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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통계로 본 국내 돼지질병 발생상황

윤 순 식 수의연구관 / 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 과장

1. 시작하며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 Korea Animal Health Integrated System )은 가축질병 발생을 예방하고, 질병 발생 시 확산 방지를 위해 최신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가축질병 및 가축방역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하여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국가 방역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는 전국 가축질병 진단기관에서 진단한 실적도 관리되고 있어 편리하게 질병진단 실적을 파악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KAHIS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국내 돼지질병 발생상황 및 주요 질병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 KAHIS로 본 국내 질병 발생상황

 

주요 국가재난형 질병 중에서 구제역(FMD은 철저한 백신과 방역 활동으로 2018년 2건 발생 이후 현재까지 발생이 없으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2019년 경기와 인천에서 14건 발생하였으며, 2020년 강원도 2건(화천), 2021년 강원도 1건(영월)으로 잘 막아내고 있다. 그러나 야생 멧돼지에서 지속해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발생지역도 확대되고 있어 방역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다.

 

돼지열병의 경우 2016년 제주와 경기 연천에서 각각 1건씩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사육 돼지에서는 발생이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이 야생 멧돼지에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서 사육 돼지에 대한 백신 접종 및 항체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2020년 국내 주요 검색 질병은 (표 1)과 같으며 호흡기 질병으로는 써코바이러스, 글래써씨병, 흉막폐렴, 사슬알균증, PRRS가 많이 진단되었다. 소화기 질병으로는 돼지유행성설사가 가장 많이 진단되었고 대장균증, 살모넬라증, 로소니아감염증이 많이 진단되었다. 유·사산 질병은 파보, 뇌심근염, PRRS 등 3종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2020년 국내 주요 검색 질병

 

(1) 바이러스성 폐렴

바이러스성 폐렴은 돼지에서 호흡기 질병 3총사인 PRRS, PCV2. 인플루엔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인플루엔자 감염에 의한 돼지 호흡기 증상은 많이 검색되지 않고 있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눈으로 쉽게 감별진단하기 어려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실험실 검사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대부분 유전자 검사법을 이용하고 있다. 써코바이러스 연관 질병은 백신 접종 이후 피해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알려졌음에도 진단건수가 많은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진단의 실수이다. 다시 말해 이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검출된 사실만으로 진단을 내리는 실험실이 아직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병변이 생기고 증상이 발현되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이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폐렴이 있는 병변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바이러스들이 폐의 어느 세포에 감염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어 병원성 및 발병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진단 시 유전자 검사 결과의 위양성을 보완할 수도 있다.

 

(2) 세균성 폐렴

세균성 폐렴 중에서는 흉막폐렴이 많이 검색되었다. 아는 바와 같이 이 질병은 육안적인 부검소견만으로 추정진단이 가능하므로 균분리가 되지 않았더라도 이 질병으로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야외 시료에서 흉막폐렴균을 분리하려면 신선한 시료가 아니면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즈음은 유전자 진단법(PCR)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진단에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다. 이 질병은 출하가 가까워진 비육돈에 발생하여 급사를 일으켜 농가에 경제적 피해를 준다.

 

 

흉막폐렴에 이어 돼지 폐렴 중 대표적인 2차 감염세균으로 알려진 파스튜렐라균에 의한 폐렴 검색도 줄어들지 않고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파스튜렐라균이 농장이나 돼지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나 환경악화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호흡기 상피세포에 손상이 생기면 2차로 감염되어 심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게 하는 중요한 세균 중 하나이다.

 

(3) 돼지 오제스키병

돼지 오제스키병은 2020년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질병은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경남 양산에서 처음 발생이 확인되었다. 분리한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학적 분석 결과, 대만의 병원체와 유전형질이 일치하여 대만으로부터의 수입한 씨돼지를 통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밝혀진 질병이다.

 

1990년 이후 박멸되는 듯하였으나 1994년 종돈장에 감염되어 전국적으로 확산한 이후 경기도 김포, 용인, 이천, 안성지역, 충남 홍성, 당진지역, 그리고 그 후에는 전북 익산지역 및 경남 김해지역 등 양돈 밀집단지 농가에 큰 피해를 초래하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2007년 이후에는 김해 일부 농장에서만 발생이 지속되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9년 10월 경남 김해에서 검색된 이후 현재까지 발생이 없어 우리나라 가축방역 정책 중 성공한 예로 기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세균성 소화기 질병

세균성 소화기 질병 중 대장균과 살모넬라는 돼지를 포함하여 대부분 동물에서 발생하고 있다. 세균성 소화기 질병 중 2020년도 국내 돼지질병 진단 결과를 보면 공식적인 진단건수만을 보았을 때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장균증의 검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 농장에서도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장균증의 특성상 전파율이나 폐사율이 아주 높지는 않기 때문에 중요한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소독 등 방역·위생 측면에서 예방하는 편이다.

 

대장균증은 세균의 병원성에 따라 질병 발현양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감염된 돼지의 연령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크게 나누면 포유자돈 설사, 이유자돈 설사, 이유자돈 부종병 및 포유기의 전신 패혈증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대장균은 동물 및 환경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기 때문에 세균이 분리되면 이 세균이 병원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해야 한다.

 

예전에는 대장균의 병원성 검사방법이 어려워 진단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금은 유전자 진단법으로 검사가 가능하므로 진단의 정확성이 아주 높아졌다.

 

살모넬라병은 대장균증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 동물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지는 않지만 중요한 인수공통전염병의 하나로 축산 선진국에서는 근절 대상 질병으로 지정하여 청정화를 추진하는 나라도 있다. 육성돈에서 심한 궤양성 대장염을 일으켜 폐사에 이르게 하는 이 질병도 항생제 사용이 줄어듬에 따라 발생이 더욱 증가할 여지가 있는 질병이다.

 

 

(5) 바이러스성 소화기 질병

바이러스성 소화기 질병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돼지유행성설사이다. 1992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되었으나 공식 보고는 2000년에 이루어졌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하였으며, 제3종 가축 전염병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1주령 미만의 포유자돈은 구토 증상, 심한 수양성설사로 인해 2~3일간 젖을 빨지 못하며 탈수증으로 폐사하게 되는 전염성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질병 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분변 때문에 입을 통해 이루어지고, 감염동물의 이동과 농장 간 출입차량에 의해 타농장으로 전파된다. 농장 내 전파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신발, 의복, 양돈기구 등을 통하여 쉽게 이루어진다. 겨울철에 다발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나 4계절 모두 발생하고 있으며 한 번 발생한 농장에는 지속해서 순환 감염되어 피해가 큰 상황이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몇 년 동안 발생 보고가 많아지고 있는 경향을 보여 백신 접종과 차단방역 양쪽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방역시설을 아무리 최신식으로 설치하였더라도 사람의 신발이나 차량 바퀴 등에 묻어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제거하지 않으면 방역이 되지 않는다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농장주 및 종사자의 방역 의식과 실행이 선행되어야만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3. 마치며

 

주요 가축 전염병, 특히 3종 전염병에 대해 현장의 발생상황을 대변할 정도의 공식적인 수치가 없다는 이야기가 양돈 현장에서 많이 나오고 있으며, 올바른 국가 방역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확한 질병발생 통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본다. 특히 많은 양돈전문인이 국내 돼지질병 중 가장 중요한 질병이 PRRS라고 말하는데, 국가통계를 보면 발생이 많지 않아 어떻게 방역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에서는 어떤 예방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이 질병이 국내 양돈산업, 또는 우리 농장에 어느 정도의 피해를 주는지에 대한 의견에도 많은 차이가 있어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질병이다. 1990년대 돼지열병 박멸정책, 2000년대 구제역 방역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양돈농가의 방역 수준이 급격히 높아져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잘 막아낼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퇴비부숙도 검사, 8대 방역시설 설치, 냄새 저감 등 처리할 업무가 많은 현실이지만 아무쪼록 질병 발생으로 인한 농가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힘찬 파이팅과 함께 양돈농가 여러분들의 건투를 비는 바이다.

 

【원고는 ☞ yoonss24@korea.kr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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