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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달라졌다.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한돈미디어 24년 9월호).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돈 삼겹살은 팔리지 않아 대형마트에서 할인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마트에서 미끼 상품으로 삼겹살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할인행사를 하고 큰 손실을 공급자가 부담하게 했었다. 그런데 최근의 할인행사는 육가공회사측에서 재고 소진을 하기 위해 먼저 요청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현상은 비계 삼겹살 미투가 터져서 아니 코로나 이후 가정 내 삼겹살 소비가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차지하는 수율은 10%대지만 판매금액으로는 40%가 넘어가는 삼겹살의 판매 부진은 육가공 업계에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그런데도 육가공업체들의 자금 사정이 좋고 규모가 커져서 작업두수를 유지해서인지 돼지고기 도매시장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돼지고기 소비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비싸진 한돈 소비가 안 되는 것이다. 아니 경기가 어려워서 돼지고기 전체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 돼지고기 소비는 자발적 소비와 비자발적 소비로 나눈다고 주장을 한다. 자발적 소비는 우리 스스로 원산지를 정하고 먹고 싶은 부위를 선택해서 식당이나 가정에서 소비하는 걸 말한다. 비자발적 소비란 구내식당 등 단체 급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같이 주어진 메뉴로 나오는 돼지고기를 한 돈인지 수입품인지 부위가 어디인지 상관없이 그냥 먹는 걸 말한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실질 소득이 감소하니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저녁 한돈 삼겹살 회식보다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안에 들어간 돼지고기를 먹는 것으로 육식의 그리움을 달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 최근 삼겹살 무한리필 식당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식당은 돼지갈비 무한리필 식당이었던 면륜진 사갈 비다. 리모델링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돼지갈비뿐 아니라 수입 삼겹살까지 메뉴화했다. 지방에서도 수입 삼겹살 무한리필 식당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반면 한돈 삼겹살 식당은 전체적으로 고전 중이다. 몇몇 장사가 잘되는 유명 삼겹살집은 더욱 장사가 잘되고 확장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삼겹살 식당이나 기존 삼겹살 식당은 영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갑자기 돼지고기를 싫어해서 생겨난 현상이 아니라 실질 소득의 감소로 고급 육류 소비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이다. 이제 돼지고기는 서민의 고기가 아니다. 아니 분명한 건 한돈의 다른 부위와 한돈 삼겹살을 같이 서민고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적어도 한돈 삼겹살은 비싼 고급육이다.

 

지금 한우 가격 하락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한돈 삼겹살은 고가의 고급 육류로 한우와 같이 실질 소득 감소로 소비에 타격을 받는 것이다. 이런 가격 하락과 소비 부진을 다들 한우의 경우 비프사이클 현상으로 공급 과잉으로 생겨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사육두수가 감소하면 곧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 희망차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처럼 장기 불황으로 한우의 소비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한우는 인바운드 관광객 소비나 수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가야 할 시점이다.

 

기후 위기로 사료가격이 인상되어 생산비가 올라가고 인구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건 물론 노인 인구의 빈민화로 고급 육류의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실질 소득, 가처분 소득의 감소는 소비를 더 둔화시키고 있다. 한돈 삼겹살, 한우같이 고가의 육류 고급육의 소비가 대중적으로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 해결책은 없는 걸까?

필자는 이번 원고를 베트남 호치민에서 쓰고 있다. 베트남을 가끔 오지만 육류시장 조사를 깊이 하는 건 2~3년 만인 것 같다. 과거 베트남에 와서 돼지고기를 먹으면 이해를 못 했다. 더운 나라 돼지고기는 맛이 없다고 들었는데 베트남 돼지고기는 맛있었다. 그 맛의 비밀이 2019년까지 베트남 양돈의 85%가 우리나라 1960~70년대 초반 수준은 부업농 수준이라 배합사료에 의존하지 않고 잔반이나 농가 부산물로 키우고, 그리고 돼지의 품종도 다양하게 키워서였던 것 같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이후 600만두의 돼지를 살처분한 베트남도 이제 기업농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사료회사도 여럿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것 같다. 베트남 양돈도 점점 삼원교잡 품종의 보급이 확대되고 사료도 한국 비슷해지고 있다. 더 인터뷰해 봐야겠지만 그래서인지 이번에 여러 한국식 삼겹살 식당들을 방문해서 먹어 본 삼겹살은 맛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필자가 최근 너무 맛있는 버크셔, 우리흑돈, 제주흑돼지, 두록, YBD 등 차별화된 돼지고기 맛에 길들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시장 조사에 참여한 베트남에서 10년 넘게 산 외식업 관계자도 “돼지고기가 예전 만 못 한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2년 전 하노이 삼겹살 식당 조사를 할 때는 정확히 한국은 숙성 돼지고기 트렌드가 확실히 대세인 데 반해 하노이는 아직 숙성 삼겹살이 생소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베트남에도 한국식 삼겹살 식당은 숙성이 대세지만 제대로 된 숙성을 찾기 어렵다.

 

■ 한국에서 돼지고기 숙성 붐이 일어난 것은 필자는 돼지가 예전만 못해서라고 한다.

1990년대 중후반 대일본 수출을 하면서 우리 한돈의 품질은 최고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구제역 발생으로 살처분 물량이 늘어나고 급격히 원상회복이 되면서, 그리고 농장의 인력 구조 등 많은 생산환경이 달라지면서 한돈의 품질이 조금 못 해지는 것 같다. 그걸 한돈 삼겹살 사장들은 파악하고 좋은 돼지를 키울 수는 없으니 숙성으로 돼지고기를 맛있게 만들어 보고자 하는 노력해 왔다. 물론 아무리 숙성을 잘해도 좋은 돼지고기를 숙성해야 더 맛있어지는 것이지 맛없는 돼지고기는 숙성해도 맛이 개선되는데 한계가 있다.

 

베트남은 양돈 생산이 세계 6위 국가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세계 1위 국가다. 그런 베트남이 공장식 축산을 도입하면서 돼지고기 맛이 예전만 못하다면 소득도 높아지니 소고기에 대한 소비가 확대될 것이다. 물론 이 늘어나는 소고기는 호주산, 미국산, 러시아산 등 수입육이 될 것이다. 베트남 농촌도 급격히 우리처럼 붕괴하여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지난 몇 년간 삼겹살을 인문학적으로 공부를 했다.

왜? 우리가 삼겹살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하는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한 공부였다. 삼겹살을 왜?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아야지 삼겹살 시장, 돼지고기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아니 삼겹살이 한강의 기적, 압축성장의 현대화된 한국 그 이면에 이농에 의한 게마인샤프트 농촌 공동체 사회의 해체 속에 방황하는 우리를 다시 하나로 만든 원동력이기에 우리 사회를 오롯이 대변해 주는 식품이라 인문학적인 연구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과지방 삼겹살 미트 현상의 원인을 나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삼겹살 시장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지금 베트남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돈산업의 변화 우리가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에 겪었던 현상일지도 모른다. 급격히 양돈업이 산업화하면서 맛있는 돼지고기보다 생산성이 좋은 돼지고기를 선택하는 모습이 우리랑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건 베트남에 진출한 삼겹살 식당들이 한국처럼 삼겹살이 큰 생체중 110kg 대의 돼지를 선별하니 그런 돼지는 다 공장식 축산으로 현대화된 시설에서 대량 사육하는 돼지다.

 

필자는 빙산 일부만 본거지 베트남 로컬 시장이나 가정에서는 아직도 부업농이나 가족농으로 키운 돼지들이 유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추측이 맞는다면 아무리 한국 시스템, 한국식 삼겹살이 한류로 유행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삼겹살 식당이 맛에서 밀려서 성장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 우리나라는 육류 소비에서 소비량보다는 소비의 다양성에서 베트남보다 몇십 년을 앞서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 한돈산업에 생산성이라는 개념을 넘어 맛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때다. 환경이라는 개념 역시 한돈산업에 새로운 이슈가 될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조금 먹어도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할 것이다. 과거처럼 수입이 제한되었던 시절에는 돼지고기가 소고기의 대체재로 값싼 서민고기의 포지셔닝을 차지하고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 이제는 생산비를 절감해서 외국의 돼지고기와는 경쟁할 수 없다. 그럼 맛으로 차별화하고 안전, 안심,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돼지고기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비싸도 맛있으면 시장은 있다. 비싼데 수입육과 같은 맛이면 애국심으로 한돈 삼겹살을 사서 먹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물론 가정에서 주부들은 비싸도 내 가족이 먹을 건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한돈 삼겹살을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최근 경험을 보면 1971년 수입 개방이 되어 자급률이 급격히 하락해도 테이블 미트 가정에서는 일본산 돼지고기 수요가 있었는데, 테이블 미트 가정 소비 돼지고기 시장에도 그 시장을 타깃으로 한 고급 수입 돼지고기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그걸 막아 내기 위해서 일본 양돈은 지산지소 브랜드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여 420개가 넘는 돼지고기 브랜드 중 50%가 지산지소 6차산업 브랜드다.

 

■ 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건 품종×사육방식×사료×숙성이다.

가장 고기맛을 차별화하는 건 우선은 품종이다. 이제 우리 한돈산업도 품종을 차별화 다양화해서 지산지소 브랜드, 6차산업 브랜드들 만들어야 할 때이다. 생산성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필자가 잘 모르고 하는 소리겠지만 어차피 MSY 성적이 유럽의 양돈 선진국이나 스페인보다 못하다면 새끼를 적게 낳은 품종이지만 잘 관리해서 되는 것 아닐까?

 

배고팠던 시절의 농업, 축산업, 양돈산업, 식품산업에서 맛의 개념은 없었다. 이제 전 세계의 돼지고기가 수입되는 시대에 한돈은 서민고기라는 낡은 콘셉트 대신 더 맛있고, 더 건강하고, 안심, 안전한 돼지고기, 그리고 지구의 미래 환경을 생각하는 고기로 리포지셔닝 아니 산업의 피보팅(pivoting)을 해야 할 때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흑돈, 두록, YBD, YBB, 버크셔, 제주 흑돼지 등 다양한 품종의 돼지고기 마케팅에 관심을 가진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만의 맛있는 돼지고기가 한돈산업을 파수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필자 유튜브 : 고기만 또는 meat1000을 검색하면 된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9월호 95~100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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