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3월 19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K-PORK 수출 확대 추진단’ 출범식을 열고 한돈 수출 확대를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한돈 수출 돼지고기가 아니라 삼겹살 문화를 수출하자.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되었던 2000년대 초 이전 우루과이 라운드로 수입 개방이 되는 시장에서 공격적인 수출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농축산물이 돼지고기였다. 대만은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대일 수출이 중단되고 양돈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되었지만 우리나라는 내부적인 충격에도 불구하고 한돈산업의 성장세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아니 대일 돈육 수출(한참 돼지고기를 일본에 수출할 때 대일 돈육 수출이라고 했었는데 자연스럽게 돼지고기라는 말보다 돈육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이 계속되었다면 지금쯤 중국과 동남아까지 한돈이 수출되어 우리 농업, 농촌, 농민의 삶에 큰 희망이 되고 소멸하여가는 지방을 살리는 큰 무기가 되었을 것이다.
구제역 이후 지난 20년간 돼지고기 수출은 큰 관심사가 되지 않았는데 지난 3월 19일 k-pork 수출 확대 추진단이 출범식을 가졌다고 하니 한돈 수출에 대해서 그간 고민했던 생각을 적어 볼까 한다. 우선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돼지와 돼지고기 수출의 역사에 대해 정리된 문헌이 한 건도 남아 있지 않다. 나름 해방 이후 돼지고기 수출의 역사를 정리해 봤지만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책을 출판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팔리지 않을 책을 출판할 돈도 없다. 누가 우리나라 돼지고기 수출의 역사에 관한 책을 사볼까?
우리나라가 처음 돼지고기를 수출한 것은 놀랍게도 돼지고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돈이었다.
홍콩으로 1959년 10월 초에 500두에 이어 10월 27일에 580두를, 그리고 12월 18일에 470두를 수출하였다. 당시 대 홍콩 생돈 수출은 외화의 획득은 물론 국내 양돈업도 크게 활성화했다. 많은 업체가 생돈 수출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서로 덤핑하는 등 손실을 보는 일이 빈번해졌다.
생돈 수출지는 1960년에 마카오에 약간 수출하였을 뿐 줄곧 홍콩에 수출했다. 일본에서도 돈육과 생돈을 수입하기를 희망하여 1963년 12월에 생돈 10,000두에 대한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수출 계획하였으나 실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생돈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 생돈보다 품질이 우수하여 국제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곧 중국의 덤핑으로 수출 가격이 낮아져서 수출이 중단되었다.
다음 수출 품목은 냉동 돈육이었다. 냉동 돈육은 생돈을 도축한 후 두, 족, 내장, 꼬리 및 돈모를 제거한 다음 돈의 이분도체를 0~5℃에서 예비 냉각한 돈육을 다시 –28~-30℃의 냉동실에 대략 16~24시간을 급속 냉동한다. 이처럼 냉동이 끝난 냉동 지육은 –15~-18℃의 냉동고에 넣어 보관하게 되는데 냉동된 고기는 몇 달가량 보존할 수 있으나 해동이 되면 쉽게 부패하게 된다. 1960년대 당시나 지금도 국내에서는 냉동 돈육 정확히 뼈를 포함하고 있는 냉동 지육은 유통되지 않는다. 따라서 생산과 수출이 직결된 수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냉동 돈육 수출은 1962년 2월 4일 처음으로 남동산업주식회사에 의하여 홍콩에 처녀 수출하였는데 1년 6개월간 독점수출조치를 받고 1962년도에 31.4톤의 냉동 돈육을 수출하여 14,224달러의 외화를 획득하였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돈육 수출은 1968년부터 개시되었으나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수출실적은 1971년까지 일본 전체 수입량에 비해 극히 미미한 0.35~1.53%였다. 그러나 1971년 10월부터 일본의 돈육 수입이 자유화되고 일본 국내 돈육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관세의 감면제도가 책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급속한 수출 신장을 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1972년 3,802톤, 5,789천달러를 수출하여 돈육 수출의 획기적인 성과를 올렸다. 1973년에는 1,819톤, 3,795천달러의 수출로 전년에 비하여 다소 부진하였다.
1980년대 이후 대일 수출에 관해서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978년 국내 육류 가격 안정을 위해서 박정희 정부에 의해서 대일 돈육 수출이 중단되기까지 우리나라 돈육은 농수축산물 수출 품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1990년대 들어 축산물 현대화 사업으로 LPC의 건설은 대일 냉장 돈육 수출 확대를 가져왔다. 또한 수출하지 않는 삼겹살과 목심의 국내 냉장 유통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브랜드 돼지고기 사업의 초석이 되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농축산물 중 수출 경쟁력이 있었던 몇 안 되는 품목인 돼지고기의 장구한 수출 역사가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다. 개발 도상국이라 자원과 기술력이 없었던 시절 농축산물 수출은 큰 외화벌이가 되었으며 다른 산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 현대사에 우리 한돈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돈육 수출사를 정리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누군가 어느 기관에서 우리나라 돈육 수출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앞으로의 돼지고기 수출을 위한 제언
다시 20년만에 돼지고기 수출을 하겠다고 한다. 1990년대 수출이 코카콜라같이 제품력을 앞세워 수출이었다면 앞으로의 수출은 스타벅스같이 체험문화 자체를 수출해야 한다. 일본 와규는 국가 차원에서 수출을 장려하여 2022년 7,700톤, 5천억원의 수출실적을 보인다. 2030년까지 수출 목표액이 3조원이라고 한다.
구제역보다 더한 광우병까지 발생했던 일본이 불과 10년 동안의 노력으로 5천억원 이상의 와규를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10여개 국에 수출하는 전략을 잘 참조했으면 한다. 일본 농림 수산성의 수출 전략은 ①세계 요리계에서의 일본 식재료 활용 추진(Made FROM Japan), ②일본의 식문화, 식산업의 해외 전개(Made BY Japan), ③일본의 농림수산물 및 식품 수출(Made IN Japan)의 대응을 일체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으로 하고 있다. 이 대처를 FROM, BY, IN의 앞 글자를 따서 FBI 전략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 와규가 세계시장에서 사랑받기 시작한 이유는 소고기 자체의 우수성보다는 일본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속에 식재료로의 와규가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을 방문하는 인바운드 관광객들이 일본에서의 야키니쿠나 샤브샤브 등 소고기 체험을 통해서 크게 사랑받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7,500,000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이 평균 3박 4일 정도 한국에 체류하였다고 한다. 최소 9끼의 식사를 우리나라에서 먹었다고 가정하고 그중 한끼에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인 테이블 바비큐 한돈 삼겹살 로스구이나 보쌈, 족발을 1인분만 먹는다고 하면 1인분 200g이라고 할 때 3,500톤의 돼지고기를 소비하게 된다. 연간 생산되는 한돈의 생산량에 아주 적은 양일지 몰라도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우리만의 테이블 바비큐 체험을 하게 된다는 건 매우 중요하고 값지다.
한국의 테이블 바비큐 식당들이 동남아, 미국, 중동 등 세계에 진출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한국 테이블 바비큐 식당들의 해외 진출 시 현지의 돼지고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돈을 수입해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미래의 한돈 수출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유라시아대륙 서쪽 끝 이베리코 반도에 수천년 고립된 반도의 지형으로 이베리코 흑돼지가 보존되었다. 이베리코 흑돼지를 세계 최고의 돼지라고들 한다. 유라시아대륙 동쪽 끝 한반도에는 한우와 한국 재래돼지가 있다. 한우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토종 품종의 가축이 산업화하였지만 한국 재래돼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 흑돈이라는 재래돼지를 기반으로 우리만의 신품종 돼지가 개발되어 있다. 우리흑돈은 우리나라 재래돼지만의 독특한 맛을 이어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밖에 없는 우리흑돈이 좋은 한돈 수출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삶거나 끓이는 고기 요리가 발전한 나라다.
최근 돼지곰탕 옥동식이 뉴욕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옥동식 맛의 비밀은 1920년대부터 우리 양돈업의 주축 품종이었던 버크셔다. 일본에서 가고시마 흑돼지 구로부타라고 하는 흑돼지가 버크셔다. 세계인들이 가장 맛있는 돼지 품종 중 하나라고 하는 버크셔를 우리나라에서 이미 1920년대부터 많이 키웠다. 산업화를 잠시 사라진 버크셔를 다시 한국형 버크셔로 개발해서 전 세계 단일 버크셔 농장 중 손꼽히는 품질과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청정 제주의 테루아로 차별화된 제주 흑돼지도 세계인이 좋아하는 맛의 돼지고기다. 우리흑돈, 한국형 버크셔, 제주 흑돼지 등 한국만의 차별화된 돼지 품종들이 수출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 전 세계에서 고기의 맛과 품격을 높이는 돼지고기 숙성 기술이 가장 발전하고 유행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런 고급지고 슬기로운 돼지고기 소비문화를 세계에 수출해야 할 때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돼지고기 소비의 70%가 햄소시지 등 가공품이다. 돼지고기 그릴링 문화가 우리보다 못하다. 동남아에서는 한국식 테이블 바비큐는 우리가 1990년대 TGI프라이데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문화 충격이다. 미국에서 TGI프라이데이스는 그저 우리나라라면 김밥천국 같은 평범한 서민 음식점이다. 평균 월급이 30만원인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 삼겹살 식당에서 1인분에 12,000원 하는 한국식 삼겹살을 생일 등 특별한 날에 즐겁게 소비한다.
해외의 삼겹살 식당들의 메뉴 가격을 보면 그 나라의 삼겹살 가격과 상관없이 아주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의 삼겹살이 수출되어도 충분히 유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겹살은 서민 음식이라 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삼겹살은 고급 음식이라 아무리 비싸도 한류를 체험할 수 있다면 얼마든 체험하고 싶어 하는 고급문화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돈의 수출은 멀리 외국에 한돈을 보급하기보다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돈을 체험하고 스스로 자국에 돌아가서 찾을 수 있게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코카콜라처럼 제품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까지 문화를 수출해야 한다. 한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남돼지집 등 국내의 유명한 돼지고기 식당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수출 전략을 잘 세웠으면 한다.
이미 국내 돼지고기 식당들은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산업화하여 있으니 또 하나의 한류다. 외국인들이 한국산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테이블 바비큐 문화 체험을 수출해야 한다. 수출을 한다는 건 세계인의 마음의 사다리 꼭대기에 삼겹살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세계인들은 우리나라 삼겹살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AI에게 물어봤다. ChatGPT가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 필자의 유튜브 : 유튜브에서 『고기만』 또는 『meat1000』을 검색하면 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5월호 109~116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