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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한우, 한돈 유통구조의 문제일까?(한돈미디어 24년 8월호)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

■ 지난 7월 3일 전국의 한우 농민 1만2천명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우 반납 투쟁을 했다.

 

한우 반납 투쟁 결과인지는 몰라도 언론에서 한우 가격을 다루는 기사가 여럿 나오는데 늘 같은 이야기다. 유통구조가 복잡해서 유통마진이 크다. 그건 유통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소나 돼지 축산물이 가지는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농가에서 출하한 소나 돼지를 식탁에 올리는 것이 아니다. 복잡해 보이는 유통과정에서 지속적인 상품화 작업이 이루어진다. 살아 있는 소, 돼지는 도축장에서 도축되어 지육이 된다. 다시 지육은 부분육 가공장에 팔려나가서 부분육이 된다. 이게 다시 정육점이나 식당에서 먹기 좋은 정육 상품이 된다.

 

 

그 과정에서 언론에서는 가격만 보도하는데 수율에 변화가 생겨서 가격이 오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소 한마리가 얼마에 농가에서 팔려서 도매시장을 거치면서 소비자가 얼마에 소 한마리를 구매하는가 하는 시뮬레이션을 해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정확한 수율 계산과 유통구조별 가격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마 고기를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반인들은 이런 복잡하게 변하는 식육유통의 가격과 수율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 필자는 나름 소고기(한우) 가격 계산을 해 봤다.

 

정확한 건 자료에 한계가 있지만 흐름은 알 수 있다. 한우협회나 축산물품질평가원 아니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자료만 정확히 준다면 언제든 계산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소, 돼지의 부위별 가격 차등 등가지수를 한국형으로 만들었다. 실제 600kg의 한우 한마리가 유통과정에서 지육이 되고 부분육이 되고 정육 상품이 되면서 피, 내장, 뼈, 가죽, 지방, 근막 등을 다 제거하고, 우리가 가정의 식탁이나 식당에서 먹는 한우고기는 185kg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생체 단가 8,973원이 정육 소비가격으로는 69,696원으로 777%나 높아지니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5,384천원하는 소 한마리가 소매로 12,897천원으로 239% 정도 가격으로 팔리는 것이다.

 

 

 

유통단계에서 5백만원하는 소 한마리가 13백만원하니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는 것 같지만, 현대자동차나 의류 같은 것은 공장에서 출하된 그대로 유통과정에서는 그냥 판매하면 된다. 반면 정육은 상품화 가격의 가공비용과 로스비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유통마진이 박한 편이다.

 

 

우리가 한우의 경우 등심, 안심, 채끝, 한돈의 경우 삼겹살을 시장에서 구매하면서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는 부위별 선호도가 너무 달라서 좋아하는 한우 부위는 등심, 안심, 채끝, 한돈은 삼겹살이 기타 비선호 부위와 가격 차가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가격은 쿠팡 가격을 조사했는데 쿠팡은 일반 정육점이나 식당과는 다르니 소매가격 조사는 일반 정육점, 대형마트, 농축협 직매장 등 다양한 유통경로에 따라 다를 것이니 그냥 흐름만 이해해 주기 바란다. 도매가격에서 제일 비싼 건 토시인데, 이는 제비추리가 포함된 가격이고 특수부위니 그 외에 가장 비싼 안심이 67,900원, 사태는 15,900원, 목심은 17,400원 정도 한다. 안심이 사태 대비 427% 비싸다. 목심 대비 안심이 390% 비싸다. 한우 사태와 목심은 한돈 삼겹살 가격 수준이다.

 

 

한우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가 너무 로스구이 중심의 소고기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미국의 소고기 소비형태를 보면 스테이크는 17% 수준밖에 안 된다. 소고기 소비의 60%는 갈은 고기, 햄버거 패티나 미트볼로 소비한다고 한다. 국내의 2021년 한우고기 소비·유통조사에 의하면 외식으로 로스구이나 스테이크 소비가 85.8%다. 등심, 안심, 채끝, 갈비와 특수부위 소비다. 그래서 이들 구이류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니 다들 한우가 비싸다고 하는 것이다.

■ 불고기 르네상스를 주장한다.

인류사에서 한우는 보존해야 할 유전자원이다. 아마 이 말은 필자가 한우 랩소디에서 처음 했는지도 모른다. 인류사에서 한우 불고기 레시피가 가장 맛있는 소고기 요리 레시피다. 그 한우 불고기의 가치를 새롭게 부활해서 복합 유기 생산체인 한우 한마리의 균형 소비를 이룩한다면 복합 유기생산체의 가격은 풍선 같아서 비선호 부위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등심, 안심, 채끝 등 인기 부위 가격이 많이 낮아질 수 있다.

 

​1973년 국민 소득이 500달러일 때 우리는 1인당 한우 2kg을 먹었다. 2024년 국민 소득 35,000달러의 대한민국에서 과연 우리는 한우를 1인당 얼마나 먹고 있을까? 이해가 안 되겠지만 5kg을 소비하지 못한다. 우리 국민이 한우 불고기 한 근씩만 1년에 더 먹는다면 한우 가격은 안정화될 것이다.

 

​1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인바운드 외국인들에게 한우 불고기를 관광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1년에 2,000톤 이상의 한우를 소비할 수 있다. 이렇게 한국을 방문에서 한우 불고기를 체험하고 간 외국인들이 자국에 한우 불고기를 다시 먹고 싶어 한다면 한우 불고기 수출도 가능하다. 농담처럼 1인당 소고기 소비가 줄어 와규 인바운드 소비와 수출에 국가적 전력을 다하는 일본은 요즘 와규 사육농가들이 세금 절세를 위해서 고민한다고 한다.

 

​지금의 사태는 필자부터 우리 모두의 인재다. 스스로 다 반성하고 한우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행동할 때이다. 한우산업이 무너지면 이 땅의 농업, 농촌, 농민이 무너지는 것이다. 지방이 소멸하고 도시의 경쟁이 심화하여 저출산이 가속화될 것이다. 민족의 미래가 한우산업에 달렸다. 기후 위기로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실질소득의 감소는 엥겔지수 상승으로 이어져 육류 소비에 큰 충격을 미친다. 우리는 지금 3중의 악재를 헤쳐나가야 한다.

 

■ 한돈 잡지에 한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한돈과 한우산업이 어느 때 보다 더 합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한우의 유통단계별 가격 구조도 기초 자료가 없어서 이렇게 한우 한마리의 유통단계별 가격, 다시 말하면 수율과 단가, 그리고 한마리의 금액을 비교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돈 역시 이런 자료를 확실하게 만들어서 늘 유통 구조가 문제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반박해야 한다. 과거 농민은 다수고 가난했다. 산지가격이 내려가도 도시의 정육점이나 식당에서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니 그걸 문제시하는 기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했다. 과거와는 다른 온라인 유통의 시대 SNS로 유통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연간 3천억원의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제 유튜브에서도 고기를 판매할 수 있는 시대다. 지산지소, 6차산업을 SNS로 홍보할 수 있는 시대다. 무엇보다 이제 우리 한돈농가들이 도시의 정육점 사장이나, 식당 사장, 노동자보다 더 소수가 되었다. 반면 이제 한돈농가가 정육점 사장이나 식당 사장, 노동자보다 대부분 더 부자가 되었다. 이제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할 때다.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한돈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측면의 생산비 인상이라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삼겹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데 자료를 구할 수 없어서 아마 코로나 이전보다 삼겹살의 경제적 부담률이 더 높아진 것 같다. 생산비 인상분이 다 삼겹살 가격에 더해져서 이제 한돈 삼겹살은 서민의 고기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잃어가고 있다. 이건 한돈시장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한우는 비선호 부위를 불고기라는 레시피가 있으니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한돈은 불고기로는 대안이 되지 않는다. 삼겹살 이외 부위의 소비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14년 돼지고기 드라이에이징(건식숙성)을 통해 앞다리와 뼈등심의 로스구이 상품화에 성공했다. 나름 2016년에 kg당 도매가 4,000원 하던 뼈등심이 요즘은 2만원이 넘어가니 나름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뒷다리의 소비를 어떻게 늘려가는가 하는 숙제이다.

 

 

한우산업이 무너지면 한돈산업도 무너진다. 이제 한돈·한우가 어깨동무를 하고 이 어둡고 긴 시대를 헤쳐나가야 한다. 기후 위기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실질 소득의 감소는 엥겔 지수의 상승으로 이어져 육류 소비에 큰 충격을 미친다.

 

이 3중의 악재는 한돈과 한우산업 모두에게 다가온 우주인의 침공 같은 것이다. 우주인이 지구를 침공하면 지구인은 다들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한돈과 한우산업이 연계된 유통구조에서 모두 단결해서 싸워야 할 때이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4년 8월호 102~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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