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신문에서 양돈, 흑돈 등을 검색해 보면 버크셔라는 이름이 당시의 영문 표기 방식으로 계속 변화하며 기사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1871년부터 1200년 동안 육식을 하지 않던 일본이 다시 육식하면서 규나베라는 소고기 전골 요리를 주로 먹다가 샤브샤브, 시키야키 등 다양한 소고기 요리들을 맹렬하게 소비하기 시작한다. 1912년 다이쇼 시대가 시작되면서 일본 국민의 육식 소비가 늘어나서 소고기 공급에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다이쇼 시대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 돼지고기 요리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돈가스, 고로케, 카레 등이 그 시절부터 서양의 요리가 오늘날의 일본 요리로 정착했다.
1905년 이미 우리 농무목축시험장을 자신들의 권업모범장으로 장악을 한 일제는 버크셔를 도입하여 각종 연구에 착수한다. 재래돼지와의 생산성 비교는 물론이고 비료의 생산량, 그리고 햄 소시지 제조법까지도 조선 땅에서 연구한 기록이 있다.
조선의 재래돼지가 열등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조선에서 돼지를 키우는 제일의 목적이 비료 생산이었다. 권업모범장에서 덩치가 반도 안 되는 조선의 재래돼지가 비료 생산량이 더 많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시대에 따른 돼지 사육의 목적 즉 채비 생산에 최적화된 돼지가 조선의 재래돼지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식량 사정이 안 좋아 특별히 돼지에게 먹일 것을 풍부하게 공급할 수 없던 시절에는 작은 체구로 적게 먹는 조선의 재래돼지가 더 사육하기 유리했을 거다. 이런 현실을 모르고 조선의 재래돼지를 열등한 돼지로 말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일제는 1920년대 초반부터 조선의 재래돼지와 버크셔를 누진 교배시켜 나갔다.
이 사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1942년 총독부 통계에 의하면 조선의 돼지의 72%가 버크셔 순종이거나 재래돼지와의 교잡종이라고 한다. 해방 이후 버크셔의 피는 우리 돼지 속에 면면히 이어져 시니어들이 어린 시절 먹었던 돼지고기의 깊은 감칠맛은 다 버크셔 맛이었다. 그런 버크셔 피가 삼원교잡종이 보급되면서 사라져 버렸다.
버크셔 돼지는 영국 버크셔 카운티에서 400년 이상 사육되어왔다. 버크셔 돼지는 특유의 검은색과 풍부한 색감의 육질로 오랫동안 전통 품종으로 귀하게 여겨져 왔으며, 이는 대부분의 상품화된 동물처럼 속도나 질병 저항성이 아닌 탁월한 풍미와 부드러움을 위해 사육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영국의 버크셔는 상업적 대량 사육의 어려움으로 영국에서는 잊혀 가는 품종을 보존하는 맛의 방주안에 들어가는 귀한 품종의 돼지가 되었다.
버크셔 돼지는 지방 마블링이 많아 일반 돼지고기보다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버크셔 돼지고기는 일본어로 ‘쿠로부타’ 또는 ‘흑돼지’라고 불리는데, 이는 일본에 처음 수입되었을 때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고시마 흑돼지가 다 버크셔 품종이다. 일본 여행 시 먹어 본 흑돼지 샤브샤브는 다 버크셔 돼지이다.
버크셔 돼지고기는 공장에서 사육되고 상품화된 돼지고기와는 정반대이다.
공장식 대량 사육이 어렵다. 버크셔 돼지는 유전적으로 마블링이 아름다운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소질이 있다. 마블링은 풍미를 의미하며 버크셔 돼지고기는 씹을 때마다 견고하고 풍부한 느낌을 선사한다. 버크셔 돼지고기는 일반적인 삼원교잡의 돼지고기보다 더 짙은 붉은색을 띠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뛰어난 마블링의 산물이자 더 깊은 풍미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연적으로 더 높은 pH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품질에 자세히 모니터링되는 식단과 인도적인 사육 환경이 더해져 최고의 식사 경험을 선사하는 돼지고기로 일본 미국 등에서 인정받고 있다. 버크셔를 미국에서는 돼지고기계의 와규라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부르고 있다.
일본의 와규를 세계 최고의 소고기라고 평가하듯 돼지고기의 세계 최고는 버크셔라는 것이다. 이런 버크셔의 단점은 현대 공장식 대량 사육에 잘 어울리지 않는 돼지이다. 그래서 차차 사육두수가 감소해서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영국에서는 잊혀 가는 품종을 등재하는 맛의 방주에 들어가 있다. 미국에서는 패밀리 팜 가족 농장 규모의 작은 농장들에서 조금씩 사육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요즘 일본의 수출용으로 버크셔 키우는 농장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해 전에 미국에 문의했을 때는 일본 수출량이 많아서 한국에 수출할 버크셔 돼지고기는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한국에도 미국에서 버크셔 돼지고기가 수입되어 압구정동 한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섭외를 해서 유튜브 촬영을 했다.
워낙 버크셔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던 차라 새로운 건 별로 없었는데 놀라운 건 사료에 동물성이 하나도 없는 채식이란다. 비건 돼지고기이다. 베트남에 채소 돼지라는 브랜드 돼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캐나다에도 중국인들이 캐나다 거주 중국인들을 상대로 돼지고기 브랜드를 개발했는데 그것도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산 버크셔 돼지고기가 소량 수입될 수 있는 건 요즘 일본 경기가 안 좋아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좀 남아서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버크셔 돼지고기가 이베리코 돼지고기보다 맛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남원의 버크셔 k와 비교해서 미국산 버크셔를 먹어 봤다. 서로 결이 좀 다른 느낌이 든다. 분명한 건 일반적인 삼원교잡의 돼지고기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돼지고기 식당의 몇 년간 변화를 살펴보면 구제역 이후 맛을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이 많았다.
숙성하고 이베리코 돼지고기같이 품종을 다양화했다. 코로나 직전부터는 돼지고기 식당들이 엔터테인먼트화 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돼지고기의 맛을 차별화해서 다른 식당들과 차별화하는 것의 한계성 때문이다.
최근 조사되는 거의 모든 조사에서 MZ 세대는 술을 베이비붐 세대와는 달리 많이 안 먹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술을 안 마시는 시대에 소주와 환상의 조합인 삼겹살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아직도 삼겹살 술집을 생각하고 있는 외식 개업 희망자들이 있다면 필자는 말린다. 신문지가 사라진 시대에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인지 유독 최근 들어 한돈 삼겹살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돼지고기 전체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부위별 국적별로 보았을 때 한돈 삼겹살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의 분명 수입 삼겹살이나 다른 국내산 돼지고기 부위보다 비싼데 꼭 삼겹살을 먹어야 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돈 삼겹살의 옛 명성을 찾고 싶다면 우리가 다시 알코올 도수 23% 이상의 소주를 마시면 된다. 16%의 소주 더 낮은 알코올 도수의 하이볼이나 와인과는 다양한 안주를 먹어도 된다. 꼭 삼겹살을 찾을 필요가 없다.
이제 삼겹살을 밥반찬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를 산다.
삼겹살과 소주의 환상적인 페어링만큼 삼겹살과 따뜻한 흰쌀밥의 환상적인 페어링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패 삼겹살과 따뜻한 흰쌀밥을 드셔 보셨는가? 샤브샤브 삼겹살과 밥은 너무 잘 어울리는데 양념 삼겹살과 따뜻한 흰쌀밥의 유행이 곧 올 것이다. 물론 양념 삼겹살은 수입 삼겹살로 만들어도 무난하다.
그러나 대패 삼겹살이나 샤브샤브는 정말 품질 좋은 한돈 삼겹살 특히 버크셔 같은 지방맛이 다른 한돈 삼겹살이 기가 막힌 맛을 만들어 난다. 집에서 삼겹살 구이는 힘들어도 샤브샤브는 얼마든 맛있게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지금의 삼겹살 스펙이 우리나라에 보급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 국제 규격의 베이컨 원료용 스펙이다. 1970년대 돼지갈비구이가 유행일 때, 지육 유통으로 돼지가 대부분 유통이 되었으니 한우 짝 갈비처럼 돼지고기도 짝 갈비로 작업을 했거나 지육으로 그냥 식당에 납품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삼겹살 스펙은 일본 수출 스펙이었다. 삼겹살 스펙은 더 넓고 커졌지 더 세밀하게 작아지지 않았다. 한돈 삼겹살의 수요가 과거만큼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제 삼겹살 스펙을 줄여야 한다.
과감하게 요추 2번 정도에서 미추리 작업을 해서 (김치)찌개용 삼겹살로 새로운 스펙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신선한 국내산 미추리로 끓인 김치찌개가 그 어떤 수입산보다 맛있을 것이다. 지방의 신선도가 찌개의 맛을 더해 줄 것이다.
버크셔를 끓여 먹고 삶아 먹던 것이 우리의 돼지고기 맛이다.
버크셔 농장은 공장식으로 크게 사육을 못 한다고 한다. 공장식 축산에 의존해서 수출하는 여러 수출국과의 또 다른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가족농 중심의 버크셔 농장의 환대를 통해 한돈 산업의 구조 개편을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 물론 우리나라 6천개 농장이 다 버크셔 농장이 되자는 말은 아니지만 일부의 버크셔 농장이 생겨나는 것을 환영한다.
요즘 두록 농장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으니 환영할 만하다. 필자는 다양한 품종의 돼지를 사육해서 차별화된 돼지고기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 필자의 유튜브를 참고해도 좋다
【https://youtu.be/D-_hKg4e-Pk?si=UCb4TcccDSTNmSST】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116~120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