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명한 고기 유튜버를 만났다.
대화 중 그가 하는 말이 “ 박사님 참 이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고기를 좋아하고 맛을 즐기는데 반면 너무 고기를 모르는 것 같아요?” “나(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해요. 아마도 유교적 사회 분위기, 백정이라는 직업에 대한 천대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요?” “다른 측면에서는 고기를 깊이 접해 볼 역사적 시간이 없었거나”(물론 조선시대 양반 계급에서의 소고기 탐식문화는 소고기 세계사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다양한 소고기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그걸 우리는 지금 미국식 건식 조리법으로 망가트리고 있다). 답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우리가 너무 고기를 모르는 것은 사실이다.
유독 삼겹살만 좋아한다. 한우는 투뿔등심에 환장한다. 고기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고기의 정보란 고기의 부위에 따라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말한다), 남들이 좋아하는 부위에 다들 집착하는 것이다. 삼겹살 로스구이가 요리일까? 한우 생등심 구이가 요리일까? 그냥 고기 요리는 없이 생으로 구워 먹는다. 물론 구워지는 건 요리일 수도 있지만, 더욱 맛있게 변화를 가져오는 요리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지난 30여년간 참 많은 양돈농가 농장들을 만났다. 농장주들과 대화 중 “우리 농장의 돼지고기 품질이 좀 떨어져요? 맛이 다른 농장만 못해”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다들 생산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데 돼지고기 맛에 대해서는 다들 자기 농장 돼지가 맛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진짜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있을까?
MSY, PSY라는 생산성 지표들은 많은데 농장별 돼지고기 맛(품질)을 평가하는 지표는 본 적이 없다. 생산성으로는 대한민국 상위 10%의 농장을 찾을 수 있지만 맛(품질)으로 대한민국 상위 10%에 농장을 구별할 수 없다. 한우 품평회 하듯 한돈 품평회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농장과 그 농장의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식당이 한팀이 되어 참가하는 이벤트 같은 행사를 기획해 보고 싶다. 미스 또는 미스터트롯같이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양돈산업은 부족한 육류를 공급하기 위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왔다.
얼마나 우리 국민이 육류를 좋아하면 한돈산업과 한우산업이 주곡인 쌀과 1, 2, 3등 안에 들어와 있을까? 쌀은 1978년 자급을 하고 이제는 남아도는 실정이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쌀이 남아서 골치 아플 줄은 아무도 예측 못 했을 것이다. 아니 1978년 쌀을 처음 자급하는 순간에도 쌀이 남아돌 것이라는 생각들은 아무도 못 했을 것이다. 쌀은 어느 해는 남고 어느 해는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과잉 생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지금까지 한우, 한돈은 일시적인 과잉 공급은 있었지만, 워낙 소비량이 증가하니 수급 조절이 가능했다. 지속해서 소고기, 돼지고기가 남았던 적은 없다. 한우 사육두수가 늘고 경기 둔화로 소비가 위축되니 무섭게 한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비프사이클이라 한 3~4년 후에는 회복될 수 있다고 예측을 한다. 잘못하면 사육두수가 200만두 선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
2022년 말 삼겹살 재고가 늘어나도 돈가는 여전히 좋았다. 메이저 육가공회사들이 삼겹살을 비축하면서까지 작업두수를 유지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돈산업이 제법 튼튼해졌다는 걸 의미하는 기분 좋은 일이다. 2023년 여름에 냉동 삼겹살 가격이 오를 때 비축 분을 방출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식료품 가격이 너무 오르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외식비가 너무 인상되고 있다. 삼겹살 1인분에 20,000원이 넘어가는 식당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돼지갈비는 25,000원이 넘어가는 식당들도 성업 중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인상되니 돼지고기 외식 가격도 올라가는 것이다. 문제는 월급쟁이들의 급여는 거의 인상이 안 되고 있으니 어느 순간 돼지고기는 값싼 육류가 아니라 맛있는 고기로 포지셔닝이 달라져야 한다.
인류사에서 돼지고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늘 가난한 사람들의 고기였다. 그러나 기후 위기 속에서 곡물가격이 상승하여 사료비가 오른 것은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환경 정화 설비도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이제 양돈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이 되었고 돼지고기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다른 값이 싼 다른 육류를 찾게 된다. 아마 닭고기가 돼지고기의 자리를 대신 할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육을 걱정하는데 대체육 가격이 아주 많이 싸지거나 대체육의 맛이 돼지고기 맛보다 좋아지면 모를까? 쉽게 돼지고기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어느 대체육 기업에서 대체육에 비아그라 성분을 첨가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돼지고기의 일차적인 위협 요소는 닭고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닭고기를 주로 치킨이나 닭볶음탕 정도로 요리해 먹었지만 어느 순간 우리 주변에 팔각도 뚝방닭구이 등 닭고기를 구워 먹는 식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격도 한돈 삼겹살 식당보다 싸고 제법 맛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저녁 회식도 닭구이 식당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될 것 같다.
HMR 기업들은 가장 저렴한 육류인 닭고기를 원료로 한 가정에서 먹기 편한 제품들을 계속 출시 중이다. 우리나라가 치킨 공화국이라고 하면서도 닭고기 소비가 돼지고기 소비에 반도 안 되는 건 치킨은 야식으로 간식이지 주식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한 가정에서 닭고기 요리를 잘 해 먹지 않고, 치킨 한 마리는 20,000원이 넘어가는 외식 메뉴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출 비용이 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우리 민족이 부여계라 전 세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민족성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돼지고기가 가격이 비싸서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다들 별로 안 해 봤을 것이다.
기후 위기의 원인을 제공하는 축종으로 소를 이야기하지만 기후 위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가장 먼저 많이 받는 가축은 돼지일지 모른다. 돼지사육에는 막대한 곡물과 물이 필요하다. 곡물가격에 대해서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하다. 이렇게 계속 사료가격이 인상되면 돼지고기는 더 이상 서민의 고기가 될 수 없다. 이제 돼지고기는 값이 싼 서민의 고기라는 포지셔닝에서 벗어나서 가장 맛있는 육류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해야 할 때이다.
지난 몇 년간 계속 맛있는 돼지고기로의 패러다임 시프트하자라고 주장하고 이야기한다. 할 이야기가 패러다임 시프트밖에 없냐고 물어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돈산업은 한돈산업 내의 경쟁부터 시작해야 한다.
닭고기, 수입육, 대체육 등 경쟁 단백질은 늘어나고 인구는 저출산 고령화로 증가하지 않으면 단백질 소비 시장은 감소하게 된다. 해방 이후 한 번도 단백질 소비 시장인 육류시장이 감소하지 않았으니 미친 소리라고 하겠지만, 육류 소비가 정체되고 감소하게 된다면 수입 돼지고기를 규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산 한돈도 사육두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수요 공급의 이론에 따라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양돈생산비가 비싼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한돈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급률이 일본처럼 50% 이하로 감소한다면 일본의 양돈산업이 800만두 사육시대로 사육두수가 감소하는 것처럼 우리 한돈산업의 사육 규모도 줄여야 하는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첫째, 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를 키우면 된다. 대한민국은 양돈 선진국이라 얼마든지 맛있는 돼지고기를 키울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한돈은 냉장육 수입육은 냉동육이라는 논리로 시장을 방어해 왔다면, 아니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이 효과가 있었다면 이제 다음 세대에게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상당한 재벌 기업들이 수입육 유통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한 현실을 잘 주시해야 한다. 더 값싸고 더 맛있는 수입 육류가 수입될 것이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돈 농장에서 맛있는 돼지고기를 키워야 한다.
둘째, 우리 모두가 너무 고기를 몰라서 삼겹살 등 인기 부위만 좋아하는 편중된 식생활을 개선해야 한다. 삼겹살 등 지금의 인기 부위들이 과거 50년 전에도 인기 부위였을까 아니다. 옛날 농업공동체 사회였던 우리 농촌에서 마을에 잔치가 있어 돼지를 잡게 되면 뒷다리는 돼지를 제공한 사람이 가져갔다고 한다. 아마 요즘 같으면 삼겹살을 가져갔을 것이다.
왜? 삼겹살을 좋아했을까에 대한 논쟁을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하고 오랜 시간 펼쳤다. 내가 누구하고 인간적인 적대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유행의 시작, 음식의 역사에 대해서 정확한 분석을 해야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역사란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압축성장의 산업화시대에 빨리빨리 문화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너무 고기를 몰라서 남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같이 좋아하는 것이다.
필자는 삼겹살 구이나 투뿔 등심구이 식당을 요리집이라기 보다는 스타벅스가 단지 장소대여업인 것처럼 산업화시대의 단기 축제장 대여업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이 사라져 마을잔치가 없어졌으니 도시의 삼겹살, 투뿔등심 식당에 모여서 마을잔치 대신 매일 밤 소주에 삼겹살을 마셨는지도 모른다. 이제 축제는 끝났고 전후 베이비붐 세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이제 단순한 축제식으로의 삼겹살, 투뿔등심이 아니라 삼시세끼 밥으로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육류 요리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때이다. 맛있는 고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맛있는 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는지 고기정보 이해력을 높여야 할 때이다.
맛있는 고기란 가장 중요한 것이 원물 자체 농장이나 목장에서 잘 키운 소, 돼지에서 나온다. 다음이 숙성이라는 고기 맛의 가치를 높이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숙성은 요리의 시작이고 차가운 불로 하는 요리다. 다음이 잘 키우고 잘 숙성된 고기의 부위별 특성에 맞게 잘 요리하는 것이다. 어차피 돼지고기는 이제 비싸게 생산되니 이제는 더 맛있게 먹어야 한다. 복합유기 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 전체 부위별 특성을 찾아서 맛있는 요리법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 시대를 살고 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3년 2월호 104~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