS, Masic A, et al. Front Vet Sci. 2020, 7:647.

6. Sreta D, Kedkovid R, Tuamsang S, et al. Virol J. 2009,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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