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2010년 구제역 발생으로 동물복지 인증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으며, 먼저 2012년 산란계에 이어 2013년 돼지에게 적용되었다. 그 이유는 축산분야에서 가장 먼저 동물복지 개선이 필요한 축종으로 산란계와 돼지가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현재, 17개 양돈농가가 ‘동물복지 양돈농장 인증’을 획득하였다. 2013년 이후로 동물복지인증을 획득하는 양돈농가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양돈농가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이는 동물복지인증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양돈농가들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전환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 주요 원인은 양돈의 경우 산란계를 포함한 타 축종에 비하여 많은 시설투자가 필요하므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동물복지인증과 그 기준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물복지에 대한 양돈농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물복지 양돈농장 인증기준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2. 동물복지 양돈농장 인증기준
가. 사육시설
동물복지 양돈농장 인증기준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원칙적으로 임신스톨과 분만틀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동물복지인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가축의 본능적 행동 표출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 돼지의 행동 제약이 심한 임신스톨과 분만틀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가축의 안전을 위해 임신스톨과 분만틀을 사용할 때 그 기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1) 임신스톨
임신돈을 포함한 모든 돼지는 스톨사육을 금지한다. ‘다만 임신돈의 안정과 유산 방지를 위해 교배나 인공수정 후 4주까지는 스톨에서 사육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신돈이 수정 후 4주가 지나면 군사사육을 해야 하는데 군사사육의 경우 전자식 군사장치(Electronic sow feeder), 자동 급이기(Automatic feeder), 자유 출입식 스톨(Free access stall) 등 다양한 사육방식 중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2) 분만틀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따르면 ‘분만 예정일 7일 이전에는 분만실로 모돈을 옮겨서는 안 되며, 분만 5일 이후에는 최소한 한 방향으로 몸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만 예정일 6일 전부터 분만 후 4일까지 분만돈과 자돈의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분만틀 사육을 허용하지만, 그 외 기간에는 분만틀 사육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분만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분만돈방에서 사육하던지 기존의 분만틀이 아닌 대체 사육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체 사육시설이라는 것은 동물복지 사육시설로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농가 편의에 따라 분만틀을 변형해서 사용해도 상관없다.
나. 사육밀도
동물복지 양돈농장 인증기준에서는 바닥에 깔짚 제공을 기본으로 최소 소요 면적을 제시하고 있다. 후보돈은 2.3㎡/두, 임신돈은 3.0㎡/두, 웅돈은 6.8㎡/두의 최소 소요 면적을 제공해야 하는데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대신 깔짚만 보충할 때는 후보돈은 2.5㎡/두, 임신돈은 3.5㎡/두, 웅돈은 7.5㎡/두로 최소 소요 면적이 증가한다.
이 외에 체중별로 적정 사육면적을 준수해야 하는데 사육면적은 휴식공간과 소요 면적으로 구분되어 있다. 바닥에 깔짚을 어떻게 제공할지에 따라 휴식공간과 소요 면적이 달라지기 때문에 농가들은 사육방식을 고려해서 축사를 설계해야 한다. 동물복지 양돈농장 인증기준에서 제시하는 사육밀도는 깔짚 제공 및 사육방식에 따라 요구되는 사육면적이 달라질 수 있다.
다. 준수사항
동물복지인증에서는 단미와 견치절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거세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단미는 꼬리물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 수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시술할 수 있는데, 최소한의 길이만 자르도록 하고 있으며 꼬리의 절반 이상을 제거해서는 안 된다. 견치절치의 경우 모돈의 유방에 상처가 나는 등 모돈 복지에 저해되는 때에만 연삭을 허용하며 생후 48시간 이내에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거세는 생후 7일 이전에 실시하고 자돈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도록 하고 있다.
동물복지인증에서는 방목사육이 선택사항이므로 꼭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방목사육에 대한 선택도 가금류, 한우 및 젖소 등에 한하는 내용으로 돼지의 경우 방목사육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3. 동물복지 사육시설
가. 임신돈 군사시설
동물복지 양돈농장 인증기준에 의해 임신돈의 수정 후 4주가 지나면 군사사육을 해야 한다. 군사사육의 경우 전자식 군사장치(Electronic sow feeder), 자동 급이기(Automatic feeder), 자유 출입식 스톨(Free access stall) 등 다양한 사육방식 중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전자식 군사장치의 경우 대당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으나 한 대로 약 30두 정도의 임신돈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동 급이기의 경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자식 군사장치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대당 약 4~6두의 임신돈만 관리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자유 출입식 스톨은 설치비용이 가장 저렴하지만 많은 대수를 설치해야 하고 개체별 자동 관리가 불가능한 단점이 있다.
나. 분만틀 대체 사육시설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의해 분만 5일 이후에는 모돈이 최소한 한 방향으로 몸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분만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분만돈방에서 사육하던지 기존의 분만틀이 아닌 대체 사육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분만돈방은 관리의 어려움이 있고 대체 사육시설이 그 대안이라 할 수 있는데 대체 사육시설들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타원형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분만틀이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었지만 기존 분만틀과 비교해 더 많은 공간이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가변형 분만틀이라 할 수 있는데 분만 4일 전까지는 기존 분만틀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분만 5일 이후부터는 분만틀의 한쪽 면을 접어서 모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이다. 이는 기존의 분만틀을 사용하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 맺음말
동물복지에서 요구하는 ‘임신스톨과 분만틀의 사용 제한’에 대해 기존 사육시설 대비 생산성 저하와 편의성 감소에 대한 농가들의 우려가 크다. 또한 동물복지 축산물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농가들이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전환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 인증제도에서는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따라 생산된 축산물에 대해 인증라벨을 표기함으로써 일반 축산물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의 소비자들도 동물복지 축산물에 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변화들은 축산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생산성 위주에서 동물복지로 전환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동물복지 인증기준과 관련 사육시설에 대한 내용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3월호 【원고는 ☞ jeon75@korea.kr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