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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요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 태 경 박사 / 식육마케터

에드워드 버네이스(미국의 컨설턴트, 기자)는 1920년대 중반 미국 베이컨 제조회사인 Beechnut Packing으로부터 베이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자문 요청을 받는다. 당시 미국에서는 간단한 아침이 대세였다. 버네이스는 입소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기획 기사를 게재했다. 버네이스의 기사는 당시 전국지에 “4,500 physicians urge bigger breakfast(4,500명의 내과 의사들이 든든한 아침 식사를 권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실렸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기사를 배치해 베이컨과 달걀이 중요한 아침 식사 메뉴 중 하나임을 부각했다. 사람들은 기사 2개를 동시에 읽으며 <든든한 아침식사 = 베이컨>이라는 식으로 기사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당시 막강한 미디어였던 신문의 힘으로 입소문이 널리 퍼져 베이컨 소비는 급증했다. 미국인은 지금도 전체 베이컨 소비의 70%를 아침에 소비한다.

 

삼겹살 로스구이 소비문화의 시작

 

 

미국인들이 아침에 베이컨을 먹는 것이 100년이 안 된 일이듯 우리가 삼겹살 로스구이에 소주 한잔하는 소비문화의 시작은 빨라야 1970년대 중후반부터로 이제 겨우 50년이 안 된 역사다. 워낙 음식 문화도 패션처럼 트렌드를 빠르게 타는 우리나라라 삼겹살 구이가 50년 동안 사랑받는 음식이라는 것은 놀랍다.

 

그래서인지 다들 삼겹살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한돈 냉장 삼겹살에 대한 국민적 사랑은 지난 2년간의 코로나 속에서 진하게 확인되었다. 외식 시장에서는 몰라도 지금까지 가정용 테이블 미트 시장에서 한돈은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그냥 양념이 안 된 삼겹살을 굽고 소금에 찍어 먹는 로스구이 방식의 삼겹살 소비가 다들 영원할 것으로 생각한다.

 

몇 년 전 지금은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로 펭수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는 신계숙 교수의 동파육을 먹어 본 적이 있다. 동파육은 소동파가 개발해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훈훈한 유래를 갖고 있다. 삼겹살의 향과 부드러운 식감, 윤기가 흐르는 진한 갈색의 먹음직스러운 색감까지 모두 갖추어 손님 초대에 손색없는 요리다.

 

동파육을 먹으면서 왜 이런 삼겹살 요리가 대중화가 안 되었을까? 요리되어서 테이블에 제공되면 굽는 번거로움도 없어지고 실내에 냄새도 많이 나지 않고 좋은데, 요즘처럼 식당의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에 식당 직원을 적게 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데 맛도 그냥 소금에 찍어 먹는 삼겹살 로스구이와는 다른 풍미와 감칠맛이 넘쳤다.

 

최근 MZ 세대 사이에 샤퀴테리가 유행이다.

샤퀴테리는 고기와 고기 부속물 등으로 만든 육가공품을 총칭하는 프랑스어로 ‘Chair(살코기)’와‘cuit(가공된)’가 합쳐진 말이다. 보통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 아니라 유럽 전통의 방식을 따라 자연적인 재료만 사용해 만든 수제 육가공품을 일컫는다. 샤퀴테리는 일반적으로 메인 메뉴를 먹기 전 제공되는 전채요리나 간단한 와인 안주 등 가볍게 먹는 용도로 사용된다.

 

 

예전에서는 독일식 수제 육가공품을 메쯔거라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프랑스식으로 샤퀴테리라는 유럽식 육가공품들의 인기가 많다. 그중에도 사실주의 베이컨, 소금집 등에서 베이컨 요리 식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생활의 달인에도 그리지하우스라고 베이컨 스테이크 달인이 출연했다.

 

요즘 MZ 세대들은 삼겹살을 다양한 요리로 체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요리되는 삼겹살은 대부분 아니, 거의 100% 수입 삼겹살이다. 무서운 사실이다. 아니 두려워해야 하는 현실이다. 매일 밤 퇴근 후 회사 앞에서 삼겹살에 소주로 회식을 하던 베이비붐 세대의 삼겹살 소비 형태와 맛있게 요리된 다양한 삼겹살 요리를 찾는 MZ 세대의 삼겹살 소비법은 확실히 다르다.

 

필자는 1990년부터 식육산업에 종사했다.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 하이포크’의 시작을 지켜본 사람이다. 1990년대 초반 지육 유통과 부분육 유통의 삼겹살 1차 대전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지육을 골발정선해서 판매하던 동네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달라고 하면 등심과 삼겹살이 붙은 등삼겹살을 썰어 팔았다. 목심을 달라고 하면 목심과 앞다리를 붙여서 목전지로 판매했다. 이걸 박스미트, 브랜드육화 하면서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라는 개념을 마케팅했다. 삼겹살을 삼겹살로 목심을 목심으로 정확히 정선해서 박스육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은 냉장육은 좋은 고기 냉동육은 나쁜 고기라고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1990년대 식육 마케팅의 결과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시장 개방이 되는 식육 시장을 지키는 거의 유일의 방법은 국내산을 냉장육으로 유통하는 것이었다. 그 전략은 오늘날 한돈산업의 눈부신 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냥 로스구이로 먹을 때는 확실히 냉장육은 냉동육보다 맛있다.

 

맛있는 고기란 풍미, 연도, 보수력의 3가지 조합인데 냉장육은 연도와 보수력에서 냉동육과는 생고기를 구웠을 때는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게 육가공품이 되거나 양념을 한 요리가 되면 요리하는 방법에 따라 냉장육과 냉동육의 차이가 확실하지 않다.

 

MZ 세대가 다양한 삼겹살 요리를 즐기는 건 한돈 삼겹살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많은 한돈 관계자들은 필자가 하는 이런 이야기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한돈 삼겹살이 수입 삼겹살보다 무조건 맛있었던 시대는 지났다.

더욱 무서운 건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를 슬로건으로 했던 1990년대 초반과 비교해 냉장, 냉동, 해동, 숙성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고기가 냉동하면 세포벽이 파괴되어 해동 시 육즙이 빠져나온다는 냉동이론은 거의 세포벽 파괴 없이 고기를 얼리고 해동 시 냉장육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만큼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이런 CELL ALIVE SYSTEM은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돈가스 공장과 수산 분야에 도입되어 있다. 소문에는 이마트의 냉동 밥 라인에도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점점 이런 새로운 냉장, 냉동, 해동, 숙성 기술의 보급은 냉장육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한돈 삼겹살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동육은 유통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렵게 되어 있다. 위생 문제도 문제지만 수입 냉동육을 해동해서 국내산으로 둔갑 판매하는 걸 염려해서 정부가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밀키트라는 상품군이 새로 생기면서 밀키트 구성에 육류가 60% 미만은 해동육의 유통이 가능하다. 빙온 숙성 해동법으로 해동한 수입 냉동 삼겹살은 한돈 냉장 삼겹살과 거의 구별할 수 없다. 맛의 차이도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달라질 뿐 과거의 냉장, 냉동육처럼 확실히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확실히 생산 단계에서 수입육과 경쟁할 수 있는 맛있는 돼지를 키워야 한다. 단순히 냉장육 유통이 아니라 맛의 결정적 순간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숙성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돼지고기의 경우 도축 후 2~5일 내 사후 강직이 풀리고 숙성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모든 한돈 냉장육은 숙성육이다.

 

미트 리터러시, 고기 정보 이해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고기에 대해서 너무나 잘못된 과장 광고들이 판을 친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세계 4대 진미가 아닌데 사람들은 모두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세계 4대 진미라고 믿고 있다.

 

도축 후 4일 이내의 돼지가 맛있다고 하는 초신선육도 거짓 광고일 수 있다. 도축 후 4일 동안 돼지고기 어떤 상태로 보관 유통되는가 하는 것이 그 돼지고기의 품질을 결정짓는다. 도축 후 4일 이내의 돼지고기를 초신선육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도축 후 지육의 냉장 온도를 빙온대인 -1.5℃에서 0℃ 사이에서 관리하고 부분육 작업장의 온도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정선한 고기의 보관 역시 빙온에서 보관하고 다시 빙온대의 온도가 유지되는 차량으로 유통해야 한다. 택배로 유통할 때에서는 온도 변화가 심해서 초신선육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지금의 유통 환경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불가능에 도전할 때만이 한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MZ 세대의 젊고 똑똑한 젊은이들이 한돈산업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 다만 고기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 주었으면 한다. 미트 리터러시, 고기 정보 이해력을 키워 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 한돈농가에서 정성껏 키운 한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월간 한돈미디어 2022년 5월호 104~108p 【원고는 ☞ brandkim@naver.com으로 문의바랍니다.】